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83) 한편, 다른 곳들에서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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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과 양총 못지않게 구세대의 장비임에도 민간에서는 공급이 늘자 수요도 덩달아 늘어가는 물건이 있었다. 바로 수우각, 다른 말로는 흑각이라고도 불리는 물소 뿔이 흔해질 정도로 조선에 들어왔다. 청나라에서 통제하는 물소 뿔은 유구와 저지국령 동천축 제도들에서 막대한 양이 더 싸게 수입되어서 그렇다.
그리고 군대에서 쓰던 궁시는 이제는 더욱 총기 위주로 돌아가게 되자 군용궁시를 민간에 팔기로 한 이들로 흑각궁이 민간에 흔해지려고 했었다. 아울러서 본디 조선은 궁시를 즐기고 장려한 상황이었기에 흑각궁에 대한 수요는 원래 높았다.
기존의 목궁과 죽궁도 여전히 많지만 많이 싸게 수입되는 수우각으로 흑각궁이 두 활의 아성을 넘보려는 세태를 두 선비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두 선비가 있는 곳은 한 선비의 자택이었다.
“총이 흔해진 상황에서 흑각궁은 민간에 더 흔해집니다.”
“다 유구와 저 저지국 아래의 열도들에서 물소뿔이 아주 거저로 들어온다지. 육예당에 들어가던 들어가지 않던 요즘 돈 좀 있는 이들은 자제들에게 흑각궁을 선물한다지?”
“그 것도 세태가 흑각궁이라도 차별을 두려고 하지 않습니까? 참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차나 계속 들지.”
두 사람이 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얀 조선의 도자기로 된 잔으로 따스한 차의 향과 맛을 느끼면서 대화를 하는데 이번에는 그 주제가 음료에 대한 것이었다. 꽤 진중한 모습으로 점잖게 서로를 응시하면서 단아한 느낌을 내는 둘의 대화는 이제 다음과 같았다.
“우리 조선은 본디 술이 중심이기는 합니다.”
“헌데 영길리 덕에 차가 들어옵니다. 그들이 마시는 홍차라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연장자이고 관직의 선배로 금성백 환재 박규수이다. 다른 이가 후배로 김병학이 보인다. 박규수는 자신이 선배라고 해서 막 하대하지 않았다.
태어난 시간은 다르더라도 그 두 사람은 태왕 이영의 총신이라는 공통점과 서유시찰단을 함께한 일 등으로 친근한 분위기를 내었다. 둘은 서로가 편했기에 엷은 진실한 미소로 대화에 임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마시는 차는 조선에서 비교하자면 흔한 차들과는 당연히 달랐다. 찻잎을 발효한 것이라고 하는 홍차를 마시면서 그 향과 맛이 다르다는 것을 더 여실히 깨달았다.
“흠, 확실히 아국의 차와는 다릅니다.”
“불씨의 비구승 등도 잘 마시지 않게 된 차들을 생각하면야...”
중원, 저 청의 땅이 된 곳들에서 자라는 찻잎을 바탕으로 마시는 것이었다. 조선의 차는 이에 대해서는 부족하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조선에서는 이제 차를 재배해보려는 이들도 적지만 등장하니까 그렇다. 홍차의 기존 조선에 있던 차와 다르게 훨씬 쌉싸름한 맛이 꽤 입맛에 맞는다고 여기는 선배는 호호 불면서 따뜻한 차를 몸으로 집어넣는다.
그런 선배를 보는 후임자는 자신도 식히던 홍차가 담긴 자기의 잔을 들고 마시기 시작한다. 이제 그들의 대화는 서역에서 들어온 와인과 맥주 등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 서역의 술들은 조선 등 동방으로 운송되는 중에서 상하는 일이 빈번했었다.
그래서 잘 상하지 않게 하려고 와인은 주정강화와인인 포트와인을, 맥주는 홉을 더 추가한 인디아 페어 에일이 주로 수출되었다. 그 술들을 사실 서역에서도 마셔보고 즐긴 그들은 비싼 주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좀 구해서 홀짝이고 마셨다.
