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한타가 되네
-이거 설마 비비나?ㄷㄷ
-블러디, 치비르 무럭무럭 크면 또 모른다
-아니 진짜 슼?슼이다ㅋㅋㅋㅋ?
혹시나 하는 예상이 흘러나온다.
SKY T1은 세계에서 가장 역전을 잘하는 팀이기도 하다.
국제전 경험으로 다져진 멘탈과 튼튼한 기본기가 이를 가능케 만든다.
─SKY 황금수염(치비르)님이 EDC 유(자드)님을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의 실수.
점멸이 실쿨인 걸 좌시하지 않는다.
바텀 듀오가 자드를 우여곡절 끝에 끊어냈다.
촤아앙!
촤악-!
대각선의 법칙.
EDC의 본대가 바론을 쳤다.
이를 블러디체리의 궁극기 어그로 한 번으로 막아낸다.
〈SKY T1의 대응이 너무 깔끔한데요? 군더더기가 없어요.〉
〈이러면 바텀에서 이득만 봤습니다. 블러디, 치비르 꾸역꾸역 성장하고 있고 3코어 나오면 조합힘으로 한타 할 만해요.〉
할 만한 정도가 아니다.
하드훈의 SKY T1.
라인전과 난전은 다소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면 한타에서는 웃돈다.
전문가들에게 그런 평가를 받을 정도다.
하드훈이 가지는 한타 지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늘은 수염이 깔끔하게 밀렸어."
"알파카의 털도 깔끔하게 밀어주자고."
"羊?是可食用的?物。"
하물며 황금수염.
그 안정적인 포지셔닝은 원딜계의 교과서로 불린다.
그러면서 딜을 다 넣는 하드훈&황금수염의 뒷라인은 이상적이다.
슈룽~!
왕린의 나루도 방어 아이템이 갖춰졌다.
두 번 죽음을 맞이한 자드 정도 가뿐히 마크한다.
커피의 물조절도, 부메랑의 거리 조절도 깔끔하기 그지없다.
적절한 인원 분배.
선수 한 명, 한 명이 가진 기량.
초반의 아쉬움이 어느새 흐지부지 지나간 일이 되고 만다.
근본력이 상대를 압도한다.
롤이라는 게임에 완벽은 없다.
100%는 없다.
제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도 그걸 유지하고 굳히는 능력.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장기전 집중력은 선수가 헤쳐나갈 숙제다.
초중반 유리했던 게임.
중후반 운영과 한타의 과정에서 서서히 비벼진다.
"아니, 무슨 야생 알파카처럼 싸돌아다녀!"
"일단 알파카는 맞죠."
심지어 실수까지 터져버렸다.
알파카가 가진 특징.
호기심이 왕성하다.
외로우면 고독사 한다.
돌출된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
그 호기를 놓치지 않고 걸어왔다.
상대는 정면 한타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블러디가 유체화에 치비르 궁 받고 파고들면 답이 없지.'
진영이 붕괴된다.
원딜러가 살 수 있는 포지셔닝이 아니다.
그 한타가 기점이 되어 정말로 경기를 패배하게 된다.
"이 몸, 또 졌다? 받아들일 수 없다!"
"고멘나사이."
"꾸웨에엑……."
레오파드가 선수들을 질책한다.
너무 안이했던 페이스 체크.
알파카가 끊긴 것에 대한 피드백이다.
'근데 그건 너무 결과론적이야.'
알파카는 동물적인 감각이 두드러지는 선수다.
이성이 없다.
사고가 부족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직감적으로 안 것이다.
"꾸웨에에엑!"
"뭘 잘했다고 목에 핏대를 세워!"
자신이 하드 캐리 하지 않는 이상 힘들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행했던 이유다.
그러한 해석도 어찌 가능하다.
'애초에 운영이 너무 안 좋았어.'
자드는 스플릿을 하려고 뽑는 픽이다.
그런데 한타를 했으니 위력이 떨어지지.
반대로 상대는 대놓고 한타 보는 조합이다.
게임이 비벼진 결정적인 원인이다.
