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자꾸 늘어 56화>
10. 냉정과 열정 사이 - 7
“혹시 나도 좀 그려 줄 수 있습니까?”
정장을 세련되게 차려입은 노신사가 거기 서 있었다.
나는 반가웠다.
일단 남녀 세트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반가웠다. 여기엔 염장에 절여져 외로운 꼴뚜기 젓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굉장한 이점이 있었다. 커플 망해라.
“네에, 앉으세요. 원하시는 스타일 있으십니까?”
“……화가님한테 맡기죠. 근사하게 그려 주십시오.”
“그럼 캐리커처 말고 초상화로 가겠습니다. 본판이 훌륭하시니 그대로 담아내고 싶네요. 십 분에서 이십 분쯤 걸립니다.”
“예. 천천히 해 주시죠.”
본판이 훌륭하다는 건 빈말이 아니었다.
젊었을 적에도 잘생겼을 테지만, 지금은 세월의 멋이 주름에 단정히 맺혀 있었다.
체구는 평범했지만 보고 있자면 뭐랄까, 수면 위의 빙산을 보듯, 보이지 않는 어떤 거대함이 자꾸만 어른거렸다.
어디서 본 거 같은 기분도 드는데…….
어쨌든.
순수하게 그리고 싶은 욕심이 나는 사람이었다.
이런 욕심을 자연스레 떠올린 것도 역시 [미학]의 영향이겠지. 난 거스르지 않고 흐름에 흔쾌히 휘말렸다.
슥슥. 연필이 노인의 모습을 붙잡아 캔버스 위에 조금씩 올려 두었다. 슥슥.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기 시작했습니까?”
“처음 그렸을 때요? 글쎄요. 대충 다섯 살부터였던 것 같은데.”
거짓은 말하지 않았다.
물론 그 다섯 살부터 바로 어제까지 한결같이 불쏘시개를 창조해 왔다는 사실만 살짝 숨겼을 뿐.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도 거짓이 아니었다.
장민욱이 자신의 미술적 재능을 깨달은 것이 다섯 즈음이었다.
“그렇군요. 사실은 저도 미술을 하는 아들내미가 있습니다.”
“그러세요? 이거 참. 너무 비교하지는 말아 주세요. 아들분이 당연히 더 뛰어나겠지만요.”
“아닙니다. 제 그림은 잘 그려 주지 않아서요. 아니, 제가 민망해서 못 그리게 합니다.”
“왜요?”
“옛날엔 그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게 못마땅했습니다. 못 그리게 했더니 집을 나가 버리더군요. 저도 화나서 그냥 나가라고 해 버렸죠.”
“그, 그러셨군요.”
뭐야. 왜 갑자기 얘기가 진지하게 진행되는 건데. 괜히 불편하게시리.
……근데 이거 어디서 들은 내용 같은데?
“사별한 아내도 미술을 했었습니다. 녀석도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재능이 꽤 있었어요. 하지만 녀석이 그림을 그릴 때마다, 자꾸만 생각이 나서, 그때는……. 그래요, 그냥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 순간 그림을 그리는 손에 탄력이 붙었다.
그동안은 뭐랄까, 무거운 옷을 입고 선을 긋는다는 느낌이었다. 당연하다. 억지로 경험치만 끌어 올렸을 뿐, 몸뚱이와 지식은 여전히 싸구려 이한열제製.
우수한 재능과 충만한 경험으로 페널티를 까고 강행했을 뿐인 것이다.
근데 지금은 위화감이 많이 덜어졌다.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하는지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나도 이제는 알아챘다.
“후회하셨습니까?”
“후회했지요. 많이……. 아주 많이. 그래서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아들이 그림으로 돈벌이를 한다는 곳에 찾아갔습니다. 충동적이었어요. 가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막상 도착하니 미아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다가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한 채 근처만 서성거렸죠. 그러다 일을 마치고 나온 아들 녀석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안부를 말하자니 계면쩍고, 호통을 치자니 염치가 없고, 그렇다고 침묵하자니 목구멍이 너무 간질거렸던 그 아비는, 결국 남들이 하던 말들을 빌려 와 말했다.
-나도 좀 그려 줄 수 있겠습니까, 화가님.
그리고 그 화가는 역시나 모든 손님들에게 그러했듯 정성들여 초상화를 그려 주었다.
이십 분이 걸렸다.
