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1화 (201/201)

"선수들은 인기 많잖아요."

"나는?"

"그건 댁이 알아서 하시고요."

한국이었으면 이런 소리도 안 한다.

무슨 애니메이션 마냥 여친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중국은 진짜로 떨어져.'

여자친구 사귀는 게 쉽다.

적당히 쉬운 게 아니라 매우 쉽다.

중국에서 프로게이머는 준아이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농담이나,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 그러하다.

중국 간 선수들은 엄청 예쁜 여친 사귀네!

그게 절대 우연으로 형성된 일이 아니다.

여자들은 잘생긴? 돈 많은? 몸 좋은? 그런 건 20대 중반 이후 현실을 깨달았을 때의 이야기고 인기 많은 남자를 맹목적으로 좋아한다.

그리고 한국 남자면 더할 나위 없다.

한류 드라마에 의한 환상.

중국 남자들의 외모 無관리.

관리를 하는 건 남자답지 않다는 그런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이러한 여건들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이쁜 여친 사귀는 게 어렵지 않다.

물론 이것도 선수가 선택할 문제다.

애인을 사귀는 게 얼핏 좋아 보여도,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귀찮은 일이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고.'

그냥 넌지시 던져봤을 뿐이다.

여하튼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30분을 훌쩍 넘긴 세팅이 드디어 완료됐다.

* * *

MSI 최종 결선.

SKY T1 대 EDC의 승부다.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장안의 화젯거리다.

─속보)경기 지연되고 있는 이유 알아냄ㄷㄷ

궆 선수 세팅 때문인 듯

스태프 같은 사람들이 뭐 해주고 있음

내가 점프 뛰어서 본 거라 확실함 ㅇㄱㄹㅇ

└이걸 플로리다까지 가는 용자가 있네

└직접 봤으면 킹정이지ㅋㅋㅋㅋㅋ

└아니, 지가 무슨 박태민임?

└롤판의 박태민ㅋㅋㅋㅋ

결승 시작이 다소 지연이 됐다.

그 이유.

궆 선수의 세팅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퍼지고 있다.

이 명예로운 결승전을 지체시키다니?

다소의 원망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세팅이라는 게 선수 입장에서는 중요해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입감이 안 갈 수밖에 없다.

〈전해 받은 입장에 의하면 궆 선수의 세팅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풍문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래야죠! 얼마 전까지 허리 부상 때문에 고생하던 선수인데~~ 이것저것 불편한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진용준 캐스터가 목청 높여 변호한다.

사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별 일은 아니다.

무슨 80분 세팅 해서 4드론을 날린 어떤 선수도 아니고.

-ㅇㅇ경기만 잘하면 됐지

-중국 선수면 바로 지건각인데 궆이라 봐줌

-지건이 뭐야. 람각, 육왕건 세트로 갈겨야지 ?크뤀ㅋㅋ?

-씹덕들 또 지들만 아는 용어 써대네

무엇보다 한국 선수다.

중국에 갔다 한들, 그 인기는 여전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선수 개인에 한한 거지, 국가 대항전에서 어느 쪽을 응원할지는 자명하다.

와아아아아아!

전혀 상관은 없지만 재밌게 즐기고 있다.

도널드 L. 터커 시빅 센터.

관중 대부분은 미국의 선량한 시민들인 게 당연하다.

-TSL은 언제쯤 경기에 나오는 거야?

-AFTER This Game LUL

-Waz UP??

-NA Went Home

서양권 토이치TV의 채팅창.

평소와 다름없이 자학 개그를 쏟아낸다.

북미잼이, 북미잼 한다는 건 북미 시청자들에게 더 자연스럽다.

한국팀과 중국팀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e스포츠의 1,2부 리그를 뽑자면 두 지역이라는 것에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국제 대회 결승전의 단골이다.

〈역시 SKY T1은 하드훈 선수를 선발로 출전시키네요.〉

〈아무래도 대 EDC전에서 상대 전적이 좋고, 그 이유에 대해서 팀 자체적인 평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 말이 동급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엑소더스 이후 재정립됐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적어도 이번 MSI에 한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조별 리그에서 무참히 박살이 났다.

-하드훈? 아, 테이커 보고 싶은데~

-테이커는……

-왜 테이커 안 씀??

