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투기 버리고 기간트 탑니다-25화 (25/169)

25화 탈주

#1

일부 경비병력들만을 제외하곤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

브롤리 성의 귀빈실 중 한 곳의 문이 살며시 열렸다.

평소 기름칠을 잘해둔 것인지, 벽과 문을 연결하는 경첩에서는 극히 미세한 소음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30cm가량 열렸던 문은, 대략 20여 초의 시간이 지나자 열릴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닫혔다.

드르렁... 푸우

드르렁... 푸우우우

술에 잔뜩 취한데다 모종의 마법적인 효과까지 더해진 탓에, 정신없이 골아떨어진 ‘숲의 여명’의 호위대장 프랭키 쿠만.

“끄으응... 스타디 내 사랑을... 그만 좀 튕기고 이 년아...”

그는 침대 곁으로 다가온 누군가의 존재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잠꼬대를 내뱉으며 아랫배를 벅벅 긁었다.

어둠을 틈타 바깥나들이를 나선 바퀴벌레 한 쌍과 창가에서 지친 날개를 쉬고 있던 세갈래꼬리티티새 역시, 침입자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침입자의 정체는 ‘투명화(C)’ 스킬을 펼친 채, 강력한 은신 강화 아티펙트인 ‘아실리스의 눈물’로 스킬을 한층 더 강화한 스노우였다.

[투명화(C) : 몸을 투명하게 만든다. 보이지 않을 뿐 기척까지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옷이나 장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음식 물의 이동 경로에 대해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단, 소화가 완료된 음식물은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몸’만을 투명하게 만들어주기에 그다지 쓸모있는 스킬은 아니었다.

‘아실리스의 눈물’의 은신 강화 효과로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스노우는 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을지도 몰랐다.

‘못생긴 사내새끼가 자는 방에 벌거벗고 들어가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체취와 술 냄새가 뒤섞인 탓에, 그렇지 않아도 불쾌함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 거늘.

그나마 이 짓도 오늘로써 끝이라는 사실이 천만다행이었다.

스노우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프랭키 쿠만의 왼쪽 손목에 있는 네스트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닿을 듯 말 듯, 극도로 조심스럽게 네스트에 접촉하는 데 성공하자, 그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동기화를 이어갑니다. 현재 진행률 72.4%. 남은 시간 1시간 23분 17초입니다.]

투명화만이라면 온종일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아실리스의 눈물’의 사용 가능 시간이 두 시간 정도에 불과했던 터라, 3일에 걸쳐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100년 같은 1시간 23분 17초가 흘러갔고.

[...진행률 100%. 동기화를 끝마쳤습니다. 안티가(B-)의 소유권을 획득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최초로 B-등급의 기체를 소유하셨습니다.]

[고유스킬 ‘위대한 결속(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고유스킬 ‘마력기체(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고유스킬 ‘한계돌파(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고유스킬 ‘원격조종(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고유스킬 ‘수복(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고유스킬 ‘호랑이 교관(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고유스킬 ‘격납고(S)’의 공간이 소폭 확장됩니다.]

[고유스킬 ‘변형(S)’을 획득하셨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메시지.

[기존 계약자인 프랭키 쿠만의 지위가 ‘임시 사용자’로 강등되었습니다.]

[‘임시 사용자’ 프랭키 쿠만의 지위를 박탈하시겠습니까?]

스노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 그의 ‘임시 사용자’ 자격을 남겨두고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2

“혹시 오우거 같은 걸 소환 할 수 있는 아티펙트도 있나?”

“네에에? 그, 그런 희귀한 아티펙트는 제국이나 4대 마탑의 보물 창고에나 있을 겁니다!”

“아쉽군...”

“대체 그런 건 뭘 하시려고...?”

“그럼, 환영 마법을 강화시키는 아티펙트는?”

“아, 그거라면 마침 딱 좋은 게 있죠! 여기 이 ‘벨베고로스의 눈’이라는 아티펙트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좋군. 내가 사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이 없으니 외상으로 하겠다. 괜찮겠지?”

“...아, 하, 하하... 그, 그럼요. 외상... 하하하...”

#3

브롤리 영지에서의 4일째 아침.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칼튼 해머슨 남작의 배웅을 받으며 내성의 성문을 넘었다.

