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46) 북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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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라! 눈앞의 청군을 정리하라!”
수어사의 지시에 맞추어서 수어청과 황해병영의 막료사마(참모)들 혹은 지휘관들도 신속하게 공격 명령을 전파하였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그 명령의 전파는 속도가 빠른 것에 다행으로 여기는 서역인 군사고문들이었다. 그들은 수어청 아래에서 수어청 병력을 훈련하던 이들이었는데 금위영 등 삼군문을 비롯한 경군에서도 분산해서 있는 이들도 있었다. 군사고문들이 보기에는 수어청의 첫 실전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었다.
“공격하라!!”
“청군을 제압하라!”
“대조선국 만세!!”
그리고 조선군 측에서는 그들을 발견하고 이미 장전했던 조총과 양총을 순식간에 겨누고 화망을 형성하였다. 설원 위의 사람들이 선 곳에서 한쪽에선 하얀 연기가 사람들을 가리고 납으로 된 탄환을 다른 한쪽을 향해서 열심히 사격을 하였다.
이어서 다른 열이 신속하게 이미 사격을 한 열과 교대해서 다시 화망을 형성하였다. 이 화망들과 포문의 공세에 당황한 청나라 군세는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군 쪽의, 그 무리와 언덕에서는 연기가 바람에 걷혔다. 이어서 제 3열이 사격을 가했다. 청나라 군대는 우왕좌왕하면서 반격으로 사격을 하지만 화망을 형성한 것은 아니었다.
‘규모가 아군보다 작다고는 해도 화망의 형성이 얇다. 게다가 저들은 옛 팔기란 말도 허상이로다. 물론 팔기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안주의 회전에서 경군이 없이 평안도 군대가 이긴 이유도 저런 군대니까 그런 것이겠지...’
천리경으로 좀 더 뒤에 있는 군영에서 전장의 상황을 멀리서 보면서 지휘를 이어가는 수어사 이겸희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서 황해도 병영과 수어청은 청나라 군대, 길림장군 휘하의 수천으로 구성이 된 요격부대를 쉬이 막아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밀어 붙이고 있었다.
그래도 조선 측에서도 사상자가 나오고 있었지만 비교적 경미한 축이었다. 3열로 사격을 교체하면서 화망을 여전히 형성하면서 적에게 타격을 주고 있었다. 황해병영은 주로 같은 동양에서 흔히 쓰는 화승을 쓰는 머스킷, 조총이었지만 수어청에서는 뇌홍을 사용한 전장식 머스킷이었고 장전과정의 간소화로 발사속도는 수어청 쪽이 비교적 빨랐다.
그리고 숙련도 격차에서 조총 사격도 거의 하지 않게 된 전반적인 청나라 군대와 달리 적어도 1840년대 중후반부터 조선군은 길면 10년이 넘게 훈련과 재편을 하고 있었으며 지방군 역시도 숙련이 된 것에 사격에 익숙한 것은 훨씬 나았다. 직업군인 위주로 늘어난 경군을 상대로는 더욱 격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경군 중에서는 이제는 약체인 우리 수어청에 고전을 할 정도면 수준이 매우 알만하군,”
“아직 수도남부여단(수어청)은 더 재편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장군?”
“그렇소. 드 마자르 부령!”
물론 수어청의 사령관인 수어사 이겸희와 그를 보좌하는 자, 법국 포군 부령인 알렉상드르 드 마자르와의 대화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주로 한성으로 올라와서 일정기간 주둔했다가 이를 지키는 번상병이 아직 더 많은 수어청과 총융청이었기에 진정한 정예인 삼군문과 그에 버금가는 장용영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편이었다.
“물론 황해 병영도 마냥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저들의 수준도 참....”
황해병영도 북도에 위치한 병영이라도 함경도와 평안도의 지방군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도 삼남의 지방군보다는 전투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작금의 동양, 조선 근방에서는 싸울만한 전투력을 가진 병력의 축에 속하는 편이었다.
