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81) 도금귀족과 수난 일족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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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임금께서는 그대가 적당한 선만 지키면 승인할 수가 있다고 보오. 우리도 잘 설명해서 도와주리다. 아국에게도 이익이 되니까 말이요.”
“하지만 노사.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신중해야 하오. 다만 저들의 이익 추구에서 우리는 손해를 잘 안보고 서로가 이익이 되게 서로를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오. 말업(상업)이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좋다는 공자가 비슷한 말이 있지 않소?”
“노사 영감의 말이 옳습니다. 저들의 지식을 우리가 수용하듯이 우리는 저들의 돈도 받아서 조심히 아국을 더 발전해야지요. 우리 더 많은 빚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저들이 우리에게 투자를 한다면 되지요. 일방 우리가 빚을 덜 지게 되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사 기정진이 말을 듣다가 그렇게 답했다. 강위도 일리는 있지만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었다. 그런 강위에게 노사 기정진은 정학의 이치다운 아닌 말이라도 공자의 말도 인용해서 답하였다.
재정으로도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귤산 이유원도 꽤 적나라하게 이를 말하였다. 서역의 사람들을 꽤 상대해서 노사 기정진 못지않게 서역의 사람들을 잘 아는 강위도 조선이 덜 손해를 보면서도 저들을 속이지 않으며 투자를 받으면 낫다고 생각이야 하였다.
사실 서역 나라들이 빌려줄 차관도 갚을 능력이 없다면 조선은 빚더미에 시달릴 우려를 못지않게 하였다. 미리견 말고도 영길리 등의 나라들에 있는 대상인 등에게도 이런 투자를 받아내는 것도 어쩌면 나쁘지 않다는 계산도 조금씩 보였다.
“미리견에서 서역의 유주로 가기 전에 조선으로 가는 상선에 아국 장계와 수행원을 보내서 이 시급할 수가 있는 결정의 가부를 물어보겠소.”
“단! 그대의 이익과 우리의 이익이 다 나와야 하고 조선에서는 최대한 도덕에 맞게 행동해야 함이 옳소.”
“대상인으로서 그런 약속을 우리에게 해줄 수가 있겠소?”
그들은 잠시 후에 위의 말처럼 사실상의 승낙을 말했다. 이를 역관을 통해서 듣는 코널리어스 밴더빌트와 그의 사람들, 피바디라는 연결고리로 엮인 미리견의 부자 가문들도 속으로 환호한다.
단 조선의 그런 제안에 허점들이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코널리어스 밴더빌트는 조선에서 덜 악독하게 굴어서 나올 이익이 크다면 그럴 생각이 이미 있었다. 그는 자주 당당한 표정으로 조선의 서유시찰단 부사 3인방을 보면서 답하였다. 그의 말은 조선인 역관의 통역을 통해서 전해진다.
“그 정도 신의는 충분히 지켜주어야지요. 아! 그리고 그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을 소개하겠소. 이 인장이 찍힌 내 편지를 챙겨서 런던의 이 주소에서 만나러 가면 그대들과 충분히 만나 줄 것이요.”
“고맙소.”
“그들은 이미 조선에 투자를 하고 있었소. 더 큰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것이지. 그들도 조선의 당신들이 잘 이용해서 같이 이윤을 얻고 승리하는 게임이 되어야지요.”
“흠...”
“덕담 고맙소!”
코널리어스 밴더빌트는 자신과 회담을 한 조선인 서유시찰단의 부사 3인방 중 2명, 강위와 노사 기정진이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아직 이윤을 대놓고 안 밝히는 샌님이라고 파악하고 1명, 귤산 이유원은 어떻게 이윤이 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는 모습에 속으로 재무를 만져서 돈 관련으로 머리를 굴려서 말이 통하는 이가 여기 있다고 여긴다.
“아직 연회는 덜 끝났소! 멋지게 즐기시오!”
이런 회담이 끝이 나도 연회장에서 그리 말하면서 연회를 길게 이어간다. 잠시 시간이 흘러서 밤이 늦게 길어지던 연회도 끝이 났다.
