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마셍데시타."
"꾸웨에엑……."
레오파드의 징징거림이 돋을 만하다.
기대를 한 만큼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선수들을 믿어줬는데 왜 이렇게 못하니?
"또 짖어보던가. 목에 핏대 세워봐!"
"꾸웩. 꾸웩……."
알파카의 목을 따버리기라도 할 눈치다
너라도 던지지 않아야지.
못하는 사람은 어차피 못하는 거 아는데, 잘하는 애가 던지면 괜히 더 미워진다.
「??云淡」
3분 전。
EDC는 코치가 없음?
계속 똑같이 지는데 피드백 안 함?
「?安?」
3분 전。
롤에 코치가 어딨음ㅋ
다 연봉 도둑 새끼들이지
「若水善」
3분 전。
미드는 좆같이 못하고~
알파카는 계속 쳐짤리고~
코치 새끼들은 일을 안 하고~
.
.
.
코치가 무슨 일을 하는지!
솔직히 일반 유저들은 알 도리가 없다.
때문에 이기면 명장이고, 지면 개거품 연봉 도둑이 되는 게 스포츠의 세계다.
e스포츠라고 딱히 다를 건 없다.
안 그래도 달아올랐던 여론이 들끓는다.
만에 하나 지기라도 하면 진짜로 잡아먹을 기세다.
─무능한 팀 EDC의 귀국 반대를 공산당에 청원합니다
큰 지원을 받고도 패배한 점
大중국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
LCK도 아니고 LMS에 저리 지는 건 용서할 수가 없다
└공항에 계란 던지러 간다
└계란으로 됨? 취두부는 돼야지
└ㅋㅋ 난 진짜로 던져
└Royal이 가면 그냥 이기고 우승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진짜로 실행한다는 것.
고작 LMS에 진다?
상한 자존심과 체면에 이성을 잃고 날뛴다.
중국 사람들의 국뽕은 상상 이상이다.
그렇기에 조금 의아하다.
어느 쪽이 이겨도 상관없는 게 아닌지.
─하나의 중국이니까 LMS가 이겨도 되는 거 아님?
대만·홍콩·마카오도 중국 아니었어?
님들 왜 이렇게 흥분함?
└원래 필요할 때만 찾는 거잖아 그런 건
筆者- 아ㅋ 그런가
└그건 몰랐네ㅋㅋㅋㅋㅋ
└여기 댓글 단 인민들 IQ 추적해서 공안에 신고 넣었습니다^^
말이 그런 거지.
중국 내 차별 의식은 팽배하기를 넘어 기본 베이스다.
그렇게 대국적인 생각을 할 리가 없다.
이번 MSI의 가치.
진다면 정말 여론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 여파는 이미 실시간으로 불어 닥치고 있다.
「中?CN」
5분 전。
@EDC 궆
니가 그러고도 정녕 프로냐?
꾸짖을 가아아아알!
「王瑞海」
5분 전。
@EDC 궆
번성 공방전 당시 관우는 어깨에 독화살을 맞았다
의원이 살을 절개하며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바둑에만 열중했다
그대는 어찌 허리가 쑤신 정도로 경기를 멀리 하는가?
「??自在」
5분 전。
@EDC 궆
귀국해봐라
13억 인민이 너를 심판할 것이다
.
.
.
동시간 궆의 페이스북.
수많은 중국인들로 인해 북적이고 있다.
그 방한 사유가 그리 반가워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테러나 다름없다.
수백 개를 넘어 수천 개, 수만 개까지 갈 지경이다.
꼬부랑 글씨 같은 간체자가 들끓으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짱깨들 갑자기 뭐임?
-응, Taiwan No.1 Hong Kong Free
-我?了。炒馬面我想吃。
-아ㅋㅋㅋ 1초 마렵게 만드네
중국인들이 일반적인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SNS를 통해 우회해야 한다.
그 수고를 감수하고도 올 정도면 보통 성화가 아니다.
한국팬들과 시비가 붙는다.
