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 (82) 사쿠라다 문 밖의 변 등 더 피바람이 불 섬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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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3사람,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데유?”
“바로 조질까요?”
“아니, 기다려. 그 이상으로 사람을 모았을지도 몰라.”
시모노세키의 조선통관 근방에서 경비를 자처한 얼마 전 침몰한 조선의 민간 상선 수부들은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였다. 꽤 연차가 쌓인 이동선이 하급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이동선은 자신의 다른 집이던 배를 그 꼴로 만든 ‘왜놈’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도망가려던 왜인 소년 무사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붙잡은 것도 선장도 있지만 이동선이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조선통관에서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죽일 듯이 팬 사람도 그였는데 매서운 주먹에 묵사발이 나서 이동선의 주변에서는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죽어 버릴까봐 말릴 정도였다.
“보나마나 그 왜놈 애새끼의 동료들이겠지?”
“네,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동선은 어설프게 먼 곳에서 얼쩡거리는 자기가 엄청나게 두들겨 팬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동료들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아주 살벌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그들도 이동선의 살기어린 눈빛을 감지했는지 모르지만 갑작스런 서늘한 기운에 당황하였다.
“뭐야? 이런 섬직한 기운이?”
“우리에게 희생된 조선인들의 원혼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세요! 꼭 해야 하는 희생이었고 그들이 재물을 안 탐했다면 안 죽을 일입니다.”
그 중에서 타카스기 신사쿠가 그런 섬직한 기운이 원혼 때문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상선 방화 사건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고 있었다. 아마도 상선 방화 사건의 피해자, 죽은 자던 살아남은 자던지 다 분노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
근데 조선통관에 경비를 서는 이들이 저리 많았는가에 대해서는 그들이 놀랐다. 조선통관을 습격하려는 3사람에 돈 주고 고용한 이들을 다 해도 조선의 상선이 불타서 뭍에서 있는 이들 중 조선통관 경비를 자처한 이들보다는 적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고 조선인들이라서 방심해서 그냥 감행할까 하였다.
그들은 불과 여럿으로 조선의 상선이라도 양선을 태워버릴 수가 있었다. 그런 지난 성공으로 자신들을 매우 과신하는 우를 지금 범하고 있었다. 조선인은 군인이 아니면 키만 크고 싸울 줄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공하겠지?”
“성공해야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지...”
자신들이 고용한 이들을 보면서 결의를 다지는 3인방이었다. 사실 그 불량배들은 돈을 주고도 끝까지 움직일지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만 이미 이런 상황이니 해야만 했다.
“쳐라!”
“가자!”
“에이에이오! 에이에이오!”
“끼요요오옷!”
주동자 3인은 붙잡힌 동료, 소년 무사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구하려고 무모함을 용기로 포장해서 달려든다. 그 것도 정면에서 달려든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상선에 속한 조선인 수부들은 지난 전쟁 등이며 그 이전부터 해구에 대한 대책 등으로 민선 임에도 불구하고 훈련 등을 더 받았다. 게다가 그들은 상선에 있던 무장, 구형 양총 등이며 조총 등으로 무장한 상황이었다. 칼 정도로 무장한 그 간 큰 주동자 3명과 그들이 고용한 불량배들은 더 훈련이 된 조선인 수부 수십 명을 이기기가 힘들었다.
그들이 달려든 이유는 이런 조선인 수부들에 대한 무지, 조선의 변화에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몰라서 그렇다. 또 조선인 수부들이 대체로 좀 더 큰 상황에서 고작 10명 내외로 수십 명을 이긴다는 낭설이 되었다. 설령 수부들이 좀 죽고 다쳐도 그들도 최악이면 죽을 수가 있었다.
“어딜 감히! 아 진짜 대체로 쪼그만 것들이 짧은 칼 들고 설치네!”
“힘 조절 좀 하쇼. 형님! 그러다가 왜놈 잡겠수.”
“살인해서 왜국 놈들에게 넘겨지기는 딱 싫어!”
여기에 잡담을 하면서도 짤막한 조슈 시모노세키 현지의 짧은 칼을 든 불량배를 상대로 칼 침 안 맞고 몽둥이로 막아서 때리고 주먹으로 또 후려치는 덩치 큰 이동선과 그 이동선과 호형호제하는 덩치 큰 수부가 보인다. 그들을 선봉으로 칼 들고 설치는 이들에게 양총과 몽둥이 등으로 막아낸다.
“안 죽게 팰 거야. 안 죽게만!”
“그러다가 죽인다니까!”
이런 이동선을 보면서 주동자 3인방, 타카스기 신사쿠와 이노우에 가오루에 구사카 겐스이는 질린다. 또 예상과 달리 군사 훈련을 받은 것을 보이는 조선인들에게 더욱 놀란다.
