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이 자꾸 늘어-91화 (91/164)

<재능이 자꾸 늘어 91화>

11. 반격 - 10

빡-!

오늘 있을 수십 번의 스트라이크 중 첫 번째가 터지는 소리였다.

남자가 피분수를 방사형으로 흩뿌리며 뒤로 넘어간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던 누군가가 깜짝 놀라 멈췄다. 아마 옆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겠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 드렸다.

두 번째 짱돌이 남자의 의식을 끊어 냈다.

빡-!

‘……손발의 감각이.’

감각이 예민했다.

지나가는 산들바람조차 꼬리에 면도칼을 달아 둔 듯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말초신경을 파고들고 더 깊은 안쪽까지 헤집었다. 아플 정도로 세상이 선명했다.

이건 재능의 영역이 아니다.

총론 <고급>은 탤런트 원주인의 최전성기를 재현하는 기능.

수십, 수백 번, 사로를 거듭해서 넘어 본 자의 경험이 세상의 악의를 날카롭게 감지해 내고 있었다.

“덤벼.”

혀가 내 것이 아닌 말들을 튕겨 냈다.

발이 가볍게 스냅을 쳐 올리자 빈손에 또 다른 돌덩이가 장전됐다.

즉각 던진다.

팍-!

금번의 투척은 정확히 목젖을 때렸다. 호흡이 차단된 남자는 경련하는 목을 긁다가 거품을 물고 주저앉았다.

‘……정신 차려.’

이를 악물었다.

까딱 잘못하면 죽여 버릴 것만 같다.

[투석]의 경험이란 곧 살인의 기억들.

수없이 전장을 넘나든 남자의 손끝에는 일격필살의 버릇이 배어 있었다.

정신을 놓는다면 한 번의 투구에 한 구의 시신이 만들어지겠지.

하지만 안 된다.

죽여선 안 돼.

깡패 목숨도 다 똑같이 귀하다는 생각 따윈 없다. 다만 놈들에게 여론의 동정표가 갈 일말의 여지도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뭐, 당하는 입장에선 차라리 죽고 싶을 테지만.

달리 말해, 내 염려 사항이라곤 그것밖에 없었다. [투석]의 성능에 대한 불신은 손톱만큼도 남아 있지 않다.

또 던졌다.

“끄아아악!!”

피가 튀고 쇄골 하나가 주저앉고 또 한 놈의 깡패가 전투 불능이 됐다.

“포위해!!”

“흩어져! 흩어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사방에서 달려들란 말이야!!”

내가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투석꾼의 경험이 내 발을 잡아끌었다.

포위되면 끝이야. 숲 속으로 끌어들여라. 장애물을 이용하고 거리를 만들어.

놈들이 날 잡을 수 없다면 무조건 내 승리다. 나로선 알 리가 없는 정보들이 내 척수를 자극하는 듯했다.

나는 달렸다.

“도망친다!!”

수풀이 발밑을 스쳤다.

나뭇가지들이 이마를 긁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장애물이 튀어나오고, 울퉁불퉁한 발밑은 매 순간 발목 관절을 위협했다.

그럼에도 기이할 정도로 몸이 가볍다. 땅 위에 새겨진 거친 파도들, 내 발은 그 험한 굴곡 위를 마치 서핑을 하듯 치고 달렸다.

그럴 수밖에.

언제나 숫자에서 열세였던 투석꾼의 전장은 평지보다 산속일 때가 많았을 테니까.

“こいつ! 速い!”

[엄복동의 대퇴부]가 우월함을 뽐내며 거리를 가일층 벌렸다. 그리고 일단 거리가 벌어진 이상 날 어쩔 수 있는 자는 없다.

달리면서 돌을 위로 차올리고, 그걸 실시간으로 잡아채는 데까지 한 호흡, 그리고 몸을 뒤틀고 표적을 확인하고 투척하는 일련의 과정이 또 한 호흡에 행해졌다.

빡-!

또 한 놈 침묵. 그러자 그 옆을 뛰어오던 놈이 화들짝 놀라며 널찍한 소나무 뒤에 숨는다.

소용없지.

돌은 줍는다. 쥐는 것만으로 돌의 무게와 생김새, 무게 중심을 파악, 투척의 궤적까지 단번에 계산해 냈다.

팔을 휘두른다. 거기에 팔과 손목 관절을 뒤틀면서 최종 순간에 강한 스냅을 더한다.