그런 평가를 황해도 병영의 총지휘관이 옆에 있음에도 냉정하게 내리는 수어사 이겸희였다. 그리고 그 평가에는 수어사와 황해도 병영의 막료사마들 혹은 여타 지휘관들도 동의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대화에 황해병사도 끼어들었다.
“상상 이상으로 처참했습니다. 영락한 청나라 군대입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보오. 황해병사....”
황해도 병영의 총지휘관인 황해도 병영과 수어사의 중요 지휘관들은 해당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현장의 조선군에서 비교적 높은 이들인 그들이 보기에 청나라 군대는 기대에 전혀 차지 못하는 적수였다. 그들의 생각보다 청나라 군대는 약체화가 되어버렸다. 물론 서역 군대의 훈련을 통해서 그들의 평가치가 매우 높아진 것이라고 봐서 매우 가혹한 평가 기준 일수도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전투는 이어지고 있었는데 수어사 지휘 아래의 군대들 중 가장 정예한 수어청이 형성하는 화망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도 수어사 이겸희 등 현장의 조선군 지휘부는 그들, 청나라 군대를 상대로 방심하지 않았다. 전투 자체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날 것 같다고 공통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지켜보는 전투의 상황은 이변이 없는 이상 수적으로 열세하고 훈련 상태도 말이 아닌 청나라 군대. 정확히는 길림 장군 휘하의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길림의 주방팔기 독전대 때문에 강제로 싸움에 떠밀리다시피 억지로 싸우고 있었다.
“저 놈들은 대체 뭐야....”
“뭐냐고!”
“조선군은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리기에?”
“저 것들이 사람의 자식이 맞기는 하냐고?”
화망을 형성하면서 아군의 죽음에서도 별로 당황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면서 그저 화망을 형성하는 조선군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길림장군 아래의 병사들이었다. 위에서는 16개 서양식 대포가 그들 머리 위에 그들의 진형을 흐트러뜨렸고 이에 연계한 조선군은 3열로 서서 교대로 화망을 지속하면서도 적에 대한 높은 적중을 보였다.
물론 이것도 화약 연기로 짙어지면 화망의 사격 정확성은 떨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훈련이 잘 된 편인 수어청은 비교적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이 덜하였다. 수적 우세와 훈련 격차로 나타나는 전투력의 차이는 이 첫 실전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방포!”
“방포!”
“저 놈들을 반드시 죽인다. 우리의 전우들을 죽이고 평안도에서 개짓을 한 놈들과 한패들을!”
“와아아아아!!!”
하지만 이런 조선군이라고 해도 첫 실전에서 아군의 죽음 등에서는 당혹스러움과 슬픔이 있었다. 그나마도 훈련에 맞게 몸이 움직여서 사격을 하는 모습들이 흔한 것이었다. 그만큼 익숙해진 것도 있었기에, 그리고 아군의 죽음을 인지하면 눈앞의 청나라 군대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면서 그들은 평정을 가장한 분노로 가득한 눈으로 자신들을 보는 조선군을 보고 있었다.
“도망치면 더 죽인다! 싸워라, 싸워!”
길림장군 아래의 주방팔기로 꾸린 독전대의 검을 이용한 전투를 이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지휘관이었다. 그가 보기에도 그들과 교전을 하는 조선의 군대가 훨씬 수가 많다는 것을 짐작했으며 포군, 화포를 쓰는 증원전력이 있고 여기에 가지고 있는 예비전력들도 매우 많다고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 입을 열어서 철수를 논했다.
“이제는 철수를 해야만 한다고 본다.”
“무슨 소리입니까? 그런 헛소문을 믿으십니까? 아직 전투는 안 끝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더 버틸 수가 있습니다.”
일부 독전대원들이 반발을 하였다. 그렇지만 지휘관이 보기에는 더 이상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이었다. 지휘관, 부도통인 그 아래에 수천 군세도 더 이상 싸우기는 한계였었다. 그는 결단을 내려서 퇴각을 하려고 했었다. 그럼에도 독전대를 자처한 젊은 길림의 주방팔기들은 그의 결정을 여전히 반발하고 있었다.
