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57) 서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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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저항은 없었습니다.”
“참 다행이군.”
“산해관까지 신속하게 돌파해야겠습니다.”
“빠르면서 느긋한 소풍을 전에 이야기를 한대로 말이지요.”
“여부가 있겠소? 저 천하제일관이라고 불렸던 산해관도 빠르게 돌파해야할 것이네.”
요하를 건너고 서진군은 신속하게 빨리 기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서의 해안들에서 조선 수군과 조선의 선단을 통한 해상의 치중로를 연결하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서진군에게 두 치중로, 육상과 해상 중에서 후자, 해상을 통한 치중망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었다.
“아 조선의 수군이 잘해주겠지요.”
“그들은 지금까지 잘해주었습니다. 도체찰사.”
“그렇소. 그들이 우리를 쉬이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오. 주상 전하께서는 수군의 공적을 알아서 전쟁이 끝나면 해군으로 재편하는데 많은 지원을 할 것이라고 하지 않겠소?”
“그럴 것입니다.”
조선군은 이 전쟁을 끝으로 더 많은 변화가 예고가 되어있었다. 경군은 이 전쟁들의 전훈과 그 사이 서역 군대들의 다른 전훈도 반영해서 개편이 될 생각이었다. 특히나 수군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준사들에 대한 것이 말이었다.
또 신화포 등의 무기들이 실전에서 잘 쓰인 점과 조선에서 보급을 준비하는 중에 나왔던 난점과 군영의 규모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은가 등이 나올 수가 있었다. 대체로 훈련도감처럼 유럽에서 디비전이라고 부르는 사단 혹은 대병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었다.
다만 그것은 서벌이 급한 서진군이기에 그런 일은 중요하지가 않았다. 서진군은 소풍하듯이 이동하면서도 산해관으로 가는 중에 자신들을 요격하려는 무모한 청나라 민병대들 혹은 청나라 만주인 마적 등을 제압하면서 나아가야 하였다.
“속히 진격을 하지요. 산해관에서 얼마나 적의 증원이 있을지 모르나...”
“그래야지요. 도체찰사... 산해관도 빨리 뚫어서 적의 도성인 연경에 태극기와 어기를 게양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말이 옳습니다. 도원수!”
요서에서 쾌속으로 진격할 서진군이 분명하였다. 그들은 요서의 해안 회랑을 통과해서 산해관으로 당연히 빠르게 진격할 예정이었고 산해관을 제외하면 대규모의 저항이 없을 것을 조심히 추측하고 있었다.
“태극기와 어기를 깨끗하게 보관한 것들로 달아야하지 않겠소?”
“청나라의 도읍 중 중요하고 동북의 치소인 성경, 봉천을 점령할 때에 처음 게양한 것들로 할 겁니다. 당연히 깨끗하게 빨았던 것입니다.”
“그러면 다행이오.”
산해관을 향한 행군을 계속하다가 태극기와 어기에 대한 대화를 하였다. 도원수 임태영은 도체찰사 정원용의 물음에 깨끗하게 빨아놓은 성경 점령부터 처음 게양했던 태극기와 어기를 언급하였다. 이후에 교대한 어기와 태극기 등이 요양과 이후 성경, 봉천에 게양이 될 것이었다.
“이 어기와 태극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 것을 기억하시오?”
“예, 그 것 말입니까?”
“그 때 주상 전하의 말은 놀라웠고 매우 정학의 근본을 담았소.”
“역시 그렇게 보십니까? 무관이라도 정학을 배운 저였지만 그 때는 그저 놀라서 들었습니다.”
‘어기와 태극기를 제정할 때에 정종대왕의 생각을 알고 이를 주상 전하께서 적용하시면서 전하의 생각을 알 수가 있었다.’
정원용은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요택을 최대한 빨리 돌파하는 중이어도 힘들지만 적의 습격이 없기에 이동 속도가 적에 의해서 느려질 여지는 별로 없었다. 그런 여유 속에서 정원용은 과거를 회상하는데 어기, 그 이후의 태극기, 태극사괘기를 제정할 때에 대한 것이었다.
어기를 처음 공개할 때는 좌독기의 변형이라고 여기기도 하였다. 어기를 태극 팔괘도를 바탕으로 정학과 백성을 바탕으로 왕조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이야기하던 것이 주상인 이영이었다. 태극과 팔괘는 정학과 그 도를 위한 이야기가 있었다.
