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55) 다른 변화의 바람들이 불어오는 조선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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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척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이었으니까 말이었다. 병색이며 소복을 입고 있어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 노환 등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대비가 손자인 그를 보다가 그 평온한 얼굴이 고통으로 찡그려지는 것에서 세자 이환은 슬펐다.
“할마마마...”
“어서오세요. 동궁... 내가 일어나지를 못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편하게 있으시지요.”
“고맙습니다.”
백발이 되어가던 모습이며 주름이 생긴 할마마마 대비 김씨는 더 젊었을 적에서는 엄하면서도 이환과 이성, 두 형제에게는 좋은 할머니였다. 그래도 이환의 아바마마처럼 처가 혹은 외가를 견제하는 심할까봐 두려워서 이를 주의를 주는 것이 이미 있었는데 이 것으로 이영하고 좀 싸운 일도 있었다.
마냥 친정을 우호로 대하고 그들을 옹호하며 친정의 기강을 잡기는 해도 김문의 일부 안 좋은 것을 커서 알게 되면서 자신의 할머니인 대비가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래도 할머니하고의 인연과 추억도 소중한 이환은 할머니가 죽음을 받아들인 것 같은 모습에 만감이 교차하였다. 이환의 아버지인 이영이 왜 더 슬픈 모습이었는지를 이환은 더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이환 그 자신보다 먼저 주변의 죽음을 봤었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 본 가족의 죽음은 확실히 슬펐다. 이미 세자궁의 내관 사이에서 낳았던 딸을, 그 갓난아이가 돌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을 생각하고 할머니의 모습에서 세자 이환도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더 밀려왔다.
“할마마마... 더 사시려고 할 수가 없습니까?”
“동궁도 전하와 같은 말을 하네요... 역시 주상과 동궁은 부자가 맞습니다.”
“할마마마?”
고통으로 찡그리면서도 그를 향해서 웃는 대비 김씨에 이환은 영문을 몰랐다. 게다가 자신과 아버지 이영이 닮았다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통으로 말을 중간 중간 멈추면서도 이영이 자신에게 어떤 고민을 가끔 털어놨는가 말해주는 대비 김씨였다.
“주상과 동궁은 닮았어요.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데 이를 잘 모르는 것이 보입니다. 거리감이 있지만 제 주변을 잘 챙기려고 합니다. 그래서 닮았어요, 자신이 바쁜데도 말이지요. 그래도 주상은 경험이 더 많아서 동궁보다 좀 더 주변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네요.
또 주상은 세자를 비롯해서 가족들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정무가 많아서 제 때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지요. 그래서 주상 전하가 중추부를 서역의 의회로 본 따서 개편하는 것을 하고 있음도 만기친람이 어렵고 정무를 나름 분산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정무를 혼자서 다 할 수가 없음을 알고 하는 것이지요. 이는 세자 등의 후대를 위해서도 고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를 찾아와서 점점 커가는 세자와 거리가 생겨서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어요. 주상 전하는 여전히 세자를 아낍니다. 후계자라서가 아니라 아들이라서 입니다. 자신의 피를 이은 사랑하는 아들이라서 말이지요.”
“아바마마가 말씀입니까?”
“그래요...”
“그 모든 것이...”
이환은 아바마마가 무슨 의도로 의회를 만드는 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리고 아바마마가 정무가 바쁜 것은 당연히 이해를 하였다. 자신도 세자로서 시강으로 바빠서 제 아이들에게 많은 애정을 주지 못했다.
그래도 세자 시절의 부왕은 그 자신을 챙겨주었던 것을 기억하는 그였다. 자신은 부왕만큼 내리사랑을 주었는가 생각하면 부끄러워졌다. 게다가 어른이 된 지금도 아바마마는 어마마마 등을 비롯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짙었다. 되짚어본다면 이환의 고모가 되는 덕온공주도 이영은 최대한 챙기었다.
‘아바마마...’
세자 이환은 아바마마에 대한 거리감이 생기는 것을 허물 수 있을지를 당장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사실을 알려준 할마마마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이를 말하기 위해서 고통을 참고 말하는 할마마마를 안쓰럽게 보는 이환이었다.
그런 손자의 얼굴에 슬퍼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 대비 김씨였다. 세자 이환에게 다시 이야기를 하는 대비 김씨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만의 길을 걸으라고 말이었다.
