MSI 진출팀이 정해졌다.
한국- 『SKY T1』
북미- 『TSL』
유럽- 『포나틱』
각 지역의 맹주……, 정도가 아니라 롤팬을 자처하는 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다.
그 정도로 날고 기는 근본팀들만 모여버렸다.
과연 V5가 여기에 낄 깜냥이 될지.
"국제전 경험치도 부족하고, 요즘…… 내부 사정도 터졌지?"
"내부 사정은 우리가 알 도리가 없잖아. 팩트만 따지자고."
통상적으로는 스프링 시즌 우승팀인 V5가 가는 게 맞다.
하지만 최근 코치진이 대거 나가며 위태위태하다.
이를 계기로 공론화가 되며 이야기가 불거졌다.
상당히 진지하게 말이다.
LPL 관련 방송에서 토론이 이어진다.
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길 팀이 가야지
-국제전 경험치가 진짜 무시할 수 없음
-그럼 역시 Royal이겠지?
-4강따리 퇴물팀은 닥치시고요ㅋㅋㅋㅋ
진다면 V5의 패배가 아니다.
중국의 패배이며, 망신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발전이 없다?
안 그래도 국뽕이 치사량인 중국팬들은 쪽팔려서 죽는다.
V5에 대한 신뢰가 두텁지 않다.
실제로 한 게임 매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LPL 대표로 MSI에 진출한 팀은 어떻게 정하는 게 옳은가?」
■ 통상의 선예를 따르는 게 옳다.- 17%
■ 확실히 우승할 수 있는 팀이 가야 한다 - 72%
■ 기타- 11%
여론이 극명하게 쏠려있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인기'의 영향도 있을 수밖에 없다.
─인기팀 팬덤이 비인기팀 몰아내는 것 같아서 좀 그런데;;
당연히 우승팀이 가야 하는 거 아님?
└그것도 하나의 코르셋이야!
└어머, 쓰니야 공부 좀 해. 감수성 떨어지는 거 봐
筆者- 그런 거야……?
└R갈들 얼마 받고 여론 조작하니?
기존팀들보다 입지가 좁다.
때마침 사건도 터지며 명분도 생겼다.
여론이 싱숭생숭 복잡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V5 인민군 연합 성명문 발표!!…….txt
처음 V5를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과거 여러 힘든 시간을 겪을 때에도 늘 곁에서 응원하고 지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치진의 퇴직 소식을 접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어 입장 촉구 성명문을 발표합니다.
V5의 팬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물론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밀릴 게 뭐 있어?
└어그로야?
└교주님 캐리 못 믿나 보네
└코치가 다 하던 팀이라던데?? 아님 말고~
└나도 어디어디서 봤는데 전문가들도 동의 하더라구!!
의견이 나뉜다는 게 중요하다.
뭉쳐도 대응하기 힘든 판국이다.
물론, 대응을 하건 뭘 하건 여론으로 정해지는 사항은 아니지만.
「[MSI] 출전팀 변경! 상호 합의 하에 'EDC' 출전…… 자세한 로스터는 근시일 공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정말로 의견이 받아 들여지니 커뮤니티도 의견이 분분하다.
─마왕 입장에서는 아쉽긴 할 듯
멱살 캐리해서 우승했는데
코치 나갔다고 MSI 참가 못함ㅋㅋ
EDC팬인지 Royal팬인지는 몰라도 악질이다
└말 좀 둥글게 할 수 없을까?? 너무 신경질적인 것 같아ㅠㅠ
└그럴수록 마왕팬들 이미지만 깎는 거 알아줘!
筆者- 말투가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 대국적으로 보면 맞기는 해
V5의 경기가 아니라 중국의 경기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
그리 드물지도 않은 나라다.
약하면 휘둘리고, 손해를 본다.
전쟁이 잦은 역사적 특징에서 비롯된다.
'남'에게 신경을 끄는 꽌시 문화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갈 선수는 아니었다.
* * *
한국과는 다르다.
국제전에 임하는 마인드가 말이다.
'숭고함, 절박함, 진지함 이런 거 말고.'
SKY T1의 경기는 SKY T1의 경기다.
삼선 갤럭시의 경기는 삼선 갤럭시의 경기다.
구태여 다른 설명을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로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에선 당연하지 않다는 소리다.
국제전에 한해 단합력이 어마어마하다.
건너건너 듣던 이야기를 실제로 목도하고 있다.
"우리팀 기준으로는 어떻게 짜냐면……."
"아니, 아니. EDC 기준으로 해야지."
"일단 들어보라고. 들어봐야 서로 입장을 정리할 거 아니야."