자신들이 사실은 군선으로 위장한 자들을 공격한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그들이 무사지만 군대에 대한 지휘와 병학을 이론으로 접해도 실전은 해본 적이 없고 방심해서 그렇다.
이 밤에서도 좀 더 제대로 된 옷을 입은 자들을 포착한 이동선은 아까의 3사람이 직감적으로 그 애송이와 한 패라고 알아차렸다. 그래서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우리 배와 우리 식구의 원수!”
이동선의 사자후에 주동자 3사람과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이동선의 싸늘하고 강력한 살기 짙은 눈빛에 타카스기 신사쿠, 이노우에 가오루와 구사카 겐스이도 순간 굳어버렸다. 30대 이상의 덩치 큰 조선인 수부가 보인 눈빛에 그들이 순간 위압감을 느끼고 위기감을 깨닫는다.
“제길! 도망가지요.”
“우리를 죽이려고 다가오는 자다!”
“빨리 갑시다!”
이동선은 그들이 도망가자 바로 쫓아간다. 이동선하고 호형호제하는 수부도 놀라서 그를 따라가면서 몇 명이 같이 가자고 말한다. 간신히 도망친 불량배 외에는 불량배들은 붙잡혔다. 수십 명의 조선인 수부들 중에서 죽은 자는 없지만 다친 이들이 꽤 있었다. 조선통관의 무관이 지휘를 하는 것으로 사실 피해가 덜했다고 볼 수가 있었다.
3인방을 추격하는 이동선 일행은 비교하자면 좀 더 큰 덩치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들은 무사인 3인방을 반드시 잡을 각오를 하였다. 물론 이동선은 심하면 그 3인방을 제 손으로 때려죽일 마음까지 가지고 있다.
“이런 끈질긴 맹견 같은 놈들!”
“빨리! 빨리!”
“히익!”
키가 큰 구사카 겐스이가 열심히 다른 둘을 독려하지만 아까 싸우면서 좀 지친 상황인데 점점 따라잡히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는데 이동선이 달려오고 있다. 마치 그 모습이 오니 같다고 생각해서 비명을 지르는 이노우에 가오루다.
그리고 결국... 이동선이 던진 투석에 타카스기 신사쿠가 등에 정통으로 맞아서 쓰러지고 이노우에 가오루가 그를 일으키려다가 이동선에게 덮침을 당했다. 이어서 이동선이 아주 두꺼운 주먹에 머리가 깨질 듯이 한 방에 내리쳐서 이노우에 가오루가 쓰러졌다.
구사카 겐스이는 빠르게 둘을 포기한 채로 눈물을 머금고 도주하였다. 쓰러진 타카스기 신사쿠는 이노우에 가오루가 제압당한 틈을 타 칼을 뽑아서 덤비려다가 얼굴이 이동선의 무릎에 정통으로 맞았다.
“큭!”
“어디서 칼침을 놓으려고! 넌 아주 진실해지게 조선통관에서 더 맞아야겠다!”
알아듣지 못해도 타카스기 신사쿠는 이동선이 한 말이 자신을 향한 모욕이라고 알고 분노해서 달려들었다. 칼을 뽑아서 휘두르는데 몽둥이로 막고 이동선의 뒤로 따라온 이들은 지쳤어도 수적 우세로 그들을 상대하는 상황이다.
“제길!”
“이 놈 봐라.”
“형님, 같이 두들겨 패서 둘 다 끌고 가죠.”
“그래.”
소매를 걷어서 두툼한 팔 근육을 드러내는 이동선은 본격으로 타카스기 신사쿠를 때려잡을 의지를 보였다. 팔의 손가락 관절에 힘을 주니까 우두둑 소리를 낸다. 두 사람이 같이 달려들어서 타카스기 신사쿠를 상대하기 시작한다.
“죽어!”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더 맞을래?”
“검을 휘두르는 저 야차 같은 눔이!”
칼을 휘두르는 타카스기 신사쿠에게 칼침 혹은 베일 각오를 하고 달려든 두 사람에게 신사쿠를 이동선의 거대한 주먹에 얼굴을 맞아서 쓰러지고 추가 제압을 위한 폭력에 당한다. 그런 그에게 떠오르는 사람은 스승이 아니라 귀향한 그에게 집안에서 맺어준 여인, 아내였다.
‘마사....’
타카스기 신사쿠의 눈이 감긴다. 이동선은 의동생에게 그 왜인 무사가 숨이 멎었는지 확인하고 염통, 심장이 띄고 있다는 말에 기절했음을 확인한다. 이동선 일행은 붙잡은 두 무사를 들고 가서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가두어둔 방에 같이 넣어버렸다.
