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금빛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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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굣길에 윤정희와 대면했다.
“이따가 우리 회사에서 직원들이 올 거야.”
“그분들한테 인계하면 되는 겁니까?”
“응. 그리고 내일이랑 모레, 시간 다 비워뒀지?”
“학교 수업만 빼면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직장 체험이라는 식으로 출결 처리가 될 거야. 실제로도 이틀간 우리 회사 ‘청소년 인턴’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알아두고.”
“인턴이면 급여도 나와요?”
“인턴이 무슨 돈이니. 네 커리어 쌓이는 건데 그냥 고맙게나 생각해.”
“우왓. 그 드물다는 젊은 꼰대가 바로 여기에.”
“까분다. 그럼 내일 봐. 내일 올 땐 정장 갖춰 입고. 정장은 있지?”
“넵. 내일 봬요.”
그렇게 윤정희는 멀어지는데, 그 뒤를 따라야하는 전상진이 어쩐 일로 머뭇거린다.
뭐지 싶은데, 눈치를 엄청 보면서 내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얼굴이 비장한 것이 과연 심상치가 않았다.
“저, 한열아.”
“뭘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말하냐. 왜, 사랑고백이라도 하게?”
“어어?! 어떻게 알았어?”
“······.”
전상진은 자기 소리에 본인이 놀라서 움츠러들었다.
설마하니 나한테 고백한다는 소린 아닐 테고.
아하,
그런 건가.
“배윤하?”
“···으응···.”
“호오.”
배윤하 이 자식 능력 좋은데. 소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함락해버린 거야. 이 정도면 페로몬으로 정맥주사 꽂은 수준 아니냐. 난 진심으로 감탄해버렸다.
“음. 축하해? 잘 해보렴? 힘내? 파이팅? 어떤 표현이 좋을지 모르겠네. 어쨌든 응원할게.”
“아니, 그게 아니라···.”
“응?”
우물쭈물.
그는 숨을 짧게 쉬었다. 가쁘게 감정이 오가는 호흡이었다. 내 [눈치]는 그가 숨과 숨 사이에 흘린 자취를 빠르게 읽어냈다.
“왜, 도와줄까?”
“···그래줄 수 있어?”
“친구 사이에 뭘 이런 거 가지고.”
“한열아아아···.”
거의 울기 일보직전인 상진이의 머리 위에 뭔가 글자가 비친 듯도 하였다. [호구력 +1 강화]
“근데 내가 도울 게 있어? 그냥 만나서 데이트하고 놀고 그래. 걔 노는 거 엄청 좋아해. 아, 나한테 준 식당 멤버십 선물하면 아주 자지러지겠는데.”
“음. 그건 좀. 상의 없이 아무한테나 막 뿌렸다고 아빠한테 혼났거든···. 아, 네가 아무나라는 건 아니고.”
난 픽 웃었다. 그 사람들 눈에는 아무나가 맞겠지.
“그리고 너 때는 그래도 명분이 있었으니까 내 재량으로 됐는데. 윤하는 그게 아니잖아. 내가 좋으니까 주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래? 음. 잘 모르겠네. 그럼 연락해서 만나봐 그냥.”
“그게 말이야. 너랑 셋이 같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둘이만 있으면 뭔가 이상하게 혀도 굳는 거 같고 막···. 하여튼 그래.”
“······.”
아오 이 답답한 시끼. 그럼 어쩌란 거야. 내가 니들 데이트 할 때마다 가서 치어리딩을 해줄 수도 없잖아.
그럼에도 나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고객관리는 철저해야지.
“너 부활동 하는 건 있냐?”
“아니 없는데. 학생회 하기에도 빠듯해서···.”
“자식아. 사랑을 쟁취하려면 빠듯한 시간도 쪼개서 써야지. 배윤하 하는 부활동 따라가서 많든 적든 같이 시간을 보내. 달라붙어 있어야 정도 들고 그러지.”
“그럼 너도 같이 가줄 거야?”
“뭐, 이름 정도는 같이 올려줄게.”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한열아!”
전상진이 내 손을 붙잡고 흔들어대다, 순간 탁 멈추며 얼굴을 굳혔다.
“···근데 윤하 남자친구··· 없겠지?”
“내가 알기론 없는데.”
“그치?”
또 바보처럼 웃는다. 그것도 모르면서 고백한답시고 설친 거냐.
으유, 얘도 참 정말···.
근데 아마 없긴 할 거다. 고백이야 수도 없이 받았겠지만 전부 거절한 걸로 알고 있다.