“뭐든지 대단한 자의 뒤를 잇는다는 것은 힘든 것입니다. 그래도 그 것에 먹히지 말고 자신의 길을 걸으세요. 동궁의 조부인 선왕께서도 그런 고뇌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주상도 동궁이 자신만의 길, 자신만의 왕도를 가지고 다르게 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수성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왕도를 가지고 나아가세요.”
“할마마마... 그 말이 정녕 아바마마의 진심입니까?”
대비 김씨는 아들을 닮은 큰 손자를 보면서 아련하면서도 성격은 자신의 지아비도 닮은 손자인 세자 이환을 보면서 웃었다. 그 성격, 그리고 아버지와 비교를 당해서 힘들었던 제 지아비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을 다시 하였다.
“그래요. 주상은 나와 간혹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중전에게도 가끔씩 했다고 들었습니다. 동궁은 왕위를 이어도 자신만의 왕도를 가지기를요.”
“네...”
“이런 말을 하고 가야 더 후련할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동궁은 더 살아야 하는 사람, 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살다가 저승에서 만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여겨요. 동궁? 내가 얼마 안가 죽더라도 울기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빈궁에 원손이며 다른 왕손들도 생각해서요.”
큰 손자인 이환에 대한 걱정을 담아서 이어지는 말들에 진실로 할마마마와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다는 그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음에 더욱 슬퍼하는 세자 이환이었다. 세자 이환을 보면서 울지 말라고 그 눈물을 조심히 닦아주는 대비 김씨였다.
“소손... 할마마마와 아바마마를 생각하고 부끄럽지 않은 군주, 나만의 왕도를 다지고 나아가는 자가 되겠습니다. 나중에 저승에서 할마마마와 할바마마를 떳떳하게 마주볼 수가 있게요.”
“네, 동궁... 그런 의지를 가지세요. 무조건 부왕인 주상처럼 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네. 할마마마...”
“대비인 나를 위해서 병문안을 온 것에 감사해요. 너무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으니 이만 가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다음에도 오겠습니다.”
“원손도 같이 데려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세자 이환은 자신이 몰랐던, 정확히는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확신이 든 것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러면서 부왕인 이영 밑에서 무엇을 배우고 자신만의 왕도, 그리고 부왕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심을 하면서도 할머니인 대비 김씨에 대한 걱정이 양분이 되었다.
며칠 후에... 대비 김씨가 졸서하였다. 그녀의 죽음에 왕실 인사들은 모두 슬퍼하였다. 당연히 아들인 이영과 딸인 덕온공주가 특히 슬퍼하였다. 세자 이환도 당연하였고 한산대군 이형도 마찬가지였다. 왕비를 비롯한 세자빈 모두 마찬가지였다.
“중궁복! 중궁복!”
“이렇게 가십니까?”
“할마마마....”
그렇게 선왕 이공의 왕비였고 조선 왕실의 가장 어른인 대비 김씨가 세상을 떠났고 내명부와 외명부의 완전한 1인자는 왕비 조씨가 되었다. 김문과 조문이 간혹 다투기는 했어도 고부지간은 마냥 나쁘지 않았던 상황에서 시어머니인 대비 김씨의 졸서에 며느리인 왕비 조씨는 만감이 교차하였다.
그 만감은 이제 왕실에서 여인 중 가장 위는 자신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이에 내명부와 외명부의 수장은 원래 자신이었지만 최고 어른의 빈자리가 있는 상황에서 조언을 듣고 결정하던 왕비 조씨 자신이 수장의 일을 잘 할 수가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었다. 대비 김씨가 세상을 떠난 것은 대비의 친정이던 안동 김문에게도 전해졌다. 문중의 좌장인 김좌근은 그 소식에 복잡한 마음이 들기는 했었다.
‘아아 누이... 벌써 가신단 말입니까? 전하의 북벌이 더 완전히 될 때에 떠나셔도 늦지 않는데... 헌데, 누님이 돌아가셨는데 주상 전하가 김문에 대한 견제를 더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가족의 죽음은 익숙해진 것 같으면서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사실이 씁쓸한 경은 김좌근이었다. 그러면서 가문의 좌장으로서 김문의 다른 버팀목이기도 했던 대비의 사망으로 주상이 김문을 더 견제할까 우려를 했었다. 그래도 김좌근은 믿는 구석들이 있었다. 공채와 문중의 곳간을 털어서 전비를 보탠 것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다.