밴더빌트의 저택에 있는 손님방에 묶게 될 이들 중 일부는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날아갈 듯이 기뻤다. 물론 조선의 태왕인 이영이 서유시찰단에서 급히 보낸 그 제안을 담은 장계 등을 보고 승인을 할지가 변수지만 그들은 이 투자를 비교적 궁핍한 조선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음날 밴더빌트는 손님들이 완전히 떠난 오후에야 최대한 빨리 영길리, 영국에 도착하는 자신의 회사가 소유한 상선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조선인 고관들이 그 투자에 매우 관심을 보이고 그들도 조선에 빨리 보고를 위해서 조선으로 향할 미리견 상선에 장계와 유학을 하지 않고 동행할 예정이던 덜 중요한 수행원 1~2명으로 이를 알릴 생각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당연하게도 밴더빌트의 그 편지는 수신자가 밴더빌트의 두 친우인 조지 피바디와 주니어스 모건에게 보내진다. 이 편지에서 그들은 조선의 군주가 자신들에게 당연히 득이 되고 조선에게도 득이 될 선택을 하리라고 밴더빌트는 매우 장담하였다. 과연 그들의 바람대로 될 지는 나중에 알 수가 있을 부분이다.
***
한편, 주청국 조선관 견외공사인 김영근이 연경에서 목격한 부분은 좀 참혹했다. 동북에서 무사히 도망을 오거나 청나라에 대한 충성이 강해서 조선의 통치를 피해서 온 이들이 하북성에 많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청나라 신민들을 연경의 원래 살던 주민들이 핍박하였다. 또 그들 말고도 욕과 구타를 당하는 이들 중에서는 김영근이 파악한 엽지선의 일족도 보였다.
‘이런!’
누군가가 엽지선의 일족에 대한 신상 등을 퍼트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부분에서 청나라 조정의 만주인 대신들이 뒤에서 손을 썼을 여지를 김영근은 높게 봤다. 청나라에 굴욕을 일으키게 자초한 이들 대신에 청나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처신을 잘했고 당당하다는 말을 들었던 엽지선 일가가 고난을 겪어야 하는 부분은 김영근도 좋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냥 지나칠까요?”
김영근의 종사관을 겸하는 주청 조선관의 참서기, 3등 서기관과 동급의 외관이 조심히 물었다.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고난을 당하는 이를 마냥 외면하기는 가슴에 찔리는 김영근은 특히나 고심을 하고 있다.
‘엽지선 일가가 자의는 아닌 일로 그렇게 고통을 받게 함은 있을 수가 없다. 조선인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있겠지만 저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군.’
김영근은 마음 속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저들을 구하라고 수행원, 무관인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런 모습에 종사관들과 그를 호위하는 무관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인간의 모습을 그래도 가진 상관에 안도한다.
그들도 내심 마음에 찔리는 양심이 있었기에 그렇다. 그들은 더 젊고 무장을 어느 정도 한 쪽이기에 견외통사인 김영근을 지킬 최소의 호위만을 남기고 달려간다.
이 연경 경내에서 이미 매수를 당했는지 방관하는 관군을 보면서도 엽지선의 일가와 일부 피난민들을 괴롭히던 연경 백성들은 갑자기 달려오는 일부 무리에 ‘저건 뭐야?’ 같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다가 이내에 연경의 청나라 관군이 아닌 자들이라고 깨닫자 당황을 한다.
“도망쳐!”
“복장을 보니 조선인이다.”
“저 악귀들!”
조선인들에게 적대감이 생겨도 그들이 지난 전쟁 등으로 쌓은 악명 등으로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 그들은 점점 도망을 치기 시작한다. 그 틈에 엽지선 일가의 사람들만 빼낸다.
“어째서?”
“우리를 돕소?”
역관도 나서지 않아서 청나라의 말로 왜 돕느냐고 묻는 엽지선의 손자와 더 어린 손녀였다. 그런 말에 답할 겨를이 없이 우선 김영근 등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김영근 일행은 임시 조선관이 있는 객잔으로 간다.