“바쁘지 않다면 포토와인을 같이 나누겠지만 그럴 시국은 아니지.”
“예, 그렇습니다. 게다가 비싼 서역포도주를 마신다고 소문이 들려오면 예전보다 휘두르는 권한이 약해졌어도 사간원에서 그런 소문이 돈다고 경고하겠죠, 홍문관이며 말입니다.”
그들은 집에서라도 논할 수가 있는 다른 대화의 주제인 정책에 대한 논의로 이제 넘어갔다. 홍차를 마시면서도 좀 더 수입하는 것이 늘어난 사탕으로 만든 과자도 다과로 먹지만 정책에 대한 논의로 조금 집중해서 손을 대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태왕 폐하께서는 양평후 대감을 올해 초에 골역이 잠잠해지자 세운, 신학문을 가르칠 어립신서당인 ‘수강소학당’에 입학할 왕태손 저하와 공신, 고관들의 그 자제들을 통제하고 그 학당의 훈장인 수강소학당 사성을 보좌하는 직사성이란 새로운 자리에 앉히겠다고 하시고는 그 대신 항의사의 정사로 임명한 종친으로 익평후를 발표하셨지요.”
“익평후 대감은 자신이 내정이 된 사실을 짐작했는지 아주 담담했지요. 총신인 우리가 봐도 익평후 대감이 폐하를 알현하기를 청하고 그 이후로 움직였지요. 자세한 이야기를 주상께서 이야기를 안하셨지만...”
“아마도 익평후 대감이 그 움직임을 알고 간청했을 것이 분명하네. 나도 자네처럼 그리 짐작을 하고 있어.”
항의사절의 정사로 익평후 이희가 내정되었다. 그리고 부사는 주왜국(일본) 조선관 견외통사 후보 중 하나였던 류후조가 동행하였다.
물론 실질은 류후조가 대표였지만 일본의 왜황과 쇼군을 만날 격조가 될 사람은 익평후 이희였다. 태자인 이환을 보내도 될 수가 있었지만 이전부터 생각을 한 대로 굳이 그럴 위기를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종친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면 이라는 상황에서 종친들이 가기를 자청한 상황으로 인해서 종친 중에서 항의사의 정사를 뽑아야만 했다. 사실 태왕인 이영의 권력과 권위로 이를 찍어 누를 수가 있지만 태왕 이영은 이런 상황에서까지, 엄청난 전시 등의 상황이 아닌데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익평후를 내정한 것에 모두가 놀랐습니다. 추숭대왕인 장종대왕의 계보 중 은언군, 추숭해서 은언후의 제사를 받드는 종주에게 그 일을 맡길 줄은 몰랐습니다.”
“어차피 다른 이들도 종친의 제사를 받드는 종주 아닌가?”
“뭐, 그렇지요. 다만 태왕 폐하께옵서 얼마나 큰 고심을 하셨을 지에 대해서 짐작만 할 뿐이지요.”
“그렇지.”
두 사람은 잠깐 다시 말이 없어졌다. 식어진 홍차를 잔에 마시면서 대화와 생각을 한다고 과자 중 약과를 좀 먹고는 다시 대화를 한다. 군국기무처의 경장 건의에 대한 부분으로 김병학이 조심스럽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근데, 금성백 대감? 그 군국기무처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궁무만을 볼 관아를 따로 분리하고 기존 승정원과 여러 가지 궁정 사무 관아들을 통합해서 의정부와 명목상 독립이지만 의정부 우위를 인정한 궁무를 보는 중심 관청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사실입니까?”
“그거 말인가?”
현재 조정과 군국기무처에서도 나오는 부분, 궐내, 즉 궁정의 사무 등을 총괄하는 관청, 임시 명칭인 궁무부(宮務府)에 대한 소문을 듣고 물어보는 김병학인데 금성백 환재 박규수는 뜸을 들인다. 그 이유는 그를 골려주기 위해서지만 현재 소속이 다른 상황에서 이를 쉽게 말해주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했었다.
