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투기 버리고 기간트 탑니다-119화 (119/169)

119화 새로운 특성

*이전 회차 특성 관련 메시지창이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바뀐 내용이 이번 회차에 한 번 더 등장하니 다시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스노우의 네 번째 특성이 ‘테이밍’에서 ‘테이머’로 변경되었습니다.

#1

‘파일럿(S)’ 특성을 각성해 전 세계에 몇 없는 트리플 각성자이자, 더더욱 극소수인 S급 트리플 각성자로 거듭난 이후 7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의 일이다.

‘아프리카 옛 콩고 공화국 서부 국경에 S급 던전 브레이크 발생.’

던전 시대 개막 초기, 열악한 무기 체계와 정부의 부족한 국가 장악력으로 인해 절반에 가까운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멸망의 길을 걸었다.

그 중 대표적인 나라가 ‘콩고 공화국’이었다.

던전 시대 개막 이전 발발한 내전으로 인해 내홍을 앓고 있던 콩고 공화국.

그들은 ‘운명의 날(던전 시대 개막일)’, 자국의 영토 안에 전 세계 국가 중 여섯 번째로 많은 숫자의 던전이 생성되는 불운을 맞이하게 되었고.

영토의 크기로 따지면 60위권 내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콩고 공화국에게 있어 이는 너무나 큰 재앙이었다.

당시의 여느 국가들이 그랬듯, 콩고 공화국 역시 제대로 된 대처법을 알지 못한 채 던전 브레이크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데.

순차적으로 터진 던전 브레이크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로 인해, 던전 시대 개막 후 고작 반년 만에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로부터 다시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콩고 공화국 전체와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남부 일대, 콩고 민주 공화국의 절반(서쪽)에 걸치는 막대한 면적의 땅이 몬스터들의 소굴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 한때 아프리카라는 대륙 자체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몬스터들의 땅으로 변해버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던전 시대 개막 후 3년 정도가 지나자, 절반가량이 망해버린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아남은 국가들은 오히려 운명의 날 이전에 비해 엄청난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이는 당연하게도 각성자라는 존재의 등장과 던전(몬스터) 부산물 산업의 발달로 인한 것이었는데.

아프리카 대륙에는 유독 강력한 각성자들이 많이 탄생했고, 이들이 ‘헌터’라 불리는 몬스터 사냥꾼으로 활약하며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몬스터를 사냥해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몬스터들로부터 안전해진다는 것을 뜻했다.

그렇게 던전 시대 이후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른 나라가 아프리가 중서부에 위치한 가봉이었고.

그곳에는 ‘세계 최강의 헌터 7인’ 중 하나로 꼽히는 ‘파트리스 오보노’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는 세계에서 유일한 S급 ‘테이머’ 특성을 각성한 인물이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당시 세계 최고 기술들의 집약체인 ‘제우스’라는 오버테크놀러지 기체에 대한 적응 훈련을 시작한 지 1개월 정도가 흐른 시점이었다.

가봉의 국경선과도 인접한 옛 콩고 공화국의 서부 국경지대에서 최초의 S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발했고.

던전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과 그들에게 떠밀린 기존 아프리카 대륙의 몬스터들이 가봉과 카메룬 방향으로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는데.

그 수가 물경 100만을 헤아렸었다.

당시 나는 미국과 대한민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제우스와의 결속력을 높이는데 전력을 다하던 시기였다.

실전 경험이라고는 고작 B급 던전 브레이크 처리 2회가 전부.

‘S급 파일럿 특성 각성자’와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게 될 전투기의 조합 앞에, B급 던전 브레이크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등장하는 족족 죽어나갔고.

결국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 지점에서 500미터 밖으로 벗어나는 데 성공한 몬스터는 없었다.

그 말인즉, 제대로 된 실전 경험 따윈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아프리카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가봉과 적도 기니, 카메룬 3국의 위기를 묵과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과 미국의 수뇌부들이 ‘제우스’의 출격에 동의했고.

나는 A급 던전 브레이크를 건너뛴 채, 곧바로 S급 던전 브레이크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항공모함에 제우스와 함께 몸을 실어야만 했다.

물론 당시 제우스를 만나 한껏 고양된 상태였던 내가 그 결정에 불만을 가질 리 없었다.

S급 특성을 각성하고도 던전 내부에서는 고작해야 A급 하위권 정도의 힘밖에 발휘할 수 없었던 탓에, 알게 모르게 무시를 당해왔던 나날들의 반작용이었다.

가봉의 ‘포트 장틸’에서 날아오른 나는 곧바로 국경지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곳에서 보게 된 광경은 과도한 의욕으로 활활 불타고 있던 나조차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을 만큼,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 웨이브였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를 가득 메운 끝도 없는 몬스터 군단.