그 사이에 같이 얻어맞고 있던 연경에 들어온 구 요동의 피난민들은 어리둥절하다가 다시 그런 무리들이 올까봐 그들도 도망친다. 임시 조선관이 있는 객잔에 도착한 조선인 일동은 보호하면서 데려온 두 아이들이 다친 곳을 알아보기 위해서 의원을 불렀다.
환후 등의 교차검증을 위해서 조선관 소속의 의원과 객잔 밖의 가까운 의원에게 사람을 부르기로 하였다. 역관을 통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김영근이 조심스럽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무슨 일이냐? 엽지선 같은 명인의 손자인 네가 왜 백성들에게 맞고 있었느냐?”
“...”
변발을 한 소년은 역관을 통해서 묻는 김영근의 말에 묵묵부답이었다. 계속 물어보는데도 그 소년은 묵묵부답이었다. 조선관 소속의 의원이 조심히 진찰을 하려고 함에는 경계의 눈초리에도 진찰을 받아들인다.
그 사이에 사환이 부른 임시 조선관이 있는 객잔 밖의 의원도 도착하여서 진찰을 같이 해본다. 사실 소년과 소녀 중 옷이 더러워진 부분 외에는 소녀는 크게 다친 모습이 적었다. 하지만 소년은 좀 달랐다. 소녀, 아마도 여동생을 지킨다고 몸을 감싸서 등 같은 곳이 시퍼럴 정도로 피멍이 들었다.
그런 모습에 조선관 사람들도 의원들도 말을 아끼고 소년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소년은 더욱 불편하게 여긴다. 조선관에서 사람을 보내서 엽씨 일가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우리 손자! 손녀! 조선의 사람들이 내 손주들을 구했소!”
엽지선은 버선발, 아니 맨발로 비교하자면 먼 임시 조선관이 있는 객잔으로 뛰어왔다. 엽명침 역시도 헐레벌떡 뛰어올 정도였다. 엽씨 집안에 속한 남성들 다수도 조선관으로 왔다.
엽지선의 감사인사에서도 조선인들은 아이 때문에 그렇게 고마운 것은 아니었다. 저 상처 입은 아이는 마치 조선인들을 책망하는 듯이 보이는 눈빛을 보낸다. 가슴이 아프지만 이 전쟁의 원인은 청나라에게 있다고 생각하기에 아이의 원망을 그저 넘길 따름이었다.
“대인의 자손들을 의도하지 않게 알았다가 그런 일을 겪었기에 구해주었을 따름입니다. 아마도 아이가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저 소년은 지난 전쟁의 피난민들을 구하려고 하다가 맞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맞을 것이오. 근래 이 근방에 하북과 연경에 살던 이들과 요동과 요서에서 피난 온 이들, 청나라에 충성하려고 돌아온 이들 사이에 이상하게 갈등이 커졌다고 합니다. 우리 손자는 그런 불의에 맞선 것이 아닌가 싶소.”
그들에게 차를 잠시 대접하고 김영근과 엽지선이 통역을 통해서 대화를 하였다. 화기애애하지는 않았지만 차가운 분위기도 아니었다. 적당한 따뜻한 분위기지만 그래도 어딘가는 차갑다.
엽지선의 손녀는 어른들과 오빠의 사이에 있어서 그들을 곁눈질하고 가만히 있어본다. 다만 자신의 오빠를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의 일로 미안하면서도 ‘그 말’을 들어서 충격을 받은 오빠가 걱정이었다.
“대인,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원한다면 일가 전체를 조선으로 이주할 수가 있고요. 그게 아니라면 일부라도 아국의 개방장에 보내심이?”
