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화 〉 (98) 더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경장과 행동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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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궁무부, 궁부를 더 재편하자면 환관들을 점점 전조 같이 내관으로 대체하되 내관으로 교체하는 이들은 숙직을 금하고 그들의 퇴청 이후 이를 대신할 이들은 궁녀로 해서 궁녀들의 업무를 늘리자? 그리고 어차피 양천제와 천민들을 없앨 것이고 노비제도도 장차 사라지니 더욱 양인에서 궁녀들을 뽑자고? 아울러서 궁녀들은 혼인을 허락하고?”
‘광명’태왕 이영은 꽤 급진에 가까운 궁무부, 새로이 신설된 궁부에 대한 추가 경장 제안을 구두로 올리는 제 둘째 아들에 놀란다. 어떤 의미로든 서역의 ‘물’이 꽤 들어간 한산공 이성에 많은 이들은 꽤나 당혹해 한다. 사실 이 나라의 태왕인 이영도 진지하게 하던 생각으로 장차 실행에 옮길 예정이었다.
또 이를 왕태자인 이환도 어느 정도는 지지하고 있었다. 이미 나라에도 노비, 공노비를 두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의 반가 등이 노비를 가진다는 이전부터도 반가의 인사들 사이에서 왈가왈부가 있었다. 그렇기에 점점 고공과 식모 등이 노비를 대체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참에 폐지를 감안해서 양천제의 변천, 즉 노비와 천민들도 폐지를 주장했다. 여기에 천민의 폐지를 상정해서 궁녀들은 양인으로 뽑자는 개정할 법에 적용하자에 대해서는 이미 후자는 많은 함의를 했고 전자도 그렇다.
다만 그게 더욱 곤혹스럽게 극단인 것은 그 궁녀는 혼인의 자유를 주고 반가의 여식도 궁녀가 될 수가 하자는 말이었다. 여기에 궐의 내부 깊숙이에서 유일하게 숙직할 수 남자, 거세가 되었기에 안전한 환관들을 다른 의미의 ‘내시’로 점점 대체하면서도 그들은 궐 깊숙이에서는 숙직을 금하고 시간이 늦게 근무할 경우를 고려해서 늦게 퇴청시키자고 말한다.
대신에 밤의 구중궁궐 안은 궁녀들이 더 지키게 하는 일이었다. 또 기존의 궁녀도 분화하자는 제안을 했다. 특히나 반가의 여식은 시녀로 하고 기존의 궁녀에서 상궁에 오른 이들과 비슷하게 대우하자고 한다. 이는 사실 서역의 궁정에서 양상을 보고 건의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궁녀들에게 혼인할 수가 있게 허락하자고 한 것이냐? 임금의 여자라는 개념 대신에 궁정에서 일하는 개념으로 달리 적용해서? 흠...”
“반가의 여식들을 간택한 후궁 등으로 들인 전례는 있지만 서역의 제도처럼 시녀로 들인 것은 거의 드문 일입니다. 물론 가례를 치르고 분가한 종친들은 부인들이 데려온 부리는 여성들, 몸종이던지 하녀 등은 상궁 등에 속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를 궁정에 달리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궁녀들을 통해서 승은 등을 받고 왕조의 피를 이어온 것이 흔들릴까봐 우려가 되옵니다. 물론 지금의 임금께서는 다른 궁녀들에게 승은을 내리신 일이 없으시지만 태자 전하 등이며 기존의 전례를 이리 극단으로 폐할 수가 있을지 우려가 되옵니다.”
사실 가장 걸리는 부분은 이 전례에 대한 충돌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조종성헌을 완전히 어기기 애매한 것이었다. 마치 영길리와 미리견의 법률처럼 이전의 제왕들이 펼친 선례를 완전히 무시하고 정책을 행하기는 힘들기에 그렇다.
다만 이런 것도 군주의 의지와 적용, 이런 저런 것이 더해진다면 우회가 가능하였다. 여기에 당대 임금의 권위와 이 선례가 시대와 맞지 않다는 여론들이 결합하면 폐지에 가깝게 움직일 수가 있다.
“아울러서 태왕께서 첩실을 두지 않는다고 이를 폐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어허, 생각을 달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젊은 피의 이런 급진이 가득한 구두 제안도 마음에 드는 이들은 있었다. 바로 군국기무처의 양대 수장인 금성백 환재 박규수다. 다른 이가 있다면 바로 유산 정학연이었다.
