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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다시 위대하게!-167화 (167/221)

〈 167화 〉 (78) 조선과 조선 밖의 변화들에 인식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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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조정을 굳게 만든 장계의 내용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조선 조정의 대책회의가 창덕궁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당연히 있었다. 상해 출장에서 돌아오고 쉬고 있는 에른스트 야코프 오페르트는 하루에서 이틀을 쉬게 되니까 친구인 원거 오경석을 만나러 갔다.

“원거, 거 있는가?”

“야고! 왔구만!”

마침 사역원 기반의 새로운 학당에서 서역어학훈도 중 영길리어학훈도(영어훈도)가 된 오경석은 오늘은 강좌가 없어서 쉬고 있었다. 그들의 다른 친구인 대치 유홍기는 전쟁에서 복귀한 이후로 양의학을 배운 의원으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서역의 석학 등이며 학문을 가르쳐달라는 이들이 주변에 생겨서 그 일로 바쁘다.

사실 오대발, 에른스트 야코프 오페르트도, 원거 오경석도 매우 바쁘기는 하였다. 그나마 둘은 짬이 나서 간만에 친우들끼리 만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대화는 서유시찰단 쪽으로 흘러갔다.

“근데 자네는 왜 이번 서유시찰단에 참여를 안했는가? 서역 사람인 자네라면 고향도 그리울 겸 해서 갈 것이라고 봤는데 말이지.”

“아 그거? 조선에서 더 성공해서 돌아가면 된다고 봤다네. 게다가 노사 기정진 선생 등이며 이전보다 더 서역의 말들도 잘하는 이들도 함께하는데 뭐가 걱정인가?”

원거 오경석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물론 고향인 함부르크에 가고 싶은 마음이야 매우 굴뚝같았다. 그래도 좀 더 성공해서 금의환향을 하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그런 친우를 보면서 오경석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한다. 그러면서도 길면 약 10여 년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오페르트의 젊은 시절을 말하는데 농담을 담았다. 오경석의 얼굴은 아주 능글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오페르트에게 말함이 보인다.

“그렇구먼. 자네를 과거 지난 서유시찰단에서 만난 것이 아직도 기억이 새록새록이라네. 그때  자네는 꽤 멋졌지.”

“어허! 지금 늙었다고 말하는가? 겉의 얼굴은 내가 더 늙었으니? 자네도 바닷바람으로 늙었네, 늙었어!”

짐짓 자신의 노안을 이용해서 농담을 하는 오페르트에게 오경석도 받아준다. 그러면서도 오경석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늙었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사실 두 사람 정도면 그렇게 늙은 모습도 아니었다. 농부와 수부 등의 육체노동 혹은 빛과 바람에 피부가 거칠어지기 좋은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낳았다.

“내가 제일 어리고 젊어 보이지 않은가? 서역 사람은 유독 더 늙어 보이는 이른바 노안이라고 들었는데? 대치 그 친구가 고생했어도 야고! 자네만큼은 아니야.”

이런 농담을 주고받다가 다시 서유시찰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지금 세상을 돌고 있을 2차 서유시찰단과 과거의 서유시찰단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었다.

“함부루구에서 그대들을 만난 것이 다행이었지. 그리고 신기했어. 내가 사는 곳에서는 마법사가 살고 있는데 그들을 만나지 않는 이들은 처음이었거든.”

“전에 말한 카지노인가 까지노인가 하는 나라가 허락하지만 관리는 민간에게 맡기는 투전장 말인가? 거기서 박수무당 같은 소리 들을 정도면 얼마나 악명이 높은지 짐작이 가는군.

우리야 거기에 그런 장소가 있는 줄 알고 갔는가. 뭐어... ”

몰랐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오페르트인데 그래도 그는 불안감이 떠올랐다. 그 불안감이 무엇인지 친우인 오경석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그런 오페르트의 말에 오경석의 눈은 동그랗게 떠진다.

“그렇지. 근데 이번에 가는 쪽은 매우 불안해서 말일세. 법국 출신으로 함부루구에 있는 마법사의 마수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

“그 박수무당인가 뭔가가 그렇게 사람을 잘 홀리나? 그 투전판에 갔다가는 경을 칠 일인데 부사 분들이 잘 통제하겠지. 설마 무슨 일이 있겠나?”

