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49) 성경공방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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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너무 늦게 병졸들을 혹사시키는 말아야지요. 들키는 것을 논외로 해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움직이다가 땅굴을 제대로 파지 못할 것입니다.”
너무 늦게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양헌수 정령과 심능우 대장이었다. 그리고 그 둘의 이런 주장에 횃불 등으로 야밤에 너무 밝은 군영을 수상하게 여길 것이라고 우려하는 문관도 하나 이 주장을 거들어서 더 말을 하려고 나섰다.
“훈련도감 군영 소속의 군영사와 군영 중군의 말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너무 급히 판다면 땅굴이 무너질 수가 있습니다. 적에게 희망을 주면서 최후에 그 희망을 배신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면 느린 것만도 못할 겁니다. 게다가 병졸들을 혹사한다면 땅굴은 더 느리게 나올 수가 있습니다. 또 군영이 너무 밝으면 의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문관이 하는 말이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고 여기는 그들이었다. 그래도 땅굴을 속히 파서 성경성을 함락해야 함도 옳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일단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속히 파야 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나 청나라 측의 다른 원군들, 청나라의 경사인 연경 혹은 북경이라고 불리는 그 곳에서 오는 원군을 우려해서 말이었다.
“그것은 이해가 되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군영이 매우 밝다면 반대로 적은 아군의 수를 더 오판할 수가 있을 겁니다. 많은 땔감들을 이용해서 군영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고 여기에 우리의 계책을 더 숨기면 됩니다.”
“그 해결책은 장용사가 말한 것으로 하면 됩니다. 우리는 성경만을 상대할 것이 아니라 청나라 도읍인 연경에서 올 적의 원군도 고려를 해야만 하옵니다. 그렇기에 보다 더 빨리 땅굴을 파야만 한다고 봅니다.”
조선군의 작전회의에 참석한 서역 군사고문들도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다만 병사들이 너무 혹사가 되면 안 되고 너무 늦어지면 청나라 원군과 성경성의 적들을 동시에 상대해야만 하는 최악의 불상사를 피해야 하는 것도 모두 고려를 해야 하는 조선군은 생각보다 난제일 것이라고 그들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들도 다른 의견을 내보려고 조심히 동행하고 있는 역관들에게 나서달라고 요청하려는 중에서... 조선군의 막료사마 혹은 지휘관 중 하나인 어재연 부령이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 중재안을 우선 들어보고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나서기로 하는 서역 군사고문들이었다.
‘루디넌트 커널 어의 의견은 어떨까?’
‘무슈 어의 의견도 들어봐야지.’
서역 군사고문들은 조선군의 노장들을 비롯해서 젊은 소장파 무관들에게 서역의 병학과 전사(戰史), 그 구조들을 전수하였기에 노소를 불구하고 자신들의 제자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스승의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훈련에서도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잘하고 있었고 실전이던 민란에서도 잘 대처를 하고 있었다. 다만 무엇보다도 나라끼리의 전쟁인 이 3차 조청전쟁, 병진호란에서 조선군은 청나라 군대를 잘 격파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유럽의 군대보다는 부족한 구석이 많다.’
‘차차 보완하는데 우리가 더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유럽의 병학을 가르치는 학교들도 나오고 유럽으로 군사유학을 보낼 자들이 늘어난다면 더욱 개선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재연 부령의 말을 듣기 시작한 서역 군사고문단뿐만이 아니라 서진군 수뇌부들이었다. 어재연 부령이 중재안으로 꺼낸 말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군영이 너무 밝아서 노출이 될 의도는 장용사 영감께서도 언급을 하셨다시피, 군영을 많이 만든 것처럼 기만을 하면 될 것입니다. 게다가 적에게 천리경이 없을 것을 고려해서 다양한 기만을 써야 한다고 여깁니다. 또 저들은 당장 피해를 입은 성벽들을 복구하려고 바쁠 것이기에 경계를 하더라도 비교하자면 뒷전일 여지가 높습니다.
그리고 참호 근방에 대기한 군대들로 적의 시야를 더 분산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여깁니다. 그들은 참호 근방의 아 조선의 군병들을 더욱 신경을 쓸 것이 분명합니다. 흙은 토산 같은 쌓는 것과 같이 기만하여서 더욱 우려하게 만들고요.
병졸들의 혹사에 대해서는 교대를 주고 영조병들의 부담이 더 크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예비대로 지정되는 부대들의 동원도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적에게 그 것이 드러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영조병들의 동원도 교대를 하는 방식이면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서진군 수뇌부들은 막상 실전에서 나온 영조병들의 피로에 당황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검토를 하고 있던 것이 예비대로 대기하는 부대원들을 차출해서 땅굴을 파는 것이었다. 이미 보안 등을 딱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지만 적이 이를 알아서도 안 되기에 입단속은 필요하였다.