수년간 얼굴도 보지 않은 두 부자가 화해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이십 분이면 충분했다.
“이대로 그림을 액자에 끼워 걸어 두면 감동 실화가 완성되는 건데……. 이게 참, 술만 먹으면 제가 실수를 하는 타입이라 말이죠. 술김에 그림을 그만 잃어버린 겁니다. 참 나. 술 깨고 산통도 깨고 숙취에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그날은 정말…….”
노인은 그날이 생각났는지 허허 웃었다.
“근데 그걸 다시 그려 달라고 할 수도 없잖습니까? 젊은이들 표현대로 하면 뒷북이다 이겁니다. 잃어버렸다고 말하면 또 체면이 그렇고. 그래서 나만 아는 곳에 숨겨 두었다고 하니, 아들놈이 또 눈치가 귀신이라 다 알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전 아니라고 뻗대고. 그러다 보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아들이 그려 준 초상화 하나가 없네요……. 하하.”
“아쉽네요. 좀 더 솔직해지셨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러네요. 나이를 먹어도 그게…… 참 힘듭니다. 솔직해진다는 거. 마음의 뚜껑이라는 게 말이죠, 그 위에 뭔가가 자꾸만 쌓입니다. 아무도 아닌 사람한테는 쉽게 열 수 있는데, 정작 이것저것 많이 쌓인 사람한테는…… 열리지가 않아요.”
“……그렇습니까.”
“예, 그렇지요.”
“다행이네요, 제가 아무도 아닌 사람이라서.”
“예에? 아아, 그런 뜻은 아니고…….”
“농담입니다.”
“젊은 양반이 그 참……. 놀리는 재주가 있으시네.”
노신사의 웃음은 마치 고여 있다 어딘가로 스며드는 듯이 울렸다. 참 멋진 웃음이라 나도 따라 웃어 보았다.
그리고 그즈음 그림이 완성됐다.
===
!업적 임계치에 도달했습니다!
- 보상으로 황색 카르마를 200p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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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는 그림 하단에 ‘kairos’라는 서명을 남겼다.
* * *
-오늘 잡아야 된다.
“……정말로 합니까?”
-시벌. 그럼 정말로 하지 반말로 하냐.
“일단은 두고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위험부담이…….”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더는 안 되겠다. 뭘 파도 나오는 게 없어. 데려와. 직접 조져서 물어봐야 내 마음이 좀 풀리것어.
“……아,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근데 너 왜 목소리가 떨떠름-하냐? 왜? 꼽아?
“아닙니다, 형님. 지금 통화 상태가 영 안 좋습니다.”
-그렇지? 여기가 산속이라 그렇다. 니미럴. 공기 맑으면 신호 끊기는 건 국룰이냐. 신호 통하면 이젠 미세먼지가 내 폐를 아작 내고. 이 시부럴 헬반도는 도대체 중간이 없어.
“잘 쉬고 계십니까? 어서 돌아오십쇼, 형님. 아우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뭐여? 나 요양차 여기 온 거 모르냐?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알아? 이런 니미럴. 거기 올라가서 미세먼지 다 빨아마시고 뒈지라 이거야?
“아, 아닙니다. 형님. 그저 뵙고 싶은 마음에.”
-끊어! 이 새끼야. 이한열이 못 잡으면 연락도 하지 말어.
뚝-.
통화가 끊기자마자 김득칠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
구수한 이름과 불량품 같은 낯짝 때문에 멍청할 거란 오해를 받지만, 사실 김득칠은 대단히 영리한 사람이었다.
특히 상황 판단이 빠르다. 다른 파벌에 있다가 이길재 라인으로 빠르게 갈아탄 게 그 증거였다. 생존 본능과 위기 회피 능력으로는 조직 내에서도 손꼽힐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는 이길재의 신임을 못 얻었다.
이길재는 김득칠의 유능함은 인정했지만, 동시에 그 유능함이 두려워 그를 자꾸 시험하고 위기에 몰아넣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한열을 지금 잡으면, 마기철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런데 정말 무고하면? 이한열을 족쳐도 아무것도 안 나오면? 도리어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는 거다. 그게 염려되어서 계속 조사만 하고 직접적인 행동은 삼간 게 아닌가.
근데 지금 굳이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이유는 뭔가?
뻔하지.
‘이한열이 문화재를 합법적으로 팔아치우려니까.’
그래서 돈이 통장에 찍히고 국세청에 신고 되면 더 건드리기 힘들어지니까.