오경석이 동그랗게 끈 눈으로 오페르트의 우려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기우라는 식으로 친우를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오페르트가 한 말에 오경석은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답해야 할지로 난처해져 버렸다.

“근데 한산공 대감은 그 곳에 갔다가 사고를 치면서 걸릴 것 같아....”

“아....”

원거 오경석도 들은 소문과 한산공 이성이 한산공으로 책봉되기 이전에 한산대군이던 그 잠깐의 시절을 봤기에 차마 아니라고 당장 답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설마가 아니겠지 같은 생각으로 자신에 대한 최면을 걸면서 말한다.

“호랑이 같은 부사 분들이 알고 다 막지 않을까? 야고?”

“가장 사람을 자극하는 것은 금지시켜버리는 일이지. 원거...”

그 말에 원거 오경석은 앞으로 천지신명 등에게 빌면서 한산공 이성이 제발 사고를 치지 않기를 정한수를 떠놓고 자기 전에 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오페르트도 사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런 걱정을 말했는데 점점 자신의 말이 씨가 될 까봐 두려웠다.

그런 걱정과 우려를 잊기 위해서 두 사람은 다른 대화로 주제를 바꾸었다. 약주를 하자고 원거 오경석이 오페르트에게 주안상을 차려오라고 노비에서 해방시킨 머슴과 식모들에게 부탁하였다.

“그나저나 투전판 말고도 아국에서 경마장이라고 말이 먼저 들어오느냐로 내기를 하는 걸 승인을 했잖은가?”

“아, 그거 말인가? 그래서 요즘 조선에서 투전을 넘어서 경마가 인기라지?”

“그렇다네. 다만 일각에서는 좋지 않게 본다고. 나라에서 투전 같은 도박을 조장한다는 불만이 나와.”

오페르트도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비상근 고문이고 오페르트도 조선의 신문은 즐겨 읽는 편이라서 그렇다. 다만 좋은 면을 생각한다면 마냥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오페르트의 진지한 모습에 원거 오경석은 조선 사람이 아닌 견해도 들어보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힌 편이었다. 오페르트는 오경석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마는 분명 나쁜 점이 있어. 그러나 그 걸로 말을 기르는데, 빠르고 체력이 좋은 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민간도 체감할 수가 있게 된다고.

내가 살던 서역은 그런 목적으로 만들었지. 돈을 버는 것도 있었겠지만. 나쁜 점은 잘 통제하고 막는 부분으로 신중하면 그만이야. 모든 일에 동전 같이 양면이 있는 것 아닌가?

또 그 사업은 태왕 폐하의 소유인 내수사에서 맡고 있으니까 불만이 많은가 그렇겠지. 다만 내수사도 조정에 세수를 납부하는 상황이라고 아는데 그렇게 문제일까?

도덕에 어긋나지 않게 산다는 일이 많기는 해. 반성하고 최대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지.”

“그렇다네.”

오경석과 술을 나누면서 안주를 먹으며 주안상을 즐기는 오페르트지만 술에 취할 생각은 없었다. 유대인이라도 유대교의 율법을 딱히 잘 지키지 않는 그로서는 먹는 것을 덜 가렸다. 두 사람이 가벼운 주안상을 즐기는 중에 분위기가 깨지는 일이 생겼다.

“아이고 나리!”

“무슨 일이요?”

머슴으로 재고용한 용범 아재가 호들갑을 떨면서 그 두 사람이 있는 사랑채에 들어왔다. 오페르트도 제법 아는 얼굴인 용범 아재의 이런 모습에 조금 놀랐다. 이는 원래 오경석의 집안에 일하던 노비 출신인 용범 아재를 아는 오경석도 훨씬 호들갑이 심하다고 알았다.

“아국의 변방에 아라사의 백성들이 우리 땅에 들어와서 일부 지역을 점거하고 난리라고 합니다. 이 놈들이 진짜 아국의 강역을 노리고 있나 봅니다요!”

“그게 무슨 소리요?”

분위기가 깨지는 상황은 용범 아재가 계속 말을 이어감으로서 더 깨져나갔다. 용범 아재가 말을 이어간다.

“그 것이, 조정의 장계 말고도 신문으로 일이 퍼진 것 같아요. 여기에도 신문을 통해서 소문이 퍼졌는데유.”

