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 (91) 법국에서의 이야기와 여전한 보복 준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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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참변으로 후폭풍이 일어나 거센 국지전 혹은 그 이상이 예정이 되어 보이는 동방과 달리 조선의 서유시찰단은 법국, 프랑스에서 비교하자면 큰 사고가 없이 지내고 있었다. 특히나 파리 일대는 1차 서유시찰단이 다녀온 때와 비교하면 더 달라졌다.
“법국의 제왕인 누이 나파륜이 파리를 이렇게 바꾸고 있군요. 도로가 넓어졌습니다.”
“원래의 파리를 달랐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한산공 대감.”
노사 기정진은 1차 서유시찰단의 소속으로서 파리를 재개발하는 사업 이전의 파리를 알고 있었다. 그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들이 많았다. 다만 누이 나파륜, 프랑스의 황제인 루이 나폴레옹이 파리를 새롭게 바꾸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었다.
자신이 기억하던 파리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게다가 법국의 황제인 자가 도성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선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의심을 하였다. 사실 누이 나파륜, 루이 나폴레옹이 민심을 이용해서 집권하고는 민심을 교묘하게 취사선택을 하기에 그렇다.
“이 파리라는 법국의 도성은 더 아름다워지겠지요. 한성도 점점 달라져야 하는데 이들의 변화를 어떻게 하는지 참고하고 할 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봅니까? 한산공 대감?”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산공 이성은 파리의 변화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영길리에서 법국으로 배를 타고 갈 때에 노사 기정진에게 들은 파리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그가 시간이 흘러서 달라졌을 수가 있다고는 말했다.
‘그래도 멋이 있군. 한성도 더 멋지게 바뀌어야 하는데? 아니! 이미 바뀌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선의 2차 서유시찰단은 파리를 돌아봤다. 특히나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른 것도 아니고 고가철도였다. 2차 서유시찰단도 철도를 많이 타봤지만 그래도 이런 고가 철도는 처음이었다.
파리의 중심지 근방에 높은 영조물, 즉 건물 위에 이를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든 철도였다. 건물 아래의 광경을 건물 위의 철도에서 내려다보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하늘 수레를 타는 것 같습니다. 가옥의 넓은 위에서 이를 연결한 고가철도라는 것을 타고 있으니까 말이죠.”
정말로 그들은 하늘 수레를 타는 기분이 들기는 했었다. 신기로운 광경들이라고 당연히 생각한다. 물론 파리는 상당한 기물들이 많았다. 그런 기물을 설명하는 이들은 법국 조정이 보낸 이들이었다.
조선의 서유시찰단을 수행하는 소임으로 말이었다. 또 조선 측도 훨씬 법어 실력이 늘어난 역관들이 많기에 소통은 이전의 1차 때보다 더 낫다. 그러다가 센 강을 거기는데 이전에는 못 봤던 센 강의 증기로 움직이는 양수기에 놀라는 조선인들이었다.
“원래 이 센 강은 여름 등이 되면 메마르기 좋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양수기를 설치했는데 이는 증기기관으로 더 효율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양수기 자체는 있기는 했지만 증기기관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조선인들의 눈으로 보면 당연하게도 매우 기물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저런 기기는 생각해보면 조선에서도 필요했다. 정확히는 조선의 한성부를 가로지르는 하천 중 하나인 청계천은 여름이 되면 마른 하천인 건천이 되어버렸다.
또 한성 등의 큰 고을에서 인천처럼 공방 등이 더 생긴다면 일정한 유수량을 가진 하천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를 위해서 저런 양수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을 강위와 이유원, 노사 기정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였다.
‘법국 등에서도 더 가져갈만한 것들이 많겠군. 그러고 보니까 법국도 영길리에서 우리 행보를 꽤 예의주시했지.’
‘누이 나파륜은 무슨 꿍꿍이인가?’