“여기서 시간을 끌 일이 없단 말이다. 일단 물러나서 재정비를 한 이후에 다시 막아내는 것이 낫다. 여기서 한 번에 다 죽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하오나!”
“지금 아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그 말에 독전대를 자처한 이들도 상황을 더욱 냉정하게 직시를 하게 되었다. 청나라 군대 수천은 독전대 덕에 빠른 후퇴는 못하게 되었다. 억지로 싸우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자리를 사수했지만 조선군은 수어청과 황해병영의 각각 보군 제 2연대를 얼마든지 투입할 수가 있었고 포군과 의병도 도입할 여지가 있었다.
조선군의 좌우익이 퍼붓는 화망에, 그리고 언덕에서 조선군 포군은 16문만 포를 쏘고 있었지만 다른 포군대, 4개가 가담을 할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다. 그들의 군대를 조선군에게 일정한 사상자를 주었지만 화망 형석의 격차며 사기로 이미 밀려버린 그들이었다.
“어째서 후퇴하라는 말이 없어?”
“살고 싶다고!”
“독전대 이 미친놈들...”
이제야 그들이 무시했던 병사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그들, 독전대를 자처했던 이들이었다. 이제는 정말 후퇴가 필요하였다. 그것도 궤주가 아니라 조직적인 제대를 유지한 질서정연한 후퇴였다. 독전대를 자처하던 자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는 후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후퇴 나팔을...”
그 말을 하려던 순간, 뒤에서 우렁찬 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여 마리를 넘는 것이었다. 아니 이상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그 울음소리 외에도 말발굽이 땅을 밟는, 정확히는 편자가 땅을 밟아서 나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였다. 그들은 그 소리들과 함께 보이는 흙먼지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내심 그들이 나머지 주방팔기이기를 바랬다. 길림의 주방팔기 중 말을 탄 이들이 거의 없다고 해도 만주인과 만주인 백성들을 모와서 증원군을 보내는 것이라고 여기는 그들이었다. 저들이 아군이면 더 버틸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 적이다!”
“조선군 마병대다!!!!”
뒤에서 조선군의 마병대가 접근을 해온 것이었다. 그 수가 적게 잡아도 수백 명은 이상이었는데 많아도 5백을 넘기었다.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진 것이었으며 조선군 마병대는 우회기동이라도 비교적 찬찬히, 적의 대열이 더 흐트러지기를 기다렸다.
적 후방에서 정찰과 적 증원부대의 합류가 있을 것을 고려해서 이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별무사 여럿이 뒤를 확인해서 돌입할 때를 파악하였다. 수어사에게 돌입에 대한 보고를 전하였다. 그렇게 조선군 마병대, 2개 마병대대가 청나라 군대의 배후로 달려들었다.
‘화살을 쏘면 그와 동시에 마병대 전원이 화살을 일제사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은 쏘면 권총과 환도 등으로 그들을 박살을 낼 상황이 온다. 아울러서 저들의 앞에 있는 아군이 협격을 할 것이다.’
수어청 마병대대장인 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대규모 마군 돌격을 성공시킨 것을 매우 기뻐하였다. 물론 성경, 봉천으로 올라가는 서진군이 더욱 더 치열한 혈전을 벌일 예정이라고 여기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지고 싶지 않았던 마병대대장이었다. 다만 이 첫 실전에서 더욱 집중을 하려는 마병대대장이었지만 말이었다.
“모두 사격하라...”
“네.”
“나의 신호에 따라서 쏜다.”
그리고 수어청 마병대대장의 활이 쏘아지고 울리는 화살이 소리를 내자 그에 따라서 그들도 이미 대기했던 화살을 쏘아 올렸다. 화살비가 적인 청나라 군대에게 들이 닥칠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배후에 나타난 조선군 마병대로 당황하였다. 이어서 공격이 터지자 어떻게든 후퇴하려고 하였다.
