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3화 (193/201)

어? 이걸 대응을 못해?

대응을 못하는 타이밍에 쏘면 됩니다.

결과론적인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골만 아프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냥 잘하면 된다.

혀를 내두르는 판단을 하는 선수도 존재한다.

'그게 테이커지.'

잘하는 선수들이 잘 크면 큰 값을 한다, 이런 느낌이라면 테이커는 이미 게임을 이겨있다.

타에이스 선수와는 구별되는 점이다.

높은 게임 이해도와 적극성을 바탕으로 게임을 푸는 법을 안다.

팀 입장에서 절실하게 바라는 플레이를 해준다.

소위 '각'을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보통은 이니시에이터들의 특기다.

이를 미드라이너가 행한다.

팀적인 차원에서 볼 수 있는 한타 시야와 연계의 차원이 달라진다.

"야레야레, 또 이겨버린 건가?"

"이번에는 더 쉬웠네요."

"내가 만든 완벽한 팀인데 당연하지!"

"하하."

비억슨은 분명 잘하는 선수다.

하지만 그 개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TSL과의 2차전도, 1차전과 마찬가지의 흐름으로 승리한다.

'유도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고.'

경기가 진행된지 사흘.

그럭저럭 팀이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삐걱대는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선방이다.

궆 선수의 징크스 문제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소식이 왔다.

그렇다.

징크스라고 정의한다.

'허리 부상과 세팅은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니까.'

사람이라는 게 생각하는 것만큼 이성적이지 않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은 부상, 컨디션 난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난 그 이후의 미래까지 알고 있다.

결국 부상은 주요 원인이 아니었다.

그 정도 극복 못할 정도로 나약한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는 의지가 아무리 굳세도 버티기 힘들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먼치킨격 존재도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막 이러잖아.'

물론 그런 말을 소설이나 만화가 아닌 현실에서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도 멘탈이 약한 편이다.

정신적인 문제는 버틴다고, 버텨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피를 할 수도 없다.

극복해야 한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최선의 조치를 취했고, 그 경과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크, 크. 크!"

"……."

"크, 크. 크!"

"……."

"크, 크. 크!"

"왜 그러세요?"

"시시하지 않아. 삶의 의미를 찾았다."

"그렇군요."

레오파드의 발작 또한.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반응이다.

조금 더 심해지긴 했지만 뭐 그러려니 한다.

'잘 됐으면 좋겠는데.'

더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해줄 수 있는 시간도 없다.

궆 선수가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스스로 하기에 달려있다.

딱히 보증이 돼있는 도박이 아니다.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집이 잘 산다고 꼭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가능성은 최대한 끌어올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돌아올 자리를 만드는 거다.

TSL과의 2차전 승리로 팀이 안전 궤도에 올라 한숨 돌렸는데.

터벅터벅…….

승자가 있다면 패자가 있다.

경기가 끝나면 승리팀 선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패배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눈다.

그렇다면 코치들은?

특별히 제스처가 없다.

그냥 뭐……, 뒷정리하고 끝이다.

하지만 경기장 내부가 좁다 보니 마주치는 순간이 가끔 온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그래, 넌 수고해도 돼. 넌 하지 마. 이 중2병 자식."

"……."

나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다.

레오파드와 로쿠도쿠.

둘 사이에 냉랭한 공기가 흐르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사이가 안 좋나 보네. 친하게 좀 지내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놀라지는 않는다.

e스포츠판도 사람 사는 곳이다.

불화는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다만, 호칭.

이쪽도 저쪽도 한 치도 밀리지 않는 공방이 펼쳐진다.

"니 같은 싸이코패스보단 낫지."

"누가 누굴 보고 싸이코패스래 Let the Killing begin 새끼가."

"응, 패배한 이누."

죽마고우일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츤데레일 수도 있는 거고.

잠깐 생각했는데 적어도 친한 쪽은 아닌 듯싶다.

'그래서였구만.'

