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78) 조선과 조선 밖의 변화들에 인식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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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수부들은 돈은 덜 받는데 열심히 일하지.”
“근면해.”
“물론 객사를 두려워하는 것이 흠이지만 사실, 어디든지 객사가 안 무서운 사람이 있겠어?”
“우리도 그런데 말이지.”
이 나라, 조선에 포경거점을 두고 있는 미리견, 미국의 상급 선원들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조선의 남쪽에서는 항구로 쓰기 좋은 곳이 있었고 동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두 지역은 각각 동래 부산포와 덕원 원산포이다. 그래서 두 지역에서는 미리견의 포경선들이 상선들과 수가 엇비슷할 정도로 많았다. 오죽하면 이 포경선들을 수리하기 위해서 부산포와 원산포의 포구, 항구에서는 개방장에 있는 작은 수리소가 상선 수리보다는 포경선 수리로 일감이 많을 지경이었다.
또 미리견의 상인들이 영길리 상인들 못지않게 투자해서 이 현지에서 고래를 가공하고 기름조직을 장기 보존하기 위해서 소금에 절이는 공창이 빨리 세워졌다.
조선의 바다 너머에 있는 섬나라인 일본이 개방되어도 이미 자리를 잡은 미리견의 포경업자들은 함부로 거점을 옮기지 않을 생각일 정도로 부산포와 원산포는 위치가 좋다고 파악하였다.
“조선인들이 일을 잘 가르치면 잘 따라오고 경험이 있는 선원들을 싸게 구할 수가 있으니까 많이 고용하지.”
“조선이 꽤 빨리 해운을 모을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해.”
“청나라 사람들보다 더 믿을만하잖아?”
미리견, 미국인 상급 선원들이 말을 할 정도로 미리견 포경선에서 조선인 수부, 선원 고용이 꽤나 빈번하였다. 청나라 사람을 고용하는 일은 주로 상선이 많았다. 이도 점점 조선인 수부들에게 밀려서 일부는 대체 당했고 그나마 배의 요리사로 일하는 경우 외에는 드물었다.
미리견 포경선의 사람들은 조선에 자신들이 먹어도 남아도는 고래 고기를 팔아재꼈다. 그 외에도 조선도 고래 기름을 사들여서 사용했다. 점점 그 수요는 빨리 불어나고 있었다. 공급이 아직은 따라주는 상황이었다.
말이 잘 안 통해도 피진이 가능하고 조선의 상선학교(항해감)에서 배우고 졸업한 선원들은 피그보다 더 영어가 가능한 이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 수부, 선원들은 미리견 말고도 영길리의 상선 등에서도 꽤 싼 대체인력으로도 고용 중이었다. 더 싸면서 더 말도 통하는 편인 이들은 더욱 환영이니까 그렇다.
“고래 고기가 오늘도 상에 오르겠지?”
“비린데도 고기라고 잘 먹으려고 하지. 다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어.”
“뭔데? 내가 생각하는 ‘그 거’지?”
“어, 펴(벼)!라는 작물의 낱알일 살(쌀)인데 우리에겐 너무 차지고 입에 끈적거려서 못 먹겠는데 말이지.”
그들은 자신들이 먹는 밥과 조선인 동료들이 좋아하는 쌀을 아직 잘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미리견 등의 서역에서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단립종 쌀은 비주류였다. 특히나 익숙하지 않은, 끈적거리는 식감에 차짐을 즐기는 동료 조선인 선원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대로 조선인 선원들은 퍼석거리는 빵을 먹기도 했었다. 마음에 들지가 않아도 고용주가 제공하는 밥이었다. 그 것도 뭍에서는 밥을 지어 먹어도 상관이 없어서 그렇지, 해상에서는 아주 딱딱한 원조 건양병 중 하나인 십비스킷은 물에 불려서 먹는 방식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조선에서 유행하는 건양병은 2번 밖에 안 구워서 덜 딱딱한 상황이었다. 염장고기를 삶고 물에 불린 건양병과 그 건양병이 든 물에 삶아서 소금기를 줄인 염장고기를 섞어서 끓인 탕을 먹는 것도 조선인 수부들은 익숙해졌다.
“이봐 썬임들! 여서 일하려 가자고!”