“후퇴!”
“후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청나라 군대의 도주로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조선군의 좌익과 우익은 총검, 다른 말로는 총창을 낀 상태에서의 조총과 양총을 들고 사격하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일종의 이동사격이었지만 이때를 위해서 방진과 열을 다시 맞추기 전까지는 각개사격을 명령받은 상황이었다.
“돌격, 방진과 열을 맞추라는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각개 사격!”
“돌격! 각개사격!”
“돌격!!!!”
“와아아아아아!!!!”
조선군 보군 수천, 그리고 수어청의 다른 보군연대와 황해도 병영의 다른 보군연대, 포군과 의병도 이에 가세하여서 달려들었다. 아껴두었던 예비대들을 최대한 투입하는 것이었다. 좌우로 빠져나가려는 청나라 군대는 보군들로 포위망을 좁히려는 조선군에게 사실상 갇힐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었다.
“이러다가 포위를 당하겠어! 제길!”
“사람 살려!”
그 사이에도 앞에서는 보군 수천 이상의 화망이, 뒤에서는 조선군 마병대의 화살 세례, 또 가까워지자 마상통 혹은 머스킷 권총으로 무장한 상황에서 근접 사격을 당하였다. 마침내 조선군 마병대는 가까워지자, 환도 혹은 서역에서 온 마병도 등으로 청나라 군대를 제대로 쳐버렸다. 말에 들이박히고 칼에 베이거나 다른 권총에 맞는 청나라 병사들이었다.
“컥!”
“으아아악!”
“죽어!”
“빌어먹을 청나라 도적놈의 자식들!”
간신히 발 빠른 일부만 도주를 하였지만 대부분은... 조선군이 형성한 포위망에 갇혀버려서... 조선군 보군의 총창 혹은 의병 등이 보조로 가지고 있는 단창과 환도, 단도 등에 끔찍한 죽어나가고 있었다. 고작 수천으로 1만을 넘기는 조선군을 상대로 전면으로 싸우게 된 것은 패착이었다.
한 주방팔기 하나는 용감하게 달려들었다가 개머리판에 얼굴 얻어맞아 쓰러지곤 조선군 서넛에게 총검으로 목과 얼굴을 찔려서 죽는 모습을 보였다. 무예를 단련했을 것으로 보인 그나마 주방팔기의 하급 무관들은 좀 더 저항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수적으로 불리하고 조선군이 총도 가끔씩 쏴 아군을 엄호함으로서 무위도 헛되게 되었다.
조선군 마병과 조선군 보군을 어떻게 죽이고 저항하는 이들도 간혹 보였지만 혼자서 3명 이상을 죽이지 못하고 1~2명 죽이다가 더 수가 많은 조선군에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항복을 종용하는 말도 있었다. 주로 보군연대장들 옆의 군속으로 따라온 역관들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거절하였다.
“구차하게 무엇을 하려고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하는가? 우리는 대청의 만주인들이고 대청의 팔기이다! 오만한 소방 조선의 놈들에게는 항복하지 않는다!”
청나라 1차 요격부대의 지휘관인 부도통이 그 난전에서 피를 본 것 때문인지 합리적인 모습과 달리 이를 악물고 거부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저들이 자신들을 살려주지 않을 수가 있다고 여기었다. 또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적을 물고 늘어져서 길림장군이 만주인들과 한족들을 최대한 끌어모와서 길림의 거점을 지키는데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주방팔기 부하들도 동조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싸웁시다. 저들은 우리를 살려둘 것 같지 않습니다.”
“대청을 위해서 싸운다...”
후퇴를 추진하고 시행하던 부도통은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자, 옥쇄... 죽을 때까지 항전을 원하지 않았지만 선택하게 되어버렸다. 그나마 조선군이 보군과 마병으로 포위망을 형성하자 조선 측의 화포를 쓰는 이들이 멈춘 것이었다. 아마도 아군마저도 맞을까봐 포를 쏘지 못하는 것이라고 예측한 부도통이었다.
