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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자꾸 늘어-23화 (23/164)

< 7. 완용의 법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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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들를 골동품점과 미술관이 많았지만, 최근 나는 근처 체육관을 들르며 적색 계열 탤런트를 수탐하는데 몰두했다.

그간 몸 쓰는 재능은 후순위로 여겼지만,

[대퇴부]를 얻고 그 효능을 체감하다보니 이게 또 꿀이다. 그냥 꿀이 아니다. 개꿀이다.

난 원래 몸이 약한 편이다.

전생에 강부장이 한창 무협지에 심취했을 무렵 내 별명이 ‘비기빈천’이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이 명호는 사실 비실·기절·빈혈·천식의 약자로, 구음절맥에 이어 천하 2대 약골이라는 쓸데없이 구구절절한 설정이 붙어 있었다.

어쨌든.

[미다스의 손]이 정의하는 재능이 신체능력까지 포괄한다면 만성체력부족인 체질도 벗어던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생긴 것이다.

체지방률이 15%이상인 자는 인간을 자처할 자격이 없다며 자꾸 땀 빼는 퀘스트만 던지는 엄복동 선생 때문에라도 [심폐] 재능 정도는 얻어놔야겠다는 판단도 있었고.

뭐만 하면 빌빌대다 나자빠지는 몸뚱이는 이제 질색이었다.

물론.

지금 난 탤런트만 찾고 있는 건 아니었다.

“···송학선생?”

“예, 혹시 아시는 분 아닌가요?”

체육관 관장이 수염으로 덥수룩한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뭐하는 사람인데?”

“무술하시는 분이요. 천무도 택견이라고···. 이 근처 계신다는 건 아는데, 따로 도장이 있거나 하진 않네요. 혹시 체육인끼리는 아시는 바가 있는가 해서.”

“택견이라, 택견···.”

웅얼거리던 관장이 손가락을 탁 튕겼다.

“아, 알겠네. 그 미친 양반.”

“미친··· 양반이요?”

“맞아맞아. 그런 이름이었던 거 같네. 이 근방에선 유명했거든. 21세기에 도장깨기 다니는 정신 나간 할배. 여기도 와서 한참 깽판치다 갔었지. 와, 그때 진짜 진상이었는데.”

“···여긴 복싱 체육관 아닌가요.”

“내 말이. 현판도 없는데 뭘 깨겠다는 건지 원. 그 양반은 왜?”

“그냥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어지간하면 엮이지 않는 걸 추천한다만. 굳이 만나고 싶으면 저기 회종산 공원에 가봐. 그 양반 도장도 없어서 거기서 살다시피 하는 것 같던데.”

회종산이라.

그리 멀지 않다.

감사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회종산은 사실 산이라기보다 둔덕에 가깝고, 그나마도 공원은 중턱에 있어서 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송학선생을 찾는 건 그것보다 더 쉬웠다.

아니.

외면하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뽐내고 계셨다.

“허잇허잇! 허이이잇! 허차허차! 흐엇흐아차!”

양다리를 번갈아가며 제자리를 뛰는데 그 발놀림이 실로 공기처럼 가뿐했다.

그런데 상체 쪽은 반대로 태풍이 일고 있었다.

팔을 쫙 펴고 도끼를 찍듯 정면을 후렸다가 그 관성 그대로 휘돌려 다시 그 행위를 반복한다. 그것도 양손 모두. 어찌나 빠른지 잔상이 남을 정도였다.

훙훙훙-

난 사람한테서 선풍기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나 그 모든 신체 행위를 압도하는 것은 단연 그의 목청이었다.

“흐랏차아 읏차! 흐이엇차!!”

산책 중이던 개가 참을 수 없는 수상함을 간파하고 마주 짖어댔다.

그러자 송학선생은 그에 질 새라 더더욱 사자후를 뿜었다.

결과는?

괴멸적인 대민폐.

밤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거의 도망가다시피하며 공원을 떠났다.

매일같이 온다는데 왜 아직 소음공해로 신고가 안 들어갔는지 미스터리였다. 나오는 공무원들마다 족족 사자후로 기절시켜버린 걸까? 음. 뭔가 설득력 있다···.

나는 그가 수련을 마치길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몇 십 분 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고르는 그에게 다가가 음료와 수건을 건네었다.

“···음? 오오, 호의에 감사를 표하네, 소년.”

