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습격(3)
#1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크윽...”
“커헉!”
머리 위로 내리친 벼락으로 인해 나와 파울러 핀치는 신음을 내뱉으며 마차에서 떨어졌다.
마법적인 강화로 인해 내구성이 엄청나다던 마차 역시 지붕을 비롯한 상단부가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아군에 개의치 않고 마법을 사용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기에, 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빌어먹을, 더럽게 아프네. 저 자식 정말 4써클 맞아? 이건 4써클 마법의 파괴력이 아닌 것 같은데...’
베른 요새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에, 4서클과 5써클 마법 정도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4써클 마법은 내가 구사하는 C등급 스킬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조금 전 그 마법은 C등급 스킬들을 한참이나 상회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B등급 서리바람’과 ‘C등급 육체 강화’ 특성을 각성해 꽤 준수한 마법저항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 덕분에 강력한 전격 마법에 직격당했음에도 심각한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를 방어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들어 올렸던 양쪽 팔의 피부가 타버리는 것까지 피할 수는 없었는데. 그나마 상시 발동 모드로 바꿔 놓은 배리어 스킬이 아니었더라면, 피부가 타는 정도에서 그치지는 않았을 터였다.
다행인 점은 상대로서도 조금 전의 그 마법을 캐스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는지, 후속 공격이 곧바로 날아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울러! 어서 놈을 죽여!”
나는 양쪽 팔에 힐을 시전하며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그리핀 자작가의 마법사, 스캇 비즐리였다.
그는 마법에 직격당한 뒤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파울러 핀치를 곁눈질하며 또다시 마법을 발동시켰다.
“라이트닝 블레이드!”
파지지지지지지직
번뜩이는 백광을 전신에 두른 칼날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상당히 빠른 속도인데다 길이 역시 족히 1미터는 될 듯한 뇌전의 칼날.
하지만 급하게 캐스팅한 탓인지, 조금 전 시전한 마법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했기에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라이트닝 월.”
스킬의 이름을 외침과 동시에, 정면에 백광이 넘실거리는 가로세로 2미터 크기의 벽이 생성되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직
‘뇌전의 칼날’과 ‘뇌전의 벽’의 충돌.
“아오, 씨...”
엄청나게 높은 주파수의 소음이 발생해 귀가 아팠지만, 방어는 성공적이었다.
상대의 마법이 조금 더 강한 위력을 지녔었는지 뇌전의 벽을 파괴한 칼날이 날아들었지만.
퍼어엉
이미 상당한 힘을 소진한 상태였기에 베리어를 뚫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나는 슬슬 정신을 차리려고하는 파울러 핀치의 다리를 바운드로 묶어버린 뒤.
윈드 커터로 녀석의 목을 날려버리려 했지만, 오러를 두른 팔로 그것을 쳐내는 바람에 왼팔을 1/3쯤 잘라버리는 데 그치고 말았다.
“끄으읍!”
“파울러!”
동료의 위기를 목격한 스캇 비즐리가 10여 개의 마법을 연달아 전개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퍼어어어엉
하지만 캐스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위력은 보잘것없었고.
단 하나의 마법도 베리어와 실드를 뚫고 내게 도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틈에 파울러 핀치가 넝쿨들을 끊어버리고 위기에서 탈출했으니, 그저 헛된 시도는 아니었다.
파울러 핀치는 재빨리 마법사의 곁으로 이동했고.
이내 품속에 있던 단단한 재질의 포션병을 꺼내 절반 정도를 팔에 뿌린 뒤, 나머지 반을 들이켰다.
치이이이이이익
“끄읍!”
꽤 좋은 포션이었는지, 너덜너덜해졌던 그의 왼팔이 순식간에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사실 팔의 부상보다 심각한 게 내상이었겠지만, 그건 자신의 동료로 인한 것이었으니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힘들 것이다.
나는 두 팔을 시작으로 몸 전체를 살펴보았다.
하필 전격 계열 마법에 직격당한 탓에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마차를 중심으로 몇 차례의 마법 공방전이 있었던 터라, 습격자들과 용병들은 마법의 여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잠시 몸을 사리며 소강상태에 빠져 있었다.
