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이 자꾸 늘어-20화 (20/164)

< 6. 연옥과 지옥 - 5 >

“어이 강형사.”

“예, 옙 서장님.”

서장이 다가오자 강형사가 벌떡 일어섰다. 만성피로가 1초만에 회복된 듯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맡고 있는 그 일 최대한 빨리 처리해. 사리에 맞게.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쇼.”

“그럼 믿고 들어가네. 송헌 군, 또 봅시다.”

“예, 들어가십시오.”

공교롭게도 김송헌과 강형사의 목소리가 겹쳤다.

앞으로 둘이 짝짜꿍을 맞출 것을 암시하는 건가? 재밌네.

의자와 일체형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미동도 없던 어줌마도 그 순간 반색하며 일어섰다.

“어머, 송헌 학생! 이런 데서 보네. 아버님은 잘 계시고?”

“예, 여사님도 무탈하셨어요?”

“오호호. 그럼그럼.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친구가 억울하게 잡혔다는데 모른 척할 수 있나요.”

“어머어머, 그럼 우리 두한이 때문에 온 거야? 이거 고마워서 어떡해?”

“별 말씀을요. 앉아계세요. 금방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럼. 잘 부탁할게.”

그 순간 김송헌과 내 시선이 몇 초간 마주쳤다.

그건 그야말로 김송헌이었다.

오만하고, 자신감에 절어있고, 비대해진 자아에 스스로 취해 우주가 제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저렇게 자뻑에 심취한 놈들을 뭐라고 부르더라.

“저 의미심장한 눈깔로 널 보는 쟤는 누구냐?”

“중증 중2병 환자예요. 아직 정신병리학이 그 분야까지 개척하지 못해서 불운하게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죠.”

“안타까운 일이구나···.”

대화를 들었는지 김송헌의 낯짝이 순간 경직됐다가, 풀렸다.

그야말로 찰나.

그러나 내 [눈치]는 극에 달한 민감성으로 놈의 심리상태를 읽어냈다. 그의 안면 근육이 말하고 있었다.

-거슬리는 새끼, 이제부터 뭉개주마. 기대해.

그가 나만큼이나 표정을 읽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럼 내 얼굴에서 말로 다 못하는 비웃음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아쉽지만 그는 보는 눈이 없었고,

별 반응 없이 시선을 돌렸다.

그의 옆에 있던 중년 남성이 두꺼운 뿔테를 매만지며 말했다.

“J&A로펌의 진요섭 대표입니다. 이두한 군을 즉각 방면하세요. 그는 현재 억울하게 누명을 쓴 채 억류되어 있습니다.”

“···누명, 입니까.”

“예. 이두한 군이 바이크를 타고 가던 중, 저 이한열이란 가해자가 불시의 습격을 가했고, 미처 피하지 못해 큰 사고가 났다, 그것이 진실입니다. 여기 그 증거가 있습니다.”

그러더니 태블릿을 꺼내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1인칭 시점의 영상으로, 바이크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난입해서 사고가 나는 과정이 찍혀 있었다.

영상은 심하게 흔들렸지만, 어쨌든 내 얼굴 비스무리한 게 나왔고 가방이 날치기 되는 장면은 없었다.

교묘하게 편집된 영상이었다.

물론 전문 감식을 하면 걸리겠지만-.

‘그 상황까지 가지도 않겠지. 이 흐름대로라면.’

“이건 이두한 군이 유투브에 올릴 용도로 찍던 액션캠의 일부입니다. 보시면 일의 정황이 빠짐없이 나와 있습니다. 이 이상의 증거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거봐! 거봐! 내 말이 맞잖아!! 허어어어! 하여간 고아라 그런지 거짓말이 입에 붙었지 아주 그냥! 뻔뻔하기 짝이 없네!”

그 와중에 어줌마가 또 어줌마 하시고.

“···예, 뭐. 고등학생이기도 하고. 원래도 조사 끝나면 돌려보낼 생각이긴 했습니다.”

