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다시 위대하게!-184화 (184/221)

〈 184화 〉 (86) 서유시찰단의 순풍 속 이상한 사건(수정)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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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길리, 영국에서 조선의 서유시찰단은 왕립조선사협회가 출범하는 것을 보고 일부 조선사에게 기술협력과 인력파견 등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는 영길리 조정의 지원으로 꽤 쉽게 성사가 되었다. 그리고 일부 조선사는 상태가 좋지 못한 사실을 듣고는 퇴역한 영길리 해군 출신 선장들을 수사학당과 항해감 민선부의 교관 등으로 채용을 제안하면서 끌어들였다.

이런 행동을 결정할 수가 있던 것은 조선에 대규모로 투자를 하기로 합의한 피바디와 주니어스 모건이 일부 제공한 이야기를 보고 그게 사실이자 이를 시도했었다. 또 영길리 조정도 은연중에 이를 부추겨서 조선 내에 자국인 고문 등이 더 많아지게 조장을 했다.

헌데 이런 영길리의 부호들과 조정의 조선에 대한 관심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버렸다. 영길리의 사교계 일각에서 조선 왕자와 그를 동행하는 지난 전쟁에 공훈으로 봉작된 이들을 중심으로 열렬한 관심이 모이고 이야기가 재확산이 되면서 나온 일이 원인이었다.

“조선은 왕족과 귀족에 가까운 집단이 정부 혹은 첩을 두어서 그 서자도 가문을 이을 수가 있지요. 다만 그런 특권은 대체로 왕족에게 더 가까이 있다고 합지요.”

“지금 우리 영국에 있는 조선의 왕자는 조선 군주의 둘째 아들이라고 했던가요?”

“서자는 아니지요?”

“서자는! 지금 여기 있는 조선의 왕자는 정말 오랜만에 나온 후계자 외의 장성한 적자입니다.”

사교계의 지체가 높은 가문의 레이디들은 딱히 관심이 없지만 그냥 듣는 말들이었다. 영길리 등에서도 오리엔탈리즘에도 불구하고 조선과 동방에 대한 지식들은 꽤 많았다. 그들은 호사가들에게 이야기를 듣는데 일부에게는 그게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어차피 귀족들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평민들 중 야심이 있던지, 편견이 없는 이들은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저 호사가들보다 지식은 모자라서 더 멋대로 판단하였다.

주변의 다른 듣는 귀들은 상관하지 않고 사교 클럽에 모인 이들은 호사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호사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호사가들은 일부의 ‘어떤 계획’에 찬물을 붓는 말도 덧붙인다.

“근데 듣자하니 조선의 왕자는 부인과 아이를 대동해서 순방하고 있다지.”

“부인이요? 아! 알버트 왕태자께서 유심히 봤다는 조선 여성이?”

“그렇지. 꽤 아름답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미 젊은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마음을 접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려는 자들이야 많았다. 특히나 꽤 미인이지만 신분은 평민이라도 괄시 받는 사교 클럽의 매춘부 1명이 곰곰이 자세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천한 신분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 설령 멸시 당하는 동양인이라도 왕족이라는 고귀한 신분! 게다가 정부라도 사생아가 왕족으로 나올 수가 있다면 낫겠지. 고아라서 같이 갈 가족도 없어. 유혹하자.’

미천한 신분이라도 고급 사교 클럽에서 일하는 이 여성은 계획을 짜고 있었다. 누구나 그럴 듯한 계획은 짰다. 자기보다 연하인 조선 왕자의 정부가 되고 이후에 첩으로 같이 돌아갈 생각이었다.

이 여성의 이름은 윌리스 제시카 메리 샘슨이었다. 20대 중후반으로 기둥서방에 가까운 남자가 있었지만 혼인한 것은 아니었다. 가난하게 태어나고 고아가 되어서 그 미모로 이런 사교 클럽에 일하는 삶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동양인이면 뭐 어때? 왕족이야. 조금 가난하다고 하지만 내 삶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수가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산공 이성 부부가 참여할 연회를 알아보고 그 자리에 끼려고 안달인 윌리스였다. 한편, 자신을 이용한 출세의 모략을 꾸민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산공 이성은 1860년에 조선에게 영길리 왕실과 의정부가 자국의 왕립지리학회에서 발간한 세계전도를 선물한 것 중에서 하나를 조심히 보고 있었다.

