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카르마Karma - 7 >
“경찰에는 전화 하셨어요?”
“응. 이제 또 해야겠지?”
“네. 쐐기를 박아야죠.”
“그럼 잠깐만.”
전화를 거는 중, 그녀와 나는 방안으로 돌아왔다.
“지구대 경찰이시죠? 아까 전화 드렸던··· 예예. 맞아요.”
경찰이란 소리가 삼촌과 준기 아저씨의 출타한 영혼을 강제 복귀시켰다.
긴장된 표정을 짓는 두 아재들. 이제 이 아가씨가 진절머리가 난 나머지 교도소 테라피로 삼촌의 도박중독증을 치유할 생각인가, 그런 생각들이 얼굴에 드러났다.
으휴 단순한 사람들.
그럴 생각이었으면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꾸밀 것도 없지.
“···네. 지금 보니까 3번 도로 쪽으로 달아나는 것 같더라구요. 예. 그쪽 골목 막으면···.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휴. 됐다.”
“선생님도 수고하셨어요.”
“내가 뭐 수고랄 게 있겠니. 네가 다 했지. 그리고 생각보다 재밌었어.”
“딱 봐도 즐기신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네요···.”
발을 동동 구르기나 하는 짐덩이가 되리라곤 생각지 않았지만 이 선생님은 적응력이 좋아도 너무 좋다.
삼촌이 머뭇머뭇 다가와 말했다.
“혀, 현지야.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뭐가 어찌 된 건지 난 당최···. 그리고 이 학생··· 아니 이 귀인은 누구시고?”
출세했네. 귀인으로 승격되고. 물론 도박으로 얻은 칭호라 별로 기쁘진 않았다.
선생님은 퉁명스레 대꾸했다.
“뭐 있겠어요? 도둑이 제 발 저리고 도망친 거죠 뭐. 그리고 그 도둑 잡아가라고 경찰 부른 거고.”
“아. 아하하. 그, 그렇지? 도, 도둑만 잡는 거, 거지?”
“왜요. 제가 친히 넣어드릴까요?”
“아아, 아니이. 현지 너는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크흠. 큼.”
“그리고 한열이는 학생이니까 군침 삼키지 마세요. 괜히 불러다 선수로 쓰려고 하면···.”
“무, 물론이지. 내가 언감생심 그럴 수 있겠느냐. 은인이신 것을.”
그러면서 날 흘긋흘긋 훔쳐보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못 먹는 감을 아쉬워하는 눈이었다.
에라이 못 말리는 화상아. 그런 일을 당하고도 화투 칠 생각이 날까?
그때 띠링-하고 퀘스트 창이 업데이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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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귀수의 손재주] : 퀘스트 달성!
: 더할 나위 없는 성취! 엿 중의 엿, 빅엿을 맥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성과에 따라 보상을 지급합니다.
: 적색카르마 1,000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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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알림이 좀 뒤늦게 울린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야 달성이 됐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쯤 지구대 대원들이 ‘살인용의자’인 발바리를 체포해서 수갑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경찰이 출동하는 시간까지 얼추 짐작해서, 도망가는 발바리를 그냥 픽업해가면 되도록 타이밍 잘 맞춰 신고를 한다 - 그게 우리 계획이었다.
완급조절이 필요한 일이었는데 쌤의 센스는 탁월했다.
잠복 1분 만에 지명수배자를 잡아냈으므로 경찰 스스로도 얼떨떨하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떠먹여주는 시민이 어딨나. 경찰은 우리한테 공로상을 줘야 한다.
‘···이게 당신이 원하던 결말이겠죠? 귀수.’
생각해보면, 퀘스트는 내용부터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엿을 먹여라.
그게 뭔데 대체.
게임에서 저런 퀘스트가 떨어졌다면 그날로 고객상담센터 전화에 불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귀수의 마지막을 지켜본 사람이었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끝을 맞이했는지 나는 알았다.
그는 복수 따윈 생각하지 않았다.
발바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결말이 그런 형태일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놀라는 한편 차갑게 인정했다. 아, 드디어 왔구나, 하고.
그래서 그의 염원은 가벼웠다.
무거운 되갚음 따윈 바라지도 않았다.
발바리의 뒤통수를 한 대 탁 때려주면서 ‘제대로 살아라 짜샤!’하고 잔소리나 해주고 싶다, 그저 그 정도의 감상을 품고 갔다.
난 그렇게 해준 것뿐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발바리에게도 저게 나을지 모르지.’