“그럼 더 잘 됐네요. 지금 그렇게 해주시죠.”

“그러죠 뭐. 어이, 두칠아! 유치장에서 애 하나 꺼내 와라!”

강형사가 우유부단함을 벗어던졌다.

원래도 쉽게쉽게 가고 싶던 참이었다. 상급자가 버프까지 걸어주었으니 거침없어진 게 당연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는 안 되지. 안 될 말이야.

내가 끼어들었다.

“이거 저 맞나요?”

“···응?”

“저 아닌 거 같은데.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학생, 구차하게 굴지 말지. 이건 학생이 맞아.”

“이거 클라우드에서 받으신 거겠죠? 그럼 액션캠 가져와 보시죠. 로우파일로 저장돼 있을 테니, 그거랑 비교대조해 보죠.”

“···캠은 현장에서 부서졌다.”

“그럼 클라우드를 지금 여기서 열어보면 되죠. 아이디랑 비번 대보세요. 원본 확인해야죠.”

“그건 개인정보이므로···.”

“무슨 소리예요. 그냥 로그인한 다음 보여주면 되잖아요. 우리가 그깟 개인정보 알아서 어디다 쓴다고.”

“···옮긴 다음 지웠다.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

“아, 네. 증거인멸하셨다구요. 그래요 뭐. 가위질하느라 바쁘셨을 테니까 그건 제가 이해하죠. 근데 아저씨, 그렇게 살면 막 신나고 그래요? 로펌 대표나 돼서 고딩들 똥이나 닦고 다니고.”

“······.”

J&A로펌 진요섭 대표.

이자가 고딩들 똥이나 닦고 다닌다는 건 대단한 과장도 아니다.

실제로 그는 김송헌 패거리가 일을 저지르면 그걸 수습하고 다녔다. 등장이 왜 이리 늦었겠는가? 증거 이리저리 치우고 시나리오 짜맞추느라 그런 거다.

경찰들이 블랙박스 확보 못한 이유?

이놈들이 서장을 뒤에 업고 중간에 끼어들어서 그랬겠지.

그러나, 그는 내 모멸적인 언사를 담담하게 받아냈다. 미동조차 없다.

“학생을 이해하네.”

“······.”

“학교에서 김송헌 군과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지. 그래서 그 친구를 노려 일을 꾸민 거겠지. 이해해. 그 혈기 넘치는 나이에 그런 맘먹을 수 있지. 그러나 이번엔 선을 넘었네. 잘못하면 큰 장애가 남을 뻔했어. 잠자코 벌을 받고 반성하게나.”

“···변호사시라 그런가 혀가 매끈하시네. 그래도 말은 바로 하셔야죠. 사이가 좋지 않다니. 그냥 김송헌이 일방적으로 따돌림을 주도하는 거지. 변호사님도 알만큼 아시지 않나요?”

“관점의 차이겠지. 송헌군은 친구가 많고, 자네는 그렇지 않지. 자네가 그걸 ‘일방적인 따돌림’이라고 부르고 싶다면야 할 말은 없네만.”

“변호사님.”

“왜 그러나.”

“지금껏 실패한 적 없으시죠?”

“···어떤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난 히죽 웃었다.

이 순간을 위해 암세포가 준동하는 순간들을 잠잠히 버틴 것이었다.

“합리적 거래라 생각하셨겠지. 망나니들 뒤처리 좀 하는 걸로 얻을 수 있는 과실이 풍족했을 테니까. 돈도 돈이고. 김의원과의 끈도 유지할 수 있고. 그리고 실제로 지금껏 잘 해오셨어. 이런 쉬운 일, 실패할 리 없다는 자부도 있을 것이고?”

“패배자의 변명이란 구차한 법이지. 강형사님, 폭행치상 피의자입니다. 원한으로 인한 범죄이니 재범의 우려가 높습니다. 고아이므로 도주할 염려도 있겠군요. 구속함이 합리적 조치라 보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강형사가 당황했다.