「SKY T1 王琳」
3분 전。
@EDC 궆
振作起??可以克服。
-짱깨 새끼들 더럽게 오네ㅋㅋㅋ 니네 나라로 꺼지라고
-사격 중지! 이분은 왕린 선수입니다……
-힘내라고 쓴 것 같습니다. 왜 중국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의 우정이 멋지네요ㅎㅎ
현재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고 있다.
몇몇 선수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광경이다.
〈궆이 빠진 EDC……,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죠?〉
〈동의합니다. 유 선수도 분전을 해주고는 있지만 불안불안해요. 물론 우리 한국팀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부분이긴 한데.〉
한국의 해설진.
김서준 해설의 말대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녕 다행인지.
라이벌도 없이 무난하게 우승해봤자 나중 가서 빈집털이란 소리밖에 안 듣는다.
고난이 있기에, 상대가 난적이기에 우승이란 결과도 빛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렇게 난리 났는데 웨이보主는 한 마디도 안 하네
-여기 페북인데? 윗새끼 최소 조선족ㅋㅋ
-내가 다 부끄럽다. 중국놈들 상대 좀 해주지 마
-振作起?。
-짱깨……, 아니 왕린 선수도 화이팅요
실시간 궆의 페이스북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당사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들끼리 엉켜서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 해댄다.
누가 옳고, 그르고 이전의 이야기다.
그의 빈 자리가 너무나도 아쉽게도 느껴진다.
일련의 소란이 벌어진 이유도, 다른 세세한 사정보다는 그게 크다.
「EDC 궆」
1분 전。
I See.
I Decide.
EDC Needs Me.
장본인도 인지하고 있다.
실시간 상황.
궆의 페이스북에 한 마디 짤막한 소식이 올라온다.
-진짜 본인?
-와 궆이네. 보고 있었나ㄷㄷ
-응원합니다
-EDC Needs Me? 어, 설마?……
그 내용이 조금 예사롭지 않다.
경기가 치러지는 현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L. 터커 시빅 센터.
MSI가 치러지고 있는 장소다.
EDC의 부스 안이 조금 소란스러워진다.
4강 다전제의 마지막 세트다.
2 대 2의 피 튀기는 혈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혀 '긴장'이란 감각이 들지 않는다.
─EDC 궆(르풀랑)님이 Aho 서문갓(끠?님을 처치했습니다!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
마치 그러한 느낌이 드는 광경이다.
미드 라인의 솔로킬은 시원하기만 하다.
〈이런 말씀 갑자기 드리긴 뭣하지만……, 원래 서문갓 선수가 라인전이 약간 복불복이에요.〉
〈챔피언부터가 그런 감이 있죠.끠즈?워낙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보니.〉
성장이 힘든 대신, 잘 컸을 때의 파괴력이 엄청나다.
그것이 서문갓 선수가 가진 성향.
반대로 말하면 이전 1, 2, 3, 4세트는 하이 리턴만 존재했다.
조금만 판이 깔려도 캐리할 수 있다.
미드의 존재감이 게임을 집어삼킬 수 있었던 연유다.
이를 결코 좌시해주지 않는다.
퍼엉!
퍼엉!
QR평이 야무지게 박힌다.
그렇게 체력이 푹-! 깎이자 로밍은 커녕 CS를 받아먹는 것도, 스킬 한 번 쓰이는 것도 눈치 보인다.
암살자가 가진 리스크.
고스란히 드러나게 만든다.
허리격인 미드가 힘을 발휘하자 구도가 완전히 상이해진다.
「전속력으로!」
초식 정글러.
팀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드가 힘들면 정글링을 도는 것조차 눈치 보인다.
이전 세트가 그러했다.
상대가 심심하면 들어온다.
이렇듯 미드가 잘하자 마음 놓고 어디든 돌아다닌다.
〈지금 바텀이 만남의 광장이 되어버렸는데.〉
〈만남의 과장 하하?!〉
〈정말로 지금 양팀이 바텀만 보고 있거든요?〉
Aho Esports도 바텀 비중이 높은 팀이다.