“사관 분들이 찾습니다.”
피진으로 말하는 쪽과 그나마 좀 더 정확한 영어로 말하는 이들은 모두 이 포경선에 일하는 조선인 선원들이었다. 그들의 부름에, 사관들이 찾는다는 말에 미리견 상급수부, 미국인 상급 선원들은 바삐 움직인다.
“나중에 꿍쳐둔 기름이 있는데 그걸로 십비스킷을 튀겨먹자고. 초이!”
“자네도 마찬가지야. 리!”
황인종이라고 열등하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생각이 수정된 그들은 조선인 하급자들과도 잘 지내려고 하였다. 포경선에서는 남아도는 고래 기름 말고 염장고기를 삶아서 나온 소의 고깃기름을 꿍친 것으로 나중에 십비스킷을 튀겨먹자고 제의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에 대한 두 조선인의 답은 걸작이었다. 조선인 특유의 해학을 최대한 할 수 있는 영어로 그들은 자신들의 답을 표현하였다.
“여기는 기름이 많아서 평생 먹을 기름을 벌써 다 먹어치우고 날 정도에요. 기름이 귀한 땅에서 기름이 흔한 배에 일하니 배가 기름으로 찰 정도요.”
“이러다가 키름 담는 항아리가 될 찌경이 아닐까 걱정이랴요.”
그들의 농담에 미리견 상급 수부들도 킬킬 거리면서 걸어간다. 힘들고 궂은 뱃일을 함께하는 저 사람들은 인종을 초월해서 벗, 친구들이 되었다. 사관의 감독을 받고 지시를 다 받은 다음에는 그들은 약속대로 십비스킷을 튀겨먹을 생각이었다.
그들의 행동을 도와줄 조력자는 포경선의 조리실에 있는 조리사였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아주 까무잡잡함이 그들 이상인 흑인, 보조 조리사 윌리엄 스미스로 블랙 빌이라는 애칭을 가졌다.
“블랙빌, 십비스킷 좀 튀겨줘.”
“또? 입이 6명 이상이네. 딱 계란 비율로 수가 이렇게 되는군. 흰자 2 대 노른자 1!”
이런 농담을 하면서 잘생긴 편인 윌리엄 스미스가 그들이 꿍쳐서 남겨놓은 딱딱한 십비스킷을 확인한다. 그리고 몰래 챙긴 기름도 확인해서 십비스킷을 튀길 양이 되는지 계산한다.
“흠, 넉넉하지 못한데? 이거 고래 기름과 섞어야겠어. 요리용으로 쓰는 수염고래 기름에 말이지.”
그래도 수염고래 기름은 먹어도 덜 탈이 나지 않는 기름이 맞았다. 아무튼 그냥 먹으면 당연히 맛이 없고 벌레들의 성 소리나 듣는 일반 십비스킷보다는 기름에 튀긴 녀석이 훨씬 맛이 좋았다.
검은 빌, 블랙 빌이라고 불리는 보조 조리사 윌리엄 스미스는 조리를 시작한다. 기름이 잘 달궈지게 불을 올려놓은 상태였고 잘 끓는 기름이 되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잘 끓는 기름에 여섯 개 이상의 쉽비스킷 중 하나를 먼저 투입한다.
소의 기름과 수염고래의 기름이 끓으면서 나는 냄새는 고소했고 튀기는 소리는 윌리엄 스미스는 물론이고 6명의 수부들 귀와 코를 잠식하였다.
“근데 블랙 빌은 이 배에 어떻게 타게 된 것인가요?”
영어를 잘하는 조선인 수부가 블랙 빌, 윌리엄 스미스가 이 포경선에 탄 이유를 요리 중인 그와 이를 기다리는 서역인 수부들에게 물어봤다. 서역인 수부들은 이를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하나 고심을 하였다. 그러다가 십비스킷을 건져내고 2개를 넣어서 튀기게 냄비에 넣은 윌리엄 스미스가 그냥 말해주었다.
“나는 원래 남부에서 망할 노예로 살고 있었어. 조선에도 비슷한 애들 있잖아? 그런 것.