“···어어. 구속영장은 청소년한테는 어지간해선···.”

“서장님이 ‘사리에 맞게’ ‘빨리 처리하라’ 지시하신 건입니다. 불복하실 셈이십니까?”

“아니, 뭐. 그런 건 아닙니다만···.”

“증거 있습니다.”

마지막은 내가 한 말이었다.

그때 마침 이두한이 유치장에서 어슬렁 걸어 나오고, 어줌마가 이산가족 상봉하는 텐션으로 아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편에선 축포가 터지고 있고, 이쪽에선 살을 에는 듯한 고요가 감돌았다.

그러나 이내 김송헌과 진 변호사가 픽 웃었다. 궁지에 몰린 자의 마지막 발악··· 그렇게 보였던 걸까.

“추하구만. 하기야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부정하는 거야말로 어린애의 특권이다만···.”

“새빛길3로 33-31 비산빌딩 303호. 거기가 이놈들 아지트입니다. 구성원이··· 어디보자. 김송헌, 이두한, 최재철, 박인하, 공두익, 그리고 자잘한 놈들 몇몇. 김송헌을 주축으로 한 바이크 모임인데요, 얘들이 좀 악질입니다.”

“······.”

내가 말한 게 15초 정도 됐나.

그 짧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송헌과 진변호사의 낯빛이 3단계를 걸쳐 변질됐다.

처음엔 의문, 그 다음엔 경악, 마지막으로 위기감까지.

“바이크만 타면 됐을 걸, 꼭 한 번씩 날치기를 하더라구요. 딱히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재미로요. 그래서 걔들은 훔친 것들은 팔지 않고 꼭꼭 모아뒀습니다. 일종의 전리품, 모험의 증거물인 겁니다. 그럼 어떨까요? 실내에서도 장갑을 끼진 않았을 테니, 거기엔 주모자들의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있지 않을까···.”

“헛소리 집어치워!!”

김송헌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버러지 같은 놈···! 하. 네놈이 그런다고 뭐 달라질 거 같으냐?! 해봐. 어디 해보라고. 재주껏 꿈틀거려봐라. 그냥 밟아버리면 그만이니까! 네놈은···!”

“강형사님. 저거 증거인멸하려는 거 같은데. 안 막아도 되나요?”

“으···응?”

진변호사가 휴대폰을 귀에 붙인 채 어딘가로 다급히 향하고 있었다.

잔머리 쓰기는.

김송헌이 시선을 끈 사이에 진 변호사가 아지트로 가서 깨끗이 청소. 순식간에 그런 역할분담을 나눠서 행동에 돌입한 것이었다. 과연, 한두 번 손 맞춘 게 아니다 이건가.

그러나 내가 지적을 해줘도 강형사는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뭐, 이럴 줄 알았지만.

“별로 상관없지만. 안 그래도 배달 올 시간이 됐거든요.”

“···응? 뭐라고? 배달?”

경찰서 입구, 퇴장하는 진 변호사와 교대하듯이 들어오는 순경 한 명. 그는 두 손 가득 몇 겹의 증거물 박스를 들고 끙끙거리며 들어왔다.

그리곤 우리 앞까지 와서 툭 내려놓았다.

어찌나 많은지 박스 높이가 앉은 눈높이까지 올라왔다.

“오셨네요. 수고하셨어요.”

“···아, 너무 많아서요. 다 챙겨오느라 혼났습니다. 하하.”

권익 순경이 땀을 닦으면서 뿌듯하다는 듯 웃었다.

강형사는 이제 거의 혼절할 듯한 몰골이었다.

“야 권익이. 이게 다 뭐냐···?”

“네? 증거물이요. 증거물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닙니까? 그래서 다 가져왔는데요.”

“···아이고 권익 이 눈새 같으니···. 또 일 저질렀네···.”

“네에? 제가 뭘 잘못한 겁니까?”

증거물 박스 안에는 샤넬이니 프라다니 하는 여성백들이 가득했다.