대합실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번 MSI를 위해 각 팀에서 보내온 코치들이다.
아니, 다른 팀들이 왜 오지랖을?
'중국은 국가 대항전에 대한 그런 게 있어.'
우리나라 80년대에서 2절쯤 더 한다고 보면 된다.
국뽕이 하늘을 찌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린다,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 그런 거 없다.
스크림, 밴픽, 전략 등을 당연하게 공유한다.
그게 좋다, 나쁘다 이전에 기본적인 정서가 그러하다.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고, 인민들이 힘을 뭉쳐서 위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걸 가진다.
'그래서 소국(小國)이라 하기에는 땅이 너무 넓고, 대국(大國)이라 하기에는 사람들 속이 좁으니, 중국(中國)이라 부른다는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으면, 세계의 중심처럼 행동을 해야지.
무슨 중고딩들 몰려 다니는 것마냥 머릿수로 찜 쪄 먹으려고 한다.
각 팀에서 보내온 엘리트 코치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온라인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전략 분석가, 데이터 수집가, 말단 코치 등을 합하면 10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코치 수는 규정이 있지만, 입장만 안 하면 제한이 없다 보니 이런 일도 벌어진다.
그 중 한 명.
나 또한 협력이란 면목으로 오게 됐다.
코치는 아니고, 특별 고문이라는 기묘한 포지션으로 말이다.
'사실 감투는 만들고자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MSI에 참가한다는 사실이다.
선수가 아닌 코치 비스무리한 입장으로.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다.
각 팀에서 보내온 엘리트 코치들이다.
즉, 이곳에서의 성과는 속속들이 보고된다.
선수의 이미지를 넘어 그 이상의 능력을 증명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무대가 없다.
"어, 젊네? 어느 팀에서 온 코치야?"
"저는 V5에 왔습니다."
"V5? V5? 거기 코치 다 나갔다고 들었는데…… 어, 그러고 보니 설마."
"V5 원딜러 최창민입니다. 선수 입장에서의 의견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오게 되었습니다."
"오~~~ 알지! 알지!"
안면을 트기에도 말이다.
M4의 헤드 코치, 감독이었다.
다대기와 루시퍼가 몸담고 있는 팀이다.
'딱히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지만.'
말문을 튼 것과 안 튼 것은 상당히 다르다.
특히 나 같은 경우 그냥 선수.
선수와 코치는 가까운 사이 같으면서도 얇은 벽이 존재한다.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는.
앞으로의 행보를 위해 그 벽을 허물어뜨려야 한다.
같잖게 해버리면,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
"여기서만 하는 얘긴데……."
"예, 말씀하세요."
"우리가 원딜을 새로 구하고 있거든. 무조건 더 많이 줄 수 있으니까 어때?"
저쪽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다.
보자마자 대뜸 템퍼링을 제안해온다.
'여기 중국이야.'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에게 소속팀을 통하지 않고 영입 제안하는 행위.
당연히 해선 안되지만 원래 좀 공공연하다.
중국에서는 보다 직설적인 모양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연락 받은 것도 수두룩하다.
일일이 놀라서야 중국에서 생활 못한다.
굉장히 아쉽다는 어조로 거절한다.
'확실히 쉬운 여정은 아니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은 있다.
중국스러운 현지 사정.
그리고 각 팀 감독들은 어떠한지.
실전으로 배울 기회는 흔히 오지 않는다.
약간의 고난 정도는 감내할 만하다.
어지간한 건 웃음으로 마주하려고 마음을 먹은 차.
"와~ V5 에이스 맞지?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
"아, 예."
"잘하더라고~ 한 방 먹었어. 챔피언도 챔피언이지만 선수가 소화하는 능력이 중요한 건데……, 그렇게 잘 쓸 줄은 상상도 못했어!"
"하하하."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그러하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는 없다.
과거의 악연도 한 명 마주치게 되었다.
EDC의 코치 Let the Killing begin씨였다.
MSI는 열흘에 걸쳐 짤막하게 진행된다.
롤드컵에 준하는 국제 대회라는 위상에 비하면 의아할 정도지만 어쩔 수 없다.
스프링 시즌과 섬머 시즌의 사이.
롤드컵처럼 이후가 쭉~ 휴식 기간인 게 아니다.
빡빡한 스케줄 사이에 배정된 만큼 타협이 이루어진다.
그것만으로 차고 넘치기도 하다.
각 지역 최고의 팀들.
단 하나씩만 참가하기 때문에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와아아아아아!
그 첫 경기가 이미 치러지고 있다.