‘사실이지. 몇 개 격상이 된 관아들도 관리하고 기존 궁정 사무와 조정 사무를 보는 곳들이 중복이 있거나 소속이 애매했던 것들을 이참에 정리하자는 건의를 해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미 태왕 폐하께서도 긍정으로 보고 있다네.’
‘아무리 봐도 사실 같은데? 환재 대감이 그렇게 뜸을 들인다는 것은...’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업무를 조정하고 관아를 통폐합 중이라네. 다만 그 건의를 받아들일지는 태왕 폐하와 중추원, 의정부의 결정에 달렸지.”
“그렇군요.”
눈치가 빠른 김병학이면 이미 알아챘을 것이라고 여기는 환재 박규수는 더 말을 아꼈다. 그리고 김병학도 자신이 눈치를 챈 사실을 환재 박규수가 알아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서로를 잘 알아서 탈이지만 그들은 조용히 서로를 마주봤다.
이어서 그들은 서로를 보고 말이 없이 웃었다. 그들은 잠깐 만난 다과의 끝이 보였다. 다만 누군가가 호다다닥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집주인 환재 박규수와 김병학 모두가 궁금해졌다. 이 집의 사랑채에 달려오는 소리가 멈추고 박규수를 모시는 하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감 마님! 조정에서 급히 사람을 소집하고 있습니다. 왜국과 관련이 있습니다.”
“왜국이라고? 하아 이 놈의 왜국은 아국과 관련해서 사고를 많이 치는군. 영초? 같이 가지.”
“예, 환재 대감.”
박규수와 김병학 모두가 급히 입궐하였다. 물론 김병학은 사람을 불러서 단령을 챙겨오게 하고 궐에 입궐한 다음에 내시의 도움으로 궐의 모처에서 옷을 갈아입고 창덕궁의 인정전에 왔다.
두 사람은 물론이고 소집으로 모인 모든 고관들이 태왕 이영이 앉아 있어야 할 옥좌를 봤다. 아직 비어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의관을 정제했지만 그 표정은 상당히 화가 난 표정으로 있는 태왕 이영을 모두가 지켜봤다.
옥좌에 앉은 태왕 이영은 상선으로 하여금 자신이 받은 보고를 읽게 하고 외부상서에게 물었다. 외부상서로 임명된 영어 김병국은 매우 송구스러운 눈치였다.
“외부 상서? 아까 유구와 왜국에서 받은 보고에서 내가 뭘 느꼈는지 아시오? 하아!
왜국이 미쳤어도 장주라는 곳과 수호라는 곳만큼 정신이 나간 곳이 없는 줄은 알았소. 헌데! 유구에서 살마라는 곳의 무사가 친 사고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아시오?
그 자가 감히! 유구에 주재하는 아국의 관원을 결국 죽였소! 또 장기라는 고장에서 살마의 고위 무사인지가 지나가는데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고 아국의 어용상인을 겸하기도 하는 리달-포타 상회사의 점원과 그와 동행하던 아국의 역관을 죽여 버렸소!”
왜 급히 소집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유를 신료들이 알 수가 있었다. 외부상서 김병국은 그런 보고에 사실 그 자신도 아주 당혹할 정도였다. 환재 박규수는 물론이고 김병학에 의정부의 삼정승 모두가 놀랄 정도였다.
“폐하, 왜국은 신의가 없음이 옛 말에도 있던 곳입니다. 헌데 그들이 이 정도로 신의가 없음이 변하지 않음을 더 여실히 근래에야 알 수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환재 박규수가 외부상서인 영어 김병국이 말을 다 끝낸 이후에 자신이 그 뒤의 말을 이었다. 정전의 모든 신료들이 급히 소집되어서 정신이 없다가 그 충격의 이야기로 더 말이 없었는데 그래서 일부의 말이 더 또렷하게 들릴 수가 있었다.
“장주와 살마는 아국에게 피해를 준 자들입니다. 그들의 영지는 서역과 옛 중원의 봉작과 비슷하면서 다릅니다. 그들은 군국제와도 또 다릅니다.