저 중 절반이 짭이라는 건 그다지 중요치 않다. 백이라는 게 중요하다. 여성들에게 백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패션을 넘어선 그 무언가, 자존감이자 생의 원동력, 보다 깊이는 제2의 자기 자신이지 아니한가···.

그러므로 저것은 단순한 증거물이 아니다.

한이 서린 여성들의 원혼인 것이다!!

따라서 난 비단 퀘스트 때문만이 아닌, 대한민국 인구 절반의 염원을 받들어 이 잡놈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려야만 했다.

여성의 적, 김송헌이 왈왈 짖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다 무효야!!”

“뭐래는 거야.”

“무단침입해서 들고 나온 거잖나! 경찰이 그래도 돼?! 영장도 없이 사람 집을 마구 뒤져도 되느냐고?!”

“무단침입은 자식아, 뭐가 무단침입이야. 다 집주인 허락 받고 들어간 거구만.”

“···뭐야?”

“그 집, 최재철 큰누나 거잖아. 물론 재철이랑 너네들이 편히 쉬라고 놔둔 집이지. 근데 그분은 너희들이 도둑질하고 다니는 건 모르시던데? 알려드리니까 아주 반응이···.”

“······.”

“뭐 그렇게 된 거다. 이 기회에 크게 혼내라고 그러시더라고. 집주인이 그리 말하시는데 어쩌겠어? 그렇게 해야지 뭐.”

현기증이라도 나는지, 김송헌이 휘청거렸다.

“···너 그걸 다 어떻게··· 안 거지? 첩자라도 심어놨나?”

“첩자는 뭔 시벌. 거기가 뭐 대단한 데라고. 하여간 자의식 과잉은 알아줘야 돼.”

“그럼 어떻게!!”

“글쎄다. 맘대로 생각하시지.”

어떻게 알았겠냐. 회귀했으니까 알지.

전생에 네놈 밑에서 한창 시다바리짓 할 때. 그땐 니들 아지트까지 빵셔틀 시키고 아주 지랄들을 하셨잖아?

이제 지 꼬붕이라고 완전 맘 놓았던 거겠지. 내가 있는데도 있는 말 없는 말 다 늘어놓고 지들끼리 낄낄대고.

기억 안 나냐? 아 기억 안 나겠군. 회귀는 나만 했으니까.

반칙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세상이 그래. 너도 알잖아? 사는 게 참 좆같이 불공평한 거. 평생 그 덕 보고 살았으니까 모를 수 없을 텐데?

꼬우면 니도 회귀 하든가.

“···그런다고 뭐 바뀔 거 같냐···?”

김송헌이 음산하게 날 노려봤다.

난 해맑게 웃어주었다.

“글쎄, 해봐야 알겠지.”

“그래, 한 방 먹었다는 건 인정해야겠군. 그런데? 그게 뭐? 내가 그거 하나 못 막을 거 같아? 그런데 너는? 오늘 일로 너는 빨간줄 하나 긋겠지. 상해죄로. 아. 무고죄도 하나 추가되려나?”

“······.”

“기대해. 아주 피를 바싹바싹 말려버릴 테니까!”

나는 그 말에 답하지 않고

그냥 주머니 안에서 메모리카드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게 뭘까?”

“···무···.”

“그렇게 너희를 잘 알고 있는 내가, 이두한이 액션캠 찍고 있었다는 건 몰랐을까? 저놈이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미리 챙겨놨었···.”

“너 이 자식···!!”

김송헌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그때 원장선생님의 등이 보였다. 사태를 보고 계시다, 낌새를 눈치 채고 바로 김송헌을 막아 세운 것이었다.

경찰서가 순식간에 부산스러워졌다.

“학생, 진정하지.”

“너···! 그거 내놓지 못해?! 으아아!”

아무리 서장이 편의를 봐주라 했다 한들, 서에서 난동피우는 걸 형사들의 자존심이 용납할 리 없다.