-팀이 알아서 하겠지 방구석 코치들 많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SKY T1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선수.

그것이 테이커라는 것은 두 말하면 입만 아프다.

하지만 팀이 내리는 판단의 기준은 인기가 아니다.

어떤 선수가 나가야 더 승산이 높을지.

하드훈이라는 것에 의견이 모인다.

「[MSI 칼럼] 테이커? 하드훈? 교체 기용의 이유를 알아보자!」

「[MSI 칼럼] 서브가 아니다……. 비운의 미드라이너 '하드훈'」

실제로 전문가들의 평가.

적절한 선수 기용이 한몫했다고 격찬한다.

하드훈이 가진 안전성이 대 EDC전에서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

선발 기용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이유가 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궆이 옴짝달싹 불편해 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궆 선수가 강력한 라인전과, 그를 통한 변수 생성 능력이 위협적인 선수인데 그 점을 하드훈 선수가 원천봉쇄 하고 있죠.〉

〈맞습니다. 구도가 얼핏 압박 받는 것처럼 보여도 CS는 오히려 한두 개 앞서고, 딜교환도 안 밀립니다. 미드 라인의 교과서 같은 선수에요.〉

교과서적인 미드라이너.

하드훈의 플레이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그 한 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보통 압박 받는 상황이면 CS를 흘리거나,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줘야만 정상이다.

전혀 그런 모습이 없다.

동시에 상대의 실수를 유도한다.

공격을 했다는 건, 스킬을 사용했다의 동의어다.

투웅!

구리가스의 배치기-점멸.

궆의 제임스에게 작렬하고 만다.

빠르게 클린즈로 풀고, 점멸을 쓴 판단 자체는 훌륭했으나.

〈술통 들어가고, 카시가 점멸로 호응하면 무조건 잡았죠. SKY T1 선취점!〉

〈와~~ 이건 시작이 너↗무- 좋은데↘요오↗??!〉

-김서준 신남

-오직 경기력만이 그를……

-뱅기가 해냈네

-뱅 "The Jungle God" 기

생존기가 없는 챔피언이다.

스킬도 빠진 상태에서 하프 라인을 넘었다.

정글이 잘 온 것도 있지만, 미드가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시작이 너무 좋은데?"

"선취점까지 먹었으면 7할은 가져왔죠."

SKY T1의 부스 안.

코치진은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다.

아직 경기 초반이긴 하나 의도대로 너무 잘 풀렸다.

무난하게 후반만 가도 한타력에서 압도한다.

그런 자신감이 전제된 하드훈의 기용이다.

이렇듯 선취점까지 가져와 버리면.

'이대로 주도권 가지고 성장하면 굳히는 게임이야.'

김다균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초중반 변수가 나올 곳은 미드와 정글이다.

방금 전, 그 미드를 말렸다.

그렇다면 정글쪽은?

자체적으로 뭘 하기 힘든 두두다.

아군이 주도권을 잃은 순간 알아서 썩게 된다.

변수가 있다면 딱 하나 카정 뿐이다.

이미 윗골목은 하드훈이, 아랫골목은 바텀이 와드를 박았다.

이는 혹시 모를 솔용까지 고려한 판단이다.

〈이렇게만 흘러가도 SKY T1에게 너무 웃어주는 구도가 성립되는데…….〉

〈어↗ 어-?? 이거 설마, 설마!!〉

그럼에도 김서준 해설의 목청이 높아지는 이유가 있다.

그는 설사 한국팀이라도 경기력이 안 좋으면 녹음기를 켜둔 채 도망가기로 유명하다.

반대로, 외국팀이라도 경기력이 좋으면.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알림.

전장에 흐르는 공기가 달라질 전조를 만들어낸다.

퍼스트 블러드.

선취점보다 더 와 닿는다.

게임을 하면 무조건 들을 수밖에 없는 알림이다.

'선취점은 사실 운의 영역이지.'

아무리 완벽한 설계를 한다고 한들.

각이 조금만 틀어지거나, 상대가 점멸을 잘 활용하면 스펠을 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어쩔 수 없는 LOL의 이치다.

그래서 공자는 말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사실 탈무드에서 한 말 이지만 교자채신(敎子採薪)이라고 중국에도 비슷한 게 있다.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자식에게 땔나무를 캐오는 법을 가르치다, 라는 뜻이다.