“누가 입방정을 떨었나보군. 아라사인들이면 군인이 아니라 그럼 백성인가?”

“아라사가 뭘 노리는지 알 수가 없어...”

신문을 같이 읽는 두 사람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진다. 장계 등을 알리던 이들이 입방정을 떨었든 아니면 상인들이 말을 전하는 일 등으로 전해진 일이 아닐까 싶었다. 조보 등과 장계는 일개 백성이 함부로 열람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라사인들의 남하, 아라사는 조선을 노리고 있는가?”

“선동을 유도하는 걸로 보이네.”

“이를 누가 조장하는 걸로 보이는데. 야고, 자네의 생각은?”

그런 걱정에도 아라사와 조선의 충돌이 빨라지는 것으로 우려가 되었다. 조정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무언가의 대안을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생각하였다.

술자리는 개운하지 않지만 파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페르트와 오경석의 머릿속에 가득하였다. 용범 아재는 자신이 괜한 일을 했는가 우려가 되었다. 오페르트는 취기가 오르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을 누가 조장한다면 이익을 얻을 세력이 누구인가 짐작은 사실 매우 쉬었다.

‘그 섬나라 친구들, 영국이 나선 것인가?’

영길리, 영국은 조선을 자신들의 체스 말로 써먹고 싶어 할 수가 있었다. 아라사, 러시아와의 세계를 무대로 하는 신경전인 그레이트 게임으로 인해서 그렇다, 특히 이 동방에서 영길리에 우호인 나라이고 투자도 꽤 된 상황에서 밀어줄 여지가 있는 나라는 조선이었다.

이는 영길리와 함께 아라사를 견제하는 법국도 이해관계가 일치하였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언론을 이용해서 반아라사 감정을 일으키게 유도한다면 두 나라에게는 장차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선도 저 열강들의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해졌어. 나는 조선이 독립 등을 유지하면서 잘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를 감싸던 약한 취기도 오페르트는 거듭하는 생각으로 이미 날아갔다. 조선은 이미 그레이트 게임에 말려든 상황이 되었다. 당장은 아라사, 러시아와 충돌하지 않겠지만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조선의 조정은 영국과 프랑스와 손을 잡고 러시아를 견제할 것은 확실하다. 다만 그 선택의 상황이 좀 더 빨리 온 것에 불과하다. 나는 미약해도 조선을 도울 생각이다.’

좋은 휴식을 할 날은 반아라사 감정을 들끓게 하는 공작과 사건들로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오페르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

조선 조정은 영길리 측에서 움직였을 상황이 분명한 신문에 있던 지난 연경 조규에서 있던 아라사의 압박이 폭로에도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다. 조선이 아라사와 한 배를 잠깐 타는 것도 대청공조 때문이지,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서 아라사가 이를 침해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아라사도 견제하고 대항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영길리와 법국과 대아라사 공조를 꽤 고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만 아라사 쪽의 신지 요동의 동북변에서 일으킨 일에 대해서는 아라사를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흑수주 관찰사 서당보가 보낸 장계가 확실한가?”

“네. 그렇습니다..”

“아라사의 백성들이 그 곳이 아국의 강역인줄 모르고 내려왔다고 합니다. 헌데 그럴 리가 없다고 봅니다.”

“오렌부루구 등의 아라사 동변을 관할하는 방백 , 청나라로 치면 총독 같은 위치의 존재가 이를 조장하지 않았을까요?”

창덕궁 내의 정전에서는 의정부 관원들이며 중추원 의관들은 물론이고 삼군부 일원들도 소집해서 해당 장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솔빈주의 일부로 생각했다가 너무 넓어서 주 관찰사를 두자고 해서 설치한 흑수말갈의 땅이던 곳에서 따와서 흑수주라고 지은 곳에서 일어난 일은 누군가는 예상을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다.

태왕 이영은 아라사, 러시아를 확실하게 의구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다. 이영 자신이 신뢰했기에 동래부사의 임기를 끝내고 동북변의 흑수주 관찰사로 보낸 서당보의 장계는 결코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타국의 변방 고관을 함부로 의심하기는 그렇습니다.”