평생 목숨의 위기를 느끼며 도망 다니느니 깔끔하게 법의 보호를 받거라.
내 안의 귀수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음음. 그, 그럼 저 돈은 우리가 챙겨도 되는··· 건가? 아하하. 이거 돈이··· 많네에에···.”
선생님이 헛소리를 귀신같이 감지했다.
“동작 그만. 어딜 은근슬쩍 ‘우리’에 끼어들려고 하세요?”
“아아, 아니. 나도 권리가 있지 않느냐? 저기 돈 상당부분이 내 것인데?!”
“그러다 다 잃으셨죠. 혼자 꼴아 박고 자폭하신 거 기억 안 나세요?”
“그건 다 사기를 당해서 그렇지!”
“삼촌이 하실 말씀은 아니지 않아요?”
“끄응···. 그, 그럼 어쩌려고?”
“준기 아저씨는 본인 돈 알아서 챙기시고요. 원래 삼촌 돈이었던 건 제가 관리할 겁니다. 나머지는 좋은데 쓸 거구요.”
“아아니!! 내 돈을 왜 네가!!”
“삼촌한테 있으면 도박한답시고 다 날릴 거 아녜요?! 숙모한테 죄송스러워서라도 제가 그 꼴은 못 봐요!”
옥신각신.
구원을 받은 줄 알았는데 내려온 천사에게 삥을 뜯기는 기분이었는지 삼촌은 억울한 표정이었다.
자업자득이라 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쯤에서 끼어들어야겠지.
“선생님. 그냥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떨까요.”
“응?”
“집이나 땅문서 같은 중요한 건 선생님이 관리하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근데 책방이라도 삼촌은 사업하시는 분이잖아요. 거기 들어가는 고정비용도 있을 텐데, 현금까지 몰수하는 건 가혹한 거 아닐까요.”
“생각 같아서는 용돈만 간간이 드리고 싶은데.”
“그럼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거예요. 아직 한창 때이신데 일은 하셔야죠. 그리고 돈 없으면 도박을 안 하실까요? 오히려 박탈감 때문에 더 매달리지 않으실까요? 사채 써서 도박하면 그거야말로 돌이킬 수 없게 될 거예요.”
“···그래. 그건 네 말이 맞는 거 같네.”
결국 돈을 돌려드리되, 통장 자체는 선생님이 관리해서 자금의 흐름을 속일 수 없도록 해두었다.
그러자 삼촌은 이제 나를 귀인이자 구원자로 확실하게 각인한 듯 했다. 그는 거의 절할 기세로 내 손을 잡고는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아이고. 학생, 고맙네 고마워. 내 말투가 평소 좀 좆같기는 해도, 그래도 은혜도 모르는 호로잡놈은 아니야. 혹시 내 뭐 도울 건 없는가? 쾌히 말해보게.”
삼촌의 저자세를 본 나와 선생님은 의미심장하게 눈빛을 교환했다.
사실, 처음부터 선생님은 이렇게 하려고 하셨다.
한 번 튕겨서 극적인 분위기를 만든 건 다 계획이었다.
“···그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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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현지책방으로 돌아왔다.
삼촌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운 헌책들을 옆으로 쓱쓱 치우더니, 어느 책장의 오른편을 밀었다. 그러자 책장이 회전문처럼 휘릭 돌아가며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나오는 게 아닌가.
뭐야 이거.
찾기 힘들다 수준이 아니잖아.
거의 배트케이브 수준의 보안 아니냐 이거.
충격적인 입구와는 달리 안은 그냥 평범한 서재였다. 지상과 다른 점은, 규모가 좀 더 작고 잘 정리되었다는 정도였다.
“내가 아끼는 것들이지만 학생한텐 내 특별히 싸게···.”
“싸게?”
“···거저 줄거네만. 그래도 저, 적당히 고르게! 너무 많으면··· 에, 그러니까, 그치, 들고 가기 힘들잖나!”
“한열아 맘껏 골라. 삼촌이 다 주신데.”
“······.”
탤런트만 뽑아먹으면 되므로 소장까지는 필요 없지만.
그래도 준다면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난 서서히 걸으며 가지런히 꽂힌 책등을 부드럽게 쓸어 만졌다.
확실히 엄선해서 진열했다는 티가 났다. 냄새조차 고풍스러웠다. 이 하나하나가 각자의 사연과 역사를 품은 진품珍品들일 것이니 구경조차 함부로 못할 귀한 경험이겠지만···
나는 고작 5분 만에 탐색을 마친 뒤 만족스럽게 복귀했다.