대군부가 왜황의 영토를 대리하여 다스리는데 대군부가 직할로 다스리는 곳과 일종의 번 혹은 국으로 두어서 영지를 수여해 다스리는 것으로 구분합니다. 또 강호대군부를 세운 덕천가의 분가 등에게 실제로 봉지를 주어서 대군부가 직접 다스리는 이른바 어령과도 구분하지요.
수호라는 고장은 본디 봉지의 영주가 덕천가의 방계이지만 대군부 대신에 경도의 왜황이 있는 조정에 더 충의를 보냅니다. 장주와 살마도 수호에서 나온 정학의 일종인 수호학(미토학)을 신봉하는 이들이 늘었는데 장주와 살마 쪽이 아니라고 해도 그들을 관리하지 못한 다른 죄가 있습니다.
당장은 왜국의 왜황과 대군에게 가서 이를 진실로 항의하고 잡았으면 처결을 맡이고 그 처결의 입회를 해야 합니다. 아국의 관원이 말이지요. 여기에 아국은 이제 유구가 왜 살마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도 더 확인했습니다.
살마가 무력으로 유구를 억제했다! 라는 사실을 이 일로 자신들이 직접 시인했다와 같습니다. 이를 기회로 장차 유구를 해방해서 재조지은에 버금가는 은혜를 주시고 자립하게 도우소서.”
어찌 보면 이 때가 기회라고 금성백 환재 박규수가 태왕인 이영과 많은 동료 신료들에게 제안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말을 하자 태왕 이영을 비롯한 이 창덕궁 인정전에 모인 많은 이들이 고심을 하였다.
태왕 이영은 사실 유구에 대한 구원을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를 즉각 시행할 생각은 없었다. 조선이 이를 행함으로서 얻을 수가 있는 이익 외에도 명분이 더욱 확고해야 했다. 가령, 유구의 반응이 왜국 살마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조선 등에 더 확실하게 전해야만 했다.
‘물론 아주 운이 좋게도 유구도 더는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라는 것을 보여주지. 흥선백과 내 둘째가 잘 해주었다고 해야 하나? 유구가 몰래 사람을 보냈다.’
“경들에게 이 소집을 말한 것도 유구의 밀사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자국의 해방을 원하고 있다.”
태왕인 이영이 터트린 폭탄선언에 현 조선의 법궁인 창덕궁 인정전의 많은 신료들도 굳어버린다. 그들은 자신들의 군주가 하는 말이 순간 농담인가 싶었다. 그렇지만 이런 자리에서 그런 실없는 농담을 할 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를 들이라. 상선!”
“예, 폐하! 모셔 오거라!”
상선의 지시를 따르는 내시가 급히 달려간다. 이윽고 정전에 유구에서 몰래 보낸 밀사가 들어온다. 유구의 아지, 방계 왕족인 남자가 들어온다.
그는 유구 왕국의 아지로 26개의 아지 중 오오기미(大宜見)의 우둔, 그 가문의 가주였다. 물론 병석에 누워서 아들에게 물려주어 칩거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전대 오오기미의 우둔인 오오기미 닌은 주유구 조선관의 협조를 받아서 이렇게 조선의 상선을 타고 밀항하였다. 또 조선이 제공한 복장, 현재의 예법에 따라서 종친 중 백작에 준해서 백택이 수가 놓인 흉배를 단 단령을 입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유구어를 할 줄 아는 역관이 대동하였다.
“진실로 유구 왕국의 사신, 밀사이옵니까?”
“흥선백이 도움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군요.”
조선의 신료들은 오오기미 닌을 보면서 태왕인 이영이 농을 한 것이 아니라고 눈치를 챘다. 그들은 유구를 도울 조선의 혹시 있을 출병에 대한 다른 확실한 명분을 얻을 수가 있다고 기대하였다. 다만 아직 왜국에게는 마지막 기회를 줄 생각이 있는 이들이 꽤 있었다.
오오기미 닌은 조심스럽게 조선의 태왕인 이영에게 천자의 예에 준하게 절을 올리고는 엎드렸다. 태왕인 이영은 그런 유구의 이 아지를 보면서 고개를 들라고 말한다. 역관의 통역을 듣고 오오기미 닌이 조심히 절도를 가지고 고개를 들어서 태왕 이영의 용안을 올려다본다.
