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4화 (194/201)

확실히 이어지는 대화는 평소와 달리 장난스럽지 않다.

"너나 걔나 관종 타입 아니야?"

"로쿠는 관종이 아니고 그냥 병신 싸이코패스에요. 똑같이 취급하지 마세요. 진심으로."

격하게 손사래를 친다.

같은 취급을 받기 싫은 모양이다.

'둘 다 비슷한 것 같아도 한쪽은 진짜였다, 혼모노였다. 그런 이야기겠지.'

솔직히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다를 수도 있는 노릇이다.

물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어떤 화제라도 한쪽의 입장만 들어서는 모른다.

아무튼 레오파드는 그리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어차피 그게 아니다.

"포나틱전을 이기고, Aho전을 져서 6승 2패. 본선만 따지면 안정권이지. 하지만……."

감독의 말이 이어진다.

팀의 기세는 정말 그럭저럭이다.

메인 선수가 빠진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다라.'

딱 그 정도다.

Aho전의 패배는 솔직하게 아쉽다.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궆 선수의 유무 이전에.

"아~ 유가 좀 더 자신감 있게 압박을 해줬어야 했는데."

"유도 최선을 다 하는 거야."

"미드가 라인 압박을 좀만 더 했으면 연승 안 끊겼어요~."

레오파드가 피드백을 한다.

그 내용.

딱히 틀렸다고 볼 건 아니다.

'유가 더 잘하면 좋긴 하겠지.'

적어도 나쁠 건 없다.

하지만 그게 쉬우면 왜 선수마다 몸값이 다를까?

기본기만으로, 경기 후 피드백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경지는 정해져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

레오파드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다.

그것을 설명한다고 한들 다른 문제만 야기시킬 뿐이다.

나의 팀이 아니다.

내가 훈련시킨 선수들이 아니다.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건 민감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SKY T1전을 다시 치러야 하는데 쉽지 않아."

"궆이 없으니 힘들긴 하죠."

"있을 때도 졌잖아."

"제가 만든 완벽한 팀은 패배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니가 무슨 태사다르냐?"

이겼으면 모를까 졌다.

Aho전에서 민낯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볼 만하다.

"결국 문제는 하드훈과 테이커라고 보거든요."

"누가 나오든 잘해."

"예, 근데 성향이 좀 달라요."

둘 다 주전으로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럴 만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이다.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상이하다.

같은 챔피언을 해도 활용법이 다를 정도다.

이를 테면 아자르.

하드훈의 아자르는 정평이 나있다.

「LOL 디자이너」

1일 전。

HOLY. FUCKING. SHIT.

I have never seen anyone play Azar this well.

Fuck me that was incredible. #MSI2015

아자르를 개발한 디자이너가 찬사와 함께 버프 계획을 취소했을 지경이다.

아자르의 극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대로 테이커.

의외로 아자르를 잘 못 다루는 편이다.

챔피언폭이 하늘을 돌파하는 수준의 선수임에도 말이다.

그런데 아자르가 차후 리워크된다.

스킬 구조가 전반적으로 짧아지고, 근접전의 비중이 높아진다.

그러자 숙련도가 비약적인 수준으로 상승한다.

'선수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자신 있어 하는 거리 감각이 달라.'

이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같은 챔프를 잡아도 구도를 다르게 봐야 한다.

그것을 감안해 밴픽과 세부 전략도 다르게 짜야 한다.

"하드훈이 들어간 SKY T1과 테이커의 SKY T1은 그냥 다른 팀이에요. 그렇게 봐도 무방해요."

"그래봤자 나의 완벽한 팀보다는 약해!"

"……."

그래서야 안된다는 소리다.

LOL이라는 게임에 완벽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잘하면, 장점을 극대화시킨 쪽이 이겨.'

체급 차이가 나는 경우면 모를까.

강팀간의 대결은 전략의 영향이 크다.

설사 신경을 안 써도 자연스럽게 상성이라는 게 생긴다.