돌은 바깥쪽으로 크게 꺾이며, 소나무를 우회해 그 뒤쪽의 조직원을 강타했다.

뻐억-!

어깨를 맞은 모양. 충격에 떠밀려 살짝 삐져나온 놈의 턱을 노리고 두 번째 투구를 바로 뿌렸다.

이번엔 바로 명중하고 기절.

“ちくしょう! この野郎!”

누군가 날 따라 한답시고 돌을 던져왔다.

무게감이 없는 투척이었다. 돌은 완만한 포물선 운동을 하다가 저 앞의 바위를 맞추고, 용케 내 앞까지 튀어 올랐다. 난 그것을 잡아채서 되돌려 드렸다.

빡-!

또 한 명 클리어.

“후우…….”

숨을 고른다.

한 번의 호흡에 근육이 짧은 휴식을 마친다.

스르륵 눈을 감는다. 한 손에는 역시나 돌멩이 하나. 나는 고막을 활짝 개방해 사방의 소리를 받아들였다.

[어느 피아노 조율사의 예민한 청각]

[투척]의 주인도 귀가 좋은 편이었지만, 장담컨대 [청각]의 재능만큼의 예리함을 갖추진 못했다.

압도적인 경험과 놀라운 재능의 시너지는 과연 강력했다.

숲을 울림통 삼아 들려오는 ‘사르륵’, ‘절그럭’ 소리들에서 바람과 인기척을 구분해 내고, 동시에 발소리들의 위치와 거리까지 가늠해 낸 것이었다.

난 놈들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읽어 내고, 순식간에 모의 전투까지 머릿속에 굴렸다.

눈을 뜨고 다시 발을 옮긴다.

좌측으로 둥글게 선회.

교전 소리를 듣고 오는 놈들의 옆구리를 노리고,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저기 있다.

장애물에 가려 보이지는 않아도, 풀을 밟는 소리와 부주의한 인기척은 그의 위치를 생생하게 밝혀 냈다.

바로 돌에 회전을 먹여 던진다. 풀숲에 빨려 들어간 돌덩이가 비명 소리를 짜냈다.

끄아악!

“くそ! どこだ! 貴様はどこにある!!”

한 번에 침묵시키진 못했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다.

좋아.

그렇다면 다들 모여라.

비명 소리를 이정표 삼아 열심히들 움직여라.

때마침 장소가 괜찮다.

내 쪽이 고지대에, 덤불이 많아 은폐하기 쉽고, 더불어 위치를 읽기에도 용이하다. 장애물이 많지만 극복할 방법은 많다. 저쪽은 아닐 테지만.

요컨대 개미굴 작전.

그리고 난 그 자리에서만, 모여드는 7명을 추가로 잠재우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   *   *

“곧 있으면 전멸하겠는데?”

장이화는 멀찍이서 망원경을 통해 접선 현장을 관망하고 있었다.

그렇다.

관망이었다.

동부파의 비수라 불리는 남자였으나, 장이화는 저 난장판에 끼어들 의지가 티끌만큼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구경하는 쪽이 더 재밌을 것 같았으니까.

-뭐라도 해! 그러라고 네가 여기에 온 거잖나!!

물론 이길재는 길길이 날뛰었다.

“내가? 아닌데?”

-……그게 무슨!

“난 두목이 가 보라고 해서 와 봤을 뿐이야. 여기서 어쩔지는 내가 결정하는 거고. 그리고 난 구경하기로 결정했어. 여기에 뭔가 문제라도?”

-조직 배반 행위다!! 좋게 봐줘도 태업이고! 개자식. 위원회에 네 개짓거리를 다 보고할…….

“소리 좀 지르지 마. 생각해 봤는데, 아저씨 고함 좀 무서운 거 같아. 내가 막, 어이구 오금이 저려서 꼼짝 못 하는 거지. 그래서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준 거야. 미안. 어쩔 수가 없네. 아저씨 책임도 있으니까 그러려니 해.”

-미친놈 아니야 이거?

“많이 들어 본 소리네……. 좀 더 참신한 어휘를 부탁해. 식상하다고.”

수화기 저편으로부터 들려오는 통렬한 신음 소리를 들으며, 장이화는 흰 마스크 밑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입가를 긁었다.

-이딴 새끼가 빨간 마스크라니……. 조직의 전설적인 해결사란 말은 다 허언이었나?

“응. 허언증 갤러리에 올려도 될 각.”

-내가 앓느니 죽지…….

