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3) 외척 통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잠깐 앞으로 가서, 1814~1815년에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문순득을 가르치면서 강진의 정약용이랑 함께, 자산어보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이를 개수해 정약용의 그림과 정약전의 글이며 어물에 능한 문순득의 합작으로 나온 이 어물유서, 증자산어보는 더욱 훌륭한 책이 되었다. 정약용은 그 외에도 강진에서 쉬면서 1818년에 목민심서를 완성했다.
이들 형제는 1818년, 8년의 휴식 만에 조정에서 내려온 관직 제수, 즉 복직을 제시받았다. 그들은 건릉에 묻힌 선왕과 세자사로서 가르치던 주상에 대한 의리로 올라간다. 문순득도 역과를 응시하려고 올라간다. 그렇게 그들은 한성으로 상경하였으며 각자 쓴 책을 주상에게 바쳤다.
“참으로 훌륭한 책이로다.”
“흠 잡을 것이 추호도 없는 책들이옵니다.”
주상은 특히 목민심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자산어보와 증자산어보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모두 다 규장각에 소장할만한 책이라고 느낀다.
특히나 주상을 위해서 이리 그림을 그린 것에 말이다. 들어보니까 그림을 그린 것은 몇 본 밖에 없다고 했다. 그림 자체도 똑같이 필사하라고 지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도 한다. 주상이 목민심서에 주목하는 것은 이 것이 수령들에게 내려줄 지침이랑 경고등을 담았기에 그렇다.
“두 사람의 책은 이 나라에 도움이 클 것이라고 본다.”
“과찬이십니다.”
“영광입니다.”
“은거함은 이를 위한 것이라고 믿어야겠군.”
편전에서 복직한 두 사람을 반갑게 환영한다. 알아서 은거했으나 8년의 세월로 두 신하는 더욱 현명해졌다. 그런 그들은 주상을 도울 훌륭한 인재들이다.
정약종과 그 가족들은 아직 복직을 하지 않았으나 재야에서 제자를 기르고 있다. 물론 신앙공동체를 암묵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조선에 크게 반역을 할 마음이 없다. 제사를 금지해서 그냥 기일에는 기일 애도로 대체를 하고 제사를 겉으로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주상은 그의 복귀가 아쉽다. 저런 모습을 좀 부정적으로 보는 신하들이야 있다. 늙어가는 노신인 김조순은 동료들의 복귀를 바랬기야 한다. 박종경은 권력의 분산일까 봐 두려워한다.
‘허나 저들은 전하의 세자사이던 이들이다. 오히려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이다,’
‘남인의 두 거물이 복귀했다. 남인이 두 분의 은거로 좀 약해지지 않았나?’
‘벽파와 시파는 이미 의미가 없다. 그들은 다시 노론과 소론이 되었으나 차이가 있다. 이 상황에서 저 형제의 복귀는 균형을 더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은 속으로 이번 정약용과 정약전의 복귀를 이렇게 생각을 한다. 적어도 그들을 적대하던 이들은 있을지언정 죽일 만큼 적대적인 이들은 적다. 그들이 사교를 아직도 믿고 있다는 의심을 가진 것도 있으나 선왕과 주상에 대해서 누가 될까봐 조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해의 역과에서 문순득이 붙었다. 그는 한어 관련의 정원에 들었다. 또 그는 한어 외에도 여진어와 류큐어에 가깝다고 하는 왜어에도 손을 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주상도 주목을 한다. 세자 시절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여전히 여송 북쪽에서 쓰이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는 주상이었다.
‘저런 능력이 충분하게 있는 이도 잘 써야 하지 않겠는가?’
알게 모르게 문순득은 매우 유용하게 쓰겠다고 다짐하는 주상이다. 그런 것을 모르고 자신을 기억하는 주상에 황공해하는 그다. 그리고 그 해의 동지에 보내는 연경사에 문순득을 비롯하여 정씨 형제를 보냈다.
더불어서 조선에 이익이 될 만한 서적들도 수급하기를 두 스승에게 부탁하는 주상이다. 사고전서를 쓰기 전의 고금도서집성을 구했던 건릉에 묻힌 선왕 시절만큼의 업적은 아니라도 나라에 도움이 될 서책이 많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주상이다.