또 이후에 어기의 간소화로 황백이 아닌 청홍으로 색을 달리하고 태극의 도형도 본디 다른 것을 한 사괘를 바탕으로 태극사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영이었다. 정원용은 그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매우 인상이 깊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모든 민은 군주의 분신, 그림자이다. 그렇기에 태극은 음양이 있듯이 민은 음이고 군주가 양이다. 군주가 민이 없이는 군주가 아니고 민은 군주가 없으면 살기가 힘들다. 그리고 양이 우위라고 해도 음이 없다면 어찌 균형과 태극이 있겠소? 우리 조선이 왜 태극과 사괘로 국기를 정했는가?
팔괘 중 중요한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상징하는 사괘와 그 중앙의 태극으로 모두 조화로운 나라가 되고 정학이 있고 민본이 있기에 군주가 있으며 정학과 다른 학문들이 있는 조화로운 조선을 되기를 바라기에 태극사괘기, 태극기를 한 것이지 않겠소? 그리고 군주의 분신이 민이라는 믿음은 나는 확고하오.
그렇기에 나는 장차 예속적인 왕민(王民)인 노비들, 사노비도 더 사라지게 할 것이오. 경들! 군주의 분신인 민들이 누구는 상민이고 누구는 노비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군주는 민이 있기에 있다. 민 위에 없는 군주가 어디 있는가?
민은 군주가 없이도 살아도 살기 힘들 수가 있다오. 민은 군주가 없이 잘 살 수도 있겠지, 그래도 그런 민을 올바르게 이끄는 자가 군주가 되면 그 밑에서 사는 것이 낫다오. 그래도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게 된다면 민은 그런 군주를 갈아치워도 된다.
맹자의 가르침이오. 그런 것을 알기에 군주는 민본을 잊어서는 아니 되오. 저기 법국의 집정과 미리견의 대백리새천덕도 민을 위한 정치가 맞소. 그리고 군주들도 민본을 위해 있다오. 그러기에 모든 나라는 민국일 것이다.”
이영의 그러한 말에 모든 신하들은 감탄과 동시에 냉엄한 현실을 알았다. 게다가 이영의 조부인 이성, 선선대인 정종대왕의 말이 비슷했다 전하고고 선대의 임금이던 이공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는 신하들이었다. 그들은 생각에 잠기면서도 조심히 입을 열어서 주상인 이영에게 아뢰기 시작하였다.
“전하....”
“민국이옵니까?”
“군군신신부부자자라고 했습니다. 확실히 공자께서는 거기에서 천천노노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대부가 그 도리를 알고 그 아래의 사람을 교화해야 하지요. 그들에게 무조건 위에 있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장차 노비들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노비들을 계속 늘리는 것을 막으며 그 업의 세습을 막아야지요. 그래도 우리 사대부들의 일각은 그래서는 아니 되는데 탐욕으로 이를 막으려고도 할 것입니다.”
그런 신하들의 우려를 알고 현실을 인정하기에 급진으로 사노비들을 없애겠다고 말하지 않는 이영이었다. 주상인 이영의 표정은 복잡하지만 현실과 도의를 다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고 그대들에게 사노비를 당장 해방시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오. 그대들의 선의를 믿으면서도 완전히 믿지 아니 한다네. 대신에, 점점 그들의 세습을 막을 생각이라오.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것 말이옵니까?”
“사노비의 세습을 금하는 것입니까?”
정학에 입각한다면 이는 당연히 맞는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사노비 자체가 줄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반가의 사람들은 남은 사노비를 집에 와서 노동력 등을 바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멀리 외거하는 노비들은 면천 등으로 자기들의 땅을 경작하게 할 소작농으로 두었다.
그래도 집안의 사노비들이 부족하면 남성들이면 고공을 고용해서 일하게 하였다. 여성은 식모를 두어서 일하게 하였다. 또 궁궐에서도 공노비와 궁노비의 해방으로 고공을 고용해서 일하게 하는 중이었다. 아울러서 본디라면 금지이던 양민의 궁녀 고용에 대한 것도 더 대놓고 되고 있었으며 이를 아예 양지로 올리는 과정을 주장하던 내시들도 있었다.
‘그래도... 노비들은 반가의 위신을 상징한다...’
‘고공만으로는....’
그들에게 수가 적어져도 남은 사노비는 위신을 위한 상징이었다. 물론 사노비 중 양역노비 같이 주로 집에서 일하게 하는 이들은 고공으로 그대로 두어도 상관이 없었다. 이영은 의견을 아직 말하지는 않는 신료들을 보면서 이해하면서도 조금 차가운 눈이었다.