EDC의 알파카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다.
양측 정글러가 같이 정글에 온다 한들.
파앗!
파앗!
르풀랑이 갑작스레 튀어나온다.
WR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사슬을 잇는다.
깜짝 놀란 구리가스의 점멸과 궁극기가 빠진다.
미드 차이.
똑같이 바텀을 봐줘도 차이가 생긴다.
게임의 흐름이 답답할 구석 하나 없이 굴러간다.
「밥 먹자!」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소리다.
롤이라는 게임.
길 가다 코 베여도 그렇게 이상하진 않다.
─Aho 서문갓(끠?님이 EDC 알파카(핑크스)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하물며 알파카다.
이따금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그 순간을 봐주지 않는 서문갓의 판단은 날카로웠다.
-역시 알파카ㅋㅋㅋㅋㅋ
-아모른직다
-와, 다 이긴 게임을
-하지만 기프트가 출동하면 어떨까??
영문 모를 스로잉.
어떤 선수든 가끔은 저지른다.
유독 심한 탓에 Gift(선물)이라는 별명이 있는 알파카다.
심지어 타이밍도 안 좋다.
용 젠시간이 겨우 20초밖에 남지 않았다.
하나 내주는 순간 상대의 숨통을 트여주는 꼴이 되는데.
파앗!
전광석화 같다.
화면에서 무언가 번쩍였다.
그런 느낌이 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와아아아아아!
현장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진다.
슈퍼 플레이.
믿을 수 없는 알림이 떠오르고 만다.
─블루팀이 용을 빼앗았습니다!
EDC 궆(르풀랑)님이 Aho 알비스(루나)님을 처치했습니다!
5 대 4의 구도다.
더욱이 그 없는 한 명이 잘 큰 원딜이다.
Aho Esports가 자신만만하게 용을 친 건 당연하다.
하지만 빈틈은 있는 법.
알비스의 루나가 용에게 꽤 많이 맞았다.
딱 그것만 노리고 들어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점화를 루나한테 박은 것 보면 확실히 포커싱은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김서준 해설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이전 1, 2, 3, 4세트와는 확연히 다르다.
훌륭한 경기력만이 그에게 살아있다는 희열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파앗!
전광석화 같았던 이유가 있다.
점멸과 W스킬의 순간적인 대쉬.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복사해 한 번 더 밟았다.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누킹이 꽂힌다.
체력이 낮은 루나가 터졌던 건 필연이다.
그런데 그 순간에 강타가 겹치며 용까지 잡혔다.
"꾸웩??"
경기를 보는 시청자, 해설진은 물론 냅다 던졌던 알파카도 깜짝 놀란다.
단순히 용을 먹은 게 로또라.
그것도 있지만 가장 큰 건 승리 패턴이다.
이전 세트는 사실상 알파카의 캐리력에만 의존했다.
원맨팀이라고 봐도 될 만한 수준이었다.
궆이 들어온 EDC는 새로이 정립된다.
〈궆이 게임을 풀면서 바텀에 힘을 싣는, 이게 원래 EDC의 전형적인 승리 패턴이거든요?〉
〈미드&원딜 원투 펀치가 상징 같은 팀이죠.〉
〈원투 펀치 하하?!〉
-그 복싱
-???: 제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습니다
-중앙대 일보 왔능가ㅋㅋㅋㅋㅋ
-근데 그건 맞지
EDC라는 팀.
솔직히 한국팬들 입장에서는 잘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전 삼선 갤럭시 소속의 선수가 두 명 있다.
궆과 알파카.
그 실력을 익히 증명해왔다.
중국팀에 가서도 에이스 자리를 꿰찬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와아아아아아!
흘러가는 게임.
한타는 그야말로 유린이다.
한 마리의 미친 알파카와 '주'라고 불리는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가진 미드라이너다.
* * *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그 이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었던 만큼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