아무리 중2병이라고 한들.

헛소리를 언제나 중얼거리진 않는다.

동종업자인 만큼 자아도취하는 타이밍은 알고 있다.

TSL전에서는 유독 심했던 게 사실이다.

그 이유.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알 것만 같다.

"클래식러브한테 무슨 바람을 넣은 거야? 평소 스타일과 완전히 다르잖아?!"

"놀랐나? 경외로운가?"

"아니……, 너 그런 거 못하잖아."

"하, 너 정도 보는 경치를 내가 못 볼 것 같으냐."

야레야레, 쇼가나이나.

두 사내의 유치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아, 귀싸대기 마렵다.'

인연이 꽤나 오래 이어져 온 모양이다.

2011년 롤 초창기부터 말이다.

너무 틀딱이라서 끼어들 건덕지도 없다.

"LCK 초대 우승도 못해본 놈이 입은~."

"난 IEM 우승 했는데? LCS도 우승했는데?? 선수 시절은 몰라도 지금은 커리어면에서 내가 훨씬 우월해 멍청아!"

심지어 현재 진행형이다.

사용은 조금 잘못됐지만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꼬라지를 보는 듯하다.

'비겁하게 팩트로 때리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로쿠도쿠의 말이 맞다.

레오파드는 아직 이렇다 할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

그럼에도 단 한 점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다.

머리를 긁적거리며 눈을 흘긴다.

안 좋은 예감이 머릿속을 스친다.

히죽 웃은 레오파드가 한 마디 거세게 결정타를 날린다.

"IEM? LCS? 너희 MSI 본선 못 가잖아? 자, 쓰레기죠."

스포츠에서는 항상 현재가 중요한 법임도 맞다.

* * *

MSI 6강 풀리그는 각팀이 두 번씩 맞붙는다.

이미 6일차를 지나 막바지에 이르렀다.

「2015 MSI 6강 풀리그 순위표」

1. SKY T1               8승   0패

1. EDC                  7승   2패

3. Aho Esports          5승   4패

4. Ponatic              4승   5패

4. Team Solo Line       2승   6패

6. Veneto e-Sports Club 0승   9패

당연한 느낌의 SKY T1.

휘청이듯 휘청이지 않는 EDC.

예상 외의 선전을 하고 있는 Aho.

의외로 평타를 치고 있는  포나틱.

북미잼의 TSL.

그리고 역시.

각 팀에 대한 평가 또한 정립되었다.

하지만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승부의 세계는 한 치 앞을 모르는 법이다.

와아아아아아-!

도널드 L. 터커 시빅 센터.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경기장이다.

현재 MSI가 성황 리에 치러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관중들의 환호가 거세다.

이번 경기에 담긴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TSL은 현재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Aho와 더 물러날 곳이 없어진 TSL! 오늘 경기의 중요도가 꽤 크죠?〉

〈매 국제전마다 드리는 말씀이지만 예상이 안돼요 예상이…….〉

클끼리 해설이 씁쓸하게 입맛을 다신다.

IEM을 우승한 우승 후보, 북미가 약세를 보여서.

자신의 롤드컵 우승을 막은 LMS가 선전하고 있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TSL이 잘할 것 같다며?

-원투 타임 속는 시청자들 많네ㅋㅋ

-어림도 없지! '클펠레'

-에혀……

별 일은 아니다.

늘 그렇듯이 국제전은 이변의 연속이다.

가장 예상 외의 행보를 밟고 있는 두 팀의 대결이 펼쳐진다.

쿠어엉!

눈길이 가는 건 역시 미드 라인.

TSL의 에이스 비억슨과 Aho의 에이스 서문갓이 맞서고 있다.

〈초가트가 선픽임에도 불구하고 라인전을 정말 잘해주고 있거든요?〉

〈북미의 테이커라 불릴 만한 기량의 선수죠. 역시 비억슨!〉

미드 초가트는 시즌5의 유행픽이다.