“아국은 다시 자국의 전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잘 되고 있을까 고산자라는 자를 가진 남자가 혜강 최한기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귀국하면 알 수가 있겠지? 신지인 요동에 대한 지도 작성도 열심이라고 내가 들었지.”

‘참으로 세상은 넓구나. 또 우리 조선은 신지인 요동을 가지고도 세상, 온 천하만국의 땅들 위에서 보면 작다. 그럼에도 중원만이 중심이 되는 일은 없다. 노력하면 어디든지 중심이 되겠지.’

미리견과 영길리에 체류를 하면서 영길리학, 다른 말로 하면 영어에 더 익숙해지고 할 읽으며 쓸 수가 있었다. 또 영길리에서도 고귀한 신분이라고 불리는 집단의 젊은 사람들하고도 한산공 이성은 친해졌다.

물론 서유시찰단의 다른 젊은이들 하고도 가까워진 한산공 이성이지만 그 중에서 제일 죽이 맞는 것은 종친인 이하전과 이원범이었다. 종친이 아닌 쪽에서는 김홍집이라는 최연소 소년 유학생도 있었다.

다만 그들 셋은 따로 뭉쳐 다니기도 했기에 사실 은근히 소외되는 느낌도 있기는 했다. 종친끼리 뭉쳐도 엄청 끈끈하게 붙어 다니는 사실은 아니었다. 공무가 없어서 여유로이 있는 날은 아니었는데 공무가 빨리 끝난 편이었다.

“내일은 성 도마 의원과 나이탱개일이라는 구림 전쟁에서 활동한 의녀가 세운 학당도 구경한다고 했지? 부인이 매우 들뜨겠어.”

한산공 이성은 이 숙소에서 혼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같이 공무를 마치고 쉬고 있는 한산공 이성의 부인, 공작부인으로도 불리는 류희지와 그들의 아이, 유모도 있었다. 다른 이들도 있지만 영어가 능통해진 이들은 란돈 등을 둘러보려고 삼삼오오 끼리끼리 돌아다녔다.

영길리 왕실이 숙소로 제공한 다른 곳에서는 당연히 부사 3인방이 있는데 그들도 한산공 이성처럼 의정부에 제공되는 천하전도, 영길리 왕립지리학회가 제작한 세계전도에 흠뻑 빠져 있었다.

삼삼오오 끼리끼리 나간 이들도 사실 영길리의 도성인 란돈에 있는 서점들에서 책을 사 모은다고 열심인 부분도 있었다. 그들 중 자신의 종사관인 참봉 정도균에게 책의 구매를 부탁한 한산공 이성은 이렇게 남아있었다.

‘심심해졌군.’

지도를 보다가 거의 다 둘러보니까 흥미를 잃은 한산공 이성은 위와 같이 생각한다. 다만 그래도 흥미로운 점은 왜국, 일본 위에 있는 섬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왜국 위에 꽤 큰 섬이 있었군. 그 섬 위에도 큰 섬이 있다라...”

일본 바로 위에 있는 섬은 사실 일부 지역이 일본의 영역에 속하고 있었다. 영길리 왕립지리학회는 그런 부분도 세심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조선의 본래 강역은 일본 보다 작았다는 사실에 더 놀랄 따름이지만 이전부터 서역이 만든 지도에 대해서 알던 이들은 충격이 덜했다.

그 섬들의 원주민들은 왜국, 일본의 사람들과 무관할까 궁금한 구석이 생기는 한산공 이성이지만 그가 직접 갈 필요는 없었다. 아마 귀국하고 왜국에 있는 아국, 조선의 관원들을 통해서 들어왔을 이야기를 접하면 그만이었다.

‘이제 부인에게 가볼까?’

그에게만 접근이 허락이 된 부인, 류희지의 방으로 한산공 이성이 향한다. 류희지와 서유시찰단의 다른 부인들이 있는 구역은 조선과 같이 남녀부동석을 최대한 실현하려는 의지를 담듯이 알아서 구획을 나누어 구성했다. 그래도 각자 부인들의 방에 남편들이 방문하는 구석이 당연히 허락이 되었다.

느긋하게 걸어서 류희지의 방 앞에 도착한 한산공 이성은 목청을 조심히 가다듬고 의관도 또 정리하였다. 그렇게 부인을 불렀다.

“부인, 그대의 지아비가 왔소.”