이유야 간단.
한 남자에 구애받으면 인맥 형성과 유지에 타격을 입으니까. 그럼에도 어장 관리처럼 보이지 않는 게 바로 배윤하의 능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가 전상진이라면 그 철벽 원칙을 깰 수도 있겠지. 그만한 메리트가 있으니까.
“어서 가봐. 회장님 기다리신다.”
“응! 알았어! 진짜 고마워! 한열아!”
난 저만치 멀리서 전상진을 기다리고 있는 윤정희를 보며 생각했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
전상진과 배윤하가 남녀사이가 된다면 어떨까. 학생회장이란 직책 외에 전상진 전용 해충구제 업자로서 투잡을 뛰는 분이 있음을 나는 익히 알았다. 배윤하에 대한 첫인상이 도둑고양이라면 나로선 최상의 결과다.
‘빨리 사귀어라. 윤정희가 경계할 수 있도록.’
그런 의미에서 난 둘의 큐피트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전상진과 윤정희가 내 시야에서 멀어지고, 몇 분 기다리고 있으니 중형차 하나가 교문 앞에 섰다.
남자 둘이 차에서 내리더니 내게 다가왔다.
“아, 네가 한열이구나? 와, 이런 데서 유명인을 다 만나네. 반갑다. 난 선기물산 이창희 대리. 잘 부탁해.”
“예, 안녕하세요. 이한열입니다.”
“바로 출발하···. 야!! 중립으로 놓고 내리면 어떡해 이 븅딱아!!”
가만 보니 국산 중형차가 내리막을 타고 절찬리에 후진하고 있었다.
남자는 화들짝 놀라서 차로 돌아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서 몇 번 헛손질을 하고, 본인이 잠금을 해뒀다는 사실을 깨닫고 키를 꺼내다 떨어뜨린 뒤, 주우려다 헛디뎌 넘어져버리는 연속 콤보까지 달성하며 꼴사나움의 절정을 이룩했다.
차는 저편의 화단까지 도달해 트렁크를 콩 박고 멈췄다.
다행히 경사가 완만해 어디 망가지진 않았지만, 그게 저 남자의 체면에 플러스가 되진 않을 것 같다.
“···아오. 저 화상···. 내가 못 살아. 미안. 못난 꼴을 보였네. 쟤가 신입사원이라서. 네가 좀 이해해.”
“예, 저는 괜찮아요.”
진짜 괜찮다. 외려 나는 저 남자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전생의 내가 신입사원 때도 딱 저 수준으로 무능했으므로···. 내겐 그를 비웃을 자격 따윈 없는 것이다.
난 남자에게 다가가 몸소 일으켜주었다.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시구요?”
“으응. 고, 고마워. 이상하다. 분명히 파킹에다 놨는데···.”
“그랬으면 저게 저기까지 굴러갔겠냐? 빡퉁아? 으휴, 널 어쩌냐 진짜. 업무 스트레스도 모자라서 내가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가며 일을 해야겠냐? 어?”
“죄,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시정해야지. 안 하면 나란히 저승 가게 생겼는데. 아님 그거냐? 나랑 같이 가려고 각 잡은 거야? 말해봐. 너 황천길 동호회 우수 회원이지. 나 강제 가입시키려고 지금 수 쓰는 거지. 안 그럼 이거 설명이 안 되는데. 이 정도의 멍청함이 세상이 존재할 리 없는데.”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자식아. 그 말은 엄마 뱃속에서 튀어나올 때부터 달고 나왔냐.”
그 뒤로도 이 대리는 젊은 사원을 오랜 시간에 걸쳐 성심성의껏 갈궈댔다. 혼이 담긴 갈굼이었다.
어쩐지 익숙한 기분에 나는 아련함마저 느꼈다.
“저, 그만 가시죠. 어두워지는 거 같은데.”
“어어, 그래. 넌 이따 가면서 보자.”
“···예, 대리님.”
대리는 사원의 운전을 불신하면서도 그에게 또 운전을 맡겼다.
그것이 쓴말을 하면서도 후배를 믿고 맡기는 배포인지, 아님 운전하면서 갈구면 위험하므로, 그러니까 갈굼 편의적 이유로 조수석을 택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에 걸겠다.
“야. 너 군대는 갔다 왔다고 했나?”
“예, 나오긴 나왔습니다.”
“그건 또 무슨 애매한 말이냐. 나왔으면 나온 거지. 병장제대 아니야?”