북미의 대표 TSL 대 유럽의 포나틱.
두 팀의 신경전은 한국과 중국 이상이다.
한국이 LOL을 시작하기 전.
최초 롤드컵 시절부터 이어져 온 라이벌 관계다.
'적어도 쟤네는 이겨야지' 하는 마음이 서로 강렬하다.
-BYE EU? BYE EU? BYE EU? BYE EU? BYE EU?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BYE EU? BYE EU? BYE EU? BYE EU? BYE EU?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그 방증이 빗발친다.
서양권 특유의 채팅 문화다.
서로를 향한 비난, 비방, 표현의 자유가 지극히 자유롭다.
애초에 언어가 갈라져 있다.
영어를 쓰더라도 문법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간결하게 상대를 놀리는 것이 베이스다.
〈다리우스가 너무 말렸어요. 나루를 들고 하루종일 포탑 허깅만 했습니다.〉
〈다리우스, 오늘 경기가 끝나면 페메가 불똥 튈 각오를 해야겠네요.〉
이는 심지어 해설도 마찬가지다.
북미, 정확히는 L.A에서 파견 온 해설자들.
고개를 휘휘 저으며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
한국과 달리 자국 리그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는 않다.
하지만 자존심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물며 유럽에게 지고 있는 건 눈썹이 파르르 떨릴 일이다.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NA WHY SO QUIET??
채팅창을 가득 메운 조롱이 현재 진행되는 경기의 내용을 대변한다.
포나틱이 TSL을 큰 차이로 리드하며 이기고 있다.
화면에 잡히는 양팀 코치진의 표정이 대조된다.
하지만 그 광경.
일희일비 하는 건 양팀 코치진만이 아니다.
"이 게임이 이렇게 되네."
"미드 바텀 상황이 좋았는데~ 탑이 터져도 너무 터졌어."
타 지역의 코치진도 관전 중이다.
차례가 다를 뿐, 상대할 순서가 오니 당연하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체크하는 시간도 가진다.
이론적으로 얘네가 이길 확률이…….
입롤을 하는 건 비단 일반 유저들만이 아니다.
코치들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책임감 있게 그려낸다.
특히 중국팀.
대기하고 있는 코치들이 한둘이 아니다.
경기의 예상으로 은근한 자존심 싸움을 주고 받고 있다.
* * *
MSI도 대회다.
우승 상금 1억으로 규모가 절대 작지 않다.
'근데 그렇게 크지도 않아.'
우승시 1억이라고 하면 많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떨어지는 건 얼마 안된다.
팀에서 나누고, 세금 제하고 하면 놀라울 정도로 작아진다.
그래서 차후에는 개선이 된다.
상금 액수부터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팀별 상품 같은 걸 팔아서 일부 금액을 추가로 보상해주기도 한다.
그런 혁신이 일어나기 전이다.
한 대회 스킵한다고 아쉬울 건 없다.
오히려 코치로서의 데뷔가 달달하게 느껴지던 참에.
"아~~ 당연히 TSL이 이길 줄 알았는데."
"북미팀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북미팀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전력이 좀 이길 줄 알았지."
세상 어느 일이든 쉬울 수가 없다.
EDC의 코치 레오파드.
예상이 맞지 않자 자꾸 귀찮게 칭얼댄다.
'그냥 못 맞췄다고 하지. 성격 더럽게 귀찮네.'
각 팀에서 지원 온 코치들.
그렇다고 공동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
각자의 생활권에서 분석하고 정보를 종합한다.
그리고 일이 있을 때만 '머리'들이 모인다.
그런 방식이지만 예외는 있는 법이다.
뭔가 마음에 들었는지 EDC 내부에 들여보내 줬다.
"나루가 3렙 다이브가 당한 게 너무 컸다. 그걸 당해주면 안됐어."
"근데 선수인 제 생각에는 나루가 불쌍한 것 같아요."
"왜? 뭐가?"
조금 설명을 해준다.
나루 대 카시오가피 구도.
초반 주도권은 카시가 꽉 잡을 수밖에 없다.
'사거리 차이, 푸쉬력 차이가 넘사인데 당연하지.'
안 그래도 힘들다.
그런 나루가 역버프 리쉬까지 해줬다.
포나틱 입장에서는 게임 판짜기가 너무 쉬워진다.
"상성도 안 좋은데 손해 보고 시작하고, 아군 정글 백업도 없다고 상대에게 알려준 셈이잖아요?"
"그렇네."
"저건 나루가 신의 딜교환을 하지 않는 이상 구리가스가 다이브 치면 최소 빅웨이브 손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