“본디 민이라는 자들은 관의 통제를 듣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온 천하와 비슷하다면 아라사도 그렇겠지요. 이를 고려해서 더 지켜보고 결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국의 개척민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에서 그 자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의도를 했든지 안했든지 아국의 강역을 침탈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아라사 조정이, 적어도 아라사의 동변부 총독 혹은 동변부의 관찰사 같은 이인 무라비요부(무라비요프)가 사주했는지에 신중함을 요청하는 신료들이 많았다. 그들 역시도 물증이 없기에 심증만으로 그들을 압박하기는 애매하다고 봤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아국에 상주하는 아라사의 외관에게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번에 있던 군병끼리 충돌은 아라사 조정과 아라사 동변부의 방백인 무라비요부의 뜻이 아니었듯이 더 신중해야 합니다. 그래도 아국에 상주하는 아라사의 외관과 흑수주 관찰사 차원 의 항의성 문서를 이들에게 전달하고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면 그건 저들의 고의가 확실합니다.”

“어쩌면 군병을 동원하기 애매해서 그런 짓을 한 일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군병을 동원해서 죽이면 이를 빌미로 압박하려고요.”

아라사에 대한 불신으로 그런 의심을 강하게 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실 태왕인 이영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지만 물증이 없었다.

“그런 술수를 쓸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만 증거가 없습니다. 다 우리의 심증만이 있지요.”

“잡은 자들을 고신할 수가 없습니다. 저들을 추방 조치한 다음에 항의서한을 보내야 합니다. 아라사의 외관과 아라사 동변부의 방백에게 말이지요.”

찝찝함이 그들을 사로잡았지만 당장 할 수가 있는 최선은 그런 것이었다. 외부에서 작성한 항의서한은 주조선 아라사 공사관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조정은 대아라사 공조를 보강하기 위해서 영길리와 법국과의 협조를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기울었다. 누군가가 원한 목적이 이렇게 달성이 될 것으로 보였다.

***

한편, 미리견의 동부에서는 2차 서유시찰단이 2개월 3개월 만에 도착하고 여독을 푼 다음에 미리견 상류층이 초청한 연회에 참석하였다. 하지만 거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아주 아름답습니다. 부인. 젊은 부인은 저 공작의 부인인데 나와 하룻밤을 하지 않겠습니까?”

“뭐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 이보시오!”

아주 겁이 없이 조선의 왕족 공작인 한산공 이성의 배우자인 문화부부인, 예법이 바뀌어서 삼한국부인 혹은 한산공비인 그녀를 유혹하는 한 미리견 상류층의 젊은이가 보인다. 그녀의 허락도 없이 이 연회에서 조선의 복장을 입고 참여한 이국의 여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젊은이는 무례하게도 그 몸도 만졌다. 옷 위지만 허락도 없이 행했다.

“싫소!”

달콤한 말도 멋대로 옷 위라도 몸을 만지는 사내는 싫었다. 게다가 기혼자인 한산공의 배우자인 류씨는 미리견의 잘생겼어도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는 남자를 밀쳐냈다.

그리고 그런 밀쳐냄에 자신이 대놓고 거절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젊은이는 조선의 왕자비인 류씨를 거만하게 내려 보면서 달려왔다. 류씨, 문화류문의 여식이자 한산공 이성의 부인인 류희지는 그런 모습에 굳을 것 같지만 당당하게 잘못을 한 미리견 사내를 노려봤다.

그 때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아주 젊은 조선인, 조선의 서유시찰단을 명목상 이끄는 조선의 왕자인 한산공 이성이었다. 이미 추파를 부리고 제 부인의 몸을 멋대로 만진 저 미리견 청년을 보고 달려온 것이다.

한산공 이성은 평소의 경박하게 보일 정도로 웃음과 여유가 넘치는 표정 대신에 제 부인을 희롱하려던 사내를 찢어죽일 기세로 흉흉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선의 왕족 공작인 한산공 이성을 미리견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이 봤다.

“제 짝을 지키려고 온 것인가? 사자는 말이지. 우월한 남자에게 안 기지. 혈통만 고귀한 야만인에게는 아까운 저 여자는 나를 선택할 거다. 이 노란 원숭이 야만인아.”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주변의 미리견인들이 놀란 모습이며 이성이 가로막은 저 사내의 행동과 표정이 아주 무례하기 짝이 없어서 폭발하였다. 그리고 이성이 달려들려는 찰나에...

“네 이놈!”