가정부였던 엄마 밑에서 요리를 배웠지. 그래서 백인 주인님 가정의 요리사로 일하겠나 싶더니만 흑인 노예 요리사는 여자 외에는 별로라고 하는 소리 들으며 농장에서 노동했어,
그리고 주인 놈 집안의 사정이 좋지 않아지자 내가 팔렸지. 나는 팔려 가는 중에 도망쳐서 뉴욕에 갔어. 흑인노예 되찾고 주인에게 송환하려는 놈들 피하다가 이 배에 올라탔지.
마침 요리도 잘하겠다. 내가 이 배의 보조 조리사로 일하게 되었지.”
웃지만 서글픈 과거이기에 인종을 초월해서 모두가 동정하였다. 윌리엄 스미스는 잘생긴 자신의 얼굴로 씨익, 하얀 이빨이 드러나게 웃고는 말한다.
“내 과거가 마냥 좋지 않아도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시간이라고. 다만 과거의 나 같았던 누군가의 예속민들을 두는 제도가 당장은 무리라도 빨리 사라지기 바란다니까.”
그런 말을 하고는 다시 배의 주방에 들어가서, 이 배의 조리사가 점검을 하러 오기 전에 빨리 십비스킷을 튀겨야했다. 잠시 후에 윌리엄 스미스가 잘 튀겨진 십비스킷 6개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윌리엄 자신도 자기 몫의 튀긴 십비스킷을 챙겼다.
“항상 고마워. 블랙 빌.”
“네 생선 요리와 고래 고기 요리는 항상 잘 먹어!”
“랍스카우스도 말이야.”
“저도요.”
피진을 쓰는 조선인 수부도 블랙 빌, 윌리엄 스미스에게 서툴지만 감사를 전한다. 그 말에 윌리엄 스미스도 웃어버렸다.
“끼름진 껄쭉한 요리들로 배에 기름이 차는데 힘들어서 다 빠지우, 컴은 쪽이 항상 그리 요리하는 이유를 알겠슈.”
“낄낄낄, 그래. 뱃일이 힘들죠. 그런 상황에서 고기와 빵이라도 배불리 먹어야 좋지. 아 선창 아래의 치즈는 맛대가리가 없지만!”
윌리엄 스미스도 농담을 더해서 동료 선원 6명에게 말해주자, 그들도 낄낄낄 거리며 웃었다. 다시 각자의 일로 돌아가는 그들이었다. 물론 튀긴 십비스킷을 최대한 빨리 먹어 치워야 했다.
쉽비스킷이 기름에 튀겨져서 딱딱함이 줄고 맛이 있다. 그래도 십비스킷 속의 기름에 튀겨져서 죽은 바구미 등의 벌레들이 씹히는 상황은 별 수가 없을 상황이었다. 조선인 수부들도 이런 상황이 어쩔 수가 없음을 잘 알았다.
그래서 적응하는 중이었다. 다만 간혹 못 참아서 찐쌀을 물에 불려서 먹기도 한다. 그 찐쌀 혹은 바구미로 닭을 길러서 잡아먹자는 일도 종종 있었다.
“다음에는 닭을 잡아다가 먹자고요.”
“그건 선장 동의가 필요하지만 말이지.”
“아 그럼 선장에게 졸라야겠군,”
“그 때에 도와줄게.”
동양에서는 고된 뱃일 속에서도 인종을 초월한 우정과 의리가 생기는 상황은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어쩌면 같이 고되고 힘들어서 의지할 것은 같은 배를 탄 동료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조선인 수부들을 선봉으로 조선인들은 점점 다른 인종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었다.
***
한편, 일본에서는 조정의 덴노에 공가와 쇼군 아래의 사실상 나라를 실질로 다스리는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의 철권제제 이후로 그의 통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안세이의 대옥으로 표면적으로 정적과 막부의 적들을 토벌하였다.
그렇지만 이는 사실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쉽게 건드릴 수가 없는 정적들은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차근차근 압박해서 막부의 위상을 다시 높이려고 하였다.
“우리 바쿠후에 불온한 자들은 더 잡아들일 만한 자들은 다 정리했나?”
“네, 다이로!”
“흠, 그래도 아직 바쿠후가 다시 굳건해진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의 정적은 남았다.
그리고 내가 잘랐지만 복귀를 하라고 한 전 수석 로쥬, 홋타 마사요시는 복귀 의사를 밝혔는가?”