서력으로 1819년, 주상이 보위에 오른 지가 8~9년이 되어가는 해에 종친의 수가 적어서 어쩔 수 없이 대원군의 봉사손에 한해서 그들을 왕족으로 허락했다. 물론 신료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필요성을 주상이 인지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한기유와 박종훈이 가장 크게 반대하기를 그들의 말은 이러했다.
“전하, 종친의 4대 뒤에 단지 돈녕부 도정만을 인습하게 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법제가 있습니다. 공신의 적장으로서 2품에 오른 뒤에 봉작을 이음도 또한 법제에 어긋나서 타당치가 않습니다.
당나라 시절 개원례의 황태자 관례시에 종정경이 주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왕조의 오례의는 실로 그 개원례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에 이언식을 종부시 제조로 삼아 종정경의 일을 행하게 한다면, 역시 한때의 임시변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법제가 흐트러집니다.”
“대원군의 제사를 받드는 사람이 돈녕부 도정을 대대로 이음은 원릉 때에 편찬이 된 속대전에 있는 바가 또한 매우 명백합니다. 현재 이를 변통하는 것을 갑자기 논의하기란 아마도 어려운 듯하옵니다. 좀 더 뒤로 미루심이 어떠하옵니까?”
"허나, 왕족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손이 적은 상황에서 왕족이 원하는 대로 늘어나는가 말일세. 그러니 이러는 것이다. 또한 봉사손에 한해서만 그러할 것이다."
"전하, 그리 하여도...."
주상은 그래서 대안을 더욱 설명하고 있다. 왕족이 줄어도 왕족을 필요 이상으로 늘일 생각이 없는 것은 주상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신하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주상의 장인인 부원군 김조순은 주상의 그런 모습에 선대의 임금을 떠올려서 기쁘다.
무색무취하면서 배후에서 일하는 그는 여전히 왕조에 충성스러운 사람이다. 그는 제 자식들을 그리 미덥게 여기지는 않고 있어서 걱정이나 주상이랑 어린 세자의 영특함을 알고 이를 제어할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김조순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못을 박는 말을 주상이 했다.
"4대만이 왕족인 것은 법도를 지키고 봉사손만이 왕족으로 인정받으며 후대에게 봉사손을 물려주면 왕족이 아니 되고 봉사손의 아들일지언정 봉사손이 아니면 왕족이 아니 되는 것이어도 그러한가?"
"일리가 있습니다. 법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대원군의 봉사손만을 예외로 한다면 급격하게 왕족이 늘지 않고 적절하게 왕족의 수가 유지가 될 겁니다."
“하지만 전하?!”
“봉사손은 엄밀히 4대를 벗어난 것입니다. 이는 법도에 당연히 어긋납니다.”
원칙을 강조하는 이들을 주상은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기에 그러하다. 그럼에도 왕족의 수가 적고 직계의 손이 너무 적기에 그러하다. 또한 신하들도 왕족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알았기에 주상이 밀어붙이자 결국은 찬성했다.
그래서 덕흥대원군의 도정군 봉사손들은 왕족으로 임명받았다. 다만 이것도 봉사손에만 한하는 것으로 봉사손을 물려준 전대 봉사손이나 봉사손의 아들은 왕족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왕족이 엄청나게 늘어가지 않음을 약속대로 이루었다.
그리고 세자가 책봉을 받은 지 7년으로 이때에 세자는 더욱 영특함을 보였다. 선왕을 섬기던 어의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병약함을 알기에 엄청나게 건강해지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좀 더 살려는 이유야 세자가 장성하게 자라서 이 조선을 물려줄 생각이기에 말이다. 왕비에게는 미안하게도 그는 왕비의 친정을 알게 모르게 견제하고 있다. 국구이고 부왕의 충신이던 김조순은 능하나 기민하고 주목받지 않으나 실세의 자리를 노리는 이라는 것을 부왕의 가르침과 세자사의 도움으로 알고 있다.
당장은 그가 조용히 움직이나 왕비의 오라비들은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즉 세자의 외삼촌들이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세자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
‘세자를 위해서도 부왕과 원릉에 계신 분이 있을 적 말기의 척신 정치, 세도가들을 굳이 만들 이유가 없다.’