“한산공 대감! 멈추시지요.”

이를 멈추게 하는 것은 부사 중 하나인 강위였다. 강위의 옆에서 말이 없이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위엄이 있지만 두 눈은 화로 이글거리면서 사실상 서유시찰단의 대표인 노사 기정진이 오고 있었다. 다른 부사인 귤산 이유원도 역관 등을 통해서 굳은 표정으로 뒤따라오고 있었다.

“대감은 그냥 있으시지요. 오히려 참으시지요. 화는 우리가 냅니다.”

그렇게 와서는 노사 기정진은 이성을 참으라고 하지만 혼내지 않았다. 그 말을 하면서 그런 무례한 말을 한 남자를 매우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한산공 이성의 종사관인 정도균도 굳으 표정이 이성의 옆에 섰다.

“그리고 자네는 더 뻔뻔하지 않은가? 그래. 그대가 노란 야만인 원숭이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아주 쉽다고 생각해서 아국의 왕족 부인을 유혹하고 희롱하려고 했지?

그게 안 되자 위협하고 아국의 왕족인 한산공작 전하를 모욕했다. 젊은 그대가 상황 파악이 안 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국은 그대 같은 자에게 모독당하라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이 일은 귀국의 집정, 대백리새천덕에게 따지겠다.

그대가 당당하다면 끝까지는 가는 것이고 도리에 맞지 않다고 여기면 사과하라. 사과한다면 우리는 이런 일이 있었고 사과를 받았다는 식으로 귀국의 조정에게 조용히 말하고 묻겠다.”

노사 기정진이 미리견에서도 통하는 영길리어로 그 젊은 미리견 남자를 힐난하였다. 아주 품위가 있게 차가운 분노로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를 외교 문제화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사과를 하면 비교적 가볍게 넘어갈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저 미리견 청년은 아직 거부당했다는 충격으로 품위 없는 짓과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조장해놓고도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사실을 말했잖습니까?”

그렇지만 그 말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 노사 기정진을 비롯해서 그를 째려보는 조선인 서유시찰단 일동이었다. 영길리어를 모르는 이들도 역관을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자. 매우 굳어져버렸다. 더 식어버린 연회의 분위기였고 미리견 측에서도 저런 태도에 반발하는 말이 나왔다.

“오, 이런...”

“저 자는 매우 무례한 자입니다. 감히 아국의 공비 전하를 희롱하려고 한 자요!”

특히나 영길리어가 유창한 조선인 역관이 미리견 청년을 손가락질하고는 연회에 참석한 거의 모든 미리견 인사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외교적 문제를 불러온 일에 매우 불쾌하고 그 태도에 화가 난 것은 미리견 인사들 다수도 마찬가지였다.

연회의 주관자 격인 의원이 대신 사과하면서 사내에게 화를 내었다. 이에 찬동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참으로 미안합니다. 저런 자는 끌어내야 되!”

“양국의 우호를 위해서 의회의 의원들이 주관한 연회를 파토 내려고 해!”

미리견 남자는 이제야 자신이 아주 심각한 외교 분야에서 결례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제서 주변의 시선이 들어왔다. 인종차별스러운 시선이 있어도 남의 여자를 동의도 없이 희롱하려고 하고 거절당하자 질척거리는 남자에, 그 남편인 사람에게 품위 없는 욕을 한 남자를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사과를 하지 않으면 봉변을 당할 줄을 알면서도 미리견 청년은 제 고집으로 버티려고 하다가 연회를 연 의원의 지시로 남자들이 다가온다. 그를 쫓아내려고 하는 남자들이었고 청년은 긴장하였다.

이내에 누군가의 말로 멈추었다. 절제를 했지만 큰 목소리로 좌중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멈추지요. 저 청년이 진정을 한 다음에 중재를 하면서 사과를 조선에서 온 손님들께 하게 만들고 보내야지요. 용서를 받고 손님들이 상관이 없다면 연회를 재개하면 됩니다.”

이 말을 한 남자는 아주 키가 큰 중년 사내로 갈색의 머리칼을 가졌는데 큰 키에 비해서 말라서 장작 같았다. 그래도 최대한 평화로이 해결하려는 자세에 일리가 있다고 해서 당장은 두었다. 그 남자가 조선인들과 미리견 청년의 사이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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