다이로의 그 말에 다이로를 보좌하는 하급자, 로쥬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독단의 반발도 줄이려고 이이 나오스케는 정치력을 발휘해서 자신과 가까운 로쥬 두 명을 잘라버렸다. 그 중에 하나가 홋타 마사요시였다.
이이 나오스케는 그의 복귀를 바라고 있었다. 홋타 마사요시 같은 능력이 있는 로쥬를 그도 원해서 자르려던 것이 아니었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그랬다. 다만 보고를 하는 로쥬의 말에 이이 나오스케의 얼굴이 굳어진다.
“어, 그 것이... 다이로... 아들에게 다이묘의 자리를 물려주고 은거하였는데 와병을 칭하며 복귀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뭐라?!”
홋타 마사요시, 그의 친우기도 한 전 로쥬, 이제는 은거한 막부의 중역이 자신의 화해를 담은 복귀 제안을 거부했다. 이이 나오스케는 홋타 마사요시에 대해서 자신을 저버렸다고 생각을 해서 매우 불쾌하였다. 로쥬의 자리를 대체할 수가 있는 능력 있는 자는 더 찾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감히! 내 제안을 거부해?”
“진정하시지요. 다이로...”
“마음이 상했을 것도 이해하심이... 그냥 좀 더 내버려 두시는 것이 좋겠지요.”
“그 분도 다이로처럼 바쿠후에 충성하는 분입니다.”
다이로인 이이 나오스케는 로쥬의 만류가 섞인 말로 우선은 화를 가라앉혔다. 그에게는 어린 쇼군을 대신해서 막부와 일본을 통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물론 쇼군인 이에모치를 돕는 쇼군 후견인 도쿠가와 요시요리로 있지만 그 요시요리도 이이 나오스케의 꼭두각시였다.
사실상 막부와 일본을 통치하는 최고 실력자는 이미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였다. 물론 에도 막부는 이미 쇼군 대신에 로쥬들의 회의와 수석 로쥬 혹은 다이로가 다스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 그렇지... 그럼 조선이 외관을 이 히노모토에 보내는 것은 아직 이라고 했지? 대마도주에게 아직은 교섭의 자리를 맡기지만 그 이후에는 대마도주의 위치가 애매해진다.”
“그렇습니다.”
“대마도주와 그 일족에게 그냥 기존 관례대로 해서 서역처럼 조선과 아국 히노모토의 교섭을 담당하는 관직으로 조선 땅에 파견시켜도 되지 않겠습니까?”
조선이 곧 보낼 관리들에 관련한 논의였다. 가나가와 쪽에 세워지는 조선관의 견외통사와 다른 개방장들의 통사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조선도 서역의 그런 관리를 모방한 이들을 일본으로 보낼 예정이었고 일본은 이를 반영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대마도주의 원래 소임이 붕 뜨게 되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도 겸하게 되었다. 의견은 위의 대화 외에도 꽤 나왔다.
“그냥 전에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대마도 일대를 어령(막부 직할령)으로 편입하고 대마도주 일가는 개역 대신에 천토가 될 대마도의 봉행으로 세습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어령으로 하여서 그 곳에 포대 등을 세워서 서역과 조선을 은근히 견제해야 합니다.”
“대마도주 일가를 개역시켜도 되지요. 그들이 거부를 했지만 더 기름진 땅을 관할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견들을 다 들으면서 이이 나오스케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로쥬들이 꺼낸 의견들은 모두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마도주의 반대를 물리치고 대마도를 막부 직할령인 어령으로 편입해도 큰 실익이 없기는 했었다.
조선과의 교역을 위한 중간 거점으로는 이미 의미가 줄어들기는 했다. 그래도 서역 방식의 선박이 적은 일본으로선 의미가 있지만 조선쪽은 양선이 더 많고 그로 정박해서 움직이면 되었다. 일본에게만 실익이 있었다.
대마도 등에 포대를 세우는 것도 조선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직은 친선과 친교를 좀 더 다져 놓아야할 상황에서 그런 행동도 실익이 없어보였다.