그래서 주상은 붕당을 적극적으로 만들면서 명릉에 계신 분 시절의 환국 같이 극단의 조치는 피하고 있는 것이다. 붕당끼리 부딪히면서 나오는 충돌은 왕이 중재하거나 내부의 온건파로 조정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긴다. 이 상태에서 왕의 권위는 올라가고 한성 외의 신진 인재들을 추가해 고인물을 풀어 보려는 노력을 한다.
홍가가 일으킨 반란도 서토가 느낀 소외감 때문이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서토에 무과를 꽤 열었고 문관도 뽑아보려고 노력이다.
‘이 나라와 세자를 위해서라도 더 힘을 내야지.’
저녁 수라를 뜨는 그인데 원릉에 계신 분, 영종대왕 보다는 고기로 만든 반찬이 더 많다. 어의는 이는 지나치게 좋지가 않기에 말렸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잘 먹고 궁궐 내에서는 가마를 타는 것 대신에 직접 걸어보는 등이며 온천욕을 즐기지만 이 부분에서는 어의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주상이다. 사실 주상의 입장에서도 나름의 이유야 있다.
‘일이 늘어나는데 어떻게 고기 없이 정무와 공부를 한단 말인가? 대체 원릉에 묻히신 분은 어떻게 버틴 것이지?’
그래서 고기반찬에 대한 선호를 버리지 못하는 주상이다. 물론 원릉에 묻힌 영종이라는 묘호를 받은 왕은 채소만 먹은 것은 아니다. 생선도 먹어서 단백질을 보충했지만 말이다.
격무에 둘러싸인 그런 주상이니까 어의는 말려도 최대한 고기만 먹지 않게 조치를 다한다. 과식을 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말이다. 한편 왕비는 요즘 들어서 늘어난 친정의 불만이 담긴 편지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는 주상의 생각보다는 눈치가 빠르다. 왕비는 속으로 생각한다.
‘주상께서는 왜 우리 가문을 미워하는가? 물론 출가외인이지만 이건...’
그녀가 순진한 것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보는 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눈이 있는 것에 시어머니인 왕대비 김씨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면서 왕비를 타이르고 있다. 그래서 설명을 듣고는 납득을 하고 있다.
왕대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왕비로서 친정과 왕가 사이에 중간을 잡으라고 충고를 해준다. 외척이 너무 강한 것도 왕가에게는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선왕에게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궐에서의 생활로 눈이 생긴 대비의 조언이다.
‘그래, 우리 가문은 내 가문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면 안 되지... 대비 마마의 말도 맞다. 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것은 틀린 것이 아닌데...’
여러모로 고심이 많은 젊은 왕비다. 젊은 왕비의 속을 잘 모르는 주상은 그런 왕비에게 미안함을 보인다. 왕비가 신중한 면모를 보이자 가문의 권력을 확대시켜도 적정선이 필요하다고 여긴 김조순은 제 딸에 감탄한다. 물론 내명부에 있는 왕실 어른들이 잘 가르쳐서라고 짐작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가 숨어서 조용히 권력을 모으는 이라도 분수는 알고 있다. 외척은 너무 기고만장 해진다면 견제를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조용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 맞다. 또한 너무 매관매직을 위한 청탁을 점점 줄이고 있는데 오히려 그 반란과 이후의 민란들을 생각하면 이랑 관계가 없어 보여야함은 옳다.’
괜히 오래도록 조정에서 살아남은 자 다운 안목으로 정국을 생각하고 있는 김조순이다. 다만 그는 제 아들들은 저처럼 기민하게 움직일 수가 있을지 몰라서 걱정이다.
딸은 내명부에 있어도 주상의 견제를 받을 것이고 주상도 안동 김문이 필요 이상 권력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죽기 전에 제 아들들에게 가문이 오래 갈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고심을 시작한다.
‘세자의 배필로 꼭 우리 가문에 우호적인 이들로 해야 한다. 우리 가문에서 또 배출한다고 하면 이자겸 이냐? 라고 말하면서 할 손가락질과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근데 주상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이번에는 김문이나 그에 가까운 가문과는 성향이 좀 반대가 되는 가문을 간택할 생각이 크기에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김문이랑 완전 척을 진 가문이 아니고 김문보다는 위세가 조금 작은 가문이다.