그리고 그 행렬의 끄트머리에서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는 신장 30여 미터, 몸길이 70여 미터의 핏빛 늑대.

그것의 정체는 던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S급 몬스터이자 S급 던전 보스인 ‘펜니르’였다.

제우스에 탑승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으로부터 느껴지는 숨 막힐 듯한 압박감에 나는 근처로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그에 대한 보상심리의 작용으로 대지를 가득 메운 몬스터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력을 한껏 머금은 제우스의 미사일 공격 한 번에 수백 수천의 몬스터들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겁을 먹은 것과는 별개로, 전투기 제우스의 위용은 개발단계에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수준을 한참이나 웃돌았는데.

이는 그들이 ‘S급 파일럿’ 특성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괴리였다.

나는 포트 장틸에 정박해 있는 항공모함과 국경 사이를 왕복하며 지속적인 보급을 받았고.

지상에서 가봉의 군대와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막아서는 사이, 폭격을 통해 홀로 수십 만의 몬스터들을 학살했다.

바야흐로 ‘양학 전설’의 시작.

단 4시간 만에 절반 이상의 몬스터들을 해치워버린 나는 한껏 고무되었고.

머리끝까지 차오른 광기와 열기는 ‘두려움’이란 감정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번 더 보급을 마친 나는 몬스터 군단의 끄트머리에서 오연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펜리르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 녀석을 향해 가득 채워 온 미사일들을 퍼부어 주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한계까지 꾹꾹 채워왔던 40여 발의 미사일을 모두 쏟아부은 나는 의기양양한 눈으로 지상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폭발의 여파로 발생한 먼지구름이 사라진 지상.

그곳에는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의 핏빛 늑대가 섬뜩한 송곳니를 드러낸 채 붉게 물든 눈으로 나를(제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거대한 몸은 검붉은 광채에 둘러싸인 상태였는데.

그것은 펜니르가 전개한 마력장이었고, 제우스의 미사일 공격은 S급 몬스터의 마력장 앞에서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허탈함에 절로 한숨이 나오려던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순간적으로 몸을 웅크린 펜니르가 대지를 박차며 허공으로 도약했다.

녀석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던 제우스와의 결속력과 천부적인 반사신경 그리고 위기 감지 능력 덕분이었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섬뜩한 파공음이 울렸고.

펜니르의 앞발은 간발의 차이로 제우스의 날개를 비켜나갔다.

하지만 녀석의 공격에서 발생한 엄청난 풍압과 마력의 반발력으로 인해 일순간 양력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한 제우스.

나는 동화율을 극도로 끌어올린 뒤, 실전에서 사용해본 적도 없는 고유스킬 ‘한계 돌파’까지 사용해 간신히 제우스를 날아오르게 할 수 있었다.

‘젠장,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아.’

제우스를 얻게 된 이후 처음 느껴보는 패배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또다시 ‘반쪽짜리’라 불리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이전보다 훨씬 더 고도를 높인 채 좌절감을 곱씹고 있을 때.

가봉 군대와 헌터들의 저지선 너머에서 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콰앙

콰아앙

그는 마치 앞을 가로막은 몬스터들이 볼링핀이라도 되는 것마냥 몸으로 들이박으며, 펜니르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쇄도해 들어갔다.

그것은 당시의 나로서는 처음 보는 믿어지지 않는 스피드였고, 도무지 같은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저돌적인 돌진이었다.

‘흑인? 육체 계열 S급 헌터인가?’

그가 선보인 엄청난 신체 능력을 감안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는 S급 육체 계열 헌터가 셋이나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파아아아아앗

파아아아아앗

흑인 헌터가 펜니르의 500미터 이내로 접근한 시점.

허공에서 두 개의 빛이 터져 나왔고.

공간을 찢으며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앙

호로로로로로로로로로

그것은 펜니르의 절반쯤 되는 크기의 검은 표범과 그보다 조금 더 작은 보라색...

‘두꺼비?’

보라색 표피에 하얀 점들이 빼곡하게 박힌 신장 10미터가량의 거대 두꺼비였다.

처음에는 새로운 몬스터의 등장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대지 위로 착지한 두 몬스터는 이내 흑인 헌터와 함께 펜니르를 합공하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3대1 대결이 펼쳐졌다.

몬스터 군대는 이미 80%가 소멸한 상황.

나는 모든 미사일을 비워버려 한껏 가벼워진 제우스에 탑승한 채 네 괴물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흑인 헌터의 엄청난 맷집과 힘이었다.