욕심만 많은 이길재 새끼가 그걸 어떻게든 뺏어먹으려고 무리수를 던지는 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근데 직접 무리수를 던지기 싫으니, 대신 김득칠에게 던지라고 떠넘기고 자긴 병을 핑계로 도망간 것이다.
잘못되면 깔끔하게 꼬리 자르고 모른 척하려고.
‘……개새끼 진짜……. 확 재낄 수도 없고.’
문제는 까라면 까야 되는 지금 상황이다.
이길재의 조직 내 입지는 탄탄했다. 이미 한 번 배신한 이력이 있는 몸, 김득칠로서는 이게 독배라는 걸 알아도 들이켜야만 하는 처지였다.
김득칠은 담배를 꼬나물고 욕설을 삼켰다.
“득칠 형님. 진짜로 합니까? 일단 애들 대기는 시켜 놨습니다만…….”
“……해야지. 머리 날라가는 것보다 꼬리로 잘리는 게 낫다. 그나마. 뭐, 잘될 수도 있으니까…….”
“예에.”
“사람들은 다 내보냈냐?”
“예, 공사한다고 말하고 다 내보냈습니다. 입구에 팻말도 세워 놨구요.”
“관리인 같은 게 있으면 골치 아플 뻔했는데. 그것만은 다행이네.”
“언제 덮칠까요?”
“해 떨어지고, 가로등에 불 켜지면.”
“예, 알겠습니다. 애들 대기를…….”
“니네 다 뭐 하는 놈들이냐?”
그때 그들 뒤편으로 평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이밍과 어조가 지나치게 자연스러워서 하마터면 폭력업에 종사한다고 친절하게 대답해 버릴 뻔했다.
초로의 남자가 노을을 등지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뉘슈?”
“내가 먼저 물었잖냐.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건 어디서 배워 먹은 말버릇이야?”
“아니 시벌 장난하나……. 에이 씨. 그냥 가쇼. 우리가 오늘 바빠서 정신 나간 노인네까지 상대해 줄 시간 없으니까.”
“왜 관람객들을 내보냈나. 너네가 무슨 권한으로.”
“난 모르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니까. 그러는 아저씨는 뭔데 참견이야?”
“나 여기 관리인이다.”
“……뭔 소리야. 여기 관리인 같은 게 어디에 있어.”
“무료로 드나들게 해 놓으니까 여기 주인도 없는 줄 아나? 이곳은 통째로 LS그룹의 소유다. 난 유일한 책임자고. 말하자면 너희 같은 날파리들을 치우는 게 내 일이지.”
“아나, 시작하기도 전에 푸닥거리하게 생겼네…….”
그러나.
목을 우드득 꺾으며 노인에게 다가가는 부하를 보며, 김득칠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고작 노인일 뿐이지 않은가?
그러나 김득칠은 자신의 감을 신뢰했고, 이유 없는 불안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짧은 생각 끝에 불안의 이유는 찾아냈다. 여전히 이해는 안 되는 이유였다.
‘근처에 애들을 쫙 깔아 놨는데, 저자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정신을 차린 순간 부하 놈은 순식간에 제압되어서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보이지도 않았다.
“……뭐, 뭐야.”
“회장님 주변을 얼쩡거리는 버러지들은 참 오랜만인데 말이야.”
이재익 실장.
UDT 특전단 출신. 부상으로 전역한 후, 장건철 회장에게 발탁되기 전까지 개차반 인생을 살던 그는,
사실 지금도 살짝 개차반이었다.
다만 이제는 성격을 드러낼 때를 신중히 고르는 것뿐.
“오랜만에 손맛 좀 볼까.”
* * *
“……음. 가격이 너무 싼 거 아닌가요?”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아서 말이죠. 그때 그 가격으로 받아야 하는지라.”
“……??”
장건철 회장은 영문 모를 말을 하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전혀 닮지 않았다.
닮지 않았는데…….
묘한 부분에서 확 찌르고 들어오는 면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 장건철은 건네받은 그림을 보다 하단에 적힌 서명을 발견했다.
“……카이로스라.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리스 신화에서 시간을 의미하는 신이죠. 크로노스가 절대적이고 장구한 신이라면, 카이로스는 한 국면, 결정적인 순간, 찰나의 기회를 뜻합니다.”
“그렇군요. 그런 예명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까?”