딱히 1 대 1을 이기라는 소리가 아니다.
적당히 한 명만 묶어두어도 괜찮았다.
본대가 알아서 굴릴 수 있다.
정면 한타만 피하면 유리하다.
그것을 해야 했는데, 못했던 게 가장 큰 문제다.
"들어나 보자. 대체 왜 생한타를 해준 거야?"
"꾸웩."
"한타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언어가 안 통한다.
알파카는 둘째 치고 다른 선수들도 말이다.
다 중국 선수들이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하다.
'몰라서가 아니라, 어쩔 수가 없던 거겠지.'
선수들도 안다.
그 정도 모를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하지만 인생은 실전이라고,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유는 두 번 허무하게 죽었다.
내가 사이드에 있어도 되나?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졌을 것이다.
주도적으로 하기에 눈치 보인다.
편승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러다 보니 억지로 한타를 하게 됐다.
"유도 최선을 다했겠죠. 상대가 나빴어요."
"이 몸, 화난다, 너무!"
평소 주전 선수도 아니고.
상대가 어중이떠중이 팀도 아니고.
운영 잘하기로는 당연 첫 손가락인 LCK다.
중국 선수 한 명 가지고 노는 것.
그리 어렵지도 않았을 거라고 본다.
그렇게 경기를 지자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진다.
"어때? 난 중국어는 암만 봐도 모르겠어."
"부드럽게? 아니면 그대로 말해드려요?"
"어이어이, 후자켄나. 그 정도 「각오」 없다고 생각했나?"
"아, 네……."
패배는 패배.
언제까지 피드백만 할 수는 없다.
선수들을 보내고 코치진, 그것도 한국 코치진만 남았다.
'한국팀 하고 경기를 하고 나면 미묘해.'
중국에서 보면 우리는 외국인 용병이다.
입장이 진짜 보통 미묘한 게 아니다.
현지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자꾸 억까들이 우리 알파카 까는데
원딜 딜량 차이 안 보여???
이렇게 잘하고 딱 한 번 실수한 거잖아!!
우리 갸냘픈 알파카가 물렸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지 공감 능력 떨어지는 거긔 ㅡㅅㅡ
└쓰니야 걔네들은 눈에 살 쪄서 그래~
└억까들 오져 정말 별 꼴이야
└쓰니야 근데 갸냘프다는 워딩 쫌 빻았다. 여성은 연약하다라는 인식이 디폴트로 깔려 있는 거 아니야? 가스라이팅 그만해!
筆者- 헐~~ 나 머리가 띵했어ㅠㅠ 쓰니 의견 띵크 하고 피드할게 땡큐땡큐!!!
중국의 커뮤니티 사이트다.
뭔가 익숙한 듯 좆같은 건 기분 탓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피드백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 다른 종류의 피드인 것 같긴 하지만.'
전체적인 반응이 나쁘진 않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알파카에 대한 원망 어린 시선은 없다.
사실 당연하다.
경기가 진 이유.
누구 때문인지는 따질 것도 없는 일이다.
"알파카 얘는 여성팬이 왜 이렇게 많아?"
"방송하는 거 잠깐 봤는데 열혈, 구독자가 전부 다 여성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나약」해지는 거지. 쯔쯧."
이를 레오파드와 보고 있다.
혼자서 볼 때는 번역기로 어설프게 봐서 재미가 없다며 나에게 해석을 부탁했다.
'알파카의 인기를 감안해도 미드 차이가 맞으니까.'
한 번 던진 것.
레오파드는 민감하게 질책했다.
하지만 그것이 알파카가 실망스러워서가 아니다.
사명감 같은 게 있다.
우리가 비록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어도 한국인이다.
트집 잡을 일이 생기지 않게 더 똑바로, 잘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이러한 용병들의 사정.
한국팬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이렇게 지면 롤갤, 잉벤놈들이 나의 위대함을 모르잖아?"
"다 알 거에요 아마."
"야레야레, 쇼가나이나~."
이렇게 자뻑을 해도 속마음은 다를 것이다.