“대마도를 관할하는 소씨의 반대로 어령으로 편입함은 물 건너갔다. 이를 강제할 수가 있어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내가 생각하기에 적법한 일은 대마도주와 그 일족에게 주조선 왜관의 총괄을 한동안 더 맡기는 식으로 간다.”
“하지만 역대 대마도주의 행적을 생각하면 그들은 이 히노모토와 조선의 국서를 위조하던 이들입니다. 쉽게 맡길 수가 있을까요?”
이이 나오스케는 그런 의견을 꺼낸 로쥬의 견해도 동의하였다. 허나, 막부의 다이로인 이이 나오스케는 당연히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
“그 또한 생각한 방법이 있다. 조선의 우리 일본의 왜관에 대마도주가 보낸 대리인과 대마도주를 감찰하는 자를 파견할 생각이다.”
“그럼 대마도주와 그 일족이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맞기는 하여도, 대마도주가 받아들일까요?”
로쥬들은 이이 나오스케가 생각한 대안이 맞기는 하여도 대마도의 반발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로쥬들의 모습에 이이 나오스케는 불쾌하다는 표정 대신에 아주 심드렁하게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당연히 그들이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엄포를 놓고 압박해서 관철해야지!
그 요청을 거부하면 덴노와 조정과 이 바쿠후를 기만한 죄를 물어서 영지의 몰수와 다이묘의 직책 등을 박탈한다고 하면 그 자들도 정신을 차릴 것이다. 대마도가 아무 대가도 받지 못하고 어령으로 편입할 수가 있다고 압박하면 말을 들을 터이다.”
매우 철저하게 압력을 놓고 양자택일을 강요하게 만들겠다는 소리였다. 저돌맹진이라는 말처럼 이이 나오스케는 멧돼지 같이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려고 들이박는 성향이 강했다.
이 일본과 에도 막부를 통치하는 사실상 최고 통치자인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는 자신이 권하는 대로 뜻을 관철하려는 일로 적이 알게 모르게 생겼다. 본래의 동맹들도 그를 두려워하거나 버려졌다고 여기는 이들은 저 다이로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로쥬들도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의 전횡을 견제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타협안와 의견을 말하면 이이 나오스케는 구미가 당기는 의견이면 채용하는 편이었고 타협도 이이 나오스케가 마음에 들어야 진행이 될 수가 있었다.
‘저러다가 다이로를 시해하려는 자들이 나올 수가 있다.’
‘미토의 무사들이던 낭인들이 이를 갈고 있다고 하던가?’
‘만약 다이로가 죽으면 막부는 어찌 되는가?’
로쥬들이 이런 걱정을 할 정도로 이이 나오스케는 자신의 뜻을 최대한 관철하려고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멧돼지 그 자체였다. 그의 이런 정계에서의 태도가 그를 포위하고 있는데 이이 나오스케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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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선에서는 주왜국 조선관 견외통사로 류후조와 강로의 접전이었다가 결국 류후조 대신에 비교하자면 더 젊은 축인 강로가 선발되었다. 조선 조정이 인선을 매우 고심해서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대는 내가 왜국에 보내는 조선의 얼굴일세. 경의 처신이 조선의 얼굴을 깨끗하게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네. 이를 명심하게나.”
“예! 태왕 폐하!”
조선의 태왕인 이영은 이미 새로이 만든 옥새 4개 중 태왕지새와 대조선국새를 찍은 두루마리2개를 상선을 시켜서 전달한다. 하나는 태왕지새로 강로를 대사헌에서 외부 아래의 주왜국 조선관 견외통사로 임명한다는 조칙을 내렸다. 다른 하나는 왜국, 일본의 왜황(덴노)과 일본국 대군(정이대장군)에게 서역의 국가들이 보낸 공사, 견외통사 수준의 외관에게 보내는 신임장이었다.
임명하는 조칙에는 태왕지새가 찍혔고 왜국의 두 지도자, 실질로는 일본국 대군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 분명이 신임장에는 대조선국새가 찍혔다. 인사권 행사에서 옥새 대신에 어보가 찍히는 것이 더 많았지만 견외통사라는 외관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태왕지새를 찍었다.