“손주들을 말이요? 그런 일을 당해서 더 그런 생각이 들고 있다오. 또 치사하게 이 자들이 뒤에서 은퇴한 우리 부자와 처신을 조심하는 우리 일족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환멸이요.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모두가 도망한다면 그럴 수가 없소. 나는 대청의 신하인 것은 여전하오. 다만, 나의 손주들은 이런 수모를 당할 필요가 없다오. 그대들이 내 손주들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들을 나는...”
엽지선은 어린 아이들 등을 제외하고 그 자신들은 청나라에 여전히 남을 생각이었다. 물론 손주들을 챙길 여성들도 같이 보낼까 생각도 하였다. 이런 염두를 담아서 엽지선이 말을 이어감을 자른 사람이 있었다.
매우 악을 쓰면서 제 할아버지에게 화를 내는 엽지선이 손자를 그들은 모두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런 소년을 보면서 왜 소년이 할아버지의 말에 화를 내었고 그런 무뢰배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 왜 도움을 청해요? 우리가 매국노에요? 아니잖아요!
그 무례한 자들이 할아버지보고 조선을 위해서 좋은 비문을 써준 청나라 황제의 녹을 받는 은혜를 저버린 자라고 했다고요! 사실이냐고요! 할아버지...”
“아가....”
엽지선은 자신의 손자가, 그리고 같이 있었을 손녀도 들었을 그 폭언에 그저 슬펐다. 조선에 대한 유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조선보다 더 미운 것은 뒤에서 이런 식의 공작을 했을 유력한 배후들, 청나라 만주인 대신들에 대한 증오가 높아졌다. 최대한 청나라의 자존심을 지키는 등의 행동을 했었다. 그런데도 나라에 죄스럽기에 은거를 더 택했다.
만주인 대신들은 권위가 떨어졌다고 해도 대청국의 천자이자 대한인 자가 엽씨 부자보고 수고했다고 그들을 뭐하고 하지 말라는 명령을 지켜야했다. 그래서 이렇게 더러운 공작을 뒤에서 기획한 것을 추측할 수가 있었다.
“아니! 손자야 나는 여전히 대청국의 충성스러운 신하이다. 그렇다고 해도 옳은 일은 기록해야 한다. 조선과의 전쟁에서 청의 실책으로 인한 부분으로 일어났다.
물론 조선의 승리와 그 정당성을 더 미화하는 비문의 내용을 짠 것은 내가 맞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우리의 대한, 황상께서는 이런 나를 처벌하지 않았다.
그 일을 도운 네 아범도 말이지! 내가 저들에게 협력하려는 것은 만주인 대신들이 이런 더러운 짓거리를 진짜로 해서 실망한 것이다. 그래서 아직 충성을 결정할 수 있는 너희들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하지만 손자는 할아버지의 그런 구구절절한 말을 다시 분노로 끊어버렸다. 그런 말을 변명이라고 생각하면서 화와 악을 쓰고 있다. 손자는 경험이 적었다.
세상의 이런 일면을 알지 못하기에 그렇게 할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손자는 아버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양광총독인 아버지가 자랑스러웠지만 아버지는 지난 전쟁에서 패했고 천축으로 끌려갔다가 간신히 다시 돌아왔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말리시지 못할망정 뭐하시는 것인데요? 할아버지가 따라가는 조건이 아버지의 석방이었어도 아버지는 말렸어야지요? 차라리 그런 조건을 받았으면 수락하지 않고 천축에서 절개를 지키셨어야지요!”
자세한 사정을 모르지만 남의 외교공관인 임시 조선관에서 조선의 그 비문을 지은 죄를 통렬하게 말하고 있었다. 굴욕이라도 그 일은 나라가 못나서 인한 치욕이었다. 신하에게 이를 물린다는 일, 그 뒷공작의 더러움을 말하지만 그게 옳다고 여기는 경험 적은 젊은이의 오만과도 같았다.
또 조선은 이를 과거에 당했기에 엽가의 손자라는 소년이 치기 어린 분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충을 위해서 효를 거부하고 죽었어야 한다는 말에 일부는 불쾌한 생각을 하였다.