김문이 되면, 외척이 처가까지 겸한다면 그 전횡의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고 더 문제이다. 김조순이 그를 모를 리가 없으니 아마도 우호적인 가문을 대리해 내세울 것을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를 죽고 죽이려고 득달 같이 싸우는 것은 아니다.
이는 왕권을 세우고 왕권에 기생하는 세력을 견제하느냐 아님 왕조를 바탕으로 그 권위에 붙어서 기생하는 세력이 더욱 권력을 키우느냐에 대한 것이 보인다. 서로를 이해하고 죽일 필요가 없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는 권력의 관계이다. 세자의 가례 이전에 왕족의 수를 늘린 것도 아마 기실은 근왕세력을 대변하는 종친을 늘린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세자의 혼례 대상에 대한 간택이 시작되었다. 세자의 간택 대상에는 풍양 조씨가 포함이 되었다. 그리고 삼간택에도 그 이름을 올렸다.
“삼간택까지 갔구나.”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의 삼간택이기도 하지만 주상은 이번만은 고심한다. 물론 삼간택에 올라온 김문에 매우 우호적인 가문 여식은 이미 간택의 선택지가 아니다. 풍양 조씨와 남양 홍씨에 대한 것이다.
둘 다 마음에 드는 주상이다. 왕비도 친정으로 향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내 가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고심하고 있다. 세자에게 잘 맞는 배필을 고르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기었다.
조정의 신하로서 이를 지켜보는 김조순은 주상의 의도를 알고는 그 생각을 접었다. 이제는 자식들을 잘 타이르고 단속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욕망을 채우려고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고 타일러야 함을 고심 중이다.
‘주상께서도 나이를 먹으니까 강단이 더욱 강해졌다. 이제 배후조종이나 지금의 권력으로 만족해야겠구나.’
“부사 조만영의 여식으로 세자빈을 간택하겠다.”
주상의 선언이 있고 그렇게 세자의 가례는 시작이 되었다. 신부인 세자빈이 간택이 되었으며 남은 절차만이 있을 뿐이다. 세자는 자신에게도 이제 배필이 생기는 것이 묘하다.
물론 아직 9~10살 먹은 어린 아이지만 말이다. 지금 손이 귀한 조선의 왕가에서는 빠른 혼인을 해놓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이러는 것이다. 유별이라면 유별인데 이해가 가는 유별이다.
“세자, 이제 지아비가 되는구나. 물론 아직 아이는 멀었지만 말이다.”
“아바마마, 소자가 좋은 지아비가 될 수가 있을까요?”
“그 것은 너에게 달린 것이고 너만이 아니라 지어미도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넌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10살인데도 아이 같음보다는 어른스럽고 똑 부러지는 모습의 세자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는 것 같은 세자이라서 아쉽다고 여긴다. 그래도 그런 세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주상이다.
주상의 모습에서 애정을 느끼는 세자이고 그런 세자를 보면서 주상은 어렸을 적의 자신과 부왕을 생각한다. 부왕을 이해한다.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납채, 혼인을 청하는 편지보내기를 먼저 시작하는데 주상이 친히 적어서 간택한 예비 세자빈과 그 가족에게 써서 보낸다. 그 다음으로는 납징, 다른 말로 하면 혼수를 보내는 것이 시작이 된다. 왕실이 예비 왕세자빈이 머문 별궁을 향해서 예물에 폐백을 보낸다. 최대한 예에 맞고 크게 보내나, 사치스럽지 않게 보낸다.
“저 행렬을 보시게.”
“저건 왕실의 혼수란 말인가?”
“소달구지 여럿에 실어서 보내는군.”
“세자 저하의 혼례인데 저 정도는 하겠지요.”
소달구지 행렬과 그 달구지들을 호위하는 관군의 모습은 장엄하고 한성의 많은 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매우 수군수군하고 있다. 그런 행렬을 멀리서 보고 별궁으로 온 조가 소속 하녀의 말을 듣고 있는 세자빈으로 간택이 된 조씨 처자는 이제 자신이 세자빈이 되어간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내색은 하지 않는다.