“음, 아뇨. 이등병 때 십자인대에 부상을 입어서 의가사제대를···.”
“뭐야 이등병 제대냐! 내 그럴 줄 알았지. 폼이 딱 그러더라니까. 애송이의 아우라가 막 풍기는 게···. 어휴. 말해 뭐해. 그러니까 이제부터 너는 이등신이다.”
“예? 이등···신이요?”
“이등병인데 등신이야. 그러니까 이등신. 머리도 존나게 큰 게 중의적 의미까지 딱이네. 모든 징후가 널 그렇게 칭하고 있어. 이건 운명을 넘어 더 나아가 우주가 그걸 촉구하는 수준이지. 젠장. 난 너무 시적이라 탈이야. 아무래도 직장을 잘못 고른 거 같다. 그러니까 네가 뭐라고?”
“···이등신입니다아···.”
“목소리가 너무 작잖아! 이등병 티 내냐! 다시 한 번. 뭐라고?”
“이등신입니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건 너무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미숙한 점이 있어도 따끔하게 한 마디 했으면 됐지. 그래도 한참 어린 내가 보고 있는데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인신공격이라면 드레스덴 폭격과 나가사키 원폭을 합친 수준으로 받아봤던 나로서는 저게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난 슬쩍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너는 이 자식아···.”
“저기, 근데 사원분이랑은 통성명을 못 한 거 같아서요. 그래도 앞으로 같이 다녀야 될 거 같은데···.”
“아, 그랬나? 내가 감정이 복받쳐서 깜빡 했네. 그럼 둘이 인사 해.”
“저는 이한열이라고 해요. 이틀간 청소년 인턴을 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어어, 그래 반가워. 나는 강민재라고 하고, 선기물산에는 얼마 전에 입사해서 사실 너랑 크게 다를 것도 없어. 이틀 동안 잘 지내보자.”
“예. 그런데···.”
뭐라도 말을 이어나가려는데 정체불명의 위화감에 입술이 굳었다.
뭐지? 강민재.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어디서였지? 고개를 갸웃하며, 룸미러를 통해 신입사원의 낯을 살펴보았다. 저 얼굴도 분명 어디선가···.
아.
으아!?
‘강부장이잖아!!’
난 화들짝 놀라서 그만 지붕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전생의 내 직장상사가 여기 있었다!!
세상 뭐 이렇게 좁아!!
어쩐지 갈굼 패턴이 익숙하다 싶더니 여기서 배워서 나한테 써먹은 거였냐?!
그에게 잠시나마 닿았던 연민이 산산이 박살나는 게 느껴졌다. 난 뛰는 심장을 가다듬으며 어설프게 웃었다.
“아아. 그러시구나. 예에, 안전운전하세요.”
“음? 뭐 더 할 말 없어?”
“예. 하시던 말씀들 계속 나누세요.”
더 정확히 말하면, 이제 끼어들지 않을 테니 계속 갈구세요, 라 해야겠지.
얄궂지만 어쩔 수 없다.
회귀자로서 나는 세상에 미치는 나비효과를 경계해야만 했다. 그렇다. 강민재 사원이 강부장이 되고 시나브로 꼰대로 진화해가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순리. 그걸 감히 뒤틀 권리가 내게 있는가···.
말인 즉슨,
강민재가 까이는 것은 이미 운명을 넘어 더 나아가 우주가 그걸 촉구하는 바로서, 난 세상의 의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 갈굼의 수레를 멈추지 않기로 하였다.
음.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논리였어.
“우회전! 우회전 새끼야! 너 좌파냐? 막 좌경화의 유혹을 느끼고 그래? 왜 자꾸 왼쪽으로 가고 지랄인데?!”
대리의 악담과 신입사원의 식은땀이 우주적 필연을 이루는 가운데 중형차는 어찌어찌 목적지에 도착했다.
골동품점 <혜선>의 앞이었다. 오여사 님이 이미 가게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한열이 왔어? 이분들은 누구셔?”
“아. 이번에 저랑 일하시는 분들이에요. 선기물산 직원분들.”
“아하. 어서 와요. 이리 안쪽으로.”
우린 오여사 님의 인도를 따라 가게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때 띠링-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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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야 너 지금 부활동 하는 거 있지?
-배윤하 : 어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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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에 보내둔 문자의 답장이 이제야 돌아온 것이었다.
근데 말이 좀 이상했다.
잠시 생각을 거치고서야 의미가 짐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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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뭐야. 너 부활 여러 개 하냐?