이전 청나라와의 그 것에도 새 명칭을 정하고 나서 강원도 춘천에서 나는 연옥으로 만든 새 옥새를 사용해서 신임장 등을 찍어서 청나라에 제출했었다. 사실 청나라 남쪽 너머의 지역에서 나오는 경옥으로 만들 수가 있지만 대신에 조선에서 나는 옥으로 특별히 기념을 겸하기 위해서 만든 셈이었다.
기존의 어보와 명나라와 청나라에게 받았던 금인들은 사대의 관계를 폐함으로서 더 이상 사용을 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어보를 만들기도 했는데 태왕의 새로운 어보와 왕태자인 이환을 위한 왕태자보 등이 그렇다.
“왜국이 종래 사용하던 위정이덕을 쓰지 않았다고 반발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난 왜국과의 통상수호조규에서도 아국의 폐하께서 자칭하는 태왕 등의 호칭에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또 부득이하게도 청나라와의 통상수호조규를 위해서 가져갔던 대조선국새를 대신해서 위정이덕을 썼지요.”
“물론 저들이 트집을 잡을 수가 있으니까 잘 설명을 해야 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료들은 대조선국새를 써서 문제라고 보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쓰던 어보가 아니라 새로 만든 옥새 4개 중 대조선국새를 썼다고 저 신의가 없는 왜인들이 무슨 트집을 잡을 수가 없으니 조심하자는 주장이 주류였다.
이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사태를 관망하던 태왕 이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 임금의 말에 모든 이들이 당연하게도 귀를 기울인다.
“지금 일본국 대군을 보좌하는 자와 그 아래의 신하는 이를 연연할 자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를 트집 잡을 자들이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나는 조심은 해야 하고 왜국 내에서 누가 우리에게 우호이고 적대인지를 더욱 여실히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예, 폐하.”
“신 강로, 폐하께서 맡긴 중책을 잘 수행하겠나이다!”
“좋다. 그러면 후임 대사헌에게 인수인계를 할 몇달 동안 잘 준비하라.”
“예, 폐하!”
태왕 이영과 많은 신료들은 다시 정무를 이어간다. 이영은 회의를 주관하고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대조선국이 되고 태왕을 칭하면서 만든 새로운 4가지의 옥새는 대조선국새를 제외하고는 3가지, 태왕행새, 태왕지새, 태왕신새는 한대 이래로 꼭 있어야 하는 6새의 옥새인 6새를 3새로 통합하기 위함도 있었다.
여기에 기존의 어보들이 가진 기능도 통폐합하기 위해서 4개의 옥새와 일부 새로운 어보들로 이전보다는 간소하게 정비한 상황이었다. 조선의 새로운 옥새 등에 대해서 사실 현 주청국 조선관 견외통사인 길주백 김근영과 전권부관이던 금성백 환재 박규수의 보고서에 환재 박규수는 직접 아뢴 말도 고려해서 청나라는 해당 옥새 등으로 찍힌 문서를 부정으로 봤다고 들었다.
‘저들은 내부의 상황을 수습하면 자강을 하고는 조선과의 일전은 당연히 노릴 수가 있다. 저들과의 큰 마찰은 당장 피한다고 해도 청나라와 다시 최소 1번 이상의 큰 전쟁을 해야 할 때가 온다.
그 때가 되기 전에 아국은 더 빨리 커져야 한다. 자강 등을 했을 청나라는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나라와의 큰 마찰을 피하고 거리를 두면서 힘을 비축하고 저 신지들에 영향력이 확실해져야 한다.’
태왕인 이영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법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형법은 꽤나 상당한 진척이 있었고 상법은 그보다는 덜해도 당장 진척한 것으로도 이전의 주먹구구를 면할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순회판법관, 순회법관들의 요동으로 파견을 신지의 수령들이 열심이라는 소식과 장계에 역시나 신지인 요동 제주에서도 송사가 끊이지 않는다고 봤다. 태왕인 이영 자신 중앙에 올라올 송사를 더 줄이기 위해서 방안을 생각하는 중인데 그들이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
‘빨리 순회판법관들을 요동 제주에 보내야겠군. 각 주에 조선 8도처럼 10명 씩 보내면 총 60명이군...’
이런 생각을 하던 이영을 굳어버리게 만든 장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장계는 조선 조정의 많은 신료들도 굳어버리게 만들었다. 그 장계의 내용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