다만 정학연이 군국기무처의 자리를 지키고 금성백 환재 박규수는 다른 자리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래도 그 인사이동 이전까지 맡은 일을 최대한 처리하고 싶었다. 그의 말에 많은 신료들이 우선은 귀를 기울인다.
“양인에 속한 여성들이라도 정혼자를 두었거나 없기도 하겠지요. 그렇지만 궁녀들의 기혼, 미혼이 태왕 폐하의 권위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태왕 폐하의 자비로움을 더 보일 수가 있지요.
여기에 환관을 장차 대체할 내시도 후궁과의 간통은 당연히 금지고 궁녀들과의 사통도 엄금하는 것은 이유를 바뀌면 됩니다. 왕의 여자를 건드린다가 아니라 궁정에서도 당연히 지켜져야 할 정절의 보장 등을 함부로 건드린다고 말이지요. 물론 미혼인 궁녀라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면 참작이 되지만 겁탈이라던지... 그도 아니면 기혼이라면...”
“흠...”
태왕 이영은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여긴다. 이미 궁녀에 대한 문제로 그런 해결 등을 해볼 생각이야 있었다. 또 한산공 이성의 그런 제안은 과거의 자신, 지금 자신의 생각, 다른 누군가의 의견도 들어서라고 짐작한다.
왕태자 이환은 그 측실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부왕 당신보다는 자신이나 후세에 대한 염두를 두고 했음을 눈치 챈다. 사실 그래도 궁정에 대한 부분을 서역의 방식에 다 맞출 수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다만 그런 사실을 동생을 꽤 아는 태자기에 타협을 생각했다고는 여긴다.
“이를 당장 다 수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방향성이 이래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게다가 작금의 아국 현실을 반영해야 하기에 이렇게 봅니다.”
한산공 이성은 이환, 부왕인 이영의 짐작대로 이런 말을 하였다. 다른 이들도 대의 등이며 이런 저런 것을 고려하면 큰 틀에서는 맞는 말이라고 원론 상으로는 동의한다. 실제의 적용은 다른 일이기에 좀 그렇다고 여긴다.
물론 서역의 제도를 참조해서 이를 아국의 실상에 적절하게 반영한다는 필요하다. 또 논리를 좀 바꾸어서 점점 시행하면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미 노비에 대한 것도 느리지만 해체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천민제도의 빠른 폐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여기에 환재 박규수도 여인 중 궁녀의 그런 부분에선 꽤 찬동했지 천민의 폐지는 자세히 말을 들어보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런 천민 제도의 폐지는 임금의 총신도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즉 이 나라의 임금인 태왕 이영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관습상으로 남아있을 그런 신분의 잔재를 당장 없앨 수가 없다는 모두가 이해하는 일이었다. 또 새로이 궁녀를 재편하면 ‘시녀’, 반가 여식들을 궁궐에서 궁의 의친 여성 등을 곁에서 보필하는 일이면 새로운 권력상의 무리가 형성이 될 수가 있다고 계산한다. 지금은 공석인 왕태후, 지금 자리가 있는 왕후와 왕태자비 등을 중심으로 이 ‘시녀’들이 더 활성화를 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서역의 시녀처럼 그런 일을 비슷하게 한다면 더 좋은 혼처로 소문이 날까?’
‘여성에게도 이런 유사 관직의 길이 주어진다면 여성은 더 배워야 한다. 당연히 좋은 일이지!’
이런 저런 동상이몽 속의 이해관계로 한산공 이성의 어찌 보면 좀 과격한 궁무부 경장의 방향성이 그럭저럭 이해를 받았다. 또 한산공 이성과 서유시찰단 출신들의 제안과 보고서를 보고 경장의 추가 방향성과 세부 논의가 지속이 될 상황이다.
***
며칠 뒤에 조정의 편전에서는 서역 중 보로선에 남은 하거 양헌수가 부사들에게 넘긴 보고서 중 일부가 이렇게 읽혀지면서 이후 논의가 오갔다. 보로선 군대의 삼군부인 막료사마부, 이른바 참모부에 대한 보고가 특히 중심이 되었다.
“흠, 이게 하거(양헌수)가 올린 보로서군의 설명을 담은 장계인가?”
“그렇습니다.”