“그럼 부디 앞날에 행운만이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스노우님.”

“영주 대리께서도 잘 지내십시오.”

칼튼 해머슨 남작은 처음 만난 날과 마찬가지로 고위 관료의 정석과도 같은 정갈한 모습이었다.

연회 첫날, 무려 70골드짜리 베네디토산 명품주 수십 병을 주문했다는 말에 잠시 평정심이 흐트러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 걸 제외하면.

그는 언제나 저와 같은 모습이었다.

‘뭐, 내가 술의 대금을 미리 지급했다는 말을 듣고는, 금세 평소의 모습을 회복하긴 했었지.’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그때 이후 나를 보는 남작의 눈에 한층 온기가 서렸던 것 같았다.

내성을 떠난 우리는 외성의 성문 앞에 집결해 있는 상단 일행과 합류했다.

500여 명의 인원과 수백 마리 로젠틴 무리, 그리고 그만큼 많은 짐마차로 인해 성문 앞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프랭키 쿠만이 한쪽 손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오, 스노우. 좋은 아침이야. 잠은 잘잤나?”

며칠간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완전히 맞먹으려고 드는 프랭키 쿠만이었다.

물론 얼마 뒤면 녀석에게 일어날 불행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쌀알 한 톨만큼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몰골이 말이 아니로군.’

3일 동안 지속된 과음과 스킬 폭격에 의한 부작용은, 상급 엑스퍼트의 신체에도 무리를 준 모양이었다. 푸석푸석한 피부와 졸린 듯 반개한 눈을 보고 있자니, 그의 상태가 얼마나 엉망인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준 뒤.

녀석에게 ‘리프레쉬(C)’ 스킬을 시전했다.

화아아아아앗

“오, 이건? 피로가 말끔히 날아가는군. 과연 6써클 마법사야. 대단해! 하하하하.”

뭐, 이건 나중을 위한 빌드업이자 마지막 배려이니.

‘지금 실컷 즐겨두라고.’

#4

무려 3일간이나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은 스타니 상단주는 단단히 삐쳐버린 상태였다.

사실 그녀와 그녀의 상단으로서는 브롤리 영지에 3일이나 머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브롤리는 브라이드 백작령의 곡식 생산을 책임지는 영지였는데.

수확물의 대부분을 백작령 자체에서 소비하고 있었기에, 외부로 반출되는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물며 대륙 곳곳에 대형 곡식 거래처를 두고 있는 ‘숲의 여명’이 그 소량의 물량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했다.

즉, 곡식 이외에 아무런 특산물도 존재하지 않는 브롤리는 그들로선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기착지라는 뜻.

“그런데도 3일이나 이곳에 머물렀는데...”

그렇지 않아도 상단의 두 수뇌부가 매일 밤 연회에 참석하느라 출발이 늦어지니, 휘하 상인과 일꾼들 사이에서 여러 말이 돌고 있는 실정이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느라 정신줄을 반쯤 놓고 있었던(어느 정도는 스킬의 영향이었지만) 프랭키 쿠만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스타니 상단주의 경우는 기실 하루 정도만 같은 일이 반복되었더라면, 아마 참지 못하고 영지를 박차고 나갔을 터였다.

하지만 스노우라는 사내는 자신의 이런 배려를 알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했다.

‘어떻게... 날 이렇게 대할 수가 있지?’

상단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숲의 여명’은, 사실 대륙 각지의 엘프노예들을 구출하기 위한 엘프 왕국의 비밀결사대였다.

그 때문에 상단의 엘프 오너들은 대부분 다른 국가의 기간트를 보유했거나.

엘프 왕국제를 사용할 경우, 기간트의 외관을 크게 변형시켜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녀의 ‘아엘론’ 역시, 겉모습을 1세대 전 이펜타르크 제국의 주력 기관트였던 ‘코헨’의 모습으로 위장해 만들어진 기체였다.

프랭키 쿠만 같은 타종족 실력자들을 계속해서 영입하는 이유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감추기 위한 알리바이용이었고.

절대적인 신뢰가 쌓이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에게 자신들의 비밀을 노출하는 경우는 없었다.

아무튼... 어린 시절부터 비밀 임무를 지닌 ‘숲의 여명’의 일원으로 대륙을 떠돌며, 셀 수 없이 많은 인간들을 상대하며 닳고 닳은 스타니 상단주에게.