영조군 장졸들의 피로를 생각해서는 빠른 땅굴 굴착을 주장하는 이들과 이를 우려하고 차근차근 임해야 한다는 쪽 모두가 그들을 혹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어재연 부령의 절충안을 역관들을 통해서 혹은 그들이 아는 차원의 조선말로 직접 들어서 판단하기로는 서역의 군사고문들은 이를 판단하기로는 그나마 최선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무슈 어의 판단이 그나마 최선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선 측 공병들의 혹사는 심할 것이다.’
그리고 서역의 군사고문단 외에도 서진군의 도원수 임태영도 도체찰사 정원용이 보아도 어재연 부령의 의견이 옳았다. 특히 임태영은 그가 이미 생각했던 대안을 어재연 부령이 제안을 한 것에서 속으로 꽤나 흡족하게 보고 있었다. 병력 동원과 그 교대의 비중을 좀 더 높이면 된다고 여기었으며 노동 강도를 매우 높게 잡지 않을 예정이었다. 도체찰사 정원용은 몰라도 도원수 임태영의 안에서는 이미 결정이 났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토산을 쌓는 것처럼 적을 기만하는 것으로 적은 더욱 시선이 분산이 될 것이다.’
도체찰사 정원용을 보면서 어떻게 결론을 내렸는가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 임태영이었다. 그리고 정원용은 그 물음보다 먼저 자신의 결론을 입으로 서진군 수뇌부 일원들에게 내었다. 그 결론은 임태영과 같은 결론이었다.
“어 부령의 말이 최선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소. 병학을 잘 모르는 늙은이인 이 도체찰사가 생각해도 그렇다고 여기네. 도원수는 어떻소?”
이제 도원수 임태영에게 넘어온 결정의 말이었다. 임태영이 봐도 어재연 부령이 내린 결론이 최선이었고 그 자신도 속으로 생각한 대안과 일치하기에 이게 옳다고 여기고 있었다. 게다가 속도를 너무 빠르지 않게 여유롭게 하지만 병력의 교대 등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땅굴을 파내려 갈 수가 있었다. 토산으로 위장하는 것 외에도 임시 군영들에 토벽을 보여서 장기전을 상정하고 있다고 위장하는 것도 머릿속으로 더하고 있는 도원수였다.
“어 부령의 의견을 좋게 봅니다. 다만 보충을 한다면 토산 외에도 토벽을 쌓는 모습을 보여서 장기전으로 여기고 있다고 오판하게 하면 좋겠지요. 그리고 야밤에 적의 성에서 나올 적들을 최대한 죽이고 첩보의 혼선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체찰사.”
도원수 임태영의 의견에 다른 제장들도 고개를 끄덕였으며 발안을 한 어재연 부령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원수의 의견도 들은 정원용은 이번에는 서역 군사고문들의 견해를 들어보고자 하였다. 역관에게 통역을 지시하고 서역 군사고문들에게 물어보는 도체찰사 정원용이었다.
“그러면 서역의 군사고문들은 어찌 보는 것이요?”
그 말이 통역을 통해서 전해지자 서역 군사고문단의 사실상 단장을 맡고 있는 영길리 육군 대령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찬성이며 도원수, 그들의 표현으로는 조선군 청나라 원정군 야전원수의 보충의견도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고 있었다.
“루디넌트 커널 어(어재연 부령)와 필드마셜 림(임태영 도원수)의 견해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면 보다 신속하게 ‘묵던’ 성벽을 날려버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통역을 역관을 통해서 전해 듣자 정원용과 임태영 모두가 결정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임태영이 어 부령의 제안을 듣고 보충한 것으로 가기로 했었다. 야밤에서의 작업은 무리하지 않게 지시를 하기로 절충하였다. 그렇게 군의가 끝난 이후에 그 방침을 서진군 중요 간부들에게 전해졌다. 다만 오늘은 전투와 영조병들의 혹사를 고려해서 야간의 굴착은 쉬기로 하였으며 그 다음날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한편, 북진군은 길림장군의 처소인 길림을 향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북진군은 수어청과 황해 병영 소속의 관군 및 포군과 의병들이 함경도 군대와 합류하여서 북진군을 제대로 편성하고 두 번째 전투, 북진군 기준에서의 승리에서도 대승을 한 것을 보고 하였었다. 이미 조정에게는 파발을 통해서 보고를 하기로 했기에 북진군 체찰사와 총대장에게는 늦은 보고가 되었지만 말이었다. 그 당시의 대화를 지켜본다면...