덩치로만 따지면 헌터에 비해 수십 배는 큰 덩치를 지닌 흑표나 두꺼비가 탱킹을 맡는 게 정상일 테지만.

의외로 파티의 탱커를 맡은 것은 몬스터들에 비해 작디작은 몸집을 지닌 헌터였고.

놀랍게도 그는 별다른 스킬이나 장비의 도움 없이(적어도 육안으로 보기에는) 맨몸으로 거대한 펜니르의 공격을 받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한동안 대결을 지켜보던 나는 다시 한번 보급을 마치고 돌아와 몬스터들의 잔여 병력을 향해 폭격을 퍼부었다.

왠지 모를 울적한 마음으로 인해 마력을 과하게 퍼부었고.

과격한 폭격으로 인해 아군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이것이 ‘하늘의 개쌍놈’이란 이명의 시초였다.

S급 던전 브레이크로 발발한 100만 몬스터 대군은 싸그리 소멸되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보스 몬스터인 펜니르.

치열한 격전 끝에 두꺼비의 몸이 터져나가며 소멸했고.

검은 표범의 다리 두 개가 부러져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펜니르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붉은 털로 뒤덮인 몸은 녀석의 피로 인해 더욱더 붉게 물들었고, 두꺼비의 혀에 적중당한 한쪽 눈은 멀었으며, 흑표의 이빨에 물어뜯긴 옆구리에서는 내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투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펜니르와 전신의 검은 피부를 붉게 물들인 헌터였다.

헌터의 전신에서 일순간 강렬한 빛이 발산되더니.

몸집이 1.5배가량 커지며 온몸에서 은빛 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변신을 마친 그가 대지 위에 주저앉은 채 거친 숨소리만 색색거리던 펜니르의 머리를 향해 일격을 날렸고.

이미 대부분의 힘을 소진한 펜니르가 앞발을 휘둘러 방어하려 했지만, 야수의 형태로 변신한 헌터의 속도는 이전에 비해 배 이상 빨라진 상태.

결국...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펜니르의 머리가 박살 나는 것으로 최초의 S급 던전 브레이크는 마무리되었고.

홀로 S급 보스 몬스터를 잡아내는 위업을 달성한 헌터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대(大)자로 뻗어버렸다.

나중에서야 그의 정체가 세계 유일의 ‘S급 테이머’ 특성을 각성한 헌터, 파트리스 오보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강력한 몬스터를 길들여 소환수로 써먹을 수 있는 주제에, 본신의 그 말도 안 되는 강력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B급 이상 테이머 특성 각성자들의 알파이자 오메가(C급 이하 테이머 특성에는 없는 스킬)인 고유스킬 ‘스텟 공유’로 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스텟 공유’ 특성이야말로. ‘반쪽짜리’라 불리는 파일럿 특성과는 다르게, 테이머가 최상위권 특성이라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했다.

즉, 테이머 특성의 경우 C등급 이하라 할지라도 던전 내부의 정찰이나 수송 등에 탁월한 효율을 자랑했고. B급 이상으로 각성하면 동급 대비 최강의 전투력을 발휘하게 되는 최고의 특성이라는 뜻.

물론 다른 스킬 따위는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기간트의 주인인 내게 필요한 것은 오직 ‘스탯 공유’뿐.

다행스럽게도 내가 각성한 테이머 특성의 등급은...

“A급이라니... 서리 바람보다도 위잖아.”

통상적으로 A급 특성을 각성할 경우, 초기에 주어지는 고유스킬의 개수는 5개.

역시나 [테이머(S) : 각성 시 몬스터(동물)을 길들일 수 있다.]라는 매우 간결한 메시지창 밑으로 총 다섯 개의 고유스킬이 나열되어 있었다.

[포획]

[각인]

[라이더]

여기까지가 C등급 이하의 테이머 특성 각성자들에게 주어지는 고유스킬이었고.

[스텟 공유]

[재생]

B등급 이상의 테이머 특성 각성자들에게 무조건 주어지는 스텟 공유와 함께 ‘재생’이라는 랜덤 고유스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킬의 효과는 소환수의 훼손된 신체 부위를 재생시키는 것인데, 정확한 건 직접 사용해보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 것 같았다.

“뭐, 스텟 공유만으로도 대박이지.”

다른 스킬들과 마찬가지로 기간트로 인한 증폭 효과가 적용된다면...

내 전투력이 어디까지 상승할지, 나 자신조차 짐작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S-급 몬스터 아나투레스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S-급 몬스터 아나투레스의 포획 시도가 가능합니다.]

[S-급 몬스터 아나투레스를 포획하시겠습니까?]

그리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포획하겠다.”

이내.

쓰러져 있던 아나투레스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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