“사람은 모두 징검다리를 건너뛰듯 시간을 보내죠. 틈 없이 모든 순간을 살아 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건 예술가도 마찬가지죠. 다만…… 예술가는 그 징검다리에 잠깐 멈춰 서 이것 좀 보라고, 여기 재미있는 게 있다고, 모두에게 외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
“모두가 지나치는 찰나를 포착해 의미를 끄집어내는 것. 그것이 예술이고, 그래서 카이로스죠.”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좋은 예명이네요.”
그래.
민욱이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말을 하는 이런 점이, 이렇게나 닮은 선을 쓰는 작풍이, 연필을 쥐고 흔드는 팔과 어깨의 모든 모양새가,
마치 살아 돌아와 말을 거는 것처럼…….
그런 거니.
이 아이는 영원을 꿈꾸던 네가 이 세상에 심어 낸 씨앗이니.
표정이 무너질 것만 같아 장건철은 입 안쪽 살을 꾹 깨물었다.
“그림, 고맙습니다.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아이고.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장건철은 서류 가방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소년에게 건네었다.
“……이건?”
“카이로스 예술 축제입니다. 올해 분야가 어떻게 될지는 미정이지만 곧 공지에 뜰 겁니다. 전 학생이 여기 꼭…… 출품을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학생이라면 입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카이로스라. 제 예명과도 같네요.”
“운명 같지 않습니까?”
“……예, 그러네요. 일단 염두에 두겠습니다. 선생님은 여기 관계자이신가 보죠?”
“글쎄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그럼 다음에.”
“예, 조심히 가세요.”
이 정도면 꽤 신비감 있게 잘 전달됐겠지?
이미 다 뽀록났다는 걸 모르는 장건철은 그렇게 자평하며 마지막까지 신비로운 뒷모습을 연출하려 애썼다.
공원 입구에 도착한 그는 묘하게 시원해 보이는 이 실장과 경광등을 빛내는 경찰차들 그리고 줄줄이 연행되는 남자들을 발견했다.
“……이게 다 뭔가?”
“아, 회장님. 좋은 시간 되셨습니까?”
“자네 또 누구 팼나?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는구만.”
“에이, 패다니요. 벌레 좀 때려잡은 겁니다.”
“몸 좀 사리게. 자네도 이제 나이가 있잖은가.”
“나이가 있으니까 더 움직여야지요!”
“그래. 자네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다 해, 아주.”
그들을 태운 검은 세단이 공원을 떠나 다시 도시의 불빛에 뛰어든다. 장건철 회장은 뒷좌석에 몸을 나른하게 뉘이며 말했다.
“그래서? 그자들은 뭐였나?”
“잘은 모르겠습니다. 근데 분위기가 회장님을 노린 건 아닌 거 같더군요.”
“……그래?”
“연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그 소년이 목표가 아닐지. 뭐, 경찰이 어련히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장건철 회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는 소년에게 받은 그림을 들었다.
“……잘 보면 미숙한 점이 보인단 말이야.”
“그림 말입니까?”
“그래. 선이 거칠고 불균등해. 비례감은 좋고 표현도 훌륭한데 기초적인 부분에서 미숙함이 보여. 마치…… 거장이 초짜의 몸에 들어간 듯한? 아니, 놀라운 재능의 초짜가 거장을 따라 한 듯한? 음. 잘 표현이 안 되는군.”
“그냥 재능이 엄청난데 경력이 얼마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다섯 살 때부터 그렸다고 했는데?”
“본격적으로 그린 건 최근인가 보죠.”
“그런가?”
“그래서, 별로 마음에 안 드십니까?”
마음에 안 든다?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기술적인 면이 들쑥날쑥이라 신기했을 뿐이었다.
장건철 회장이 나른하게 웃었다.
“아니, 내 보물 중 하나가 될 거 같네.”
“……그렇습니까. 그럼 가는 길에 액자 가게에 들르겠습니다.”
“그러지. 아, 그리고 그 소년에게 경호원 몇 명 붙여 두게. 감시는 말고, 보호 차원에서. 신상 좀 조사해 보고. 어떤 떨거지들이 미래의 거장에게 달라붙는지는 알아 둬야지…….”
“알겠습니다.”
그는 그림을 무릎 위에 올려 두고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오늘은 술을 안 해서 다행이군.”
이제 막 고개를 내민 별들이 시야에 점점이 박혀 왔다. 그리운 그날이 생각나는 밤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