AP계수가 엄청나게 높다는 점.

그리고 딜탱이 가능하다는 점.

중반 타이밍까지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라인전도 휘어 잡고 있다.

하지만 결정타가 없다.

미드는 혼자서 굴리는 라인이 아니다.

전 라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신 간접적이다.

팀원들이 미드의 주도권을 인지하고 잘 해줘야만 한다.

─Aho 지브(나무카이)님이 TSL 다리우스(말카림)님을 처치했습니다!

잘 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

탑 라인에서 솔로킬이 발생하고 만다.

바텀 라인도 갱킹을 당하며 삐걱삐걱 CS 차이가 나고 있다.

-탑이 진짜 못하네ㅋㅋㅋㅋ

-바텀도 상태 이상함

-역시 영고의 비억슨

-하지만 저 비억슨! 연락 주세요!

미드 라인이 중심이 될 때는 위협적이다.

반대로, 풀지 못하면 허무하게 무너진다.

TSL이 가진 극명한 한계가 드러나는 경기임과 동시에.

〈끠즈?밀리는 것 같으면서도 할 건 다 해주고 있었어요.〉

〈북미에 비억슨이 있다면, LMS에는 서문갓이 있다는 게 세간의 정설이죠!〉

상대 선수가 만만치 않기도 하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미드라이너.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서문갓의 위상은 비억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라인전은 다소 약하다.

하지만 변수 생성 능력이 뛰어나다.

방향은 다를지언정 걸출한 스타성을 가진 선수다.

「[MSI] 궆 없는 EDC, Aho에 패배하다. 강팀 만나자 한계 드러나나?」

「[칼럼] EDC는 속 없는 만두……. 자력 극복은 어렵다에 전문가 '동의'」

이어진 EDC 대 Aho전.

그 장점을 여실히 발휘하며 경기를 캐리한다.

서문갓의끠즈?알파카의 갈리스타를 한타에서 매번 암살해버렸다.

「??孔」

9시간 전。

이게 알파카야 기프트야?

「一斑斑」

9시간 전。

유가 못했지

르풀랑 들고끠즈보?CS 딸리는 게 말이 돼?

「???友」

10시간 전。

EDC는 침몰하는 배다

잠깐 솟아오를 때는 어? 했지만 그건 침몰 직전 배가 크게 기운 것에 지나지 않았지

.

.

.

중국 내에서는 여러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누가 못했다는 등.

궆이 없어서 그렇다는 등.

여론이 지나칠 정도로 거세다.

Aho전의 패배가 믿기지 않아서.

사실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궆이 있었을 때만 해도 Aho는 상대가 안됐죠.〉

〈지금의 EDC로는……, SKY T1에 범접하기가 힘들다는 느낌입니다.〉

여러 중국 매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이야기.

결국은 한국을 이길 수 있는가다.

한 번도 넘어보지 못한 산만큼 거대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다.

「2015 MSI 풀리그 7일차」

■ 1경기

-Veneto e-Sports Club vs Ponatic

■ 2경기

-SKY T1 vs EDC

■ 3경기

.

.

.

위기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SKY T1과의 리매치가 성사된다.

세상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내 안마당이 아닌 곳이라면 더더욱이다.

코치진 회의.

참석하여 듣고 있다.

MSI 리그 방식에 따른 본선 진출 경우의 수 계산이다.

"사실상 이제 변수는 없는 수준이야. 이게 다 TSL전을 연이어 승리한 덕분이지."

"당연히 이겨야죠.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혹시 뭐 또…… 시시해질까 봐?"

"그런 건 장난이고요~. 로쿠도쿠 그 자식이 있는 팀이잖아요."

레오파드의 목소리에 가시가 돋아있다.

감독에게 진지하게 토로하고 있다.

로쿠도쿠가 얼마나 못된 놈인지.

'장난이었구나.'

이쪽이 더 신경 쓰인다.

사실 알고는 있었는데 가끔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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