-배윤하 : 다섯 개.
-나 : 미친. 넌 정녕 그림자 분신술이라도 쓰는 게냐.
-배윤하 : (째려보는 이모티콘)
-나 : 그래서 뭐뭐 하는데? 소상히 말해보라.
-배윤하 : 왜. 알아서 뭐하게.
-나 : 따라가서 괴롭혀주려고.
-배윤하 : ㅡ.ㅡ 껒여.
-나 : 농담이고. 나도 이제 부활동 하나 들려는데, 아는 사람 아무도 없으면 뻘쭘할 거 같아서. 너 있는데 따라 들어가게.
-배윤하 : 아 왜. 오지 마. 니가 오면 기껏 빌드업해둔 내 이미지 다 망가진단 말이야.
-나 : 상진이도 같이 갈 거임.
-배윤하 : 연극부. 야구부. 문예부. 사회토론부. 영화연구부.
-나 : 겁나 많이도 하네. 야구부는 또 뭐냐.
-배윤하 : 거기 미모의 매니저가 이 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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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상진이에게도 문자를 보내 이중에서 원하는 곳이 있는지 물었다. 답을 기다리는 와중에 창고에 도착했다.
오여사께서 안쪽에서 기타 케이스처럼 기다랗게 생긴 목함을 꺼내 우리에게 건넸다.
“제지로 된 족자나 그림들은 돌돌 마는 것보다 이렇게 쭉 펴두는 게 보관에 좋아. 유리로 된 액자보다 이쪽이 더 그럴싸하지? 솜씨 좋은 나무 장인한테 부탁해서 짜온 거야.”
“그럼 돈 꽤 들었겠네요? 얼마예요? 제가 낼게요.”
“넣어둬. 서비스서비스.”
“아, 감사합니다. 매번 신세만 지네요.”
기다란 목함 뚜껑을 열자 주원장의 친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바로 내가 준비한 필살기.
난 젠린에 이걸 선물하고 호의를 살 생각이었다.
홍무제 주원장이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황제인가 하면 물음표가 남지만, 전무후무한 자수성가의 표본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없이 높이 평가받는다.
젠린그룹의 왕회장도 문화대혁명의 혹독한 시기를 꿋꿋이 버티고 자수성가한 인물이니, 이 선물을 반기리라 확신했다.
옆에서 보던 이대리가 혀를 내둘렀다.
“이건 진짜 치트키네 치트키.”
“예, 중국인들이니까 더더욱 그렇죠.”
꽌시关系라 해봐야 별거 있나. 걔들은 체면을 중히 생각해서 받은 거 이상으로 베푸는 걸 생명처럼 여긴다.
선물 주고받으며 얹고 또 얹다 보니 결국엔 서로의 목숨도 얹어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게 꽌시가 아니겠는가.
이 값어치에 맞는 대가가 돌아오리라 나는 믿었다.
난 뚜껑을 닫고, 목함을 통째로 이대리에게 건넸다.
“모레까지 잘 보관해 주세요.”
“여부가 있나. 우리 회사 명운이 걸린 일인데.”
그렇게 둘을 송별하고 나도 돌아가려는데, 골동품점 안쪽에서 못 보던 빛깔이 흘러나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어, 오여사 님. 골동품 새로 들어온 것들 있어요?”
“응? 맞아. 알아보겠어? 이번에 괜찮은 놈들로 업어왔지. 어때?”
“···좋네요.”
정말 좋다.
특히나 한창 찾아다니던 보라색 탤런트가 있다는 점이.
나는 찬란한 빛깔을 뿜어대는 옥비녀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음음.”
오랜만에 느껴보는 지라 한창 여운을 즐기고 있는데, 마침 핸드폰이 띠링 울려서 나를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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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진 : 나 아무 거나 좋아! 네가 괜찮은 곳으로 들어가자.
-나 : 그래? 그럼 야구부는 어떠냐.
-전상진 : 야구 좋지. 나 중학교 때는 타자도 했었거든. 너도 야구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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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앞에 떠오른 문자열을 쓱 훑으며 중얼거렸다.
“방금 잘하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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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어느 무명 투석꾼의 투석](Rank C)을 습득했습니다.
- 이 탤런트는 던지고, 날리고, 맞히는 행위에 관한 재능에 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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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알맞은 때에 알맞은 재능이 등장했다.
어쩐지 앞으로의 일이 순탄히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9. 금빛 - 4 > 끝
ⓒ 달의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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