“그대는 유구의 중산왕 상태가 보낸 이가 맞는가? 증좌는 있는가? 정확히는 중산왕의 인장이 찍힌 문서를 받았는가? 아니면 아국 조선이 귀국에게 파견한 견외통사 흥선백의 직인 등도 찍혀 있는가?”
이런 물음에 오오기미 닌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챙긴 비단을 감싸서 만든 것을 올리려고 한다. 물론 이미 흥선백의 직인과 수결이 적힌 장계와 이 밀사에 대한 별도 서신을 받았지만 일종의 요식행위지만 행한다. 또 태왕 이영도 중산왕 상태의 서신을 아직 읽지 못했다.
“조선의 태왕 폐하께 우리 유구의 중산왕이 친히 써서 올리는 서신입니다. 왕께서 제게 내리신 이 밀사의 소임에서 제일 중요한 문서가 아니겠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그 복장의 품속에서 유구 중산왕 상태의 친필 서신이 꺼내어진다. 이를 조심히 내시 중 하나가 받아서 상선을 거쳐서 태왕 이영에게 건네어진다.
이영은 조심히 국서를 친히 펼쳐 읽어 보인다. 그 내용에서는 아직 소년인 중산왕 상태, 거의 손자뻘에 가까운 유구의 왕이 절실하게 해방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또 조선이 교린을 하던 우방으로서 이 오래도록 유구를 점거한 무례한 살마의 무리들을 몰아내는데 도와달라고 청하고 있었다.
“흠...”
입으로 바로 가엽다고 동정할 수가 없었다. 유구의 중산왕과 유구의 밀사인 오오기미 닌을 배려해서 그렇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이영은 상선에게 이를 쥐어주면서 모든 신료들이 알 수가 있게 말하라고 한다.
상선의 목소리로 유구가 청하는 도움의 이유와 유구의 사정을 중산왕 상태의 관점에서 듣게 된 조선의 고관들이었다. 그 반응을 조심히 지켜보면서 제발 저들이 자신들의 나라인 유구를 해방하는데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상선의 말이 끝나고 다시 병이 도졌지만 사직을 아직 청하지 않은 우의정 김정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인정전의 모든 이들이 귀를 기울인다.
“우선 왜국에게 항의사절을 보내는데 이 참에 살마의 그 행위도 폭로해서 이를 왜국의 대군부가 혹여 감싸준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합니다. 태왕 폐하! 물론 왜국에게 이를 해명할 기회를 주고 배상을 청해야 하는데 아국의 사람 등을 건드린 살마와 장주 등은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또 유구를 지원하기 위해서 오오기미 닌을 아국도 수교한 서역 국가들에게 소개해서 이미 유구의 정세를 알고 있을 유구 현지의 서역 외관들과는 흥선백을 통해서 접촉해서 유구의 독립을 보장하고 해방하는 부분에 대해서 힘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우의정의 의견에 신료들은 대체로 일리가 있다고 여기었다. 사실 이영도 오오기미 닌을 자국에 주재 중인 서역의 외관, 외교관들과 접촉시켜서 조선이 혹여 유구로 출병할 때에 그들이 자신들에 붙어서 지원하던지 아니면 묵인할 판을 깔아야 했다.
이영과 조선 조정의 관료들은 항의사에 대한 파견을 더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항의사는 일본의 왜황과 일본의 대군을 모두 만나서 조선이 최대한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을 압박해야 했다. 다만 왜인지 그들이 혹시 무슨 일을 당하지 않게 경비병을 파견함도 꼭 승인 받아야 한다고 견외통사 등에게 지시를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태왕 이영은 불안했다. 다른 조선의 조정 관료들도 비슷했고 기우기를 바라고 있다.
또 오오기미 닌을 임시 주조선 유구관의 견외통사에 동등한 자리, 아니 그 이상인 서역에서 말하는 전권대사의 자리로 동등하게 유구를 대표하는 자로 인지했다. 오오기미 닌의 바람대로 ‘그들’이 움직일지는 알 수가 없기에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