물론 몸수색을 해서 무기 등의 날카로운 것들을 다 뺏고 방에 쳐 넣었다. 함부로 자진 등을 하지 못하게 하고 또 감시를 강화했다.
조선통관은 모리 가문과 조슈 번, 그리고 에도 막부에 이 습격사건을 철저하게 항의할 생각이었다. 시모노세키에서 일어난 조선 국적 상선 방화사건과 시모노세키 조선통관 습격사건이 이렇게 끝이 났다.
***
“다이로가 사망한지 3개월도 채 안되었는데 이런 사고라고!”
“미친 자들의 소행이라고 하기에는 일이 너무 심각합니다.”
“조선 측이 붙잡은 조슈 출신 무사들을 생각하면 덮을 수가 없습니다.”
“조슈의 모리 가문은 어떤 말을 하는가?”
죽은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의 비어버린 자리를 대체하는 사람은 로쥬, 안도 노부마사였다. 그러나 아직 연금 중이라고 올해 안에 풀려나갈 상황이 확실한 히토츠바시 요시노부에게 실권이 넘어갈 위기였다. 이이 나오스케의 노선은 후임자인 안도 노부마사가 눈치를 보면서 정국 운영 양상이 달라진다.
로쥬들을 이끌고 있는 안도 노부마사는 이런 상황에서 조선에 대해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안세이 대옥에서 죽었다는 요시다 쇼인의 관계자들이 일으킨 사고에 골치가 아팠다.
상선의 화물 피해는 적어도 도의상 화물의 총 비용과 배의 값이며 죽은 조선인 수부에 대한 위로금을 반드시 쥐어 주어야했다. 또 그들의 처분을 조선 측에 맡기든지 아님 막부에서 저들의 처벌을 해야만 했다.
“모리 가문은 당연하게도 선을 그었습니다. 그들은 양이파와 개국파를 막론하고 당연히 자신들이 주도하지 않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할 겁니다.”
“조선과의 수호약조는 덴노 헤이카도 승인한 일이기에 그들이 사고를 치기는 애매하죠. 아래의 눈치 없는 머저리들이 사고를 쳤습니다.”
모리 가문과 그 모리 가문을 섬기는 조슈의 직신들이 그런 짓을 하기에는 덴노가 허락한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조적이 될 수도 있는 일을 감쌀 수가 없었다.
“다른 자들의 의향은?”
“존황양이파의 기본이 되는 미토학을 믿는 자들이면 저들에게 과연 큰 벌을 주려고 할까요? 물론 덴노께서 승인한 일인데 이를 거부하고 사고를 친 자들을 감싸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조선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저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더 낫습니다.”
이전이면 모를까 이이 나오스케의 사망으로 히토츠바시 요시노부는 아직 연금 중이지만 제 존재감이 강하게 언급되고 있었다. 오오쿠 등은 여전히 요시노부를 싫어했지만 오오쿠의 중심이 되어야 할 전대 쇼군의 부인인 아쓰히메, 절로 출가해서는 덴쇼인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진짜 친정인 사쓰마의 상급 무사 형제가 사쿠라다 문 밖의 변에 개입해서 의혹의 눈초리를 사고 있었다.
그래서 오오쿠는 지금 행실을 조심해서 요시노부에게 관심과 실권이 실릴 상황을 두고 봐야만 했다. 실제 쇼군섭정이나 이이 나오스케가 세워놓은 꼭두각시란 평가를 받는 도쿠가와 요시요리보다 요시노부가 연금이 풀리면 실질적인 쇼군섭정으로 기능하기 시작할 수가 있었다. 그래도 모리 가문이 사고를 친 자들을 처리할 생각이라서 안도하였다.
막부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사실 조선에게 넘기기보다 막부의 손으로 그들을 처형함이 옳았다. 시모노세키에서 일어난 사건들로 일시적이라도 막부의 권위를 좀 더 세울 수가 있기를 안도 노부마사는 바라고 있었다.
“미토 등이 다른 행동을 취할 낌새는?”
“존황양이파 중 조슈가 저러니까 저들도 함부로 나설 수가 없을 겁니다. 특히나 지금 미토의 가주인 자는 낭인이 된 선대의 무사들이 친 사고로 경거망동을 할 수가 없지요.”
“문제는 쿄 등이나 번의 다이묘들이 아닌 떨거지들이 그들에 대한 구명을 운운할 부분이지.”
“다른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로쥬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들도 알고 있지만 차마 아직 꺼내지 못한 문제였다. 바로 현재 이 일본에 있는 가나자와의 조선관에 주재 중인 조선의 견외통사가 어떻게 반응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변수였다.
“조선 측의 항의를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처벌은 우리에게 맡겨달라는 식으로 달래야지.”