자신에게 저토록 무관심한 남자와 함께하는 건 무척이나 생소한 경험이었다.

“첫날만 해도 날 보며 침을 질질 흘렸으면서...”

정확하게는 손목에 있는 ‘네스트’를 바라본 것이었지만.

그녀는 애써 그 사실을 무시했다.

“흥, 어디 언제까지 그렇게 목석같이 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숲의 여명’의 상단주이자 기간트 오너, 그리고 엘프 왕국 비밀결사대의 대장이자 공주라는 여러 신분을 지닌 ‘스타니슬라 르 바라탄’은 결코 알지 못했다.

스노우라는 사내가.

여성의 향기로운 체취보다는.

금속 특유의 비릿한 ‘쇠냄새’를 훨씬 더 사랑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5

브롤리 영지를 떠난 지 3일째.

내일이면 브라이드 영지에 도착하게 된다.

럼프킨 대로가 영지를 관통해 뚫려 있었던 브롤리와는 달리, 이후 지나친 마을들은 모두 대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첫날에는 비교적 큰 규모의 마을이 나타났던지라 마을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게 가능했다면.

어제와 오늘 지나친 곳은 모두 몇십 가구 규모의 소규모 마을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야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셀 수 없이 브라이드 백작령을 방문했었던 상단의 인물들에게, 머물기 적당한 위치를 찾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고.

우리는 대로의 오른편, 400여 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적당한 높이의 구릉이 보이는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가 딱이로군.’

내 계획에 방점을 찍을 장소로, 높은 구릉이 존재하는 이곳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상단의 일꾼들이 분주히 천막을 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주위를 돌아보는 척 슬그머니 일행에게서 떨어져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러 나간 호위들이 구릉지대의 순찰을 마치는 걸 확인한 직후였다.

테리 헤링스가 따라나서겠다며 눈치 없이 몸을 일으켰지만, ‘구릉 위에서의 대련’이라는 카드로 다시 주저앉혀 버렸다.

그리고는 마친 산책이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구릉에서 300여 미터 거리까지 접근한 나는, 라이스 쿠퍼에게서 구입한(물론 외상으로) ‘벨베고로스의 눈’을 손에 쥔 채 스킬을 시전했다.

[환영(C) :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만들어 낸다. 허상의 크기는 최대 2.5미터를 넘을 수 없다. 허상의 크기와 지속시간, 명령 수준에 따라 소모 마력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허상은 소리를 낼 수 없다. 스킬 적용 범위 최대 50미터.]

하지만 ‘관찰(C)’ 스킬이 통하지 않는 고등급 아티펙트 ‘벨베고로스의 눈’의 위력이 더해지자,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허상은 그 격을 달리하게 되었다.

나는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릉 뒤편 정상에 ‘오우거’의 허상을 만들어 냈다.

스킬 범위가 엄청나게 늘어났기에 3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도 소환이 가능했다.

신장 7미터에 온몸이 근육 갑옷으로 뒤덮인 괴물이 미동도 없이 자세를 웅크린 채 대기하고 있었고.

허상을 숨겨둔 나는 녀석에게 ‘모종’의 명령을 지시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행의 곁으로 돌아와 태연하게 밥을 먹었다.

잠시 뒤, 일행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엄청난 괴성이 들려왔고.

일행의 고개가 일제히 소리가 들려온 구릉 쪽으로 향했다.

그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난 체구를 자랑하는 회색 괴물이었다.

“으헉!”

“오, 오우거!”

“말도 안 돼! 여긴 브롤리 영지를 한참이나 지나친 곳이라고!”

베른 요새에서 브롤리 영지로 향하는 길에 오우거를 마주쳤다는 소문은 요즘도 종종 들려온다고 했지만(물론 대부분은 다른 몬스터).

브롤리 영지를 지나친 시점에서 오우거를 만났다는 사람은, 지난 50년 이래로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때.

예상치 못한 상위 몬스터를 만나 패닉에 빠진 상단원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거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쯧, 고작 오우거 한 마리 가지고 호들갑은. 내가 처리하고 올 테니, 밥들이나 마저들 먹으라고.”

역시나 프랭키 쿠만이었다.