나는 자세를 낮춘 채로 이쪽 눈치를 보고 있던 30여 명의 습격자를 향해 망설임 없이 스킬을 시전했다.
“파이어월.”
같은 스킬을 다섯 번 연달아 시전하자.
화르르르르르륵
거의 동시에 습격자들의 발밑에서 거대한 불꽃의 벽이 솟구쳐올랐다.
“끄아아아아악!”
“부, 불이다!”
“살려줘!”
“으아아아아아악!”
30여 명 중 2/3가량의 인원이 불길에 휩싸인 채 땅바닥을 굴렀지만, 스킬(마법)로 만들어진 불길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나는 부서진 마차와 짐들 뒤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용병들에게 말했다.
“뭘 보고만 있지? 소풍이라도 왔나?”
그제야 정신을 차린 용병들이 서로를 돌아보더니 허겁지겁 앞으로 달려나갔다.
“네, 넵! 가자!”
“죽여버려!”
“와아아아아아아!”
#2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사고회로가 멈춰버렸었던 스캇 비즐리.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젠장! 이건 말도 안 돼! 저런 마법을 캐스팅도 없이 연달아...”
스캇 비즐리는 깨달았다.
‘속았다.’
저 녀석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써클을 속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차이점이라면 자신은 5써클을 4써클이라 속인 것이었고, 그는...
‘6써클...’
사실 애초에 스노우라는 마법사는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으니, 속았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었지만.
스캇 비즐리는 그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정말 6써클이라면... 엄청난 변수다.’
최상급 엑스퍼트나 6써클 마법사는 기간트를 정면으로 상대할 순 없어도 아주 작은 변수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들이었기에.
자신들의 계획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는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며 전장을 둘러보았다.
무려 스무 명의 기사와 병사들을 상대로 날뛰던 상급 엑스퍼트 용병은 아군이 사용한 20여 개의 마법 스크롤에 피해를 입은 끝에 제압당하기 직전이었고.
백작가의 기간트를 상대하고 있는 아군 기간트는 비록 열세를 보이고 있긴 했으나 쉽사리 쓰러질 것 같지는 않았다.
‘저쪽은 문제없어. 진짜 문제는...’
용병들이 마법에 직격당한 대부분의 아군 병력을 무력화시키고 있었고.
운 좋게 마법을 피한 아군 열 명은 똘똘 뭉친 채 용병들을 견제하며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캇 비즐리는 결심했다.
‘어떻게 해서든 저 마법사 녀석을 죽여야 한다.’
그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자주색 액체가 들어있는 플라스크 두 개를 꺼냈고, 그중 하나를 파울러 핀치에게 건넸다.
“마셔라.”
“이건...”
“운이 좋다면 죽지는 않겠지.”
“......”
“저 용병마법사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놈이 도망치기라도 하면 계획은 물거품이 될 테니까. 그럼 네 누이의 생명도...”
“알겠습니다.”
파울러 핀치는 말없이 병을 받아들고는, 뚜껑을 열어 그 안에 든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엘시드’라는 이 비약은 일시적으로 잠력(潛力)을 폭발시켜 경지를 상승시키는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약효의 지속시간이 끝난 이후엔... 운이 좋으면 경지의 하락, 운이 나쁘면 폐인이 되거나 죽어버릴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부작용을 동반했기에.
어지간한 결심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파울러 핀치는 불만을 토할 생각이 없었다.
꿀꺽꿀꺽
자신에게 약을 건넨 스캇 비즐리 역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엘시드를 들이켰으니까.
“빌어먹을, 이런 방법으로 6써클에 오르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는 내면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들끓어 오르는 고양감을 느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 일의 원흉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네 놈만은 반드시 죽여주마.”
#3
마법사와 엑스퍼트가 뭔가를 마시는 걸 방해할 수도 있었지만, 호기심이 동해 그냥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스캇 비즐리와 파울러 핀치 정도의 실력으로는, 내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더군다나 이렇게 빤히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응?”
하지만 그들이 마신 게 뭔지는 몰라도, 그 효과는 내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을 정도로 놀라웠다.
이전까지만 해도 내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던 마법사에게서 무려 ‘강자의 아우라’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소한 브라이드 백작과 마주 섰을 때 느껴지던 그것과 비슷한 아우라.