신경이 쓰이니 커뮤니티 반응에 민감해 한다.
'아마도 Maybe, Probably.'
아님 말고.
아무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e스포츠 종사자들은 나름의 고충이 있다.
가끔 매국한다더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가슴이 아프다.
약간 진지한 이야기다.
안타깝게 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중국, 양쪽의 여론에 끼인 채 프로 생활을 한다는 건 말이다.
「??孔」
1시간 전。
진짜 딱 미드 차이로 지네ㅋㅋㅋ
궆만 있었어도 이겼겠다
「李四」
1시간 전。
빵즈 선수라 빵즈랑 짜고 치는 거 아님??
「?森?告」
1시간 전。
우리 알파카는 열심히 하는데 ㅡㅅㅡ
이게 다 궆? 굽? 아무튼 굽 들어간 놈들이 문제야!!
연봉 도둑, 치킨 도둑 같으니라고
.
.
.
중국이다.
그런 만큼 별별 일이 생긴다.
한국 선수에 대해 꼬투리를 잡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경기의 패배에 대한 책임도 누군가에게 돌리고 싶잖아.'
그 마녀사냥의 대상이 궆이 되고 있다
* * *
MSI 6강 풀리그.
그 최종 결과가 정리되었다.
「2015 MSI 6강 풀리그 순위표」
1. SKY T1 10승 0패
1. EDC 7승 3패
3. Aho Esports 6승 4패
4. Ponatic 4승 6패
4. Team Solo Line 3승 7패
6. Veneto e-Sports Club 0승 10패
고고하게 1위 자리를 지킨 SKY T1.
궆의 빈 자리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EDC.
다크호스를 넘어 강팀으로 인정 받은 Aho.
서양의 자존심을 지켜낸 포나틱.
북미잼의 TSL.
그리고 역시.
예상과 이변이 공존한다.
억울할지라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7일에 걸쳐 진행된 풀리그가 마무리 지어졌다.
하루 휴식 후 바로 녹아웃 스테이지가 진행된다.
하위 두 팀은 떨어지고, 상위 네 팀이 진출하여 자웅을 가린다.
「2015 MSI 그룹 스테이지」
■ 1경기
-EDC vs Aho Esports
■ 2경기
-SKY T1 vs Ponatic
그 대진표는 이미 나와있다.
추첨이 아닌 순위에 의한 방식이다.
1위는 4위와, 2위는 3위와 맞붙게 된다.
─슼?포나틱은 확실히 잡겠지ㅋㅋㅋ
ㄹㅇ 이건 불쌍할 정도
└'처형' 이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근데 누가 와도 쉬웠을 듯
└ㅋㅋ ㅈ밥이었네
하지만 순위가 큰 의미가 없다.
적어도 한국팬들 입장에서는 말이다.
SKY T1이 보여준 경기력은 압도적이다.
상대가 누가 온다고 한들.
진다는 상상 자체가 들지 않는다.
MSI 시작 전과는 여론이 완전히 상이하다.
─국제전 근본 넘치는 SKY T1 행진…….jpg
MSI 10연승 無패
IEM 4강 따리 GOO Tigers 똥 친히 치워주시는
대 황 ?
└오늘 만큼은 나도 ?
└무패 우승 하려나ㅋㅋ
└막판은 졌구나 했는데 한타로 뒤집음ㄷㄷ
└어휴, 슼갈?난리 났네;;
IEM 쇼크.
불과 두 달전의 이야기다.
한국 대표로 GOO Tigers와 맛밤 엔투스가 출전했다.
당시 GOO Tigers의 위상은 LCK에서 하늘을 찔렀다.
정규 시즌 독보적인 1위.
1라운드 전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 만큼 기대 또한 높았다.
아니, 우승은 당연한 것이었다.
상금과 위상이 낮은 IEM은 참가가 저조하다.
「[IEM] 한국 독주체제 깨졌다? 우승 거머쥔 TSL」
「[인터뷰] Team ME '스피리트' "아직 월클이라는 사실 증명해 기뻐"」
하지만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예 생각지도 못한 북미의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