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꽂은 위치 그대로 점멸을 탄다.
옮겨진 자리에 그대로 황금 동상이 되어 굳는다.
─Aho 서문갓(끠?님이 EDC 알파카(갈리스타)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칠 수가 없는 무적 상태.
활활 타는데 피흡을 할 적이 없다.
그렇게 제압을 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이러면끠즈?시한부 목숨이죠.〉
〈와~~ EDC가 한타를 아주 압살 해버렸는데요?!〉
투자값이 너무 크다.
원딜의 존재감 차이가 넘사벽이다.
알파카의 한타 카이팅은 급이 다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꾸웨에에엑!"
성난 알파카의 괴성도 말이다.
두 번째 세트.
알파카를 앞세운 EDC가 설욕에 성공한다.
-알파카 엔딩……
-딜량 미터기 뚫었네
-명불허전
-미드가 똥 안 싸니까 그냥 이기네ㅋㅋㅋㅋㅋ
첫 번째 세트와는 완전히 상이하다.
별다른 굴곡도 없이 찍어 눌렀다는 느낌이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자세한 과정까지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미드가 허리 같은 라인이잖아요?〉
〈맞습니다.〉
〈허리를 한 번 다쳐봐야 남자에게 왜 허리가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것처럼 미드도 그런 게 있거든요.〉
〈하하?!〉
클끼리 해설이 그 점을 짚는다.
허리가 어째서 중요할까?
단순히 허리를 굽혀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무슨 움직임을 해도 척추 관절의 영향을 받는다.
허리가 나가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LOL에서 미드가 가지는 역할도 같다.
정글 움직임, 바텀과 탑의 라인전……, 기타 등등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드가 죽으면 다른 라인의 움직임도 스톱한다.
주도적인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 선수가 서문갓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을 해줄 수 있을지. 미드 라인을 키포인트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물며 서문갓.
로밍에 특화된 미드라이너다.
다른 라인에 영향력을 주는 것을 특기로 삼는다.
미드 라인의 중요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버텨주고, 버티지 못하고 차이로 승패가 갈린다.
그렇게 정리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안하다. 네가 해주는 수밖에 없어."
"그렇겠죠……."
그러한 해설진의 이야기.
EDC도, Aho도 모를 리 없다.
아니, 경기 시작 전부터 알고 있었다.
비슷한 성향의 팀과 스크림을 해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구태여 세세한 분석까지 안 가도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수비하는 쪽이 더 이점을 가진다.
내가 사리기만 하면 게임을 이길 수 있는데?
─퍼스트 블러드!
그래서 롤은 재미있는 걸지도 모른다.
미드 라인에서 솔로킬이 터지고 만다.
〈코리아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는 게 바텀 빅 웨이브 형성되니까, 어? 이거 다이브인가?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 상황.
EDC의 미드 유도 방심했던 게 아니다.
오히려 자드의 움직임을 긴밀하게 주시했다.
그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자드의 바텀 로밍.
따라가는 길목에서 자드가 심리전을 걸었다.
-와
-메이지할 때 저거 진짜 ㅈ같음
-자드가 심리전을 잘 걸었어
-절로 올 거 다 알고 있었네ㄷㄷ
프로 경기에서의 실수.
단순한 우연, 판단 미스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
그 이전까지의 근거들이 뒷받침된다.
서문갓이 어떤 성향을 가진 선수인지.
가는 길목에 시야가 어떻게 작업돼 있는지.
신경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플레이가 강제된다.
〈6레벨 자드가 기동신이 나왔어요. 게임 터진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데요?〉
1세트의 재현이 될 것 같다.
클끼리 해설의 예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는 점이 롤의 재미다.
"꾸웨에에엑!!"
한타에서의 원딜 차이.
라인전 손해를 메꾸고도 남는다.
괴랄한 포지셔닝으로 딜량 미터기를 뚫어버린다.
〈역시 롤은 원딜 게임이죠. 사실 우리 정글러들이 봇만 하염없이 파는 이유가 그거잖아요?〉
-코건 맞지ㅋㅋㅋ
-역시 클펠레……
-탑은 게임의 승패와 연관이 없다
-ㄹㅇ 다 터져도 바텀만 키우면 됨
라인전이 좀 터져도 괜찮다.