그는 칼을 들고 칼집을 버리고 이를 악물었고 그를 따라서 남은 주방팔기들과 녹영병 등도 울며 겨자 먹기인 상황으로 함성을 지르면서 포위한 적들을 향해서, 포위망을 좁혀서 그들을 살상하던 조선군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이에 제일 앞에 있는 열의 조선군이 총창을 겨누어서 달려오지 못하게 하고 뒤의 두 열이 총을 장전하고 있었다.
조선의 마병 쪽에서는 그들이 말을 타고 달려드는 식으로 응수하였다. 그리고 마병들이 있는 쪽으로 이동한 포군과 의병도 그 틈에 장전을 하여서 마병을 엄호하려고 하였다. 사람이 아무리 크고 빨리 달려도 인마합체인 상대의 마병을 이기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차라리 뭉쳐서 저항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방포!”
“방포!”
다시 화약연기가 매캐하게 나오면서 첫 열의 시야를 가렸고 마병들의 돌입 이전에 의병과 포군의 엄호사격들이 남은 청나라 군대 잔당을 향해서 발사가 되어서 납으로 퇸 둥근 탄환, 아니면 방추형 탄환이 날아갔다. 그 탄환들로 구성된 화망에 포위망 전체로 달려들던 청나라 군대를 무력화시켰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였기에 그들의 몸에는 보다 더 많은 바람구멍이 정확하게 생겼다. 마병들이 휘두른 칼과 편곤에 베이고 맞아서 쓰러지는 이들을 끝으로 조선군과 교전했던 청나라 군대, 길림장군이 보낸 1차 요격부대는 마지막은 처절할 뿐이었다. 독전대의 독하게 군 모습으로 1/10이 날아갔을 때에도 와해가 되지 않고 버티던 의외의 끈기를 보여주었지만 포위망 형성이전에 도망친 1/10에서 1/5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죽고 다쳤으며 항복해서 포로가 된 자들은 1/10 미만이었다.
‘이제 끝이 난 것인가?’
최후의 항전을 결정했던 부도통은 그냥 남은 무리를 하나로 뭉쳐서 포위망을 돌파해야 되었다고 여기었다. 순간의 격정어린 판단이 그나마 남은 아군의 목숨을 날려버렸다는 죄책감이 남아버린 그였다. 그는 홀로 살 수가 없었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 그, 부도통에게 조선군 마병, 별무사 같은 하급 무관 이상이 달려왔다.
간신히 투항할 일부 부하들, 그럼에도 저항을 끝까지 했다는 이유로 살육당하는 부하들을 보면서 구차하게 살아남을 생각을 접은 그였다. 대도를 손에 꽉 쥐고 자신을 죽이려고 온 조선군 마병을 상대하려고 했었다. 마병을 하나 더 죽이고 죽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은,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사람처럼 야차같이 무모한 달려들기를 시도하였다.
그가 노리는 것은 말이었다. 마병을 낙마시킬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었다. 적의 휘두르는 환도를 피하고 자신의 대도를 말의 배에 찔러 넣었다. 그 것에 마병은 쓰러졌다. 이제 그 마병을 죽이려는 찰나에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컥!”
그는 쓰러지는데 이어서 두정갑과 같은 겉은 누비지만 속에는 금속판을 넣은 갑옷을 입은 상황에서 총창으로 찌르는 것이 실패하자 그를 걷어차서 총창이 부도통의 목을 찔러 버렸다. 그를 죽인 자는 조선군의 장수도 아니고 그냥 조선의 병사였다. 부도통은 목에서는 피가 흘러나오며 꺽꺽 숨을 헐떡이는 소리를 내다가 그에게 죽을 뻔 했던 마병이 환도로 부도통을 참수해버렸다...