선공후사라고 하여도 둘은 충분히 의를 지켰다. 그리고 백의종군에 가깝게 조용하게 살려고 했음을 조선관의 관원들은 관선에서 전해진 조정의 훈령 중 일부로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을 한 만주인 대신들이 나쁜 것이지, 그들은 이런 처우를 당할 일은 아니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아해로군.’
그래서 김영근이 나서서 화를 내려는 찰나에 엽명침이 나서서 아들의 얼굴을 후려쳤다. 모두가 그 찰나의 일에 대해서 순간 움직임을 멈출 정도였다. 복잡한 표정을 지은 엽명침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 아들에게 말했다.
“네 할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그리고 너는 이 아버지가 천축에서 죽기를 바라였느냐! 네가 불효한데 효보다 충을 운운하는 모습이 우습구나. 네 할아버지는 너희들만 피신시키고 혹시나 있을 일에서 가문의 피를 이어나갈 너 등을 구하려고 이러는 일이다.
그리고 당신과 당신의 아들인 나 등은 청나라에서 설령 죽을지라도 살기로는 청의 신하였고 죽어서도 청의 귀신으로 죽을 각오를 하는 것이다. 제일 전쟁을 책임져야할 자들 중 일각, 살아남은 더러운 자들의 암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제 조부와 제 부친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아들에게 엽명침은 상당한 실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엽명침과 엽지선은 이 곳이 조선이 전각을 빌려서 조선관이 제대로 완공할 때까지 있는 임시 조선관임을 깨닫고 은근 무안해진다.
“이런 송구하오. 가정의 못난 불화를 타국의 관원들에게 보였소,”
“치료비는 우리가 낼 테이니, 우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아닙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격해지면 응당 그럴 수가 있는 일이지요. 그 일에 대한 부분은 서신으로 논의하던지 합지요. 우리 조선관에 시야가 몰릴 것 같습니다.”
조선관 측에서 보내는 조심스러운 축객령이었다. 이를 알아들은 엽지선 부자는 가솔들을 이끌고 엽가의 저택으로 향하기로 한다. 떠나기 전에도 두 사람은 조선관의 견외통사인 길주백 김영근에게 다시금 감사인사와 미안함을 보였다.
“예. 정말 송구하고 감사합니다.”
“제 아들과 딸을 구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어서 가솔들을 데리고 그런 일을 겪은 두 사람에게 심신의 위로를 해주시지요.”
엽씨 일가는 임시 조선관을 나섰다. 그들이 가는 것을 확인한 김영근은 객잔의 안으로 들어가서 엽씨 일가의 손자, 정확히는 큰 손자를 생각한다. 사실 김영근은 그런 존재를 피신시켜도 언젠가 조선에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자신들에게 우호는 아니라도 호감으로 끌어들일만한 이들의 피신에만 찬성할까 하였다.
‘하지만 명분이 없어.’
임시 조선관에서 감히 제 조부와 부친에게 조선에 대한 증오도 드러내면서 대든 그 손자는 장손이라서 그들은 어떻게든 피난을 원할 것이라고 김영근도 그런 김영근의 수행원들도 짐작하였다.
“보내주고 아국에 감정이 우호가 되게 그에게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주는 상황이 어떨까요?”
“저건 통제 불가의 괴수가 될 수도 있소. 아예 기회 자체를 주고 싶지가 않은데...”
“사실, 저런 모습이라면 자기가 그냥 거부할 것으로도 보입니다.”
조선관 자체에서는 가능하면 엽씨 일가를 조선에 대해서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이들로 만들어서 뒤에서 청나라의 정보 등을 더 얻으려고 육성할 계획도 있었다. 근데 그 엽지선의 큰 손자로 틀어질 수도 있으니까 걱정이었다.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지만 끼지 말았어야 하는 생각을 하다가 김영근은 이내에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차올랐다. 국익을 위해서 개인의 목숨을 너무 낮게 취급하고 죽였어야 하나 하는 계산을 국외에서는 더 만만치 않게 하게 되는 부분으로 길주백 김영근은 아주 고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