그들은 이미 눈치가 보이기는 했었다. 더욱이 무엇보다 이미 궁궐에서도 공노비와 궁노비가 없는 판에 사노비를 사사로이 계속 거느리는 것은 반가의 위상과 명성에 더 흠이 될 수가 있었다. 이에 자유로울 이들은 진작 사노비, 그들을 해방해서 고공과 소작농으로 부리는 환재 박규수 등 소수였다.
“당장은 더 유예를 해주시지요.”
“사노비들은 왕민이기도 합니다. 예속이 된 상황도 옳지요. 그래서 그들의 고심은 사실입니다.”
“허나, 궐에서도 이미 노비들이 해방이 된 상황에서 사노비만 남은 것을 서역의 고문들은 알게 모르게 좋지 않게 보고 있지요.”
서역의 시선, 유주인들이 봐도 조선의 노비에 대해서는 복잡한 생각이었다. 다만 이는 조선을 미개하게 여기는 것보다는 조선도 이런 예속민들에 대한 것으로 복잡한 양상이라는 사실에 말이었다. 그래도 무턱대고 건들 수가 없는 문제인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환재 박규수는 침묵하면서도 고심하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이해하였다. 그래도 정학에 의거한 역, 직역 등에 의거한 소임으로 이를 구분하자는 것은 강했다.
천민들이 사라져도 양인 중 고공 등의 몸을 더 많이 쓰는 일을 하는 이들은 다시 나오기 마련이었다. 조선은 법제상으로는 양반은 엄밀히는 관료만을 지칭하고 더 넓게 본다면 관료와 그 일가붙이들이지만 마냥 세습되는 것은 아니었다. 양반은 사회상으로 신분에 가까운 계층이 된 것이고 이는 중인 등도 비슷하였다.
“서역의 시선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들도 예속민들에 대한 논란이 있는 판이지요. 사람 밑에 사람이 있어도 모두 다 군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천민이 아닌 양민들 사이에서도 역으로 보다 더 구분하고 제 소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 더 옳습니다.”
“신들은 유예가 필요하옵니다.”
“그래도 그 역의 세습은 당연히 차차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노비들을 선뜻 폐지하자는 말을 이전의 선대처럼 반대하는 것이나 도의로는 옳습니다. 다만 당장은 힘들다고 여깁니다.”
주상인 이영이 그런 신료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급진의 사노비 폐지는 그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더 이상의 사노비들이 생기지 않게 주의하고 있었다. 역의 세습을 폐지하기 전까지 태어난 아이들을 제외하고 죄 등으로 신규 사노비들이 더 생기는 것을 방지하였다.
그런 노비 대신에 유형소 등에 수감한 죄수들을 동원하는 일이 늘었다. 다만 그런 죄를 지은 죄수 외에 백정도, 노비도 점점 사라지게 만들어야 하는 것을 믿고 이를 시행하려는 이영은 그런 의미로 태극사괘기를 운운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것을 이해한다오. 다만 그렇기에 그런 나라, 양민들이 중심인 민국을 만들고 싶소. 그런 민국의 표상이 바로 이 태극사괘기가 되기를 바라지! 이 이상을 위해서 그 상징이 이 태극사괘기, 태극기가 되기를 바라오! 나의 뜻을 이해하겠소?”
정학으로 이상인 나라, 민국은 왕과 왕족 등의 종친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양민으로 있으며 양민들의 나라인 것이었다. 천한 신분인 노비와 백정, 기생 등의 존재들이 양민으로 동등하게 있는 나라가 오는 일이었다. 모두 다 군자가 되는 것, 대동세계의 도래를 2자로 줄인 양민만이 있는 나라, 민국이 해낼 수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도 전하는 이를 급진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려도 경장 등을 해내면서 많은 갈등과 시행착오에도 바뀔 나라. 대동세계 곧 민국의 도래라니...’
‘민국이라... 과연 가능할까? 그 것이 가능하게 신이 돕겠습니다!’
‘당장은 불가능한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꿈이 있기에 더 살아가는 것이다. 그 것이 사람... 주상은 우리와 백성에게 꿈을 주겠다는 것인가?’