낮 말고도 밤에 그들은 바쁘다. 이 법국의 제왕인 누이 나파륜이 직접 연 연회에 조선의 서유시찰단 고위층이 모두 참석해야 했다. 이 연회를 연 장본인인 누이 나파륜, 프랑스의 황제인 루이 나폴레옹은 이 연회에서 조선의 시찰단을 실질로 이끄는 세 명의 부단장과 접촉해서 자국도 조선에 투자를 하겠다고 의사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미국과 영국에게 뒤쳐질 수가 없지. 조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우리라고 굳이 꺼릴 일이 있는가? 조선에 대한 인식이 우리 프랑스도 좋지. 아 하층민들이 조선의 공작 부부에게 덜 적대일 것은 우리 프랑스가 더 낫을 터지만!’
물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루이 나폴레옹, 자신이 통치하는 나라는 저 섬나라, 영국과 함께 하는 외교를 여전히 지속했다. 그의 제국이 대외 분야에서 좀 부침이 생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방에서의 외교는 상당한 치적으로 포장이 가능했다.
그래서 매우 띄어주는 일을 했다. 그렇기에 나온 일은 영길리에서도 일어난 일이 반복되었다. 대조선국의 태왕에 대한 인식으로 그런 부분이 있었다.
“조선의 황제(태왕) 폐하의 둘째 아드님인 한산 공작 전하와 그 부인인 공작부인 전하 납시오!”
사실 조선에서는 태왕은 자주한 나라의 군주인 서역 국가들의 King 혹은 roi를 자국의 군주 호칭으로 번역할 때에 쓸 수가 있었다. 왕과 황제를 아우르는 나라의 주인인 군주를 조선도 받아들인 상황에서 태왕과 동등한 경우는 대군주를 쓰기도 한다.
다만 조선이 본래 의도한 것은 태왕은 대군주와 동등한, King of Great Josun으로 칭하는 부분이었다. 유럽의 각국은 조선 근방인 동양에서 일어나는 군주 칭호의 인플레이션을 잘 알고 있기에 조선과 동방 현지에서도 서방의 외교관들도 대조선국 태왕을 황제와 거의 동등한 칭호로 간주하고는 엠페러, 혹은 랑펠로라고 내부 문서 등으로 칭했다.
청나라와의 그걸 고려해서 엠페러 인 그레이트 조선 혹은 엠페러 인 코리아 같은 표기를 하기도 하지만 공식석상에서는 고의로 엠페러 오브 그레이트 조선, 엠페러 오브 코리아를 쓴 것이었다. 사실 유럽에서는 자기들 문화권 밖이라고 간주하면 황제 칭호를 쓰는 부분에 대해서 관대한 경향이 있었다.
‘러시아와 브라질도 자신들을 황제라고 칭하는데 조선이 킹과 엠페러 사이의 애매한 부분을 칭했어도 큰 문제가 있나?’
다른 말로 하자면 혁명 제국 선포를 한 과거의 법국과 과거의 제정을 이은 현 법국의 제정은 자신들의 도움으로 조선이 청나라의 ‘종속적 독립국’에서 완연한 독립국이 되고 ‘제국’을 칭했다고 말을 할 수가 있었다.
‘이런 또, 황제라고 간주가 되는군. 뭐어 청나라가 항의를 해도 그들이 들을 턱은 안하니까...’
‘황제국의 용례도 취하는 태왕의 나라인 대조선국이라서 그렇기는 하지. 큰 나라로 명목으로 여전히 대우해도 대국교린으로 넘어갔으니까. 태왕이라는 우회가 가득하게 했어도 고구려, 옛 고려에서는 이를 황제와 같게 대우한 감이 있었지.
황제와 황제가 공존하던 때도 있으니... 더 엄밀히는 조선 안의 황제가 더 맞을 수가 있다만 이는 남월 쪽이 더 철저했다고 법국의 사람들을 통해서 들으니... 우리는 본질이야 대조선국의 태왕이니, 킹! 즉 대군주와 동등함이 맞지.’