‘그래, 컨디션을 회복시켜 주면 반드시 나설거라 생각했지.’

게다가 녀석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달이 난 상태.

하지만 이유야 어쨌건, 상단 사람들에게 그는 자신들을 지켜줄 구세주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오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기간트가 있었어!”

“과연 쿠만님이시다! 상급 엑스퍼트!”

“쿠만님이시라면, 오우거 한 마리 정도는 한 끼 식사나 다름없지.”

“안티가의 주인!”

주위의 찬사에 어깨가 으쓱해진 프랭키 쿠만은 스타니 상단주에게 흘깃 시선을 던지더니, 당당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저 녀석은 제자리에서 소리만 질러대는 오우거가 이상하지도 않나?’

아무래도... 정말로 별생각이 없는 듯했다.

‘하긴, 상급 엑스퍼트인데다 꽤 출중한 기간트 운용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

오우거 한 마리 정도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닐 테니까.

그런데 그거야...

기간트에 탑승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

#6

야영지로부터 10미터쯤 걸어 나간 프랭키 쿠만은 느긋한 태도로 네스트에 마력을 불어넣었고.

곧 호랑이의 얼굴에 사자의 갈기, 그리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팔을 지닌 6.5미터짜리 기간트가 당당한 자태를 드러냈다.

자신의 기간트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프랭키 쿠만.

그가 당당한 목소리로 탑승 주문을 외쳤다.

“테리마!”

‘..............’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황당한 표정으로 변한 프랭키 쿠만이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웠다.

“테, 테리마!”

‘...............’

여전히 묵묵부답인 기간트.

프랭키 쿠만이 시뻘게진 얼굴로 연달아 외치기 시작했다.

“테리마!”

“테리마!”

“테리마!”

“테리마테리마테리마! 테리마아아아아아아아!”

‘.................’

프랭키 쿠만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을 기간트를 바라보았고.

상단의 사람들 역시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츠르르르르르

“우왁!”

갑작스러운 기간트의 움직임에 놀란 프랭키 쿠만이 벌러덩 나자빠졌다.

이내 여기저기서 경악에 물든 외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 움직였다!”

“뭐야 저거?”

“오너가 타지도 않았는데?”

“맞아! 쿠만 대장은 저기 자빠져 있다고!”

“마, 말도 안 돼!”

오너를 태우지도 않은 기간트가 혼자서 움직이는 듣도 보도 못한 기사.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은 기간트는 서서히 몸을 돌리더니.

쿵쿵쿵쿵쿵쿵쿵쿵쿵

점점 속도를 높여 구릉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괴성을 지르던 오우거는 이미 사라진 상태.

“기, 기간트 혼자 오우거를 잡으러 간다!”

“이게 무슨 일이래?”

“다른 오너가 탄 거 아냐?”

“바보야, 여기 눈이 몇 걘데!”

“그럼 기간트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건 말이 되냐?”

“그, 그러게...”

사람들의 의문을 뒤로 한 채 어느새 구릉 정상에 올라선 기간트 ‘안티가’.

좌중의 이목이 그곳으로 집중되는 순간.

천천히 몸을 돌린 기간트는...

“뭐야?”

“저거 설마...”

“손을... 흔드는 것 같은데?”

“맞아, 꼭 잘 있으라고 인사를 하는 것처럼...”

“응?”

기다란 오른쪽 팔을 들어 올려 이쪽을 향해 열렬히 흔들어 댔다.

그리고는 잠시 뒤.

구릉 뒤편으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

야영지 위로 내려앉은 압도적인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간트의 탈주(?)로 정신이 나가 버린.

한 오너의 처절한 비명이었다.

#7

[원격조종(S) : 탑승물을 원거리에서 운용할 수 있다. 탑승물과의 결속이 공고할수록 스킬 효율이 증가한다. 원격조종 등록 가능 기체(3).

no.1 제우스(C) 최대 980미터

no.2 토마호크 SS7 스피릿(E+) 최대 23.5킬로미터

no.3 대거(C) 최대 1080미터

no.4 안티가(B-) 최대 450미터]

[격납고(S) : 등록된 기체를 가로, 세로, 높이가 10.5미터인 아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현재 보관 중인 기체 : 토마호크 SS7 스피릿(E+), 안티가(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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