자신들의 체급이 우위라는 걸 과시한다.
원딜 차이라는 결정타격인 무기까지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불리한 경기까지 역전한다?
EDC의 승리가 예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점이 또 롤의 묘미다.
-기 프 트!
-이걸 던져주네ㅋㅋㅋㅋㅋ
-괜히 앞포지션 잡다가 CC기 다 맞고 죽어줌
-알파카가 그러면 그렇지……
외로우면 고독사를 해버린다.
경기가 후반에 접어들자 그 단점이 연거푸 터지고 만다.
〈아니, 알파카 선수가 너무 잘 커서 무난하게 이길 거라고 봤는데…….〉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예상을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와 최우룡 감독은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듣긴 합니다 실제로요!〉
프로팀의 경기는 정교한 계산이 아니다.
불행한 사고, 변수 또한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우여곡절 끝에 또다시 알파카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다음 세트도 그렇게 이길 수 있을지.
이겨서 올라간다 하더라도 SKY T1에게 먹힐지.
흘러가는 MSI 결승을 향한 행보는 불안하기만 하다.
나는 사실 그렇게 좋은 코치는 아니다.
오히려 나쁜 코치라는 비판은 많이 받았다.
"진짜 죽고 싶어요. 나 왜 이렇게 못하지……."
세 번째 세트의 승리.
하지만 그 과정이 탐탁지 않다.
적어도 유 선수 본인으로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럼 죽던가.'
못하는 새끼가 징징거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꼴불견이야.
물론 대놓고 말로 하진 않지만 사람이라는 게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인성파 감독님께서는.
"죽을 용기가 있다면 네 자신부터 바꿔라!"
"……."
존경 받아 마땅한 분이다.
어떤 의미로는 말이다.
마음에 와 닿는 소리를 중얼거릴 줄 안다.
"아름답게 최후를 장식할 시간이 있다면, 최후까지 아름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소난다……."
왜 울고 있는 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통하는 바가 있나 보다.
나로서는 솔직하게 토하는 바이다.
'난 현실주의자라서 저런 이상론을 보면 토해.'
너의 꿈을 펼쳐라, 이런 소리가 있는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너의 꿈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현실의 너는 이 정도 실력이고, 너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 뿐이다.
좋게 말하면 강단이 확실하고, 나쁘게 말하면 매정하다.
선수의 플레이에 강력하게 개입한다.
밴픽과 초반 동선에 대해서도 지시한다.
선을 조금만 넘어도 간섭이라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르는 것도 쉽지 않고.'
피지컬과 게임 이해도 두 가지가 최소 A급의 반열에는 올라야 한다.
웬만한 선수들로는 따라가기 벅찬 스파르타다.
그것은 서브 미드인 유도 해댱한?
기본기가 받쳐주지 않는 선수.
심지어 상대에게 실력이 밀리는 상황.
세세한 오더를 주입해버리면 오히려 해야 할 것을 못하게 된다.
다 경험적인 것이다.
선수 시절의 나는 피지컬적으로 문제가 없는 선수였고, 다소 떨어지는 선수의 마음은 잘 공감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원망 어린 소리를 많이 들었다.
"꿈은 도망가지 않아. 도망가는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지!"
"……."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다면 조금 달랐을 것이다.
물론 별로 하고 싶지도 않다.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아무튼 운에 맡기는 게 최선이다.
흘러가는 Aho Esports와의 경기.
초조하게 지켜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지켜보기만 하면 다행이긴 한데……'
* * *
LMS, 대만·홍콩·마카오는 메이저 지역이다.
시즌2 롤드컵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봄날의 꿈.
이후의 평가는 쭉 하향 곡선이다.
차후에 메이저 지역에서 빠지는 수모를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시점에서도 논외였는데.
〈LMS가 타메이저 지역에 비해 약하다. 그런 평가를 받지만 상위 몇몇 팀만 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전투력을 가진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렇죠. 얼밤을 잡은 TWA처럼!〉
〈예에…….〉
-본전도 못 건지쥬?