조선의 고위급 인사들은 그런 통역을 듣고 생각하니까 저들이면 그렇게 볼 수가 있다고 열심히 해명함은 포기했다. 또 법국의 상황도 생각한다면 법국 황제인 누이 나파륜의 의도에 속아주는 척 임한다.
파리의 사교계에서도 조선에서 온 신사와 숙녀들은 당연하게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그 중에서 특히 제일 중심이 되는 사람들은 한산공 이성 부부임은 영길리에서처럼 마찬가지였다.
루이 나폴레옹의 부름에 두 사람은 법국의 황제 부부를 만날 수가 있었다. 역관과 상궁을 동행해서 그들에게 서방의 예법 중 최고위 예법을 몸으로 표현해 황제 부부에 대한 알현을 반기었다.
“조선의 군주는 그대 같은 아들과 며느리로 기쁘다고 내가 생각하오. 당연히 그대의 형인 태자는 더욱 그렇겠지.”
키가 작은 누이 나파륜과 그런 법국 황제의 배우자인 외제니 황후를 조심히 지켜보면서 정중하게 한산공 이성 부부는 대화를 하였다. 다만 한산공 이성은 이 법국의 황제가 마냥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는 파악하였다.
‘선의를 잘 포장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지만 나라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면 군자가 아니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 조선이 항상 과거 청나라의 주인은 청주들을 다 어질어서 섬기는 척을 했는가?
필요하니까 하였지... 교활한 어른인 자로 보이지만 비위를 좀 맞추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성은 가면을 쓰고 법국의 황제를 대한다. 그리고 한산공의 부인인 류희지는 의외로 어머니뻘일 법국의 황후와 죽이 좀 잘 맞았다. 외제니 황후는 이국의 왕족 부인인 류희지를 생각보다 귀애하였다. 한쪽은 기만이면 의외로 한쪽은 진심의 만남이 있었다.
물론 한산공 이성은 법국의 황태자와 오히려 더 죽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였다. 그, 한산공 이성이 보기에는 황태자는 법국의 황제보다 더 진실하였다. 이 연회장에서는 법국의 고위층이 조선의 서유시찰단 상층부 등에게 인사를 잘 하였다.
‘우리에게 얻고 싶은 것을 얻어내려고 안달이겠지.’
‘저들을 우리도 이용할 수가 있다면 이용해야지요.’
그리고 법국 말고도 현재 파리에 체류 중인 타국의 고위층들도 그들과 접촉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서유시찰단의 부사 삼인방은 사르데냐 왕국의 고위층들과 만났다. 특히나 소개를 역관을 통해서 들었을 때에 노사 기정진은 놀란다.
화서 등 1차 서유시찰단을 함께한 이들에게 들었던 법국 남동쪽에 위치한 사루대나, 사르데냐에서 만난 가보우로(카보우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듣기로는 근방의 땅, 옛 나마(로마)의 본토이던 이탈리아의 일통을 위해서 일하는 이라고 들었다. 애체, 안경을 쓴 더 늙었지만 기품이 있는 사내에게 호감을 가진다.
‘정말 사루대나의 제갈무후가 될지는 몰라도 열심이라고 들었다. 그런 사내가 지금 법국에 왜 왔는가? 궁금하군.’
사실 사르데냐-시칠리아 왕국의 고위층들이 지금 파리에 외교관들과 별개로 체류 중인 이유는 비밀협상 때문이었다. 법국, 프랑스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 협상 중인 그들이었다. 지원을 받는 대가로 니스 등, 사보이 지방을 할양할 생각이다.
사르데냐-시칠리아 왕국의 발상지는 사보이 지방으로 왕조도 이 지방을 다스리는 사보이 가문이었다. 왕조의 발상지인 땅을 할양하고서라도 이탈리아의 통일을 시도하는 염원이 대단할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아직은 비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카보우르는 말을 아낀다.
