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황립 아카데미의 신임 교수(1)
#1
이펜타르크 제국의 황립 아카데미는 황도로부터 300여km 떨어진 제국 중동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제국의 기틀이 될 인재들을 양성하고자 한 초대 황제의 의지로 인해 설립된 대륙 최대 규모의 교육 기관 ‘이펜타르크 제국 황립 아카데미’.
설립자인 초대 황제의 의지에 부응하듯, 황립 아카데미는 이펜타르크 제국이 지난 수백 년간 오르비스 대륙의 최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되어주었는데.
현 제국 최강의 엑스퍼트이자 최강의 오너인 발렌타인 공작을 비롯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영웅들이 이곳 ‘황립 아카데미’의 교육 과정을 거쳐 찬란하게 빛나는 제국의 별이 되었다.
너무나도 넓은 영토와 대륙 제일을 자랑하는 인구수로 인해, 황립 아카데미의 설립 이후 제국 서부와 북부 그리고 남부에 3개의 아카데미가 추가로 만들어졌지만.
사실상 이 3곳의 아카데미는 황립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못한 귀족 자제나 부유한 평민의 자제들을 위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실제 교육 수준이 최고 중의 최고만을 엄선한 제국 황립 아카데미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왕국의 왕립 아카데미에 비해서도 전혀 꿀릴 것 없는 인프라를 자랑하는 3개 아카데미의 입장에서는 사뭇 억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펜타르크 제국에서는 황립 아카데미의 차선책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북부와 남부, 서부 아카데미였기에. 그들은 나름대로 제국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만 했고.
황립 아카데미 입학에 실패해 돈주머니를 들이미는 귀족 자제나 평민 부호의 자제들만 받아들여서는 제국 내에서의 입지 상승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들이 선택한 방안은...
바로 타국의 귀족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었다.
이펜타르크 제국과 비슷한 국력을 자랑하는 크샨트 제국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종족의 왕국인 엘가드, 하르세리안, 판 왕국.
그리고 자체적으로 탄탄한 아카데미 시스템을 보유한 루페른과 샌포드 왕국 정도를 제외하면... 오르비스 대륙에 존재하는 여타 왕국의 귀족들은 뛰어난 인프라는 물론 수많은 인맥 형성의 기회까지 갖춘 이펜타르크 제국으로의 유학에 흥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타국의 태자급이 아니면 유학이 불가능한(일국의 후계자를 보낼 리 없기에 사실상 그 누구도 유학 불가) 황립 아카데미는 언감생심 노려볼 수조차 없었기에, 나머지 3곳의 아카데미는 매년 유학을 희망하는 타국의 귀족 자제들로 인해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수익 창출원이자 제국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사업으로 인정받은 3곳의 아카데미 역시 ‘황립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수백 년간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대륙적인 영향력을 높여간다 한들, 황립 아카데미와 나머지 아카데미들간의 격차는 도무지 좁혀질 수 없는 것이었고.
이는 정교수나 부교수, 조교수로 근무하는 인재들의 연봉이나 사회적 위치의 격차로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황립 아카데미에는 다른 3곳의 아카데미에는 존재하지 않는 ‘수석교수’라는 타이틀이 존재했는데.
황립 아카데미의 수석교수로 임명되기 위해서는 황실 혹은 공작가 중 하나의 절대적인 ‘보증’을 필요로 했다.
그것은 당사자의 신원은 물론 실력까지도 황실 혹은 공작가가 절대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수석교수로 임명된 자의 공(功)은 보증인의 공으로, 과(功) 역시 보증인의 과로 치부되었기에 함부로 추천을 남발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황립 아카데미에 수석교수가 새로이 부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그들의 면면은 대부분 ‘대륙급 강자(100위권 이내)’이거나 그에 준하는 능력을 지닌 이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황립 아카데미가 무려 5년 만에 탄생한 새로운 ‘수석교수’의 존재로 인해 들끓어 올랐다.
그리고 그 소문의 주인공은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동대륙인 수석교수였다.
#2
“아우... 교수님은 오늘도 밖으로 안 나오시려나? 벌써 3일째죠? 대체 방안에서 뭘 하고 계신 걸까요? 고양이를 기르시는 것 같던데, 무슨 종인지는 통 모르겠더라고요. 이상할 정도로 머리가 크긴 했지만 굉장히 귀여운 아이던데. 그런데 아무리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3일 내내 고양이랑 노는 건 조금 이상한...”
히아신스관으로 배정받은 하녀 중 하나인 메리다의 말에 무려 자작가 출신 귀족인 하녀장이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입을 조심해야겠구나, 메리다. 수석교수님께서 네 언행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시기라도 하면, 널 이곳으로 데려온 내 입장도 아주 곤란해진다는 걸 잊지 말렴. 그리고 호칭에도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려므나. 저 안에 계신 분은 ‘교수님’이 아니라 ‘수석교수’님이란다. 알겠니?”
“...네, 죄송합니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