개량한복에 말투까지 조선 스타일이었다. 이 아저씨 컨셉 진짜 이상하네···. 그러나 나는 내색하지 않고 빙긋 웃어주었다.

“예. 수련하시는 거 잘 보았습니다. 택견인가요?”

“택견이 아닐세. 택견은 그저 놀이문화일 뿐, 진정한 의미의 무술이 아니지. 천무도는 옛 실전무예인 수박에 기원을 두고 있다네···. 어때, 관심 있는가?”

전혀 관심 없다.

“예, 흥미롭네요. 좀 더 알려주시겠어요?”

“오오.”

“??”

“오오오!”

“···왜, 왜 그러시죠.”

“요새도 이런 싹수 있는 젊은이가 남아 있었다니! 한국 무도계의 홍복이로다! 알려드려야지! 암! 알려드려야하고 말고! 수박이란 말일세, 고려시대부터 중흥한 실전무술로···.”

이 할아버지, 쉬워도 너무 쉽잖아.

사실 수박이건 참외건 아무래도 좋고 꿍꿍이는 다른 데 있음을 안다면 저 수도로 내 머리를 쪼개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만큼은 열심히 장단을 맞춰드렸다.

물론 제대로 들었단 건 아니고, 고개만 신나게 끄덕였다는 소리다.

회종산을 내려오고, 시내로 들어와 한적한 골목길을 지나고, 이윽고 내가 찾던 어느 ‘장소’에 도달할 때까지.

‘···찾았다.’

시각은 밤 11시 13분, 내가 아는 시간과도 일치했다.

허름한 굴다리였다.

가로등이 멀고 달빛도 가리워 이곳의 빛은 힘없이 희뜩였다. 바람도 어쩌다 들어왔다 붙잡혔다는 느낌으로 윙윙 불었다. 신음하는 바람 소리 외에는, 온 세상이 정체된 듯 고요했다.

며칠 뒤 여기서 일어날 일을 예고하듯이, 음산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이 천무도란 몽골기마와의 싸움조차 대비하고···.”

“아, 선생님.”

“···응. 으응? 왜 그런가?”

“선생님은 여기 매일 오시나요? 금요일에도?”

“그럼. 천무도는 늘 정진해야 하는 무술일세. 쉬는 날 따윈 있을 수 없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전 여기서 길이 갈라져서요. 그만 돌아가 봐야겠네요.”

“으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직 천무도의 진수는 시작도 하지 않았거늘!!”

“오늘만 날인가요. 다음에 또 뵈면 되죠.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니 소년. 소녀어언!!”

TMI에 시달린 고막을 보호하기 위해 잽싸게 튀었다.

[엄복동의 대퇴부]가 감사할 정도로 힘써 주었다.

■■■

1학년 3반의 학생들은 생각했다.

며칠 전부터, 이한열과 김송헌이 이상하다.

물론 그들은 원래부터 이상했다.

면도날에 손이 피투성이가 되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놈과, 손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뒤에서 조장하고 그걸 또 즐기는 놈, 둘 중 어느 쪽을 더 정상으로 쳐줘야 할지 좀 아리까리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냥 둘 다 이상한 놈이란 카테고리에 분리수거를 해두는 편이었다.

그런 이상한 놈들이 한 번 더 이상해졌다.

그럼 두 배로 이상해졌나? 그게 아니라는 게 작금의 미스터리 포인트였다.

이제 3반 학생들은 ‘미친놈이 한 번 더 미치면 정상인이 되는가’란 주제로 진지하게 고심하기 시작했다.

우선 김송헌.

김송헌이 얌전해졌다.

평소엔 존재감 어필에 사활을 걸었다는 느낌이었다.

돈을 써서 간식을 풀고, 왕따라는 유흥문화를 만들고, 아비의 권위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모두가 그 일환에 불과했다.

반의 분위기는 본인이 주도해야 한다, 여기엔 어떤 강박마저 느껴졌다.

그랬던 김송헌이 며칠 째 쥐 죽은 듯이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있다가, 쉬는 시간이면 꼭 어딘가로 사라졌다. 최근 며칠은 조퇴까지 해서 숨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요컨대 관심종자가 관심을 포기했다. 그건 개가 짖는 걸 마다하고 생선이 헤엄을 멈춘 거나 다름없었다.

김송헌의 존재론적 자기부정을 보며 학생들은 어떤 신화적 비극마저 느끼고 있었다.

두 번째로 이한열.