두두가 솔용을 했다.

한 가지 기똥찬 판단이 더해진 결과다.

'이런 상황이면 점멸을 쓸 만하지.'

상대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을 것이다.

골목에 와드를 다 깔아뒀는데?

점멸로 벽을 넘었다.

아주 쿨하게 말이다.

일련의 판단이 너무 오바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적어도 이번 게임에서는 있다.

와구와구!

클래식러브의 두두가 적 레드 지역에 침입한다.

흔히 말하는 카운터 정글.

사실 좋은 판단이라고 하기는 뭣하다.

'쓸데없이 변수 주기 딱 좋으니까.'

대응하는 쪽에서 영리하게 받아친다면 말이다.

SKY T1은 그것이 되고도 남는 팀이다.

선택지가 여러가지 잡힌다.

응, 먹던가~.

하고 반대쪽을 후벼 파거나, 용쪽 시야를 장악하면 그만이다.

그걸 할 수가 없어졌다.

용이 이미 먹혀있다.

아래쪽에서 재미 볼 부분도 없다.

상대가 맞대응을 해야 하도록 강제했을 뿐만 아니라.

"홈 스테이지에요."

"누구의?"

"궆이죠."

선수마다 자신의 영역이라는 게 있다.

수비적인 성향의 하드훈.

그가 미드에서 손이 닿는 거리는 딱 용까지다.

'그 이상은 판단에 정교함이 떨어져.'

로밍보다는 라인전과 시야 장악에 특화돼있다.

그래서 하드훈의 SKY T1는 난전을 지양한다.

용을 중심으로 묵직한 운영을 굴린다.

상대에게 이지선다를 강요하는 것이다.

용 먹을 거야?

그럼 우리는 반대쪽에서 이득 봐야지~.

혹은 그 반대를 실행하며 게임을 길게 본다.

하드훈과 황금수염이 성장할 시간을 버는 패턴이다.

일련의 사실.

알고 있다면 역산하여 공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소리다.

「가속!」

경쾌한 음성과 함께 작렬한다.

제임스의 포킹이 카시오가피를 정확히 맞혔다.

이렇듯 정글 지역에서의 난전은 궆의 센스가 더 탁월하다.

'홈스테이지야, 홈스테이지.'

두 선수가 가진 성향 차이다.

더불어 챔피언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초중반은 당연히 제임스가 먹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가 깔아준 기본 베이스.

하드훈의 SKY T1은 이러저러하다.

상대가 용싸움 심리전을 못하게 만드는 게 키포인트다.

그 포인트에 맞춰 게임을 풀어나가고 있다.

S급 선수들에게는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일이다.

기본기가 받혀주면 세세한 것까지 주문이 가능하다.

"오~ 7분에 45개랑 55개. 딱 니가 말한 대로 먹었는데?"

"우연이죠."

"그렇지. 우연이지."

"……."

우연임과 동시에 우연이 아니다.

밴픽을 마치고 경기가 시작하기 1분 남짓.

탑과 바텀에게 이 정도 CS만 먹어도 된다고 말을 건넸다.

'전세계 코치 중에 나만 하는 시그니처인데.'

전체적인 게임 구도를 훑어본다.

상성과 정글 동선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가 적정치다.

선수들에게 자신이 먹어야 하는 이상적인 CS량을 계산해준다.

이걸 왜 해줘야 하냐?

실력이 있는 선수들은 자존심이 세다.

특히 CS에 엄청나게 민감하다.

갱 때문에 밀리는 건 그렇다 쳐도 순수 라인전은 어림도 없지.

그 자존심이 화를 불러일으키는 근원이다.

사려야 하는 타이밍에 한 발 더 내디디는 것이다.

CS 적정선을 제시해주면 이를 억제할 안전벨트가 되어준다.

"알파카가 웬일로 잘 사리네. 어제 풀을 좋은 걸 먹여서 그런가……."

"그러게요."

카정에 지친 구리가스가 바텀을 갔다.

당해줬다면 지금껏 본 이득이 페이백이다.

45개 이상 안 먹어도 된다는 걸 인지했기에 사릴 수 있었다.

'너무 정교한 코칭이라, 얼핏 보기에는 그냥 운빨 같아.'

내 시그니처인 이유가 있다.

