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하면 궆 선수의 장비를 양산해서 파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비즈니스는 내 영역이 아닌 만큼 거기까지 왈가왈부는 못한다.
하지만 나도 웬만큼은 알고 있다.
Gaming 업체들이 e스포츠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를 말이다.
긍정적인 회신이 들려왔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감독은 중국어를 모르다 보니 세부적인 내용은 못 들었다.
'이런 건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야.'
머리 복잡하게 알아서 뭐해.
좋게 좋게 풀렸으면 된 거지.
궆 선수의 일은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맡겨두면 될 것이다.
지금 해야 할 건 따로 있다.
앞으로 치러지는 그룹 스테이지.
에이스 선수 없이 치러야만 하니까.
* * *
중국 내 현지 상황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중국을 대표하는 EDC의 패배.
그것만으로도 충격일지언데 에이스 선수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궆이 임신했다고 뭔 소리야?
확실한 정보 맞아?
└뭔 개소리야;;
筆者-빵즈 사이트 롤갤? 이상한 곳 피셜임
└거기 찌라시 천지잖아ㅡㅡ
└야, 꿀벌!
어떤 것이라도 믿고 싶다.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단순한 컨디션 난조, 납득하기가 힘든 이야기다.
게임 내 플레이는 나쁘다고 볼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약점으로 지목된 건 바텀과 탑.
미드는 딱히 못한 것이 없었다.
─궆은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도망갔다
캐리력 없는 탑
백업밖에 안 하는 정글
허구헌날 잘리는 '그 신수'
앞뒤 생각 없이 걸고 보는 서포터
삼선 시절 패버리던 SKY에게 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도망갈 만한데?
└이렇게 쓰고 보니……
└아ㅋㅋ 실드글이었누
└아니, 진짜 왜 갑자기 안 한다는 거야? 차라리 처음부터 하질 말던가!
그럼에도 경기 출전을 거부하는 이유.
다양한 해석이 따르게 되는 건 필연이다.
롤판 찌라시를 좋아하는 건 중국팬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프런트도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궆 선수가 허리 부상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아쉽더라도 참작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天无云」
10시간 전。
궆이 허리 부상 때문에 못 나오는 거라고??
실드 칠 걸 쳐
만약 한국을 대표해 나왔어도 그랬을까?
지네 나라 아니니까 막 나가는 거지ㅋㅋㅋㅋ
성이 나있다.
이성을 잃은 일부 인민들이 무작정 따지고 든다.
이유나 과정은 둘째 치고, 그냥 떼를 쓰는 듯한 심리다.
문제는 중국이다.
일련의 여론이 건조한 가을 갈대숲에 불붙듯 번져나간다.
그나마 이성적인 여론도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인다.
「@花」
5시간 전。
저도 궆 선수가 문제가 없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러~나~
이걸 궆 선수 개인의 문제로만 봐야 하느냐?
전 꼭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애초에 허리 부상을 만든 장본인이 누군지 따져야죠
└지금 궆 선수의 전팀인 삼선 레드 아닙니까?
筆者-그래서 저는 삼선 레드와 EDC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렇게 봐요
└무적 논리ㄷㄷ
어느 쪽이든 책임을 져라.
팀이 문제든, 선수가 문제든 문제가 있는 건 맞지 않느냐?
이성을 잃고 흥분한 여론은 안타깝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현실은 현실.
팀의 대들보 하나가 빠진 채 나머지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건 의미가 무겁다.
중국- 『EDC』
TOP 통양- 코로
JGL 밍카이- 클래식러브
MID 유- 청룽
BOT 알파카- 알파카
SPT 탱예- 메이코
다행히 대체 선수는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미드라이너를 식스맨으로 등록해두었다.
그런데 과연 이전만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유가 궆의 빈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난 글쎄……
이미 커뮤니티, SNS에서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비교를 통해 전투력을 곱씹어보는 것이다.
평가가 아예 일방적으로 나쁘진 않다.