광명이란 연호를 쓰는 대조선국의 태왕인 이영은 장계 내부의 내용은 이국의 군제라서 흥미로우나 조선에서는 취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는 다른 신료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보로서식의 막료사마부, 다른 말로는 참모부를 두고 그 작전이라는 전쟁의 계획을 막료사마인 영관들에게만 맡기고 문민은 간섭해선 안 된다? 말이 되는 소리를!
물론 필요하면 군에게 재량권을 주고 막료사마들의 입지도 강화하여 전계(전쟁계획, 이른바 작계)를 만들어서 변란을 미리 대비함은 옳다. 허나 문관 등이 실무자의 업무 감독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강이 해이해지고 문관과 왕조를 기만하고 망상할 수 있는 걸 두라는 것이냐? 나는 이걸 용인할 수 없다.“
“맞습니다, 군을 믿어야 하나 자칫 군의 일각이 역심을 품으면 작계를 핑계로 중간의 영관들이 사사로운 농간을 부릴 경우 문제가 있습니다. 좋은 것만 취하나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건 빼야 합니다.”
“미리견과 법국 고문들의 글도 참조하여 우리의 풍토와 현실에 맞는 군제로 더 일신하라. 아국은 다행히 승정원 등이 삼군부에 대한 우위를 잡아도 군령은 의정부와 병부를 통해서 하는 법이다. 보로선 같은 군사관청 끼리의 힘 싸움은 덜할 것이다.
전시의 비변사에 의정부 고관들이 속해서 이를 군령을 명하는 식은 여전하지. 아국은 타국의 제도를 도입해도 아국의 상황에 맞게 당연하게 만들 것이다.”
“예, 폐하!”
“신, 병부상서가 아룁니다. 영길리와 법국의 사례를 두지만 삼군부에 보로선의 참모부 기능을 더 두지만 통제하면 된다고 봅니다.
아국은 기존처럼 조정을 중심으로 군을 통제했던 방식을 쓰면 됩니다. 또한 아국의 군병들을 더 싸울 이유 등을 만들며 군병을 교화할 위치의 종사관을 편성하고 이들이 조정과 더불어서 막료들의 월권을 견제하는데 운용함이 옳다고 봅니다.”
“과거의 감군도 있고 법국에서도 왕을 친 일로 공위시대의 무왕민국일 적에서는 의관을 파견해서 군대를 감시했다고 하지요. 아국은 의관이 적고 파견의관은 들어보니까 그 폐해가 크기 때문에 이를 문, 정학의 소양이 높은 이들을 수년간 무관으로 무예와 병학의 소양도 있는 이들 뽑아서 복무시키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무관들과 막료들의 월권을 견제하고 평시는 군병들의 교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가야합니다.”
이 말고도 보로선의 참모부와 참모 제도를 삼군부에 더 이식해도 막료, 참모의 권한은 더 제한이 되는 방식이 아주 유력하였다. 참모를 키우는 학당, 이른바 막료사마당을 더 키우고 정예하게 만들지만 참모의 월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키워야 한다가 그럴 듯하게 보였다.
조선의 무관들도 이미 태왕 이영이 그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기존의 제도에서 감독, 보완으로 관찰사와 그 이상의 체찰사 등이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식으로 갔다. 그렇기에 이런 중간점을 유지하려는 상황에서 보로선의 참모부와 참모 제도 등은 무관 우위로 기울이는 방식을 조선의 무관들도 우려하는 경향을 보인다. 무관들의 입지가 올랐어도 여전히 조선은 문민의 우위에 입각해서 무력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 그런 일을 할 무관들은 종사관으로 치지만 기존의 종사관과 구분하여서 명칭을 새로이 지으라. 막료, 참모의 권한을 수정하는 선에서 보로선의 참모부를 아국의 삼군부가 그 위치 등이 비슷하니까 이를 시행하라.”
“예! 폐하!”
“군국기무처가 군대에 대한 경장안을 내놓으면 중추원이 그런 안건을 보고 검토하고 논의하여 통과시킨 뒤에 시행하옵소서.”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다.”
이런 일 외에도 미리견과 영길리, 법국의 바뀐 군제에 대한 장계도 양헌수를 맨 위에 올린, 연명으로 쓴 장계들에서도 조선이 받아들일 부분들을 더 수용하기로 한다. 이후에 조선에 기거하는 법국의 외관 중 고위층이 공사의 친필 편지를 태왕 이영과 한산공 이성에게 전달했다.