“반갑소. 가보우로 공! 내 동료들에게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귀국의 명망 높은 충신이 많다고 들었는데 귀공도 그 중 하나라고 들었소. 헌데 이 법국의 도성 파리에는 어인 일로?”
통역을 통해서 노사 기정진은 그의 파리행을 궁금해서 물어봤다. 다만 솔직한 답을 듣지는 못할 것으로는 예상했다. 이에 대해서 카보우르는 절반의 진실만 알려주었다.
“내 나라의 국익을 위해서 이 곳 파리에 있습니다. 그대들이 국익을 위해서 서방의 열강 등 나라들을 도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리고 조선쪽에게는 제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무엇이요?”
“조선은 산업을 진흥시키려고 하는 중에서도 농업을 중시한다지요? 당연합니다. 농업 없이 어떻게 상업과 공업이 더욱 진흥합니까?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 환경이 아닌 이상은 농업의 발전 아래에 상공업은 발전하기 마련이니까요.”
카보우르의 말에 조선의 서유시찰단 부사 3인방은 당연하게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노사 기정진은 가보우로라는 저 사내에 대한 말을 들을 때에 농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듣지 못했기에 그랬다. 물론 그 사이에 농업에 대한 관심을 보일 수가 있는 법이었다.
“바로 도이칠란트권의 어떤 화학자가 고안한 방법입니다. 리비히라는 남자인데 물에 녹인 인산질 비료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프랑스어 번역본과 영어 번역본을 따로 건네어 드리지요.”
인산이라는 말을 잘 몰랐지만 조선의 역관이 통역하기로는 물 비료라고 의역하였다. 그렇기에 농사에도 알게 모르게 관심이 많은 그 세 명의 부사들은 물 비료라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아하였다.
“물 비료라니? 그게 가능한 것이요?”
“우리가 아는 비료는 가축의 분뇨 등을 바탕으로 일부 재료로 만든다고 알고 있으니 말이요.”
“리비히라는 학자는 질소, 인, 칼륨이 비료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했지요. 그래도 인을 빨리 보충하는 비료는 유용할 겁니다. 물에 잘 녹아서 좋다고 하지요.”
리비히라는 학자를 덕의지란토권, 도이칠란트권에 산다는 그를 꼭 만날 수가 있다면 만나볼 생각인 이들이었다. 또 설명을 들으니까 그렇다. 조선은 서유시찰단과 그 이전부터 서역의 농서를 꽤 수입하는 중이었다.
다만 그런 그들도 리비해(리비히)의 저서는 몰랐다. 재회했다면 재회할 수가 있는 카보우르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를 얻은 셈이었다. 사실 리비히는 법국, 프랑스에서도 활동한 사람이었고 이미 유명했지만 1838년 이래로 인공 비료 배합에 대한 일 등으로 유럽에서는 더 유명한 학자였다.
조선인들이 비료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여기에서 서역의 격물학과 결부가 된 화학 분야에 조금 잘 몰랐기에 이렇게 뒤늦게 정보를 알게 된 것이다. 리비히의 연구 저서들은 법국 등 유주 각지에서는 얻을 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입수해서 귀국할 수가 있을 것이다.
“유용한 정보는 고맙소. 우리가 서역의 격물학에 대해서는 좀 문외한인데 그런 것으로 더욱 시야를 넓히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노사 기정진이 대표로 고맙다고 말을 하자 역시나 카보우르는 조선인들이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음을 적중한 것이 기뻤다. 장차 사르데냐-시칠리아 왕국은 먼 나라라도 조선과의 교류도 강화해서 후발주자 끼리의 연대로 생각하였다. 이는 적어도 이 자리의 카보우르는 생각하는 일이었다.
“아닙니다. 조선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다면 다행이군요. 조선은 농업 말고도 다양한 학문에 더 관심도 기울여야 할 겁니다. 이는 당연한 말이고 조선도 진작에 시행 중인 일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귀국에 이익이 더 관철되기를!”