많은 신료들이 가능할까 회의를 가지면서도 이영의 말은 정학의 이상을 주창하고 그러면서도 현실의 정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것도 장차 해결하면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민본주의를 극대로 발전시킨 민국론을 주장하고 이를 정학의 대표적인 표상인 태극에 반영해서 민국, 다른 말로는 조선에 대동세계를 이룩하자는 생각에, 그리고 그들은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고 이를 이루려고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싸우는 임금에 좋던 싫던 이미 일정부분은 매료가 되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우선은 따르고 민국론의 그 표상으로 여겨지는 태극사괘기, 태극기가 많은 논의를 통해서 그렇게 조선의 국기가 된 것이었다. 그런 사연 등이 담긴 태극기와 조선의 어기를 생각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던 정원용은 자신의 늙음에 다시금 속으로 한탄하였다. 그 한탄의 의미는 아쉬움으로 그의 임금인 이영이 바꾸고 있는 조선과 그 천하를 더 지켜보고 싶으니까 그렇다.
‘조선만의 천하, 해동 천하와 조선이라는 민국으로 해동 천하의 대동세계라는 것을 보고 싶으나 이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을 것 같으니 아쉽다. 이 전쟁으로 내가 오롯이 은퇴해도 그 과정의 일부를 더 눈에 담고 세상을 떠날 수가 있기를!’
도체찰사인 그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서진군은 요택을 지나는 중에 만주인들의 무리를 조우하게 되었다. 그들은 조선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한 민병대가 아니었다. 아니 민병대가 맞았지만 오히려 대세를 알고 붙으려는 자들에 가까웠지만 말이었다.
“우리는 투항하겠다고 합니다.”
“만주인들이 말이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조선의 서벌을 위한 서진군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자들을 별로 믿지가 않았다. 도리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서진군의 중요 지휘관들도 하나 둘씩 의견을 내기 시작하였다.
“그냥 쫓아낼까요?”
“마적일지도 모르지요.”
“그렇습니다...”
“청나라의 민병대가 위장해서 우리를 치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입니다.”
그들의 의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나라 민병대는 조선군에게 거짓항복으로도 시간을 끌려고 하는데 먹히는 것 같다고 여기자 기뻐하였다. 게다가 요택을 최대한 빠르게 지나왔을 것이라서 지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군이었다.
‘잘만 하면 저들에게 타격을 줄 수가 있을 것이다.’
원래면 더 후퇴했다가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길 것 같지가 않은 군대가 조선군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달리하여서 조선군을 방심으로 이끌고 밤에 기습하는 식으로 타격을 줄 요량으로 거짓투항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통하지 않으면 도망치게 할 것이다. 죽어도 나와 일부만 죽어도 되는 일이다.’
지군은 실패하면 부하들을 도주하게 하고 일부와 죽을 생각이었다. 다만 만주인 민병대 자체의 신의는 별로 없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였다. 그래서 도리어 그들이 끝까지 항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속으로 평가 절하를 하고 있던 지군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억지로 싸우게 할 생각은 없는 일은 만약 그가 살아서 조선군에게 잡히면 칭찬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었다. 조선의 말은 몰라서 그들이 진격을 잠깐 멈추고 임시로 회의를 시키게 하는 것을 보면 꽤 갑론을박이 있는 것으로 보는 청나라 측의 지군이었다.
“아무리 봐도 거짓 항복 같습니다.”
“신용할 수가 없지요.”
“아무래도 그냥 저들을 빠르게 타격하고 요택을 벗어나서 산해관으로 진군해야 합니다. 혹을 함부로 달고 갈 수가 없습니다.”
“저들을 그냥 둘 경우에 우리의 배후를 위협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투를 벌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정작 조선군이야 그들을 당연하게도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도리어 신속하게 그들을 쳐서 제압할 생각이었다. 포로는 잡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그렇다고 포로를 인정하지 않고 다 죽이는 것도 시간 낭비였다.
“그러면 적들을 흩어지게 두시는 것은요? 저들의 복색이며 장비 등이 일통되지 않았고 군기가 좋지 못한 것을 보아하니 청나라 관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청나라 관군이라기에는 더욱 오합지졸과 같은 모습이 맞습니다.”
그들은 저들을 바로 공격하면 분산이 될 오합지졸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 의견이 사실이라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그들은 와해를 당할 것이었다. 사실 요서의 주방팔기 대부분은 청나라 황제인 함풍제 혁저의 친정에 합류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팔기는 없었다.
그래서 저들 민병대는 아직 팔기의 기적 중 군사 동원의 적에도 들지 않은 애송이 혹은 기적을 두었지만 은퇴한 늙은이 외에는 없었다. 그게 아니면 팔기의 군적에 속하지 않은 만주인 청년들만이 있었다.
“마병대 혹은 아군의 일각으로 쉽게 정리하지요.”