EDC는 테이커의 SKY T1을 상대로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드훈의 SKY T1을 상대로는 맥없이 무너졌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하드훈이 나온다면 저희가 타이트하게 갈 필요성이 있어요."

"나의 완벽한 팀은 어떤 전략이든 소화하지."

"그 세부적인 조율을 제가 해도 될까요?"

이전 Aho전에서는 하지 못했다.

눈치 없이 내가 마음대로 조율하겠다.

'그런 말 꺼내면 갑분싸 오기 딱 좋잖아.'

타이밍을 재야 한다.

지금이 그 적기다.

아무리 괜찮은 척해도 전부 숨길 수는 없다.

SKY T1이라는 난적.

첫 패배를 안겨준 상대.

긴장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EDC의 전력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야레야레, 어쩔 수 없구만. 좋아 해봐."

그 틈새시장.

얻어낼 수만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 * *

SKY T1 대 EDC.

세간의 이목을 가장 모았다.

모았다, 과거형이다.

〈하드훈 선수가 나오네요.〉

〈이번에는 테이커 선수가 출전하지 않을까? 그런 예상도 있었는데 무난하게 가는 모습입니다.〉

양팀의 첫 경기.

그 결말이 워낙 허무했다.

SKY T1이 전 라인을 압살해버렸다.

-하드훈이 안정감이 있지

-ㅇㅇ 무난하게 후반 보는 게 좋아

-으 테이커 보고 싶은데……

-그냥 누가 나와도 이겨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만도 하다.

그럼에도 방심 따위 하지 않는다.

이전 인선인 하드훈을 내보낸다.

"알지? 뭐 하려고 하지 않아도 이겨."

자칫 안이한 지시,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상대가 굽이었다면 SKY T1의 감독 김다균도 달리 지시했을 것이다.

"저랑 미드가 크면 끝났죠. 무난하게 이기고 전승 지키겠습니다 코치님."

"그래, 보여주고 싶으면 결승에서 보여줘도 되잖아."

이미 1위로 본선 진출이 확정돼있다.

한 경기 져도 별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다.

현재 성적 9승 0패.

EDC전을 이기면 10승 전승이다.

깔끔한 스마트폰 화면에 지문 자국 남기기 싫은 것과 마찬가지다.

차라리 8승 1패였으면 도전적인 시도도 해보고 그랬겠지만 이제 와서라는 느낌이다.

이겼던 수, 먹혔던 전략.

다시 기용하며 전승을 지킨다.

〈치비르, 블러디체리……, 이유가 있는 픽이라기 보다는 크면 이긴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기용 같습니다.〉

〈후반을 바라본다면 이 이상의 조합이 없죠.〉

첫 경기에서 궆의 랄라를 상대로 꺼냈던 픽이다.

별 사고 없이 서로 반반.

한타 파괴력은 당연히 블러디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유의 자드다.

챔피언의 초반 상성이 유리하지 못하다.

아니, 동실력이라면 라인전이 굉장히 고통스럽다.

-자드 표창 어따 던져?

-못해 걍

-견제 안 하고 CS만 먹네

-야무지게 먹어야징~! ㅇㅈㄹㅋㅋㅋ

동실력이 아니다.

견제가 그리 끈적이지 않다.

블러디체리의 유지력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시간은 왕귀 챔피언의 편.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

픽의 이유를 여실히 살리고 있다.

"꾸웨에엑……."

라인전이 약한 핑크스.

알파카도 라인전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미드와 달리 황금수염&우르프의 견제는 압박적이다.

치비르의 스킬샷에 긁힐 때마다 또랑또랑한 눈가가 촉촉해진다.

어쩌다 W평이라도 맞으면 글썽글썽 눈물이 맺힌다.

참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소리다.

슈루룩-!

탑라인 상황.

나무카이의 일그러진 전진으로 나루를 속박시킨다.

다이브가 이루어지고 있다.