수어청과 황해병영의 첫 실전은 일정한 인명피해를 제외하고는 길림장군 아래의 주방팔기 중 그들을 막으려고 보낸 다른 1차 요격부대를 정리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부대를 재편하고 점검하면서 시체들에게서 노획을 할만 것을 빼고 죽인 청나라 군대의 목을 치면서 수급을 쌓았다. 죽이지 않은 소수의 포로들을 감시 아래에 두고 있었다.
다만 수천의 수급을 보내기 여의치가 많았기에 적 지휘관의 목과 그 중요 부하들의 목을 보내기로 하였다. 살아남은 자에게 역관을 통해서 물어서 신분 등을 다 확인하고 그런 것이었다. 나머지 수급들은 일부 의병과 포군에게 맡겨서 그 수급의 운송을 하거나 아님 해당 장소에 표시를 해서 묻어놓고 보고를 하기로 하였다.
“근방에서 임시로 야영을 하고 다시 두만강 강변을 따라서 올라가서 북진군의 다른 부대와 합류하려고 행군한다.”
“네, 체찰사.”
임시로 세운 야영지의 북진군 수뇌부 막사에서는 결정들이 빠르게 나오고 있었다. 체찰사의 결정과 수어사 등의 제안 및 결정이 나오면서 말이었다. 그리고 사무를 어느 정도 처리하자 낮의 첫 실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들이었다. 군사 고문 알렉상드르 드 마자르의 평가부터 시작이 되었다.
“상대가 졸렬했어도 끝까지 항전할 줄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큰 피해 없이 적의 군세 수천을 제압했습니다. 다만 정규 포군, 그러니까 대포를 쓰는 집단의 운용은 더 적극이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평가에는 항상 고맙다오. 피와 살이 될 충고들이로다.”
이어서 북진군의 문민 최고책임자인 북진군 체찰사 조두순의 평이 이어졌다. 조두순은 병법에 문외한이라서 상세한 평가는 없었지만 첫 실전은 그가 보기에는 조선군이 매우 압도했다를 알 수가 있었다. 그런 평가에 체찰사에게 답하는 두 지휘관들이었다.
“첫 실전은 그 정도면 무난하게 잘 치룬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체찰사.”
“아직 길림장군 아래의 군대는 더 많을 겁니다. 물론 그들도 엉망이면 첫 실전보다 더 잘해낼 수가 있겠지요.”
황해도 병마절도사의 신랄한 평가에 모두가 웃었다. 그 것은 비웃음일 수도 있고 쓴 웃음일 수도 있었다. 웃음이 끝나고는 체찰사 조두순이 북진군의 총대장인 수어사 이겸희에게 물었다. 바로 사상자에 대한 것이었다. 그 물음에 수어사 이겸희는 이렇게 답했다.
“근데 수어사, 아군의 죽은 이들은 어찌해야... 부상자는 심각한 이는 호송해야 하고 아닌 이들은 따라가도 되지만...”
“부상자는 그리 처분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군의 전사자들은 상투를 잘라서 우선 보내고 임시로 표시를 해서 묻어 놓을 것이다.”
“예... 수어사 영감의 말이 그럴 듯 합니다. 체찰사...”
“그게 도리가 맞겠군.. 청나라 군대의 시신들은 그냥... 태워버리지요.”
수어사 이겸희가 그 말에 받아서 동의를 하였다. 그런 결정에 말없이 황해병사와 의병장과 포군장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후의 중요한 처분은 끝나게 된 것이었다.
“예, 태워버리시지요.”
조선군과 달리 청나라 군대의 시신들은 조선군이 불태워버리기로 하였다. 목이 없는 최대 수천 구의 시신들은 기름이 많아진, 그래서 이를 일부 가져온 조선군이 뿌린 기름과 더해서 잘 타들어갔다. 사람의 고기가 익는 냄새를 꽤나 역겨워하는 조선군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임시 야영 이후에 다음날에 야영을 정리하고 다시 북진군 중 함경도 군대와의 합류를 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