이성의 말에 반응한 것은 부인 류희지가 아니라 자식의 유모이기도 한 몸종, 가례 이후로는 대군저 상궁이었다. 물론 그래도 큰 상관은 없었다. 본래 부인의 사람으로 자식의 유모도 겸하는 대군저 상궁이 같이 있다면 부인도 같이 있으니까 그렇다.

“대군 대감! 빨리 문을 열겠습니다.”

“알겠네. 너무 조급할 필요가 없어.”

“예!”

그렇게 잠깐 기다리자 류희지의 방문이 조심히 열린다. 그 방에서는 조선식 복장이 아님 천축에서 온 옷감으로 만든 서역 잠옷, 파자마를 입고 있는 이성의 부인과 아이, 그리고 조선의 복장을 입고 있는 대군저 상궁이 있었다.

그리고 머리는 산발이 아니고 푼 부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한산공 이성이었다. 또 한산공 이성도 조선의 복장이 아니라 서역 복장을 입고 그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그런 부군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류희지는 생각한다.

아울러서 파자마를 입은 류희지는 손에 꼭 쥔 것이 담 아저씨의 행랑채, 즉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었다. 이제는 조금씩 원서를 더 읽을 줄 알게 된 부인이었다. 그들은 조금씩 이 서역 유주의 행동양식 등에 더 익숙해졌다.

“그 책을 보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대감께서는 지도와 모대 박을 보고 있었습니까?”

“모대 박은 아니고 지도는 그렇소. 그 천하전도가 참으로 놀라운데 다음에 부인도 꼭 보시오.”

한산공 이성이 약간 호들갑을 떨면서 말하는 것에 이성의 부인인 류희지는 그저 좋을 뿐이었다. 저런 모습도 류희지는 사랑할 뿐이었다. 이성은 며칠 뒤에 있을 성 토마스 병원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기 시작한다.

“부인, 성 도마 의원과 그 아래의 나이탱개일 의녀 학당에 가는 것은 기대가 되시오?”

“네, 기대가 됩니다.”

“역시나 군요. 물론 이 영길리로 의녀를 기르기 위해서 유학을 보내는 것도 일이겠지요. 그게 아니면 아국이 그들을 초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렇게 가는 것이기는 하지요. 서방님.”

사실 의녀들의 기량이 더 올라간다면 좋은 것이기도 했다. 물론 한산공 이성은 이 자기 의견 관철하기를 좋아해서 나서는 나이팅게일을 마냥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일종의 수잔 앤서니와 비슷한 과라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의녀들이 보다 전문으로 배우고 여성 의원 같은 것도 생각할 수가 있기는 했다. 조선은 남녀부동석의 나라기에 사내가 함부로 타인 집안 소속인 여인의 몸을 만지지가 힘들었다. 그래서 의녀에게 진맥을 맡기기도 하였는데 의녀들의 전문성이 더 함양되면 나쁘지 않았다.

나이팅게일에게 강하게 밀려지던 노사 기정진도 그 불쾌함과는 별개라도 곱씹어서 생각하니까 유용함을 인정하였다. 이렇게 잡힌 일정, 신축 병원인 성 토마스 병원과 그 병원 소속의 나이팅게일 간호학교를 시찰하기로 했다. 조선도 더욱 서역 방식의 의원 등을 확충해야 한다는 말이 이전에도 있었다.

‘의원 말고도 의녀들도 서역 방식으로도 길러지는데 우리 상황에 맞아야 함이 옳지. 그리고 서역 의료도구도 들어와서 이런 것도 훨씬 더 보강한다고 들었다.’

이런 저런 말을 들어보니까 조선은 의술에 문외한인 한산공도 조선이 동의학 말고도 서의학을 열심히 흡수하는 것으로 봤다. 이미 조선의 새로운 의학당은 이미 두 의학을 다 가르치고 있음을 잘 모르지만 그렇다.

“이틀 뒤인데 설레서 잠을 설치지 마오. 부인.”

“네, 그러는 대감께서는 더 그러 실지도 모르지요?”

“허허! 사랑하오. 잘 자시오.”

“서방님도요.”

부인에게 인사를 잠깐 올리고 이제 류희지의 방에서 나서는 한산공 이성은 류희지의 수발 전담 겸 자신의 아들 유모인 대군저 상궁에게 부탁한다. 그 부탁이야 아주 자주 하는 당연한 말이었다.

“내 아들과 부인을 자면서도 잘 보살펴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잘 부탁하오.”