하지만 비관할 것도 없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전투는 뻔한 결말로 끝날 것이다.

‘숲을 전장으로 삼은 건 옳은 선택이었지만……. 그럼에도 혼자서는 역부족이지. 당연한 소리지만, 원맨쇼의 한계다.’

일본 측은 서둘러 유물을 챙겨 몸을 빼고 있었다.

덜 끝난 협의는 덜 끝난 채로 놔두고.

당연하다. 그들은 이 밀회가 발각되더라도 동부파만큼의 타격은 없다.

이 경우엔 오히려 일본 정부의 특기를 발휘할 수 있겠지. 그들만큼 한국 내 여론을 잘 무시하는 집단은 드무니까.

따라서 물건만 챙겨서 떠나면 그만이라는 결론은 합리적이었다.

결국, 숲으로 빠진 인원을 제외하고도 아직 스무 명가량이 차량 호위에 붙어 이동 중이었다.

이들은 막지 못하면 이 난리를 피우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어어? 언제?”

어느새 갈취된 밴 하나가 오프로드를 거칠게 가로지르더니, 일본 대열의 중앙에 범퍼를 성대히 박아 넣었다.

꽝-!!

세 대의 차가 두 그루의 나무에 얽혀 교착되고, 타이어는 애꿎은 흙더미만 헤집으며 공회전을 거듭했다.

“우왓!! 이런 신박하게 미친놈을 봤나-!!”

장이화는 망원경에 눈알을 박아 넣을 기세로 현장 상황에 빠져들었다.

그의 탁월한 전투 감각이 상황의 맥을 단숨에 짚었다.

“애당초 이게 목적이었군……. 숲 쪽에 병력을 유인해서 가둬 두고, 그 틈을 타 본인은 밴을 탈취, 본대를 직접 습격한다. 이건가? 발상은 괜찮군.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전제가 따른다.

이미 그들의 중앙에 진입한 상태.

아까처럼 원거리의 이점을 살릴 수는 없게 됐다. 적극적으로 막아서는 입장이므로 유인책도 불가.

결국 결론은 하나다.

혼자서 저 수십 명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 이건 자살 행위에 불과하다.

“……재밌어지는데. 어디 한번 날뛰어 봐라. 꼬마야.”

광기어린 미소가 그의 입매를 길게 찢었다.

*   *   *

“역시 계산은 완벽했다.”

다섯 대의 밴이 서로에게 맞물려 움직일 수 없게 하기 위해 수학적인 설계가 필요했지.

교착 상태의 차를 버려두고 하차할 즈음, [투석]의 시간에도 끝이 찾아왔다.

흑백의 세계에 색이 물들고, 날카롭던 감각이 점차 먹먹해지면서 몸에 탈력감이 찾아들었다.

괜찮다.

뭔가가 사라진 게 아니라 보통의 나로 돌아왔을 뿐이니까.

“미친 조센징이. 죽으려고 돌아왔군.”

밴에서 야쿠자들이 주르르 내렸다. 손을 어떻게 쓰기도 전에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사방에서 수십 개의 사시미에 겨눠지는 경험은 전생까지 통틀어도 처음이었다.

인상 깊어.

“죽을 생각 따윈 없어.”

“물론 그렇겠지. 생각이 없어도 죽을 때는 다 죽는 거란다. 꼬마야. 얌전히 목을 내밀면 고통 없이 보내 줄 거라 약속하마. 이래봬도 난 인도적이거든.”

이름이 카토라고 했던가.

사시미를 흔들거리며 접근하는 그에게선 상당한 강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그러나 난 그를 보지 않았다. 단지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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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임계치에 도달했습니다!

- 보상으로 황색 카르마를 700p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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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1603년의 상황을 거의 그대로 재연했으니 꽤 풍족한 카르마를 보상 받으리라 예상했다.

이로써 황색 카르마의 잔량은 2,130p.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난 가방에 손을 찔러서 준비해 온 유물을 꺼내 들었다.

“칼로 무슨 급소를 찌르든 다 겁나 아프게 뒈지거든? 뭔 선심 쓰는 척을 하고 있어?”

“……내 마지막 자비를 저버렸구나. 조센징. 억울해하지는 마라.”

“웃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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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서초패왕 항우의 역발산기개세](Rank B)를 습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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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말단에 스미는 묘한 충족감.

눈앞을 가득 메우는 금빛을 만족스럽게 응시하면서 나는 말했다.

“이제부터 자비를 베푸는 건 나다. 야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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