터억!

거미여왕의 실뭉치까지 연계된다.

얼핏 위험천만한 그림이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둘 다 AP.

데미지가 센 조합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분노 관리가 너무 예쁘다.

〈변신하면 여유롭게 사는 그림이네요.〉

〈잘하면 나무카이 점멸도 빼겠는데……, 어?〉

속전속결에 실패했다.

기가 나루로 변신하고 만다.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야 정상.

조금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어느새 화면에 비치고 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합류한 자드가 휘두른다.

챠라락-!

서걱!

점멸과 그림자 분신.

이어진 표창과 평타 한 방은 결정타다.

체력이 낮아진 상대를 멸시하는 완벽한 마무리다.

─퍼스트 블러드!

EDC가 선취점을 울린다.

예상 외의 상황.

놀란 건 시청자들만이 아니다.

SKY T1 부스쪽이 조금 소란스러워진다.

"아니, 벌써 3인 다이브를 해??"

"자드가 라인 밀고 그냥 바로 달렸나 본데요……."

생각지도 못한 실점이다.

김다균 감독은 식은땀을 흘린다.

웬만큼 상정을 하고 있었기에 더더욱이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된다고?'

상대가 거미여왕을 가져갔다.

그 픽의 이유가 무엇인지.

SKY T1은 좌시해줄 만큼 물렁하지 않다.

나루는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체력도, 분노도 아주 이상적이다.

라인도 딱히 빅웨이브가 아니라 괜찮았다.

툭!

슈욱-!

블러디도 라인전을 잘하고 있다.

경기 전에 원했던 구도 그대로다.

하드훈의 플레이 스타일은 안정적이다.

그것이 한사코 가드만 올린다는 소리가 아니다.

완급 조절이 아주 탁월하다.

라인을 홀딩 하고, 표창을 피하며 상대를 안달나게 만든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주도권이 넘어오는 건데…….'

상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렸다.

겨우 2레벨.

채 QWE도 못 찍은 타이밍이다.

일반적으로 로밍을 생각하는 시기가 아니다.

마실 가듯 로밍을 달리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고작해야 강가에 와드 하나 박는 정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필연이었다.

화락!

챠랴락-!

자드가 로밍을 다녀 왔다.

밀린 웨이브를 야무지게 받아먹는다.

그 사이 블러디체리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고가 나는 바람에……, 미드가 힘들어질 수 있겠는데요?〉

〈자드가 킬을 먹고 왔죠. 그래도 하드훈의 블러디고, 주도권은 가지고 있습니다. 후반만 가면 한타 파괴력은 보증된 조합이에요.〉

LCK 해설진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안정감이 중요한 조합에서 사고가 터졌다.

클끼리 해설이 최대한 긍정적인 루트를 말해보지만.

-이대로 주도권 가지고 : 만약 신이 도와 사이드가 안 터진다면

-후반 가면 파괴력이~ : 후반 못 감

-좆됐네

-자드 벌써 몽둥이 나왔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줄 시청자들이 아니다.

분위기가 묘해진 걸 눈치 챌 수밖에 없다.

SKY T1의 코치진도 부산스러워진다.

"아직은 괜찮아. 웨이브 손실이 컸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하드훈이잖아."

"버텨주겠지. 자드만 억제하면 상대도 속도를 올리진 못할 거야."

딱 그 뿐이다.

약간의 사고.

이 정도 긴장감은 허용 내다.

'클래식러브는 거미여왕을 공격적으로 다루는 선수가 아니야.'

하드훈과 비슷하게 안정적인 성향이다.

거미여왕 같은 극단적인 스노우볼 챔피언을 잡았을 때 위력이 떨어진다.

궆 정도 되는 선수의 보필이 있으면 모를까.

슈욱!

촤악-!

하드훈의 블러디가 미드 라인을 압박한다.

자드는 딜교환도, CS 수급도 밀리고 있다.

그냥 대놓고 실력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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