“네.”

그런 다짐을 듣고 한산공 이성은 방을 완전히 나섰다. 그리고 남자들의 구획으로 빨리 걸어간다, 밤이 너무 늦어서 눈치 없이 뭔가를 할 필요는 없었다. 한데 갑자기 이성의 목덜미가 서늘한 기분을 느낀다.

‘근데? 왜 이리 기분이 이상하지?’

한산공 이성은 갑자기 느낀 그런 서늘함에 좀 당황스러웠다. 이상한 일이 생길 징조인가 했다. 성 토마스 병원으로 가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가 싶었다. 그렇지만 그가 불참할 일은 아니었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사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이틀 뒤에 그 공무, 성 토마스 병원과 나이팅게일 간호방교 방문은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그 강경하게 제 할 말을 하는 아주 뻔뻔한 나이탱개일(나이팅게일)이라는 여성의 주장이 일리가 아주 있다! 라는 사실을 한산공 이성과 그 부인 류희지와 이 공무에 수행하는 이들도 동의하였다.

“간호사라고 부는 서방 방식의 의녀들을 보니까, 아국에게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첩은 저런 일을 과연 적극으로 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막상 기회가 주어지면 용기가 나지 못할 듯합니다.

듣자하니 불로란수 나이탱개일(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반가와 같은 여성인데도 전장의 그런 일을 자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용기가 동경을 하게 되네요. 저는 말입니다. 서방님!”

“그렇소?”

사실 한산공 이성은 자신의 부인이 굳이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다만 자신이 봤던 류희지는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그도 인정하였다. 이번 서유시찰단에서 부부는 더 서로를 알게 되었고 서로의 모르는 면을 인지하였다.

부부의 관계와 서로를 사랑하는 부분은 더욱 단단해졌다. 마치 그 단단해진 것이 좀 더 단단해진 회축을 한 토벽같이 되어갔다. 하지만 그래도 금이 갈 수도 있었다.

이후에 런던에서의 작은 연회에서 일어난 일인데 한산공 이성은 좀 당혹스러웠다. 한산공 이성에게 아주 적극으로 밀어대는 여성 때문이었다. 바로 윌리스 제시카 메리 샘슨이라는 여성으로 음흉한 계획을 꾸민 여자다.

“아니, 이 무슨”

“아 죄송해요. 공작 전하. 제가 너무 취해서!”

영어가 좀 더 가능한 한산공 이성은 이런 상황이 아직 젊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술은 별로 마사지 않고 한 사교 클럽을 빌린 장소에서 그 클럽 소속의 매춘부가 만취를 해서 그런지 그에게 엉키고 있었다.

그런 이성의 곁을 지키는 서양의 드레스 중 코르셋을 입지 않고 노출이 없는 드레스를 입은 류희지와 상관인 이성처럼 프록 코트 등의 정중한 자리에 입는 양복을 걸친 참봉 정도균도 마찬가지로 당황한 얼굴이었다.

이 사교 클럽에서의 연회에 참석한 이들도 당연하게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노사 기정진은 이 기루의 소속인 평민 기생(?)이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파악한다.

‘비교하자면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것이 있어. 물론 지난 서유시찰단에서도 그럴 수도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역시 한산공 대감을 노리고? 아국 왕실은 적서의 구분이 있을지언정 종친으로 인정이 된다.

제 자리를 그런 것으로 차지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아국 사람보다 더 뻔뻔하도다.’

노사 기정진이 조금 차가운 눈으로 윌리스 샘슨을 바라보는데 다른 이들은 노사 기정진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왜 이러는지 놀랐다. 그러다가 그들도 비슷한 생각이 뇌리에 스치고 알았다. 저 영길리 평민 기생인가 하는 여자의 목적에 대해서 그렇다.

양헌수와 어재연, 신정희 곁에도 영길리 기생, 사교 클럽의 매춘부가 붙어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저 윌리스 샘슨에 비하면 가볍다. 또 그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윌리스의 동료들인 여성들은 윌리스의 저런 행동을 싫어하였다. 대놓고 추잡하게 꼬리를 치겠다는 행동을 누가 좋아하겠냐고 생각을 했다.

“어허, 물러나라.”

“아, 이거 제가 취해서 몸을 좀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조선의 공작 전하.”