다른 코치들은 감히 흉내내지 못한다.

조금만 예측이 어긋나도 하등 의미가 없고, 잘못하면 선을 넘는 간섭이 돼버린다.

적정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코칭이다.

알파카의 목에 목걸이 같은 목줄을 걸어주었다.

그 목줄만 차고 있다면 바텀이라는 농장에서 신나게 뛰어 놀아도 된다.

「짜릿할 걸?」

물론 이는 상체의 압박이 전제돼있다.

보이지 않는 안개에서 날아오는 QE 포킹.

미드&정글 구도는 어느새 역전된 상태다.

'바텀에 턴을 쓴 대가를 치러야지.'

위쪽 정글을 싹 다 털었다.

하드훈의 카시오가피는 붕~ 뜬다.

파밍을 하기에는 눈치 보이고, 싸우기에는 구도가 불리하다.

특기도 아닌 만큼 꺼려진다.

일련의 흐름 자체가 EDC에게 웃어준다.

SKY T1은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을 선택하게 된다.

키잉-!

서포터가 올라왔다.

쓰렉귀가 수풀 속에서 선고를 던진다.

딱히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저지선을 긋는 느낌이다.

'판단은 좋네.'

프로 무대에서는 흔히 있다.

서포터가 초반부터 싸돌아다닌다.

이번 경우의 목적은 카정을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적절한 한 수.

와드가 많아지면 카정 압박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선택을 한들 차악에 불과하다.

'서포터가 서로 올라가면 바텀은 1 대 1 구도가 되거든.'

원딜간의 파밍 구도.

그렇게 되면 어느 쪽이 유리한지.

예로부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동물은 그냥 동물이다.

"꾸웨에에엑!"

목줄 풀린 알파카가 울부짖는다.

* * *

MSI, 롤드컵에 준하는 국제 대회의 결승전이다.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시작한 첫 번째 세트.

〈사실 장기전 구도가 될 거라는 건 예견이 된 일이었어요.〉

클끼리 해설이 운을 띄운다.

해설자로서 당연히 눈치를 챈다.

아니, 사실 하드훈이 나온 시점부터 당연한 일이다.

안정적인 성장과 한타.

두 가지로 대표되는 선수다.

그런 만큼 초반에 난전을 지양할 거라는 건 자연스럽다.

〈SKY T1이 의도대로 게임을 못 풀고 있는 건 아닌데……, 답답합니다. 숨이 꽉 막힌 것처럼.〉

킬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건 아니다.

교전을 피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얼핏 그렇게 봐도 되는 흐름이지만.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탑 라인 1차 포탑이 파괴된다.

왕린의 람블이 라인전을 밀리고 있는 영향이다.

〈왕린 선수는 억울하죠. 두두가 게임 초반부터 계속 레드 들어와서 다이브 압박을 받았잖아요?〉

〈맞습니다. 탑은 SKY T1도 희생해라? 그런 느낌이었을 거에요.〉

한 라인이 희생하는 역할.

프로 무대는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구도에 따라 보통은 크는 쪽과, 희생하는 쪽이 나뉜다.

현재 게임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크는 쪽이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 라인이 모두 밀리는 상태다.

"꾸웨에에엑!"

알파카가 괴성을 지른다.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원딜간의 구도가 벌어졌다?

사실 그런 것까진 아니다.

"15번 준식이가 왜 이렇게 뒤로 사리지."

"알파카가 공격적이네. 저거 어떻게 한 번 못 자르나?"

SKY T1의 부스 안.

코치진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1 대 1 구도에서 아주 약간 기세가 밀린다.

성난 짐승을 눈앞에 두면 어쩔 수가 없다.

손이 물리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진다.

쌓이고 쌓이니 CS 손해로 연결된다.

〈바텀이 CS 차이 10개 내면서 스타트를 좋게 끊었는데 어느새 다 따라잡혔습니다.〉

〈사이드 주도권이 양쪽 다 없어서 와~~ 너무 힘들어졌는데요.〉

그러면 최소 본대라도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그것조차 안돼서 문제다.

EDC의 움직임이 너무 자유롭다.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용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정립된다.

내주는 거야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교환조차 안된다는 사실이다.

사이드도, 본대도 밀린다.

오브젝트 주도권도 내줬다.