‘함경도 북병사가 정말로 잘해주었습니다. 북병사도 참 훌륭한 군인이구려.’
‘아닙니다. 체찰사 영감!’
‘북병사는 훌륭한 군인이 맞습니다. 합류를 위해서 그 근방을 정리하고 보급 거점을 둘 만한 곳들도 마병 등을 통해서 다 파악하지 않았소?’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수어사...’
이런 칭찬이 오고가면서도 함경도 군대가 해놓은 준비를 보고 감탄하였다. 그리고 북병사를 통해서 들은, 조선인 마을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마을들을 보급로 유지에 필요한 인력으로 활용하자는 건의에도 동의를 한 다음에 이틀 뒤에 길림으로 그들은 북상 중이었다. 조선군은 추운 겨울, 양력으로는 이미 1857년이 되는 해로 1월 초에서 중순이었다. 음력으로는 1856년 11월을 지나서 12월 중순에 해당하는 시기임에도 그 추위에서도 빠르게 진군하고 있었다.
또 길림장군은 북상하는 조선군을 막아내려면 흑룡강 장군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정작 그 흑룡강장군은 아라사, 러시아를 우려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부도통 하나에게 1~2천, 많아야 3천의 증원병력을 내려 보냈을 뿐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면서 의리라고 없다고 속으로 흑룡강장군을 욕하면서 이를 갈았던 길림장군이었다.
“병력이 왜 이렇게 적은 것이야?”
“그 것이...”
“적은 3만에 가까운 대병이다. 나 길림장군 아래의 군대들이 격파가 되고도 흑룡강장군의 군대들은 멀어서 조선군이 거기까지 침공하지 않을 것이니까 나를 천제에 희생시키는 가축같이 여기고 나몰라 하는 것을 내가 모를까!”
부도통의 말을 듣지 않고 비아냥을 담아서 부도통의 상관인 흑룡강장군을 조롱하는 말을 하다가 평소의 우유부단한 사람치고는 감정을 담아서 짜증을 폭발시켰다. 부도통은 자신의 상관인 흑룡강장군과 동급인 길림장군의 단정을 화를 내지 않고 어떻게 흑룡강장군부가 놓인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 것이 아니옵니다.”
“그럼?”
그러나 길림장군이 증원병력을 지휘하면서 내려온 흑룡강장군 아래의 주방팔기 3천을 지휘하는 부도통에게서 변명 아닌 변명을 듣고 심각하게 생각을 해야만 했었다. 그 이유는 흑룡강 장군 관할 아래의 땅들에서 아라사, 러시아 아래에 있는 카자크 기병대가 출몰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진지하게 듣기 시작한 길림장군이었다.
“그것이, 아라사의 가살극(카자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흑수, 흑룡강을 넘어서 흑룡강장군께서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제가 지휘하는 3천만 이렇게 온 것입니다.”
“가살극이라고? 그 자들이 왜?”
“모르겠습니다. 아라사의 침공이 있을지를 고려해서 흑룡강장군께서는 함부로 대병을 임지 밖으로 보낼 수가 없습니다. 이 점을 양해드린다고 전하셨습니다.”
“끄으으으응.....”
그 말을 듣자 화를 더 내지 못하는 길림장군이었다. 팔기 특유의 갑주, 조선의 두정갑과는 비슷하면서 다른 갑주를 입은 뚱뚱한 길림장군은 다른 것에게 화풀이를 하려다가 말았다. 그는 전면 전투는 당연히 피하려고 했으며 길림 근방에서 공성전을 유도하는 것과 길림에서 결전을 벌여야할 판이었다.
소수의 척후부대들을 통해서 조선군의 치중대를 끊을 생각도 했고 시도를 했었지만 격퇴를 당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포기하였다. 그래도 보급로가 길어진다면 부담이 크기에 그저 길림장군 자신 아래의 다른 주방팔기들을 모와서 전투를 회피하고 버틸 생각이 만민이었다. 그 것만이 당장의 제 명줄을 버티게 해줄 수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러하였다.
“알겠다. 자네는 우리 군대와 함께 조선군을 잘 막아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길림장군!”
“잠시 쉬도록...”
“네!”
증원 병력인 흑룡강장군 소속의 3천 팔기를 이끈 부도통은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길림장군은 자신이 생각한 방책을 고수하면서 목숨을 부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길림장군은 결전, 회전을 회피할 생각이었지만 문제는 조선군 중 북진군에게 그럴 마음이 있을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세상일은 마냥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었다.