내 손에는 두 개의 책자가 들려 있었다.
“···오호?”
“이 두 권이면 될 것 같아요. 괜찮죠?”
“물론 괜찮지. 이거 기묘하군. 자네, 그것들이 뭔지는 아나?”
난 씩 웃었다.
이제 이 세상에 나보다 이것들을 잘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이죠. 아니까 골라왔죠.”
“그래. 그럼 됐네. 귀한 건 아니지만, 나름 사연이 담긴 것들이니 소중히 여겨주게나.”
“예.”
삼촌은 의외로 흔쾌히 두 책을 넘겨주었다.
“아,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책들이 들어오면···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주진 않으셔도 돼요. 그냥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서요.”
“응? 구경이라···. 그냥 구경이라면 어렵지 않지.”
“그런가요?”
“헌책 수급 받는 판매처들이 따로 있거든. 가끔 경매 나오는 걸 직접 보러가기도 하고. 그걸 내가 다 사오는 게 아니니까, 그때 같이 가보는 게 어떤가? 구경만 할 거면 그게 가장 좋을 거야.”
“오. 좋네요. 그럼 그때 연락 주실래요?”
“은인께 그 정도야 못 해드리겠나. 알겠네 알겠어.”
“감사합니다.”
오오.
처음 봤을 땐 그냥 성격 나쁜 욕쟁이 할배인 줄만 알았는데.
은혜를 입혀두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다.
개꿀.
앞으로 탤런트 수급하는 게 좀 수월해지겠군.
책방을 나오면서 성과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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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 [어느 무명 시인의 필력](Rank E)
- 이 탤런트는 언어적 표현력, 문장력 등에 관여합니다.
동조율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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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탤런트는 백하연이라는 시인이 쓰던 습작노트에서 발견됐다.
노트에는 그녀가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끄적거린 낱말의 파편들이 어지럽게 흐드러져 있었다.
그녀는 상상을 마구잡이로 꺼내어놓는 행위를 사랑했다. 그것이 정리되면 시요, 정리되지 않아도 시였다.
그러므로 습작이란 말은 사실 정확하지 않다.
그녀는 이곳에 감상을 놓아두고 단상을 펼쳐두며 글들이 제멋대로 뛰어놀게 놔두었다. 이 종이들은 단지 순백의 놀이터였다. 그녀는 한바탕 잘 노닐었다는 표시로서 이 노트를 버리지 않고 간직했다.
그래서 그녀는 평생 한 권의 노트만을 썼다. 다 쓰면 그 뒤에 철하여 이어 붙였다.
그렇게 시인 백하연의 카르마가 이 노트에 옮아붙었다.
그리고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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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 [어느 동사무소 소장의 암기력](Rank D)
- 이 탤런트는 암기력에 관여합니다.
동조율 :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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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탤런트의 본 주인인 동사무소 소장은 좀 재밌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비상한 암기력의 소유자였던 그는, 놀랍게도 아무 야망이 없는 남자였다.
그래서 모두의 기대를 힘차게 배반하고 공무원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암기력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걸로도 유명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전화번호부 암기’였다.
이 남자가 저지른 수많은 뻘짓 중에 가장 스케일이 큰 뻘짓이었다.
그는 전화번호부를 마스터하겠답시고 소장실에서 폐관수련을 하더니, 어느 날 민원실에 출두하여 직접 민원을 받기 시작했다. 발신전화가 표시되는 본인 전화기를 지참하고.
-히히 아가씨. 아가씨 오늘 팬티 뭐 입었어? 무슨 색깔이야?
-네 정창원 님. 전 오늘 트렁크를 입었으며 검은색입니다. 뭐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신가요?
-뭐··· 뭐야!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전화번호부를 다 암기하면 된답니다, 정창원 님. 데이터베이스에 돌려보니 무직이시네요. 그러고 살면 좋으세요?
그렇게 장난전화 빌런들을 퇴치하며 아주 보람차게 살던··· 보람찬 게 맞나?
어쨌든 그런 사람이었다.
얼마나 이 일에 사력을 쏟았는지, 전화번호부에 카르마가 깃들고 말았다는 스토리.
그렇게 나는 전화번호부 하나와 두터운 습작노트 하나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가로등이 뻐끔뻐끔 하품을 하는 완연한 새벽이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카드 치다 밤을 새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뭔가 어이가 없어 피식피식 웃었다.