└유도 궆한테 밀려서 그렇지 다른 팀 가면 주전급이야
筆者-그렇긴 한데;;
└상대가 테이커, 하드훈이라 문제지
└응, LPL 안 개구리ㅋㅋㅋ
기본기가 없는 선수는 아니다.
LPL 내에서는 충분히 손가락에 꼽힌다.
문제가 있다면 이곳이 LPL이 아니라는 것.
국제전이다.
세계 최고의 팀들만이 모였다.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감히 명함을 못 내민다.
그걸 알기 때문이다.
중국팀들이 괜히 앞다투어 한국 선수들을 영입한 게 아니다.
기껏 영입했는데 쓰질 못하니 김첨지의 마음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준비 기간도 짧다.
MSI는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으로 치러진다.
바로 다음 날, 한 시의 지체도 없이 예정돼있다.
■ 1경기
-SKY T1 vs Ponatic
■ 2경기
-EDC vs Team Solo Line
■ 3경기
.
.
.
미드 강팀으로 SKY T1에 뒤지지 않는 TSL이었다.
* * *
Team Solo Line.
TSL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북미의 테이커라는 비억슨의 친정팀으로도.
"Really?? 확실해?"
"확실해. 확정이 난 발표야."
TSL의 팀 하우스.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한다.
너무 나빠도 놀랍지만, 좋아도 현실 감각에 부합 안 한다.
"궆이 컨디션 난조로 잠정 휴식을 선언했어. 들리는 바로는 허리 부상이 유력하다더군."
"OMG……, 하늘이 TSL을 돕는 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다행이지."
TSL은 현재 1승 2패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자국 리그에서의 위상, 전문가들이 가진 기대치.
그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를 내고 말았다.
앙숙인 유럽의 포나틱을 상대로 패배했다.
심지어 LMS의 Aho Esports를 상대로도 졌다.
터키의 Veneto를 이긴 정도로는 도저히 성이 안 찬다.
위 세 팀은 약팀으로 분류된다.
앞으로 남은 스케줄의 부담이 극심하다.
그중에서도 1,2위인 SKY T1과 EDC의 위협은 절대적이다.
"EDC전을 승리한다면 토너먼트 스테이지 진출이 단박에 유력해져."
"난적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해졌지."
그 중 하나를 승리한다면?
토너먼트 스테이지 진출이 유력해질 뿐더러, 밑바닥까지 내려간 팀의 사기도 끌어올릴 수 있다.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궆이 빠져도 EDC는 분명 강팀이다.
하지만 상성이라는 면에서 비벼볼 만하다.
"유는 최근 출전 경험도 없어. EDC측 대응이 부산스러운 걸 보면 준비된 기용은 아닐 거야."
"그리고 우리에겐 비억슨이 있고~♪"
상대의 미드가 약점이다.
그런데 자신들은 그게 강점이다.
게임을 푸는 사이클이 굉장히 편해진다는 이야기다.
TSL의 코치 로쿠도쿠.
그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악랄하게 이용할 생각 또한.
"미드 차이가 난다? 그럼 클래식러브는 절대 공격적인 플레이 못해."
"그런가? 그 정도야?"
"당연하지~ 내가 EDC 경기를 얼마나 집요하게 봤는데."
클래식러브는 운영형 정글이다.
팀이 유리한 상황에서는 기가 막히게 굳힐 줄 안다.
반대로 불리한 상황에서 변수 창출 능력이 떨어진다.
평소의 EDC라면 문제될 게 없다.
라이너가 너무 잘해.
후반 캐리력도 남 부러울 게 없어.
궆이 빠짐으로서 그 그림이 무너졌다는 해석이다.
'레오파드 그 중2병 자식은 나한테 안돼.'
로쿠도쿠도 LCK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레오파드와도 당연히 접전이 있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코치로 전직한 후에도 악연은 이어진다.
서로의 첫 국제전인 MSI.
뭉개주기 위해 칼을 아득바득 갈아왔다.
─퍼스트 블러드!
그리고 이는 곧 현실이 된다.