“조선의 결단에 아주 큰 감사를 올리고 만수무강이 함께 하기를 바라십니다. 아마도 프랑스인들의 황제이신 나폴레옹 3세 폐하께오선 조선의 태왕께 감사로 반대급부를 더 드릴 것입니다.”
통역을 통해서 그런 말을 듣자 태왕 이영은 사람이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짐짓 지으면서 말해주었다. 속으로는 누이 나파륜, 루이 나폴레옹을 아주 독특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굳이 언급은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한 위신과 자존심을 아주, 또 아주 신경 쓰는 남자라고 생각한다.
“아니요, 오히려 귀한 아국의 왕손을 법국이 열심히 신경 써주고 무사히 귀국하는데 도움을 주었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다른 대가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소.
그러면서도 이 요구를 들어주면서 다른 대가를 준다는 것에서 법국의 황제가 아주 그릇이 넓다고 본다오. 아국하고도 우호를 유지하면 참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좋게 여겨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조선의 누에와 유럽에서 들여왔던 누에, 두 누에 사이의 혼종을 모두 아낌없이 보내주어서 감사드립니다.”
“그 것은 더 많이 살아남아야 귀국에게도 득이 되지 않소? 아국에는 그런 누에들이 이미 많기에 부담은 없소이다.”
‘대신에 흥인백에게는 심심하지 않게 내탕금의 일부와 명예직을 주었지. 그가 결단해서 무상으로 조정에 일부를 넘긴 것이 갸륵해서 말이요.’
흥인백 이최응은 심심하지 않게 은자로 공로를 인정한다고 1만 냥에 상응하는 돈을 내렸다. 명예직에는 새로이 편제가 된 궁무부에 속한 속아문인 상의원 부제조로 임명받았다. 실직이라고 해도 부제조 정도면 기실 명예직에 더 가까운 상황이기는 했다.
종친으로서 맡긴 일을 고려하면 더욱 명예직에 가까우나 이 것도 흥인백은 아주 기꺼워했다. 그를 어찌 설득할까 한산공 이성은 걱정했지만 태왕 이영의 설명 등을 듣고 흥인백 이최응은 아주 흔쾌하게 내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이런 것으로 제 충성을 보일 수가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고 말해서 한산공 이성이 도리어 놀랄 정도였다.
“아국의 궁궐에서는 타국의 외관이 숙식하기가 애매하니까 고관의 집에서 하루 머물다가 가도 되오.”
“그러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산공 전하의 저택에 하루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주조선 법국 공사관의 고관이 궁궐에서 분가한 한산공 이성의 저택에 하루 머물겠다고 말하자 속으로 많은 이들이 당황한다. 일부는 법국과 한산공 이성 사이에 무슨 모종의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심한다. 물론 정작 한산공 이성이 더욱 당황한다.
“어?”
“흠, 그래도 좋소. 한산공? 되겠느냐?”
한산공 이성의 아버지인 태왕 이영도 법국의 저 외관이 하는 말에 속으로 놀랐다. 둘째 아들에 대한 의심은 당장하지 않는다. 물론 무슨 수작일까 법국 측에 대한 의심을 가지기는 한다.
“네, 알겠습니다. 아바마마.”
그리고 왜 굳이 한산공 이성의 저택에 하루 머물 생각을 했는가는 좀 의도가 의외로 순수했었다. 그 외교관, 1등 서기관은 한산공 부부가 찍힌 화보, 그 중 일부의 사진을 스크랩해서 한산공 이성 부부의 친필 수결을 받고 싶어서 그런 이유였다.
오히려 한산공 이성은 자신을 법국이 포섭하려는 것인가? 등의 오만 생각과 우려로 가득했다가 조금 허탈해진다. 그렇지만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은 것이 도리어 감사할 뿐이었다. 권력욕이 없이 순수하게 자신이 잘 살고 제 나라인 조선에 도움이 되면서 자신이 직접 본 서역처럼 조선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그에게는 그런 야심은 독이라고 여긴다.
“부인, 법국의 외관이 우리가 찍힌 사진과 사진이 실린 신문의 일부를 오려서 모은 것에 친필 수결을 원하더이다. 그대와 대면시키고 싶지만 그쪽이 아국의 관습을 알아서 나와 부인이 수결을 같이 하고 주는 것을 원했다오.”
“이거, 생각 이상으로 얼굴이 팔려서 나라에 흉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국을 좋게 보는데 기여한다면 문제는 없겠지요? 서방님?”