일은 점점 가관이 된다. 격식이 있는 양복을 입은 한산공 이성의 몸에 대놓고 부비는 상태도 보인다. 영길리인들은 격식을 막론하고 대부분 당연하게도 인상을 찌푸린다. 물론 일부 철없는 자들, 윌리스 샘슨에 성적인 호감을 느낀 자들은 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한산공 이성을 부러워하고 있다.

영어로 직접 물러나라고 함에도 윌리스 샘슨은 취기를 핑계로 자신의 몸의 굴곡과 부드러움을 옷을 감추었어도 느끼게 한다. 그런 모습에 한산공 이성은 떼어내려고 하는데 적극으로 비비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영길리의 고위층인 귀족들도 당황하다가 이내에 윌리스 샘슨이라는 사교 클럽 소속 매춘부의 수작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연회를 연 귀족은 냉큼 이 사교 클럽의 마담을 불러서 항의하기 시작한다.

한산공 이성은 정말 화가 나서 윌리스 샘슨을 조심히 타이르던 것을 멈추고 힘을 주어서 밀어냈다. 그렇게 취기에 취한 척을 하는 윌리스 샘슨은 아직 20대 초반인 한산공 이성의 힘에 밀려난다. 연기가 들키면 안 되니까 비틀거린다.

“조선의 공작 전하는 꽤 거치네요. 마음이 있기에 취기에도 의지하는 여자에게 품을 주지 않다니 매정하시네요.”

이런 말을 혀가 정말 꼬부라지게 마신 여자처럼 보이게 말한다. 류희지는 더 불쾌한 감정을 가지면서 한산공 이성의 옆에서 윌리스 샘슨을 좀 경멸감이 어리게 쳐다본다. 그런 시선에 윌리스 샘슨을 느끼지만 뻔뻔하게도 무시하면서 한산공 이성만 보고 있었다.

물론 윌리스 샘슨의 편을 들어줄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영길리 왕실이 분노해서 이 사교 클럽의 회원들과 다른 관계자들이 날벼락을 맞지 않아야 할 것이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엄숙함을 강조하는 빅토리아 여왕 부부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자국민이 자신들이 좋게 보는 조선의 왕족 부부를 자극했다고 알면 체면이 말이 아닐 판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지고 이 여자를 끌어내겠습니다.”

“마담, 뭐하시는! 꺅!”

“같잖은 연기 집어치워! 어디서 수작질이야! 이봐! 어서 끌어내!”

사교 클럽의 마담이 황급히 달려와서 한산공 이성 부부에게 사과를 하고 취한 척 연기하면서 항변하는 윌리스 샘슨의 뺨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때렸다. 더 분위기는 의도하지 않게도 서늘하게 되었다. 결국 클럽의 남자 잡역부들이 윌리스 샘슨을 잡아서 끌고 간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고! 방해를 하지마!!!! 왕자님! 내 사랑을 받아줘요!”

이런 소리를 강하게 내는데 역시나 연기였음을 보여주었다. 이 소동의 주역을 끌어내지만 분위기와 흥이 아주 떨어지고 말았다. 이대로 연회를 계속하기는 무리기에 파하게 되었다.

한산공 이성 부부와 그 곁의 참봉 정도균은 특히나 말이 없었다. 한산공 이성은 자신의 부인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 제일 걱정하였다.

그리고 류희지는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한산공 이성에 당황해서가 아닌지로 의심을 하는데 부군을 의심하는 이런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낀다. 아까의 화가 나서 정말 밀어내는 것을 보고도 그런 의심을 함에 부끄러워지는데 그게 마치 연꽃이 연못에서 비정상으로 빨리 피어나는 수준으로 생각과 생각이 꼬리를 물고 부의 감정이 류희지를 잡아먹고 있다.

‘부인....’

‘서방님, 죄송합니다..’

그런 모습으로 자신에게 화를 내지 못하는 부인에게 너무 미안했다. 다만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릴까봐 한산공 이성은 그게 두려웠다. 한산공 부부 사이에 금이 가버렸다.

다른 조선인 신료들은 저 광경을 어찌 할지가 복잡한 심정이었다. 노사 기정진은 일을 더 크게 벌리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풍문과 그 풍문을 부추길 영길리의 언로들이 제일 걱정이 되었다.

결국 우려한대로 이상한 풍문이 영길리의 신문 등을 통해서 퍼지고 말았다. 그로 인해서 한산공 이성 부부는 서로를 편하게 대하고 진심으로 가까이 하기 꺼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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