다른 한편, 조선군 중 북진군은 길림장군의 전투 회피를 짐작한 것인지 거침이 없이 길림을 향해서 북진 중이었는데 신선한 식량을 얻기 위해서 멧돼지 혹은 사슴을 잡는 것도 허락하면서 이동하였다. 건양병과 육포 등을 먹고 따뜻한 국물 요리만을 먹기에는 그 것도 행군 중에 점점 질려가는 것을 북진군의 상부가 알고 이를 허락한 것도 있었다. 또 소와 말 중 건강이 나빠서 죽을 것 같은 것들도 당연히 도축하여서 장졸들에게 먹이었다.
“포수들이 있으니까 그래도 산짐승 등을 더 쉽게 잡을 수가 있으니까 다행이구만.”
“여유가 더 있었으면 순대를 했을 것이지.”
“그래도 추우니까 소금을 안 쳐도 되겠지. 아 그래도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좋지만...”
“사람 시신 태운 것 때문에 가끔은 꺼림칙해진다오....”
“뭐, 이해는 가지... 나도 그래서 고기 굽는 것은 한동안 그렇다고 여기니...”
그렇게 잡담을 하는 북진군 장병들이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발견하였다. 말을 탄 무리를, 근데 그 말이 매우 큰 것이 청나라 군대 같지가 않았으며 큰 코를 가지고 허여멀건 피부를 가진 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복장은 달자, 몽골에서 입을법한 복장 같았지만 서역, 유주의 병복 및 군복을 입은 자들도 있어서 놀랐다.
북진군 일부 장병, 대충 규모가 소속은 달라도 소대 몇 개가 뭉쳐서 있는 상황이었다. 무관이 없어서 참교 혹은 부교가 소대장들인 소대였기에 그나마 짬이 많은 부교 하나를 중심으로 뭉쳤다. 그리고 다른 쪽, 서역인 같은데 조선인들이 보통 아는 서역인과는 좀 다른 모습을 한 이들은 조선군과 예상치 못하게 마주치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대두인들(조선인들을 가리키는 말)이 왜 여기에 있어?”
“북상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고?”
그들은 러시아 제국 아래에 있는 카자크 기병대로 조선과 청나라의 전쟁을 염탐하려고 침투한 이들이었다. 시베리아의 극동군 사령부의 지시로 내려온 이들이었다. 주로 흑룡강 일대를 침투했었지만 이들은 좀 더 우회를 하여서 깊숙이 들어왔다가 조선군과 조우한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조선군 중에서는 저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함경도에 자주 방문하는 어디의 서역인들이 하는 말과 비슷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덕원의 원산포 근방에서면 주로 듣는 것, 그리고 들은 소문,,,,”
간도라고 이름을 붙인, 압록강과 두만강 그 너머에 있는 땅에 월경해서 살던 조선인 마을에서도 들은 것도 고려하니까 이제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들이 마우재라고도 부르는 허여멀건 백귀들은 아라사인, 러시아인들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리고 그들 아래에서는 말을 잘 타는 가살극(카자크)이라는 집단도 있는데 아마도 저들이 그들이지 않은가 생각하는 나이 많은 부교였다.
“이 땅에서 아라사 병정들도 만나는군...”
“아라사말입니까? 저들이 아라사 병정이라고요?”
“그래, 그 아라사 놈들이 아니면, 그것도 가살극이라는 집단이 저들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대치는 꽤 오래도록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살극, 카자크 기병대는 무모하게 조선군을 공격하고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기병이 대체로 유리하다고 하지만 소대가 몇 개는 뭉쳐있는 것이 분명한 조선군 무리를 무턱대고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반대로 조선군 역시도 섣불리 공격해서 생길 손해를 우려하였다. 그리고 가살극 쪽이 그냥 물러나면서 이 대치는 끝나게 되었다. 가장 선임인 부교는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 곤란하였다. 그래도 가살극과 조우를 한 것에 대해서 보고를 꼭 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부교였기에 북진군에게 보고가 올라갔고 이는 북진군 수뇌부 전체가 당황할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성경 근방에서는... 며칠이 좀 더 지나고 성경성을 둔 공방전은 며칠 째에 계속 되고 있었다. 외성이 생각보다 쉽게 함락이 된 성경성 중 더 높은 내성과 궁성을 지키는 청나라 군대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내성으로 피신하는데 성공한 성경 내의 주민들도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밤에 내성의 성벽을 복구하면서 지켜보기로는 성경 근방에 있는 조선 군대가 수만 이상이라는 것이 분명하였으며 군영들로 보이는 곳들에서 횃불이 매우 많아서 더 많을 수가 있다는 말이 그랬다.