“그게 최선일까요?”
“조선에서는 그들의 처결을 자신들이 하겠다고 할 여지가 매우 높다고 봅니다.”
조선관 측에 서신을 보내서 만나야함은 그래도 잡아야 함이 필요했다. 여기에 교섭을 하려면 며칠은 더 걸릴 수가 있음은 각오하는 중인 로쥬, 안도 노부마사였다. 그리고 조선 측에서 보낸 서신을 막부의 신료가 가지고 왔다.
“역시나 빠르게 소식을 들었어...”
“수석 로쥬, 잘 대화해주시기를...”
“알겠네.”
안도 마사노부는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은 당연하게도 하였지만 그래도 해야만 했다. 주일본 조선관 견외통사인 강로를 어떻게든 설득해야만 하였다. 조선 조정에게 반쯤 지고 들어가야 함을 감수하였다.
***
“하아, 아리토모와 세 사형 중 구사카 사형을 빼고는 모두 조선통관에 구류 중이라니.”
이토 슌스케는 시모노세키 근방에 있었다. 쇼카손주쿠라는 그가 다녔던 학숙이 폐지가 된 이래로 가츠라 코코로의 종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츠라 코고로와 결별한, 그래도 이전까지 같이 다녔던 사형들과 동기의 소식에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무모한 짓이었어.”
그들 중 동갑인 야마가타 아리토모 보다 제일 가까운 이는 이노우에 가오루였다. 그런데 그 강경함에 그도 물러났다가 죽을 위기에 처한 그를 제일 동정하고 있다. 물론 옳은 일을 그들은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도막과 양이가 같다고 해도 상선 방화 사건의 전말을 듣고 그들을 굳이 희생시켜야 했는지를 생각하면 두 다른 생각의 충돌로 골치가 아팠다.
타카스기 신사쿠에게도 영향을 받았던 이토 슌스케는 이노우에 가오루 못지않게 그의 체포를 슬퍼했다. 또 헤어지기 전에 듣기로는 혼인을 한 그의 소식을 알고 자손도 못 보고 죽는 제 사형을 매우 걱정하였다.
도주한 구사카 사형의 안녕을 지금 기리고 있었다. 아리토모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제일 막무가내고 말리는 자신을 제일 박대한 그 건방진 동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건방진 태도도 많이 맞을 것이라고 봤었다. 그래도 잡혔다는 소식에 안녕을 기원하지만 두렵다. 또 조선이 그 두 개의 사건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에도는 몰라도 이 조슈는 전화의 불로 잿더미가 될 수가 있어...’
“슌스케!”
이런 생각을 하던 이토 슌스케를 제 상전으로 있는 사형에 가까운 존재, 가츠라 코고로가 부른다. 가츠라 코고로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이토는 그 목소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달려가니까 가츠라 코고로가 서있었다.
“거기 있었구나. 나와 함께 조선으로 가볼 생각이 있니?”
“조선이요?”
가츠라 코고로는 이토가 놀랄만한 제안을 하였다. 혹시 그게 밀항이 아닐까 긴장하는 이토 슌스케인데 그런 이토를 보고는 가츠라 코고로는 그 불안감을 잠재우는 말을 이어서 한다. 그 말에 이토 슌스케도 안심을 하였다.
“밀항이 아니다. 번에 정식으로 허락한 일이다. 넌 나의 종자로 같이 동행하면 된다.”
“네, 나리! 근데 그럼 그들은 어떻게 됩니까?”
이토 슌스케의 말에 가츠라 코고로는 쓴웃음을 짓는다. 가츠라 코고로라도 모리 가문에서 그들을 희생양으로 쓰기로 하는 행동을 막을 위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조선으로 가는 것도 일종의 좌천 혹은 첩자 행위를 수행하라는 명목으로 그랬다.
“그들은 죽음을 피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조선쪽이 억류하는 상황인데 사안이 사안이라서 조슈 번과 막부로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어. 막부에 인계해도 조슈 번에 인계해도 처형당할 거야...”
“....”
짐작을 했지만 사실로 확인이 되자 그저 슬플 뿐이었다. 이토 슌스케 뿐만이 아니라 가츠라 코고로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은 상처였다. 스승에 이어서 동기 혹은 친우들을 그렇게 떠나보낼 상황에 놓였는데 두 사람은 무력하게도 아무 구명도 할 수가 없었다.
특히나 가츠라 코고로는 동료 무사들에게 구명을 청했지만 실패했다. 그들이라도 그런 일을 행한 하급무사들을 간 크게 구명할 수가 없었다. 희망을 접고 그저 그들의 극락왕생을 바라며 조선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가츠라 코고로와 이토 슌스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