교환이라는 이름의 운영을 허락 받지 못한다.

〈줄건 줘도 안되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보다 많이 힘듭니다. 이런 때일수록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슈퍼 플레이가 절실한데…….〉

하드훈은 분명 테이커에 비견되는 선수다.

일련의 비교 자체가 사실 말이 안되는 것이다.

포스트 테이커, 보급형 테이커, 베이비 테이커 같은 별명을 지닌 선수는 여럿 있다.

하지만 동급이라고 평가 받는 선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테이커급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어색하다.

그것을 허락 받은 유일한 이.

-하드훈이랑 슈퍼 플레이는 거리가 멀긴 하지

-네 다음 테독

-맞는 소리 아닌가?

-하드훈은 성장으로 찍어 누르는 거잖아

가진 바 실력은 더할 나위 없다.

괜히 테이커와 비견되는 선수가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변수 창출 능력이 떨어진다.

〈지금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예시가 하드훈 선수 CS가 분당 10개가 안돼요.〉

〈어, 그러네요?〉

〈분당 CS 10개와 게임 내 최고 레벨을 꼬박꼬박 맞춰가는 선수고, 그게 상징과도 같은 선수인데 지금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극단적이다.

분당 CS 10개가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하지만 하드훈은 그 어려운 걸 매번 해낸다.

본인의 성향이 수비적이다.

변수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대신이다.

그 무난하게 잘 크는 걸 너무나도 잘한다.

웬만해서는 말리는 경우가 없다.

웬만한 상황이 나와버렸다.

그러자 경기의 구도가 상정했던 것과 크게 비틀어진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포탑은 파괴된다.

용은 생으로 나간다.

그걸 억제할 '힘'이 없으니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첫 번째 세트.

그대로 흐름이 이어지며 EDC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여론에 비상이 떨어지는 것도 필연이다.

─역대급 거품 미드라이너.fact

그건 바로 좆드훈

미드에서 CS만 주워 먹는 새끼

테이커는 밥 먹듯이 하는 슈퍼 플레이 한 번을 못하는 새끼

└아니, 어딜 감히 황제훈님께……

글쓴이- 황제훈은 무슨ㅋ 씨에쑤왕이지

└씨에쑤왕ㅋㅋㅋ

└진짜 좆드훈은 CS 쳐먹는 거 말고 하는 게 뭐냐??

바로 비판글이 쏟아진다.

경기가 대체 어떻게 패배했는지.

그런 거 모르고 일단 결과가 제일 중요하다.

저 새끼 왜 CS만 먹음?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성을 잃었다.

까내리는 글들이 수많은 추천을 받고 있다.

─하드훈이 MVP 받는 법…….Real

1. 상대 미드보다 CS를 잘 먹는다

김서준이 하드후우우운! 이 선수 CS 한 번 보세요!!! 라고 소리 지름

2. 뱅기나 다른 애들이 터트린 판에서 궁극기 대박을 친다

김서준이 하드후우우운! 하고 소리 지름

3. MVP 하드훈

└ㄹㅇ 스프링부터 몰아주기 오지긴 함

└해설진이 만든 슈퍼 스타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아아악! 하드후우우운!! 완전 대장군입니다!!

└테독들 이때다 하고 황제훈 까는 거 봐

그것이 옳은 글인지.

제대로 된 평가가 맞는지.

진위는 커뮤니티에서 딱히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유저들의 심정을 대변하냐다.

패배 이유를 하드훈에게 돌리고 있다.

일련의 판단은 굉장히 성급한 것이다.

그 어떤 팀도, 역체팀도 패배는 한다.

10판을 하면 한두 판은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게 LOL이라는 게임이다.

'패배를 했다=문제가 있다'로 인식하는 순간 없는 문제도 만들어진다.

《기용을 바꿔야 되지 않겠나?》

《왜 테이커를 안 보내고, 하드훈을 내보내서 지는 거야!》

한국의 자존심이 걸린 국제전.

지켜보는 건 당연히 팬들만이 아니다.

커뮤니티 반응에 애가 탄 구단측에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뭐, 여러분들은 똥 안 쌉니까?"

그럼에도 단호하게 거부한다.

간혹 존재하는 일이다.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이성적인 엔트리를 짜지 못한다.

적어도 김다균 감독의 SKY T1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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