“저 것이 위장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헌데 위장일 여지가 없습니다. 청나라 군대는 염군과 장발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내려갔고 경사를 지킬 병력인 귀한 금려팔기들을 무리하게 동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몽고팔기도 말이지요.”
도체찰사 정원용과 도원수 임태영은 이제 그들 자신이 서진군의 고위 지휘관들과 서진군의 막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충분히 고심을 하고 있었다. 저 투항하려는 수백 이상의, 많으면 수천인 청나라 무리들을 당연히 서진군은 신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들을 그냥 두기에도 애매하였다. 남은 선택은 결국 하나로 정해지고 있었으니...
“도원수, 역시 저들에게 타격을 주고 행군을 계속하도록 하죠.”
“저들을 와해시킨 이후에 저들이 우리의 보급로를 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수군과 선단에게 중요 보급을 맡긴 상황입니다. 지금 당장은 우리의 식량과 탄약 중 1~2회의 전투를 할 분량을 싣고 가지요.”
“화포 외에 공성용의 소임으로 쓰는 포들은 원래 요택을 최대한 피해서 수군과 선단에 실어서 이동할 생각이었지만 그 것이 더 시간이 걸릴 수가 있어서 우리와 같이 이동하고 있지요. 당장 포군의 화포를 방열할 필요가 없이 우리 앞의 저들을 충분히 밀어버릴 수는 있습니다.”
“그렇소? 그렇다면 저들을 제거하시오.”
도체찰사 정원용은 전쟁을 겪으면서 사람들을 제거하라는 저 자신의 명령이 매우 익숙해진 것에는 씁쓸한 마음이지만 서진군의 현장 최고위 문관으로서 그는 냉정한 결정을 할 따름이었다. 그런 그의 명령에 서진군 최고위 무반인 도원수 임태영은 서벌의 실질적인 최고책임자, 군사적 활동과 작전을 지시하는 직업군인으로서 받들면서도 상관인 정원용에게 다른 제안을 꺼냈다.
“다 죽일 필요는 없지요. 다 잡아들이지도 못하고 굳이 포로로 잡고, 잡은 자들을 다 죽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면 잡은 자들을 풀어주고 풍문을 조장하게 시켜야지요.”
“그렇다면 어떤 풍문을 내는 것이 좋겠소?”
“우리에 대한 공포를 해야지요. 물론 적이 더 철저하게 저항을 할 겁니다. 이를 이용해서 남김없이 산해관에 있을 요서의 청나라 군대와 민병대들을 다 격멸하지요.”
“흠 위험할 수가 있지만 경사와 그 근방을 지킬 적군 외에는 격멸해야 될 적이 줄어드는구려. 그러면 저 달자들, 몽고팔기들이 걱정이 되지는 않겠소?”
“지난 청주의 친정군에 끼었던 몽고팔기들이 달자들 땅에 꽤 있었지만 그들 외에는 대부분이 염군과 장발적을 상대하려고 차출이 되었다고 몽고팔기 포로가 말했었지요. 무리하게 더 쥐어짤 수가 없을 듯으로 보입니다.”
도원수 임태영이 말하는 군략에 대해서 병법에 문외한에 가까운 정원용이라도 일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여서 그 것도 시행하자고 답하였다. 그래서 도체찰사인 정원용의 정확한 명령이 도원수 임태영에게 내려진다.
“도원수! 저들을 신속하게 저들을 격멸하고 사로잡은 자들을 풀어주지만 공포를 조장하게 푸풍문을 퍼트리는 조건으로 풀어주시오. 산해관을 격파하는 일, 그리고 아 조선의 수군과 만나서 치중망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오!”
“알겠습니다. 도체찰사! 모두 이 명을 시행하라! 먼저 저들을 제압한다!”
도체찰사의 지시를 받드는 도원수의 호령과 동시에 서벌을 위해서 다시 뭉친, 많은 서진군의 제장들과 막료들이 답하였다. 한 지군의 잔꾀는 결국 통하지 않았고 조선군의 군략, 모략을 위해서 도리어 이용당할 상황에 놓였다.
“예! 도원수!”
“전력을 다하지 않고 적들을 격파하라!”
“한 치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범이 토끼를 잡을 때보다는 덜 최선이지만 확실하게 적을 몰아치기 위해서 돌입하였다. 그리고 지군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당황하였다. 그 지군 아래의 오합지졸 부하들이야...
“아이고! 우리가 죽겠다.”
“이거 도망쳐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런 소리를 하면서 매우 요동치고 있었다. 합이 일치하지 않는 오합지졸의 민병대는 수만 이상의 서진군이 진격함을 결국 막아내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