비록 통역을 통해서 대화를 나누지만 그들은 우호도 나누면서 서로를 응원한다. 카보우르는 농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자국의 농업생산량, 장차 통일 이탈리아의 농업을 더 고려해서도 생각할 부분이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이를 아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몰랐어도 알려주었다.
조선의 서유시찰단은 그런 우연하게 만난 카보우르가 호의로 알려주었을 정보로 그를 좀 더 좋게 봤다. 제갈 무후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상당한 명재상으로 이름이 남지 않을까 조선의 서유시찰단 부사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건네어줄 그 책들 말고도 리비히의 서책들을 꽤 얻고 다른 농서들, 특히 비료에 대한 부분을 보강해서 챙길 예정이었다.
“다음에도 만날 수가 있기를!”
“행운이 꼭 따르기를!”
그런 대화를 끝내고 카보우르는 수행원과 함께 다시 돌아다닌다. 그리고 조선의 서유시찰단 부사 3인방을 찾는 법국 황제의 시종장이 보인다. 그런 시종장을 보면서 세 사람은 올 것이 왔다고 담담하게 여긴다.
“피바대란 남자와 모건이란 남자가 전에 말해준 것이 떠오르는군.”
“네, 법국도 이 투자에 편승을 할 것이라고 말이지요.”
“요즘 법국의 대외 행동이 일부 지역을 빼면 평판이 좋지 않은 듯합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성과 강조로 동방을 띄우고 동방과 우리 조선에서 자국이 얻은 성과 등으로 말해야겠지요. 그러면서도 영길리에게 질 수가 없는 심보도 더해질 부분입니다.”
“아라사를 그들도 마냥 좋지는 않게 보니까 말이지요.”
그들의 추측대로 시종장은 세 사람을 황제와 따로 만나게 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황제의 곁에는 파리의 시장인 오스만과 프랑스의 공공재정을 담당하는 두 거물도 동석한 상태였다. 이미 법국의 황제인 루이 나폴레옹은 진작 투자자 목록을 정하고 이를 자국 정부가 주도해서 조선에게 투자를 하는 양상으로 갔다.
한편, 법국 황제 일가와의 알현과 시간을 보내고는 한산공 부부도 연회장을 조심히 돌아다니다가 한 여성을 만난다. 물론 한산공 부부의 곁에야 종사관 참봉 정도균과 역관도 있었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중년의 미인은 자신을 소개한다.
노출이 좀 드러나는 드레스지만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고 부채와 관을 쓴 모습이 아주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한산공 이성 일행이 생각한다. 아마 이 연회장에서 노출이 거의 없는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류희지 등 일부뿐이겠지만 그런 취향을 문제 삼지 않는 중년 여성이었다.
“조선의 공작 전하와 공작부인입니까? 반갑습니다. 마틸드 보나파르트에요.
이 나라의 사교계를 좀 위세를 부리게 된 사람이지요. 이 연회가 지난 연회들 중 일부와 달리 그저 행복함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또, 공작부인께서 정숙하고 아름답게 입으셨는데 정말 이 연회에서 큰 주목을 받는 분 같습니다. 젊을 때에는 어깨 등의 노출은 굳이 안 해도 충분히 아름답죠.”
마틸드 보나파르트라는 여성이었다. 사교계의 대모 혹은 주름 잡는 여인으로서 그녀의 살롱은 상당한 영향력을 지녔다. 이 연회에서도 그녀의 살롱 회원들도 많이 참석한 상황이었다.
통역을 듣던 한산공 부부, 이성과 류희지는 보나파루토, 보나파르트라는 성씨에 주목하였다. 저 여성, 마틸드 보나파르트는 즉 이 법국 황실의 공주라는 소리였다. 그래서 마틸드 보나파르트 공주에게 평소보다 더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이다.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대조선국 태왕의 차자인 한산공 이성입니다.”
‘보나파루토(보나파르트)면? 이 법국 황실의 성씨가 아닌가?’