방관적 태도이던 형사들이 심각한 표정이 되어 일어서고, 순경들이 헐레벌떡 뛰어와 김송헌의 몸이며 손발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난 여유롭게, 메모리카드를 강형사에게 건넸다.

“여기 모든 정황이 다 들어있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제대로 찍혔다면 오여사님이 걷어차이는 모습까지 나오겠네요.”

“···학생, 나한텐 증거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게 말이죠, 방금 생각났네요. 아하하···!”

“······.”

왜 이렇게 김송헌이 발작하는가.

바로 이것이 그가 권력을 유지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패거리에게 놀거리를 제공하고, 그 놀이를 함으로써 발생될 모든 리스크로부터 지켜준다.

왕따를 괴롭혀도 뒤탈이 없고,

날치기를 해도 검거되지 않고,

맘껏 날뛰어도 우린 절대적으로 안전하다!

그런 안도감이야말로 그가 무리를 통제하는 주된 수단이다.

그런데 김송헌의 놀이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면?

거기 놀이공원 바이킹에서 누가 떨어져 죽었다더라, 그런 얘기가 나돈다면?

그럼 이 중2병 환자의 말을 따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사실 이두한을 보내버리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어줌마의 헛소리를 듣고 있을 필요도 없이 순삭해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몸에 스민 이완용의 경험들이 날 제지했다.

기다려.

사냥과 정치의 미학은 기다림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타이밍이었다. 시류만 잘 타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게 정치였다.

그러므로 난 일부러 김송헌이 경찰서에 출두하길 기다렸다. 거드름 피우는 걸 방관했다. 자기 패를 다 털어놓으며 심취해있는 걸 감상해주었다.

무대 위 모든 배역이 모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김송헌의 무능함을 입증해보이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음에도 속수무책. 역량미달.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전개. 마지막으로 치욕스러운 퇴장까지.

그리고 이 모든 꼴을 이두한이 본인 눈으로 직접 목격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두한에게 매우 감사했다.

오늘 그놈과 만난 건 천운이었다. 날 [눈치]의 재능에게 인도해주었고, 그도 모자라 김송헌에게 반격할 기회까지 안겨주지 않았는가.

이제 법으로 두들겨 맞으면서, 김송헌의 무능을 만천하에 증언하는 것까지가 네 역할이다.

끝까지 분발해주길 바란다, 친구.

“···어. 진짜네. 캠에 다 찍혀 있잖아? 이런 미친···. 범죄 저지르면서 그걸 직접 찍는 미친놈이 어딨어···?”

강형사가 메모리카드를 확인했는지 어처구니 없어했다.

“그동안은 좋은 방어막이 있었나보죠. 안전불감증? 그런 거 같습니다. 어쩌면 과시적 행동일 수도 있겠네요. 본인의 모험을 직접 기록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그 옆에서 같이 영상을 확인하던 권익 순경도 코멘트를 남겼다.

그의 분석이 그럴듯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으아아아! 이한열!! 이한열 너 이자식···!!”

차마 수갑까지 채우진 못하겠는지, 순경들은 김송헌을 그냥 경찰서 밖으로 추방시켜버렸다. 멀어지는 김송헌에게 나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두한과 어줌마는 얼싸안은 자세로 얼어붙었고

오여사께서는 그런 그들에게 다가가 쌍심지를 켜고 한마디 하셨다.

“걷어차인 거 고소 날릴 테니 그렇게 아세요. 그 좋아하시던 증거까지 있으니 우리 ‘교양 있게’ 갑시다. 알았죠?”

오여사의 뒤끝과 함께 퀘스트 완료 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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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이완용의 눈치] : 퀘스트 달성!

- 제법 괜찮은 스프라이트 샤워였다. 그러나 아직 미숙해.

- 청색카르마 200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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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생을 했는데 꼴랑 200이라니···.

누가 이완용 아니랄까봐.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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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연옥과 지옥 - 5 > 끝

ⓒ 달의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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