TSL 대 EDC의 경기.
미드 라인의 솔로킬이 전장의 첫 승전보를 장식한다.
1레벨부터 빠듯하게 손속이 오갔다.
2레벨이 되자 아슬아슬하게 킬각이 나온다.
비억슨의 산드라가 유의 카시오가피를 찍어 누른다.
'이거지!'
솔로킬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주도권을 잡고 압박만 해줘도 충분했다.
그런데 이렇듯 나와버리면 경기 구도가 압도적으로 편해진다.
클래식러브는 더욱 더 미드를 봐줄 수밖에 없다.
TSL은 미드 2 대 2를 하든, 탑&바텀 갱을 가든 선택지가 넓어진다.
무엇을 잡아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 이상적인 그림.
─EDC 클래식러브(랙싸이)님이 TSL 토스트보이(바트)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분명 그래야만 했다.
로쿠도쿠의 상상 속에서는 말이다.
바텀에서 믿기지 않는 패전보가 연이어 들려온다.
'아니, 미드 백업을 안 했다고? 클래식러브가!?'
머릿속에 그려졌던 상상도가 와르르르 무너진다.
로쿠도쿠의 째진 눈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파르르르 떨린다.
다소 시간이 든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여건은 썩 괜찮은 편이다.
'풀리그 기간도 남았고, 따둔 승점도 여유가 있어서.'
본선 진출 컷이 낮기도 하다.
여섯 팀 중 4위권만 들면 된다.
4승 6패 정도만 해도 대충 안정권이다.
─퍼스트 블러드!
이렇듯 한 경기 져도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절대로 안되지.'
무엇이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단순한 패배+1로 생각할 일이 아니다.
한 번 기세가 꺾이면 궆이 재합류해도 문제가 생긴다.
뜨거운 물에는 용질이 잘 녹는다.
차가운 물은 아무리 저어도 덩어리가 남는다.
팀의 사기 고하에 따라 궆의 재적응 기간도 달라지게 된다.
이겨야만 팀의 사기를 유지하기가 편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렇듯 미드 차이가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내가 만든 완벽한 팀이 왜??!"
"하하."
완벽하기 때문이다.
완벽이라는 건 한계까지 물을 채운 유리잔과 같다.
아주 조금 마이너스 요소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걸 싫어해.'
선수 개개인이 다소 불완전해도 된다.
대신 그 불완전함을 서로가 보완해준다.
전문 코치는 감독과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구루룩-!
랙싸이의 땅굴.
스며들듯 두터운 벽을 파고든다.
내가 할 때도 몇 번 사용했던 별 거 아닌 잡기술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신물이 나온다.
난데없이 튀어나와 점멸 에어본.
쓰렉귀의 호응까지 더해진다.
'중요한 건 겨우 그 하나가 아니야.'
잡기술 하나 정도로 통할 갱킹일까?
롤유저라면 누구나 대비하는 3렙갱이다.
명문 프로팀이 이를 생각하지 않을 리가 없다.
생각을 하기 때문에 통하는 갱킹도 있다.
랙싸이가 정버프 스타트를 했다.
그리고 적 정글은 역버프였다.
─EDC 클래식러브(랙싸이)님이 TSL 토스트보이(바트)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바트가 공중에서 폭사한다.
고르키도 도망갈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자기네 정글이 바텀 동선인 걸 믿고 생존기도 찍지 않은 채 압박 중이었다.
카운터 펀치를 강하게 얻어맞는다.
미드 라인에서의 아쉬운 솔로킬.
만회하고도 남는 갱킹이다.
"야레야레, 쇼가나이나~~ 통해버렸네!"
"괜찮죠?"
궆 선수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
그로 인해 코치진에게 신뢰를 얻었다.
한 가지 사정이 더해지며 선수들에게 세부적인 조언을 건넬 권한을 얻었다.
'그걸 수행할 능력도 있고.'
예시를 몇 개 던져줬을 뿐이다.
상황을 보고 이 타이밍에 이런 선택을 하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