“한산공 대감의 부인인 한산공비 류씨라고 합니다.”
그런 통역을 듣고 보나파르트 황가의 중년의 나이로 우아하고 지성미가 있는 마틸드 보나파르트도 만족한다. 그러다가 지금의 황제와 무슨 관계인지 한산공 이성이 조심스럽게 통역을 통해서 물었다.
“근데 공주께서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묻겠는데 법국의 황제 폐하하고는 무슨 관계입니까? 여동생이신지?”
그런 물음에 마틸드 보나파르트는 자신이 결혼했으면 아들이 있음 저 또래라고 생각하기에 귀엽다고 여긴다. 미소를 띄면서 통역을 통해서 들은 물음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는 그녀였다.
“지금 이 프랑스의 황제인 루이 나폴레옹, 나폴레옹 3세의 사촌 누이동생이랍니다. 원래는 그와 약혼을 했었지요. 하지만 파혼하고는 이렇게 홀로 살고 있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래서 공주시군요.”
물론 한산공 이성 일행은 친가로 사촌 지간인데 약혼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좀 놀라기는 했지만 이를 열심히 갈무리 하려고 한다. 그리고 통역을 통해서이지만 마틸드 공주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공주의 아버지는 법국의 민심에 의한 추대 제왕이었던 나파륜의 동생 중 하나인 제놈, 제롬 보나파르트다. 그렇지만 조카인 현 법국의 황제인 루이 나폴레옹하고는 마냥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래도 황제의 조력자이고 황제의 숙부라는 위치로 이 법국에서 잃어버린 베스트팔렌 왕위만큼은 아니라도 종실의 살아있는 어른 대접을 받았다. 또 제롬의 미리견 출신 첫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장남의 큰 아들, 제롬의 장손이 법국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큰 오라버니와 그 가족들을 혹시 만났는지요?”
“아 그 분 말입니까? 집안의 반대로 두 분이 이혼을 했다고는 들었습니다. 안타깝더군요. 미리견에서 제놈 나파륜이라는 분을 만났지요.”
“잘 지내고 있지요? 서신으로는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한산공 이성 부부는 법국의 백성이 추대한 제왕이던 나파륜의 동생인 제놈 보나파루토, 제롬 보나파르트의 독단에 의한 혼인으로 갈등으로 결국은 이혼했다고 들었다. 결국 미리견으로 돌아온 그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사교장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한 심정도 솔직하게 들으니까 마틸드 보나파르트는 복잡한 심정을 갈무리 하지 못해서 그게 잠깐 얼굴과 표정에 드러났다. 그런 공주를 안타깝게 봤다가 다른 화제로 돌아간다. 한산공 이성 부부와 그 일행은 마틸드 보나파르트의 의견을 매우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조선은 시녀 같은 제도가 없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궁정의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우리가 귀국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유럽의 영향을 생각하면 궁녀들이 나뉠 수도 있겠지요.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잖습니까?”
“그렇지요.”
앞으로 조선에서 궁정의 변화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근거가 있는 의견이 좋았다. 마틸드 공주의 지성과 심성을 그들은 매우 긍정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또 그녀도 동행해서 법국의 도성, 파리 사교계에 무사히 입성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부사 3인방은 실무진도 불러서 더 조용한 자리에서 법국 조정이 주도하는 법국인 거상과 자산가들도 합류한 투자를 협의보자고 했는데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루이 나폴레옹도 이를 예비협상도 아닌 간단한 기초 논의로만 생각했고 조선 측이 긍정어린 반응이자 치적으로 포장할 수가 있다고 좋아했다.
부사 3인방도 남은 시간동안 그 연회와 사교회장을 돌아다니면서 파리의 명사들과 파리에 자리 잡은 다른 외국의 명사들과도 교류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며칠 뒤에 그들은 의도하지 않게도 법국의 황후가 선의로 한 제안으로 풍습 간의 충돌이 더 강렬하게 일어날 줄은 전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