‘주상 전하께서 우리에게 지신 정국에서의 빚도 있다. 필요 이상의 권세에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된다. 게다가 나의 양자인 병기가 주상 전하의 사람이 되면 우리 가문에 향할 견제가 줄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의 일가 중 형제자매는 이제 자기 자신 밖에 남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김좌근은 복잡한 마음, 슬픔이 더 강하였다. 대비 김씨는 순원왕후란 묘호를 받고 이공이 묻힌 왕릉, 인릉에 합장이 될 것이었다.
어머니의 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삼년상이 원칙이지만 대비의 유지에 따라서 3개월 안에 모든 상을 끝내라고 청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영은 어머니의 묘소를 더 돌보면서도 정무를 볼 마음이 있었다. 북벌이란 대사를 그르칠 생각은 없었다. 고인의 유지를 따르되 어머니를 모실 방법을 찾아서 행할 의지인 임금을 보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신료들이었다.
“어찌 의견을 낼 것입니까?”
“모르겠습니다.”
이로 인해서 신료들, 유림 사이에서도 의견이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 위정척사파들은 북벌을 시행하는데 삼년상은 대를 그르치지 않으나 만약 할 것이면 그 기간만큼은 동궁, 세자의 대리청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유림들이 새로운 언로인 신보 등의 서역에서 온 뉴스 페이퍼라는 매체로 나오고 있었다.
반면에 고인인 대비의 유지를 따르고 한동안 인릉에 대한 행차를 자주하면 예를 다한 것이고 북벌에 대한 정무를 대리청정으로 행하기는 너무나 중차대한 일이기에 신중하자는 것이 나왔다. 만약 이에 대한 의견 논의가 과열이 된다면 이로 인한 예송이 나올 것 같았다.
***
한편 청나라 광둥, 광동을 확실히 장악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확실하게 집결한 전력들 중 광둥에 주둔할 전력을 제외하고 청나라의 천진을 향해서 진군할 선단과 함대를 편성하였다. 그 사이에 자신들의 점령지에 오는 태평천국의 군사력을 차단하는 일에 전력의 집중에 심혈을 기울이던 영국과 프랑스의 군대였다.
그들의 새로운 군사목표들 중 천진을 제외하고 천진 다음의 목표로 지정한 청나라의 도읍인 경사, 페킹이라고 부르는 고장은 그 곳을 지키던 병력들, 금려팔기 대부분이 요동에서 조선군에게 격멸당하고 녹영병도 많은 수를 상실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의 참모들이 보기에는 그 곳은 무장이 해제가 된 곳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정도였다.
그래도 천진이라는 군사목표를 점령하고 최종적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검토할 상황이 산적해 있었다. 그들은 이런 문제점을 되짚으면서 천진과 연경 근방을 신속하게 점령해서 각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었다.
‘천진의 포대 등이 문제겠지만.. 저들이 혼란이 완전히 수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영국군 사령관과 프랑스군 사령관의 결정이었다. 인도에서 일어난 세포이 항쟁에서도 청나라를 징벌하기 위한 군사력은 나름 착실하게 모인 상황이었다. 조선군보다 수가 더 적다고 해도 강력한 군대를 가진 두 나라의 원정군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수군이란 것이 거의 와해가 된 청나라에게 영국과 프랑스의 원정군이 가진 군함과 선박을 통한 기동성을 따라잡고 그 상륙을 막아낼 능력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진의 포대를 박살내고 청나라의 도성인 페킹(베이징을 이렇게 가리켰던 서역의 명칭)을 포위한다면 문제가 없겠지.’
‘조선으로 식량의 수급 등도 맡기고 이러니 나쁘지 않군. 근데 조선은 봉천조약을 파기하고 군대를 이동시키는 것이 될 것인가?’
‘청나라가 배상금을 제 때 주지 않을 것이 아주 쉽게 보이는데 말이지.’
‘소식이 느려서 그럴 수도 있겠지.’
그리고 두 사령관의 의견대로 대비 김씨, 순원왕후의 죽음에도 조선 조정은 북벌을 중지할 마음이 없었다. 또 청나라가 배상금을 내지 않을 여지를 높게 두면서도 낼 수도 있기에 넉넉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이렇게 반응이 없자 조정의 여론은 들끓었다. 또 신보 등을 통해서 드러나는 유림이 중심이 된 언로와 여론도 당연히 봉천조규의 파기와 북벌군의 진군, 새로운 조규를 맺어서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조규의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하께서 이를 결정하는 것이 상중이고 상복을 완전히 벗지 않으신 전하께서 이를 논하는 것이 쉽겠습니까?”
“북벌 같은 전쟁에서 모든 예를 지키지 못하니까 곤란합니다.”