수줍음이 있으나 강한 성격인 조씨 처자는 반가의 규수 같은 기품이 벌써 있다. 어리지만 어리석지 않다. 그러면서도 가문에 누가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고 세자 저하를 생각하니까 소녀답게 두근거린다.
얼굴을 잘 모르는 세자 저하지만 조정의 신료로 일하는 아버지나 친척어른들의 말이 맞으면 상당히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자빈이 되는 것은 그렇게까지 꽃길만이 아니라고 충고한 어른들의 말도 생각을 하면서 많은 사색에 잠기는 그녀다. 사색이 많은 것은 그녀의 특징이다. 신중하고 아이답지 않게 마음이 넓음도 이런 사색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다가...
“아씨! 아씨!”
“폐백이랑 예물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고맙구나.”
저에게 또 보고를 하러 온 하녀의 모습에 사색에서 벗어나는 그녀다. 그리고 하녀의 말에 폐백이 도착했음을 알게 된다. 물론 체신머리가 없게 나가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중에 별궁의 안채에 해당하는 공간에서 어머니며 아버지랑 같이 이야기를 할 것이니 말이다. 그저 기다리면서 자신의 규방에서 아까의 사색과 여성이 읽어야할 유학의 가르침을 담은 책을 읽는다. 그 모습이 심히 단아하다고 여기는 하녀다.
그녀도 조심스럽게 아씨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나간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별궁에서는 부원군이랑 부부인이 왕실이 보낸, 폐백과 예물의 종류와 수량을 적은 납폐서를 딸에게 읽어준다. 또 직접 그 예물과 폐백의 일부를 보여준다.
“대단하구나.”
“담비 모피에 자개장이며....”
“왕실이 세자 저하를 위하여서 좀 힘을 주었구나. 물론 엄청 사치스럽지는 않게 했으나 말이다.”
가족이 모두 모여서 화목하다. 그리고 이제 딸은 왕실의 사람이 되기 때문에 이런 일도 점점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묘하고도 슬픈 어머니이다. 아버지도 비슷한 기분이다.
그래서 말 이 없이 자식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는 그들이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는 복잡한 마음이면서도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애정이 있게 지켜본다. 이것이 바로 부자유친이 아니겠는가?
납징의 과정도 끝이 나고 고기, 혼일을 할 날짜를 고르는 것을 하는데 길일을 최대한 신중하게 고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가장 좋은 길일 골랐다. 그렇게 기일이 정해진 이후로는 책빈, 세자빈 책봉식을 한다.
책빈으로 궁궐에서는 대례복을 입고 그녀를 정식으로 세자빈에 책봉하는 행사를 시작한다. 주상도 9장 곤복이고 왕비도 대례복이며 세자는 7장 대례복인 상황이다. 내관은 주상에게 책봉의 서한을 올린다.
그리고 주상이 큰 소리로 읊기 시작한다. 주상이 친히 책봉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은 그만큼 왕실의 혼례는 중요한 것이다.
“풍양 조가, 부사 조만영의 여식을 세자빈으로 책봉하겠노라.”
그렇게 책봉교서를 다 읊고는 신하 중 승정원의 승지에게 별궁에 있는 예비 세자빈에게 이를 전하라고 명한다. 신하는 명을 받잡아서 그것을 조심히 받아서 말을 타고 별궁으로 향한다. 별궁에서는 그 소식에 속히 준비한다.
책봉을 받는 대상자인 조씨 처자가 나온다. 승지가 보기에도 조씨 처자의 모습은 당당하고 기품이 있으며 차기 국모로서의 품격이 언뜻 보인다. 어린 나이에도 그런 모습에 승지는 감탄한다.
그녀는 승지가 연 교서의 내용을 듣는다. 그 조서를 말하는 승지는 담담하게 말하는데 그녀는 그 것이 매우 큰 함성과 같이 느껴진다. 이제야 저 자신이 정식으로 세자빈에 책봉을 받게 된 것이다.