-그때 3연 또도 박사만 밴했어도!
-천추의 한恨
-롤판의 역사가 달라졌겠지
저력이 있는 지역이다.
조별 리그에서도 상당한 활약을 했다.
지켜보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성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일이든 당사자의 입장은 다른 법이다.
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벅찬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廖??」
3분 전。
아니, 와 이걸 비빈다고?
LCK도 아니고 고작 LMS한테ㅋㅋㅋㅋㅋ
「?巴」
3분 전。
존나 쪽팔린다
지면 귀국할 생각하지 마라. 일본팀 보는 기분이네
「遍是晴天」
2분 전。
유 새가슴 새끼 또 쫄아서 반반픽 하겠지?
.
.
.
적어도 Aho는 가볍게 잡고 올라갈 줄 알았다.
그런데 까고 보니 반반.
그것도 이겨서 다행인 수준이다.
여론이 심상찮은 것도 당연하다.
지기라도 하면 통제가 안될 분위기다.
그 불안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만다.
─퍼스트 블러드!
더블 킬!
학습하는 건 EDC만이 아니다.
Aho Esports도 경기에 대해 감을 잡았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가장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
〈노골적으로 미드&정글 2 대 2교전을 노렸습니다. EDC도 그걸 모르진 않았던 것 같은데……, 할 만하다? 그렇게 판단한 것 같아요.〉
〈실제로 코리아나가 배치기만 안 맞았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던 게 사실이죠.〉
소규모 교전.
포지셔닝과 팀 게임 이해도가 중요한 한타와 달리 거의 99% 플레이어의 센스에 달렸다.
이걸 맞아줘야 하나?
아니다, 피하고 이렇게 받아치자.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빠르게 판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얼핏 보기에 이기는 각도 사소한 판단 미스 하나가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방금 전, 미드에서 일어난 2 대 2 교전.
설명을 하자면 그 하나 뿐이다.
"계속 싸우자 계속! 버프 컨트롤 계속 하자."
"젠부샤쓰! 젠부샤쓰!"
LMS도 중화권팀이다.
익숙한 오더지만 그만큼 효율적이다.
미드&정글이 지속적으로 전투한다면 유리한 그림이 그려질 수밖에 없다.
「밥 먹자!」
사고까지 겹친다면 더욱.
정글을 먹고 있던 클래식러브의 두두가 봉변을 맞는다.
〈아~~~ 점멸이 쿨이었거든요!〉
〈끠즈?근접 챔피언이긴 한데 궁극기 사거리는……, 어지간한 포킹 챔피언보다 더 깁니다.〉
발에 딱 달라붙었다.
그 시점에서 도망가는 게 불가능하다.
둔화-〉에어본-〉둔화라는 엿같은 연속 CC기가 오직 궁극기 G하나에 달려있다.
─EDC 서문갓님이 학살 중입니다!
앞선 교전에서 점멸이 빠졌던 두두.
재롱잔치까지 내려 찍으니 죽지 않을 수가 없다.
Aho가 미드&정글의 우세를 바탕으로 상대 정글의 시야를 선점한다.
"꾸웨에에엑!"
물론 알파카가 남아있다.
순수 라인전 CS 격차가 30개를 넘는다.
치비르가 든든하게 성장하면 한타 캐리가 보증된 것도 맞는데.
-아니, 저걸 왜 들어가?
-치비르 머리에 핑 오조오억개 찍히는 중
-그냥 바텀 가서 파밍 하지;;
-어림도 없지! '그 신수'
사람은 간혹 고독해지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알파카가 고독해지면 죽고 만다.
안이하게 들어간 수풀 안.
〈쓰렉귀 선고는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명이 아니었죠.〉
〈이거 큰일 났는데요?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게임이 반쯤 터졌습니다.〉
미드&정글이 망한 상황에서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원딜이 끊겼다는 건 게임의 패배로 이어진다.
결국 네 번째 세트로 스코어가 따라잡힌다.
"이 몸을 또 지게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