“세자 저하께서 대리청정을 하는 상황이 아니니 말입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상을 완전히 풀지 않은 이영으로 최종결정권자가 붕 뜬 상황이라서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여론을 도승지와 상선을 통해서 말없이 듣고 있는. 흰 복장을 입고 그 자신은 대비의 상을 완전히 끝내지 않은 이영은 칩거만을 하지 않았으나 행동을 삼갔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일은 결단을 내려야만 할 상황이 놓이자 고심을 하고 있었다.
‘어마마마도 이런 것을 염두하고 짧게 하시라고 하신 것인가... 물론 이 전란의 상황에서 상도 제대로 못 치른 충무공도 있는데 이 정도면 도의를 다한 것이겠지. 게다가 내 자신이 좀 더 하고 있을 예정이었지. 다만 괴롭구나...’
상중에서 피를 보는 일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힘든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북벌을 완전히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 조규를 파기하고 이후의 전쟁이 있는 일은 본디면 피해야 하지만 조선의 운명을 위해서 그는 결단해야만 했었다.
“그렇다면... 내일 편전에 신료들을 소집하여서 선언을 해야만 한다... 조약의 파기를! 어마마마, 당신의 상중에 피를 보는 결단을 내리는 이런 아들을 용서하지 마십시오...”
정학, 성리학의 관점으로 옳지 않았지만 예외의 상황이고 그 자신도 이런 것을 내리는 것이 어마마마에게 미안한 상황이기는 했었다. 그래도 조선의 국운이 걸린 북벌을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만 했었다.
“상선... 내일 편전에 백관들을 소집해야겠소.”
“알겠사옵니다. 전하!”
***
그리고 한편, 창덕궁의 동궁전 권역에서는 시강을 끝내고 잠을 자기 전에 원손에 다른 군들과 놀아주는 세자 이환이었다. 원손인 세손 이혁을 비롯한 아들들은 그가 봐도 사랑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세자 이환은 가족, 자신의 자녀가 아닌 다른 가족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2차 서유시찰단의 정사를 맡게 된 유일한 형제, 한산대군 이형과 어마마마인 왕비 조씨, 아바마마인 부왕이었다.
‘아바마마와의 관계를 위해서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형이가 몇 년은 밖을 돌아다니는데 나는 무슨 말을 할까? 나도 서역을 돌아다니고 싶기는 했었다. 그런 나 대신에 왕족으로서 대표로 나가는 것이 형이지...
형이가 부럽지만 그래도 걱정인 것이 먼 타지를 오래도록 떠돌아야 하는데... 그리고 형이의 성정이 걱정이로구나. 그 녀석, 부사들을 애를 먹이지는 않을지... 형이가 정사로 가면 근데 부부인과 그 아이는 어찌되는 것일까?’
동생인 이형에 대한 부러움도 있지만 내심 걱정도 생기는 세자 이환이었다. 동생이 못 미더움과 걱정이 큰 그였다. 사랑하는 10살이나 차이가 나는 동생이지만 그래도 나라의 위신에 해를 끼칠 사고를 혹시 쳐서 동생이 곤란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부사들이 잘 통제하는 될 수가 있지만 애를 먹을 부사들이 될 신료들에게는 미안함이 컸다. 또 제수씨인 부부인과 조카를 생각하면 몇 년은 멀리 두어야 하는데 가기로 자처한 것을 보면 어떻게 말이 잘 되었는가 모르겠다고 여기는 이환이었다.
‘아바마마에게 나는 어떤 자식인지를 잘 알았다. 나는 그럼 아바마마가 어떤 아버지였는가를 돌아봐야할 필요가 생기었다. 아바마마는 어떤 사람일까.....’
요즘 이환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바마마와 자신을 돌아보면서 말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저를 비교하지 않았지만 아바마마를 최대한 감정을 싣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였다. 제 3자의 눈으로 본다면 그의 아버지인 이영은 좋은 아버지가 맞았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서 그랬던 것이 있을까? 아니면 중압감이 있어서 그랬을까?’
그런 좋은 아버지지만 항상 일에 바빴다. 그리고 자신도 세자로 책봉이 되고 세자시강원에서의 공부로 바쁘면서 점점 부왕의 기대에 부담이 있었다.
스승인 세자사들이 말하던 것도 이를 더 크게 키우기도 했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을 기뻐하면서도 미흡한 점은 점잖게 말하면서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는 아바마마의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 그를 잡아먹고 있었다.