남은 예법 중 이제 친영과 동뢰만이 남았다. 동뢰는 그녀나 세자나 모두 어리기에 나중으로 미루어질 것이다. 그냥 잠자리라도 그냥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세자를 만날 수 있는 것에 기뻐해야 할지 이제 집안에서 출가외인이 되어서 궁에서만 가족을 볼 수 있는 저 자신이 슬플지 잘 모르겠는 조씨 처자이다. 그래도 그녀는 비교적 행복한 신혼이기를 바라고 있다. 친영의, 신랑이 신부를 데려오는 것은 내일이나 이틀 뒤라고 했다.
그녀는 그 날에 준비가 된 대례복을 입어야 한다. 그리고 궐에서 준비한 가마를 타고 다시 궐에 들어가서 그 궐에 항시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친영의를 하는 날이 다가왔다.
그녀는 곱게 차려입고 신부이자 세자빈으로서 입는 대례복을 입었다. 대수머리란 대례복의 모자를 쓴 그녀는 그 무거움에 놀란다. 그래도 하녀들, 별궁의 궁녀들 도움을 받아서 일어설 수가 있을 것이다. 가마를 타고 궁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제 좀 있으면 세자 저하가 온다는 것을 안다. 이 사실이 설레면서도 복잡한 마음인 조씨 처자다. 잠시후...
“세자 저하! 행차시요!”
라고 하면서 오는 친영을 위한 행렬이 보인다. 훈국의 말 탄 병사, 마군이 나온다. 한성이고 궁궐에서 가까운 별궁이라도 백 명이 넘는 기백의 군대가 세자를 호위하고 있다.
말을 타기에 아직 어린 세자라서 가마를 탔다. 그래도 그 모습은 최대한 위엄을 보이려고 한다. 아직 열 살의 아이지만 기품이며 귀티가 나는 미인이다.
그런 세자를 처음 보는 이들은 그 미모와 총명한 눈동자로 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조씨 처자는 그런 세자를 흘긋 봤다. 감탄하고 속으로 안도한다.
또 조씨 처자를 처음 본 세자도 그녀를 진실로 마음에 들었다. 서로가 심장이 콩닥거리고 있다. 물론 서로의 성격은 차이가 있으니 아마 맞추어 나가려면 조금 고생이지 않을까?
“부사. 그리고 부인.. 그대들의 딸인 빈궁이랑 함께 잘 살아갈 겁니다.”
“저하, 소신의 여식을 잘 부탁드리옵니다.”
“잘 부탁드리옵니다.”
친영을 위해서도 안부의 인사를 하고 최대한 조급하게는 움직이지 않는다. 세자의 똑 부러지는 말에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 조씨 처자의 부모이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힐끔 보다가 얼굴이 붉어지는데 조금씩 고개를 돌린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저 조금 부끄럽고 가슴의 이런 콩닥거림이 처음이라서 그렇다. 세자가 탄 가마와 세자빈이 탄 가마의 행렬이 지나간다.
민초들은 그 것을 보면서 그 행렬을 축복하거나 수군거리면서 입을 열어서 말한다. 세자의 친영 행렬을 한 화가는 빠르게 그려내고도 한다. 다양한 양상으로 그려낸다.
도화서의 환쟁이들이 그릴 그림은 가례의궤로 기록에 남을 것이다. 또 아닌 이들은 이를 개인의 그림으로 남길 것이다. 창덕궁으로 향하는 가마의 행렬이고 이제 해가 석양이 지고 있다.
푸른 하늘은 그렇게 수줍게 타오르듯이 붉어지고 그 붉음에도 나중은 검푸른 밤하늘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서정이 어린 감성으로 생각하는 세자빈이다.
그리고 노을을 보면서 아까의 조금 붉어졌던 세자의 얼굴이 생각나서 괜스럽게 더욱 붉어진다. 궐에 도착한 이후에는 주상을 비롯한 왕실의 어른들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고 밤을 지낸다.
사실 동뢰, 첫날밤은 제대로 치루지 않는다. 아직 해봐야 두 사람 다 10살 내외의 소년소녀이다. 그래도 서로를 의식하는 것이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내시들과 궁녀들은 사랑스럽게 두 사람을 보고 있다. 둘은 언젠가 좋은 부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저 같이 잠을 함께 보내게만 한다.
그리고 삶에서 항상 좋은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슬픈 일도 일어나는 법이다. 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