선생님이 그런 날 들여다보더니, 불쑥 말했다.
“드디어 웃네.”
“예에?”
“아니, 너 아까 나오면서부터 계속 엄근진해 있었거든.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아아.”
귀수의 기억을 읽은 이후부터 그랬나?
그랬던 거 같다.
딱히 웃음을 꾸며 짓지 않아도 될 때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가끔 느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안다.
“그냥요. 그냥··· 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래?”
“네.”
“그게 뭔지는 안 말해줄 거고?”
“···음. 설명하기 곤란한 일이라서요. 죄송해요.”
“그럼 됐어. 살다보면 그런 일이 있는 법이지. 이해해.”
“감사해요. 근데 선생님도 그럴 때가 있어요?”
“응? 나도 사람인데, 당연히 있지.”
“음. 항상 무덤덤하셔서 곤란한 일이라곤 없으실 것 같아요.”
“내가 왜에에. 그럴 때 많아. 특히 머리 안 감고 나왔는데 무슨 샴푸 쓰냐고 물어볼 때가 가장 난감해. 천연기름 본연의 향기라고 할 순 없잖아.”
“푸흐흐···.”
실소가 퐁 터졌다.
이상한 일이지.
그녀와 얘기하고 있으면 아무리 딱딱했던 기분도 쾌속으로 말랑말랑해지는 것이다.
“말하기 곤란하시다면서 저한텐 말하시네요.”
“응? 그런가? 그러네. 말해버렸네.”
그녀는 손가락으로 턱을 괴고는 흐린 초점으로 하늘을 쳐다보다, 이내 날 돌아보며 새벽공기를 닮은 미소를 내보였다.
숨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현생 통틀어 처음으로 보는 이현지 쌤의 미소인 것이다.
순간 인간 신체의 한계가 하염없이 아쉬워졌다.
우리네 눈엔 어째서 순간촬영 기능이 없나?
왜 때문이죠?
인간의 진화, 이대로 좋은 것인가?
그런 푸념과는 별개로, 내 눈은 한 번 깜빡하는 일 없이 이 순간을 기록했다.
여명은 멀리서 해일처럼 밀려오고, 거리의 가로등은 안개에 가로막혀 잠잠해졌다. 시야가 먹먹했다. 세상은 우리를 남겨두고 배경처럼 외따로이 존재하는 듯했다.
그러나 괜찮다. 동 트는 새벽은 내 눈앞에 있었다.
그녀의 미소 안에 다 들어가 있었다.
-꼬르륵.
너 이 위장새끼.
겁나 눈치 없네.
“······.”
“······.”
침묵이 쏟아진 5초 동안 나는 자살하는 방법 31가지를 떠올렸다.
5초 뒤에 그녀는 어른다운 처세를 발휘했다.
책임 소재를 본인에게 돌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저녁도 먹지 않았지···? 이런. 보건선생 자격이 없네.”
“큼. 흠. 그럼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실까요? 오늘 뜻하지 않게 가외수입도 있겠다, 제가 쏘겠습니다.”
오늘 선생님은 내게 ‘임금’을 지급했다.
자기 대신 플레이어로 뛰었으므로, 그 노동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오늘 도박판에서 얻은 돈은 사익에 쓰지 않기로 결의했으니, 결국 그 돈은 100% 본인의 지갑에서 지출된 것이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그녀의 그럴 듯한 궤변에 현혹당해 결국 임금을 받았다. 노동법은 준수해야 한다나 뭐라나.
늘어놓고 보니 정말 엉망진창인 밤이었다.
애당초 도박판과 노동법이 한 문장 안에 있어도 되는 단어들인가?
청소년에게 담배는 안 된다면서 정작 학교규정은 대차게 무시하는 교사. 도박은 안 된다면서 정의구현을 위한 도박은 괜찮다는 여자.
앞뒤가 안 맞는데 묘하게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이 엉망진창이고 치명적인 보건교사는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와 학생의 위장상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흠흠. 근사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레이디.”
“이 근방의 근사한 곳이라면 내가 잘 알고 있지.”
그렇게 우리는 근사한 김밥천국에서 김밥과 라면을 나눠먹으며 일출을 같이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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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뒤,
익명의 기부자가 도박 근절 캠페인에 거액의 돈을 쾌척했다는 소식이 지역신문에 작게 실렸다.
나는 그녀답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5. 카르마Karma - 7 > 끝
ⓒ 달의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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