아이 둘의 어머니지만 여전히 처녀 같이 순선함이 가득한 제 부인이 사랑스러운 한산공 이성이다. 그런 팔불출을 내색을 하지 않고 그녀를 그저 긍정해준다. 그들은 붓, 아니 서역의 우필이라고 할 수가 있는 깃펜으로 수결을 해준다.
이후에 이를 받자 그 법국의 외교관은 가히 아이처럼 좋아하고 손님을 모시는 채에 저녁과 잠자리를 제공받았다. 그 다음날에 그들에게 다음에도 인연이 있기를 바란다고 인천의 제물포로 향하는 열차를 타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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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더빌트 형제는 나라의 손님으로서 조선 조정의 고문 못지않게 제약이 적었다. 그들은 그래서 한성의 유력자들을 만나면서 사업 투자를 이야기 하였다. 또 조선의 다른 철도 사업에 끼어들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이미 인천에 밴더빌트 형제는 은항을 개설했는데 인천 밴더빌트 은항이라고 지었다. 조선인들은 이를 반도필도 은항이라고 지칭하였다. 이들 반도필도 은항은 피바디와 주니어스 모건이 대리인인 톰 리들을 내세워서 세운 이달은항과 더불어서 미리견 출신 상인들이 결집하였다.
또 이달은항은 영길리 상인들의 대출 자금의 공급선은 물론이고 반도필도 은항과 더불어서 외국계 은항으로는 조선 조정과 조선은항의 중요한 거래처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하는 조선의 민간 은항들도 존재하였다. 다만 재미있게도 반도필도 은항과 이달은항은 조선의 민간 은항들을 적대심으로 대응하지 않고 도리어 동업을 제안하고 있다.
“흠, 우리가 친절한 아메리카인들이라고 포장하려면 너무 공격성이 넘치게 확장을 할 필요가 없어. 조선에 더욱 장기의 이익을 가져오려면 연기 정도는 해야겠지?”
“조선의 부수도라는 평양과 그 평양의 외항인 삼화 진남포 개방장을 연결할 철도를 우리가 어떻게 입찰해서 따낼 수가 있을지 연구도 하자. 물론 코모도어라고 불리는 우리 아버지의 사업은 해운이 주력이야. 조선도 철도보다는 아직 해운과 수운이 더 중심이지. 나보다 영특한 우리 동생이면 충분히 알겠지만!”
어떻게 본다면 사실 연기에 가깝기도 하다.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더 진심으로 주변을 대하는 것이 두 형제였다. 무능한 둘째를 제외하고 가문의 후계자인 셋째와 장자라도 후계자는 아니지만 신뢰가 있는 첫째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철도와 수운으로도 확장할 생각을 가진다. 광물에 대한 채광 등도 당연히 참여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본래 밴더빌트 가문은 수운을 기반으로 산업 제국을 확대한 쪽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운송 중 조선에서도 당연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운 사업에도 진출할 요량이 강했다.
“맞습니다. 형님. 그리고 우리는 조선의 수운에 진출할 때에 이들의 중계무역에도 걸칠 수가 있지요. 또한, 경강상인들과도 연계해서 더 큰 수운회사를 합작해서 세울 수가 있다고 봅니다.”
“역시, 조선인들과의 합작은 수운에서도 염두를 했구나.”
그렇게 사업구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두 형제 중 형인 윌리엄 헨리 밴더빌트는 이야기의 연장선상 겸 다른 투자자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의 대리인을 만난 일을 소개한다. 동양문자로는 몰라서 알파벳으로 쓴 일종의 명함을 받았다. 동생인 조지 워싱턴 밴더빌트는 비단 위에 쓴 큼직한 알파벳으로 쓴 성함과 관직 등이 적힌 것을 봤다.
“이 사람은?”
“그래... 그 사람이야.”
“조선의 고관들이 자주 언급한 왕의 인척인?”
“그래, □□□ □□□!”
밴더빌트 형제에게 접촉한 사람은 당연하게도 조선의 거물인 남자였다. 실권 등은 없어도 여전히 높은 명예와 많은 공채를 바탕으로 다시 왕실과 조정에 정치 분야의 빚을 꽤 지게 만들고 문중의 부를 더 쌓으려고 노력하는 남자였다. 돈이 될 만한 사업에는 조심히 대리인 등을 보낸다는 남자가 바로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