‘아바마마가 원인이 아니었다. 나의 생각이 문제였구나... 이를 아바마마에게 아뢰고 상담을 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혹여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아니! 아바마마에게 내가 좀 더 다가가서 유친(有親)을 행하고 진실로 고뇌하는 아들을 아바마마가 외면하실 리가 없으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들들을 사랑해주는 세자 이환이었다. 자신의 아들 중 세손이 될 첫째 혁을 제외하고 혁처럼 아직 봉작을 받지 않은 두 아들 중 이유는 저와 자신의 내관 중 간택내관이던 승휘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였다. 중전 소생의 적자인 두 아들도 당연히 사랑하지만 아직 어린 이유에게 조금 더 정이 가는 이환이었고 이런 왕자, 이유를 낳은 승휘 김씨는 양제로 올라갔다.
다만 혁과 사가 혹여 유를 미워할까봐 조심히 물어보는 이환이었는데 같이 있는 다른 두 아이들의 답은 이랬다. 자신의 앞이라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님이야 세자궁의 안주인인 세자빈과 수칙 등에게 들어서 셋의 사이는 좋았지만 말하는 본심은 그도 몰랐다.
“원손, 너는 동생들이 좋으냐? 그리고 사야, 너는 어떠하니?”
“네 아바마마. 저는 동생들이 좋습니다. 사와 유는 제 동생들인걸요.”
“저는... 유가 아직 어리니까 아바마마가 더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형으로서 유를 제가 미워하면 제가 혼나지 않습니까?”
“허허! 솔직해서 좋구나. 그래도 사람이 감정이 그런 것이다. 다만 네가 나의 말로서 유를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유를 챙겨주는 것이라고 믿는단다. 이 아버지는 말이다.”
조심히 입을 열어서 세자인 이환은 둘째이고 적차자인 이사에게 말을 하였다. 아직 5살 내외의 어린 아이인 이사는 동생인 이유의 등장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그래도 그와 별개로 아버지의 사랑을 덜 받게 된 것이 아닌지에 생각을 하고 동생도 질투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동생인 이유를 보면서 같은 배에서 태어난 동생이 아니라도 자신의 동생이라는 것을 인지했기에 자신보다 어린 저 핏덩이에 신경이 가는 것이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는 아이를 이사도 외면하기에는 착한 아이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이환은 이사를 믿고 있었다.
“나는 형제간에 우애가 중요하다고 여긴단다. 부자간의 유친은 물론이고 말이란다.”
세 아이들을 앉혀놓고 말을 하는 세자 이환이었고 그의 이런 말에 조심히 원손인 이혁이 말을 하였다. 어린 아이인 그가 보기엔 아버지인 세자와 숙부인 한산대군, 할아버지인 임금과 아버지 세자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생각함을 알 수가 있었다.
“네, 아바마마와 숙부님인 대군 대감과의 지간에 할바마마와 아바마마의 지간처럼 말이지요?”
“원손? 너는 부왕과 국본인 내가 그 사이가 가깝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래도 나는 부왕에게 더 가까워지려고 한단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음... 소자가 생각하기에는 아바마마가 좀 더 다가가시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할바마마도 말입니다. 다만 되도록 솔직해야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하는 큰 아들을 보면서 웃음이 지어지는 이환이었다. 아이도 하는 생각이지만 자신이 그저 아버지와의 거리감 때문에 점점 더 솔직하지 못하고 거리를 두면서 제 할 일에 바쁜 것이 아니었는가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런 큰 아들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으면서 칭찬하는 그였다.
“사람은 순수하게 그래야 하는데 어른이 될수록 힘든 일이지. 원손, 네 말이 나에게 용기를 주는구나.”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밤이 너무 늦으면 아니 되지... 잠을 자게 수칙 등이 빈궁과 양제에게 너희들을 인도할 것이다. 잠을 자러 가야지?”
“네 아바마마!”
“소자, 잘 자겠습니다. 아바마마도 푹 주무시어요.”
“아바마마, 잘 자요...”
그런 아들들을 제 침전에 수칙 등 세자궁에 속한 궁녀들에게 부탁하여서 그들을 각자 생모의 전각에 보냈다. 그도 결의를 생각하면서 내일을 위한 충전을 고려하여서 잠에 들었다.
다음날이 되었고 아버지인 부왕의 그 결정을 듣고 결국 ‘그 것’은 끝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정을 세자인 이환은 그 누구보다 먼저 찬성할 마음으로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아바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