사실 이 케이스가 더 심각했다. 김송헌은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관심종자도 가끔 관심이 귀찮을 때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한열은 아니다.

이쪽은 아예 사람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걸 가장 먼저 느낀 건 김선기라는 이름의 남학생이었다.

선기는 다한증이었다.

다른 곳은 평범한데 유독 손발에 집중적으로 땀이 나는 체질이다. 좀 불편해도, 사실 사는 데는 별 문제없는 속성이다.

비극은 여자친구가 생기면서부터였다.

“어우 난 땀 많은 거 질색. 냄새 나고 축축하고. 으으. 난 그래서 콘서트도 못 가잖아. 다른 사람 땀 묻을까봐. 개극혐-.”

땀 혐오를 드러내는 여자친구에게 선기는 솔직하지 못했다.

개극혐. 이 세 글자가 그의 혀를 봉인했다. 사실을 말하면 그 단어가 자신을 향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그는 데오도란트와 손수건을 상시 지참했다. 5분 이상 손을 잡지 않는다는 철칙도 세웠다.

그러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으니.

가방을 지하철에다 두고 내린 것이다. 교과서 몇 개야 괜찮지만, 데오도란트와 손수건도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이제 곧 수업이 끝나면 여자친구가 올 것이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환히 웃으며 손을 잡겠지. 그리고 그 얼굴 그대로 “개극혐!”을 외치며 결별을 선언할 것이다.

비극을 예견한 그의 손에 맹렬한 기세로 땀이 맺혔다.

결국 수업이 끝나버리고, 하얗게 불태운 표정으로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책상 앞에 뭔가를 턱 내려놓는다.

데오도란트와 손수건. 그리고 쪽지 한 장.

올려다보니 이한열이 씩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 보이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선기는 머리 위로 후광을 흩뿌리는 예수의 모습을 보았다. 이한열은 멍한 표정의 선기를 뒤로 한 채 묵묵히 자리로 돌아갔다. 남자는 입이 아니라 등으로 말하는 법이었다···.

나중에 확인한 쪽지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신경 쓰는 건 좋은데 너무 구애받지 말 것. 보니까 네 여자친구도 땀이 많은 체질이더라. 그걸 들키는 게 부끄러워서 네 앞에서 센 척 한 거야. 따라서 진솔하게 대화해 보는 걸 추천함.

그러고 얼마 후 결국 서로가 서로한테 딱 걸리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선기는 이한열의 조언을 떠올리고 말을 잘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비 온 뒤 땅이 굳듯, 그렇게 둘의 사이는 더욱 건실해졌고,

다음날 선기는 한열의 머리 위로 더욱 강렬해진 광휘를 보았다.

아아 빛, 그저 빛.

이한열이 왕따라는 건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예수님도 박해받지 않았는가. 그렇다. 성인이란 고통 받는 자다. 가시밭 위에서 우민을 짊어 업는 자다. 고난은 그들의 비천함이 아니라 더없이 높은 고결함의 증거다.

이한열은 단지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을 뿐···.

-같은 망상과 비약의 콜라보레이션이 김선기의 뇌를 절이고 있었다.

이건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비슷한 일은 그 외에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이할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에 딱딱 개입해가며 학급원들에게 호감도를 적립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김선기 한 명으로 시작했지만,

며칠 후엔 순식간에 불어나 학급 절반이 그에게 크고작은 도움을 받았다.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생색내지도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선의를 툭툭 건넸다.

관심을 구걸하지 않는 관심종자와

타인을 구원하는 왕따.

이제 학생들은 이 요지경 같은 상황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기대 반 공포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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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흘리는 남학생에게 이온음료 하나를 툭 건넸다. 놈은 얼굴을 구겼다.

“자 이거.”

“···뭐야. 뭔 착한 척이야. 재수 없게.”

“안 먹으려면 버려도 돼. 간다.”

“시크한 척은, 병신이.”

자리로 돌아가면서, 나는 기억 속 데이터베이스에 정리된 놈의 이력을 좀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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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현우

성별 : 남

특징 : 땀이 많아서 물을 자주 섭취함. 이온음료 성애자. 나태한 성미. 해갈욕구와 귀찮음이 대립할 때는 대개 후자를 선택. 따라서 그가 목이 마른데 음료가 떨어졌을 때를 공략해보자.

성격 :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오는 타입. 낯을 가림. 사교성 중하.

인간관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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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란에 ‘약간의 츤데레성’을 추가했다.