엑스퍼트의 경우 아무런 변화도 느낄 수 없었지만,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아마 훨씬 더 강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쩐지 비장한 표정으로 먹어치우더라니... 이렇게 되면 조금 골치 아픈데.’
왜냐하면 지금 막 최후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던.
마지막 습격자의 마력 반응이 미니맵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역시, 기간트 오너였군.’
그렇다면 저 둘에게 시간이 끌려서는 조금 곤란했다.
나는 서둘러 전투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굳이 격납고에 잠들어 있는 기간트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과의 전투는 내게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은 나를 온전히 ‘마법사’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렉탈 필드.’
나를 중심으로 지름 40여 미터에 달하는 얼음의 대지가 생성되었고.
투둑
투둑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연이어 허공에서 쏟아지기 시작하는 얼음비가 얼어붙은 대지를 때리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다. 막아!”
스캇 비즐리의 외침에 파울러 핀치가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왔지만... 이미 늦었다.
수북히 쌓인 얼음 결정들 사이에서 2미터에 달하는 서번트들이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며 파울러 핀치를 공격했고.
그들의 공격은 상급 엑스퍼트의 경지에 이른 파울러 핀치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지만.
퍼어엉
퍼어어엉
퍼엉
일격에 수도 없이 터져나가면서도 순식간에 다시 솟아올라 파울러 핀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글레이즈 아이스. 아이스 포그.’
거기에 지정한 대상에 얼음방어막을 코팅하는 고유스킬 ‘글레이즈 아이스(B)’와 서번트들에게는 버프 스킬이나 다름없는 ‘아이스 포그’까지 시전하자 서번 트들이 파괴되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크윽, 스캇님!”
결국 서번트들의 끝없는 재생을 견디다 못한 파울러 핀치가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그러자 때를 맞추기라도 한 듯, 스캇 비즐리의 입에서 커다란 ‘시동어’가 튀어나왔다.
“번플레어!”
고오오오오오오오오...
꽤 길었던 캐스팅에 어울리는 강력한 마법이 펼쳐졌다.
얼음 대지의 중앙에 위치한 내 머리 위.
그곳에 엄청난 열기가 집중되기 시작했고.
이내 한계까지 압축된 열기가...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4
5써클 마법이지만 거의 6써클에 근접한 위력을 선보인 대폭발에, 격렬한 전투를 벌이던 기간트 오너들 역시 짧은 시간 주의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피유우우우우우우웅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섬뜩한 파공음이 들려왔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산 중의 어둠 속에서 날아온 거대한 마력 화살이 크로스보우의 등에 직격하며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켰다.
“커헉...”
시종일관 상대를 밀어붙이고 있던 클레이튼 우드의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등 쪽 외부 장갑의 30%가 파괴되었고, 동화율 67~70%를 유지하고 있던 클레이 튼 우드 역시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말았으니까.
“기간트가... 하나가 아니었단 말인가?”
쿠웅쿠웅... 쿵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존재.
그것은 앞서 전투를 벌이던 둘보다 다소 작은 체격의 기간트였고.
그 기간트는 양손에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활을 들고 있었다.
“제페토... ”
테페리와 마찬가지로 ‘이펜타르크 제국’의 황립 병기창에서 만들어진.
출력 800rp의 기간트였다.
#5
[배리어(C) : 일정한 충격을 흡수하는 구(球)형 방어막을 생성한다.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상시 적용이 가능하다. 마력이 모두 소모되면 스킬이 취소된다.
소모 마력 : 초당 3]
[라이트닝 월(C) : 뇌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장막을 생성한다. 장막의 크기에 따라 소모되는 마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뇌전 속성이나 내성을 지닌 상대에게는 효과가 하락한다. 소모 마력 : 400 ~ 1000]
[글레이즈 아이스(B, 고유스킬) : 지정한 대상에 얼음방어막을 코팅한다. 생물과 무생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소모 마력 : 200]
[아이스 포그(C) : 저온의 안개를 생성해 적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최대 범위? 반경 30미터. 범위가 넓어질수록 마력 소모가 크게 증가한다. 소모 마력
30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