야밤에서 정찰을 위해서 나간 청나라 군대 일부가 거의 살아오지 못하고 그 시신들이 주로 성벽과 적의 군영 근방에 버려져있는 것에서 그들은 두려움이 강해지고 있었다. 성경장군의 철권제재 아래에 소문이 더 심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눌려도 그들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내성의 성벽이 언제 더욱 버틸지 모르겠어....”
“어디 성벽만이야? 내성 근방으로 토산을 쌓고 있다던데...”
“밤사이에 흙은 그리 어떻게 모아서는!”
특히나 조선군이 한동안 퍼부은 포격으로 성벽은 더욱 망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충차 대신의 급조한 통나무 수레로 타격을 해도 성문은 아직 그렇게 뚫린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성벽이 버티지 못하면 성문이 아무리 굳건해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었으며 또한 조선군이 토산을 쌓는 듯이 하자 더욱 신경질을 내기 시작한 성경장군이라는 것은 성경 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늦으면 중천부터 조선군의 공세가 시작이 될 것이 분명하였다. 외성이 함락당한 상황에서 성벽을 최대한 보수한다고 해도 땅을 발로 밟아서 만든 토축을 다시 급조하는 것은 어려웠으며 성벽의 겉을 가리는 벽돌을 민가를 허물어서라도 다시 쌓으려고 하지만 파괴되는 속도가 복구하는 속도를 능가하고 있었다. 사면이 대부분 그러했는데 제일 심각한 것은 조선 군영과 가까이 성벽들이었다.
“얼마나 버틸까?”
“짧아도 칠일은 더 버티면 용하겠지. 더 길면 보름...”
“과묵한 자네가 말을 하였군...”
“성으로 더 오래 버티기는 애매할 수가 있어. 물론 야전에서 싸운 것보다 더욱 버티기는 했지.”
“....”
이전과는 반대로 성이면 오래 버틸 수가 있다고 주창한 이는 말이 없어졌고 과묵한 이가 입을 열어서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 겁쟁이는 그저 두 사람을 보면서 더욱 복잡한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며칠 더, 정확히는 14일, 한 순을 넘기는 상황이었고 거의 보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 꽤 많은 조선군이 죽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공자가 방자의 3배 이상이 아니면 공성전은 공자에게 유리한 것이 적다고 알려져 있었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반은 틀린 말이기도 하였다. 격물학, 과학의 발전으로 화력의 우위를 가지고 군대의 규율 등이 엄정하고 잘 훈련이 된 군대를 상대로 매우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성 자체도 매우 튼튼해야만 했었다. 외성을 함락하고 내성을 고려하면 그래도 보통 3주 정도는 버티고 낙성을 한다면 꽤 선전을 했다고 할 수가 있었다. 14일, 한 순을 넘게 버티고 있는 그들이었다만 경사의 원군에 대한 소식은 아직도 들려오지 않고 있기에 점점 사기는 떨어지고 있었다.
“근데 놈들이 공격을 슬슬 시행할 것 같은데?”
“저 구덩이들에서 또 조선군이 접근한다.”
“포격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들도 하고 있었지?”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지...”
내성의 성벽에서는 끓는 기름을 담은 항아리도 두었고 천으로 최대한 포탄을 맞아보려고 하겠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주술이 담기었다고 생각해서 피로 주문을 쓴 천들로도 성벽에 두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다만 조선군이 더 작정하면 이 성을 더 빨리 함락시킬 수도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과묵한 녹영병이었다.
‘성을 공략하려고 확실히 열심이다. 그러나 피해가 쌓이는 것을 우려해서 이렇게 질질 끄는 것인가? 모르겠다. 모르겠어...’
“야! 조선군이 다시 공격한다.”
“또 포탄이야!!!”
“숙여!”
과묵한 그의 깊이 들어가려던 생각을 자르고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은 말이 없어졌던 병사의 고함이었다. 이윽고 포화가 다시 시작되는 것을 알고는 옆의 우유부단한 전우의 몸을 숙여! 라고 말하며 그 자신이 잡아서 성벽의 위쪽에 있는 엄폐를 위한 것에 숙이고 있었다. 또 조선군의 포환, 석환과 철환들이 성벽이 박히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왜인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그 순간...
내성의 성벽의 겉을 깨트리고 박혔던 적의 포탄이 폭발한 것이었다.... 그 사실에 너무 당혹스러웠던 그였고 그게 그의 마지막 의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