이현우는 내 도움이 달갑지 않은 양 굴었지만 속으로는 고마워하고 있다. 내 [눈치]를 속일 수는 없지. 널 훌륭한 츤데레로 임명하마.

“아 쫌 빌려달라고오! 빌려주면 뭐 닳냐?!”

“너 빌려주면 험하게 쓰잖아! 저번 과학 노트는 거의 시궁창에 빠뜨려서 왔더만?!”

“···시궁창이 아니라 커피 좀 쏟은 거야···.”

“어쨌든 볼 수 없다는 점은 같지. 안 돼. 그리고 나도 보고 공부해야 된다고. 중간고사 얼마나 남았다고.”

“이씨··· 치사하게···.”

눈물을 글썽이는 여학생에게 필기노트를 건넨다. 그녀 역시 고운 표정은 아니다.

“···뭐야. 이게 뭔데?”

“내 필기노트. 나름 잘 정리해뒀으니 볼 만할 거야.”

“뭐··· 뭐니? 나 그렇게 싼 여자 아니거든?!”

“누가 뭐래냐. 난 다 외웠으니까 너 가져. 버리든지 말든지.”

“흐흥! 누, 누가 고마워할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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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은하미

성별 : 여

특징 : 날라리와 모범생의 경계를 드나듦.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의외로 오타쿠. 본인은 잘 숨겼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친구들은 다 눈치 깜. 나도 깜.

성격 : 꼼꼼하지 못하고 덜렁이는 성격. 까칠한듯하나 친해지면 다정다감. 사교성 중.

인간관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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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오타쿠 아니랄까봐 모니터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츤데레 반응이었다.

맙소사.

이 학급엔 왜 이리 츤데레가 많은 거지.

이 학교 커리큘럼엔 정치학원론이라도 있나. 솔직해지면 꼬투리 잡아서 파멸시킬 의사로 만만인 정적이라도 하나씩 있는 건가?

사실 이유는 알고 있다.

방관했든 동조했든, 왕따에 조금씩은 관여했다는 죄책감이 그들을 솔직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다.

철면피 속성이 아닌 바에야, 내 선의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만은 없겠지.

난 상관치 않았다.

“······.”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실제 정치판에 비하자면, 학교라는 환경이야말로 [눈치]를 적극 활용하기에 적격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이 좁은 공간 안에서 부대끼며 사는 것이다. 그들의 말투. 숨소리의 결. 특정한 행동. 모든 게 이 안에 모인다.

그리고 난 그것들을 해석해낼 지식과 요령, 그리고 감각까지 소유했다.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있어도 질 높은 정보가 내 안에 쌓인다. 지금의 나라면 이 학급의 인물관계도와 감정의 등고선 따위는 나노미터 단위로 그려낼 수 있었다.

좀 과장하자면, 이 1학년 3반에 한해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

‘···옛날이었다면 이런 귀찮은 짓 따윈 하지 않았겠지만.’

역시나, 이완용의 경험을 흡수한 뒤로 생각이 달라졌다.

예전의 나는 반 학생들 전체를 적으로 봤다.

가해 당사자들.

장난질에 은근슬쩍 가담했던 것들.

힐끔힐끔 날 흘기며 은근히 즐겼던 것들.

눈앞의 불의를 외면했던 것들.

그런 부류들을 뭉뚱그리면 이 반에서 무고할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정치가의 눈으로 보면 저 구분법은 엉터리다.

내가 하려는 게 감정의 배설인가?

아니다.

이건 정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쟁政爭이다.

고립 상황을 타개하고 아군을 끌어들여 적의 진지를 함락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전쟁에서 피아식별은 엄정해야했다. 감정은 한 톨도 들어가선 안 된다.

자칫 잠재적 아군에게 오인 사격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되므로.

‘정치학개론 : 완용의 법 첫 번째. 적과 아군을 구분하라.’

김송헌이 ‘날치기 사건’을 수습하느라 정신없는 이때, 나는 최대한 많은 우호세력을 확보해 두어야 했다.

물론 현재로선 그들이 아군이 될지, 아니면 자기합리화에 성공해 끝내 적군으로 남을지는 정해져있지 않다.

그러나 괜찮다.

저들 중 단 몇 명.

극히 일부라도 내 쪽으로 돌아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김송헌 따윈 그 정도로도 깔아뭉갤 자신이 있었다.

< 7. 완용의 법 - 2 > 끝

ⓒ 달의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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