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자꾸 늘어 93화>
11. 반격 - 12
* * *
“……결국 오늘 경매는 공쳤잖니. 허탈해서 힘이 다 빠지네. 뭔가 아침에 잔뜩 힘주고 온 게 바보 같아졌어.”
“그런가요?”
“그렇지! 그리고 한열이 너! 오늘 경매 잘될 거 같다며? 그래서 저녁 비싼 거 사 준다며? 근데 이게 다 뭐니?”
오 여사님의 소박한 불만에 나는 그저 웃어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오늘 경매는 성공적이었다. 단지 내 성공의 기준이 물건 팔아 돈 버는 데 있지 않았을 뿐이다.
열도를 들쑤셔서 유물의 몸값을 올린 것도.
이길재가 그걸 훔치도록 유도한 것도.
그래서 결국 독이 든 미끼를 집어삼켜 빈사 직전으로 내몬 것까지, 모두 계획대로 다 이루어졌다.
돈으로 환산하지 못할 일을 유물 단 두 점으로 해냈다.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비싼 부대찌개 사드리잖아요. 1인당 9천 원이라니. 수제 소시지를 썼나 뭐 이렇게 비싸?”
“어휴. 경매장 바꾸자고 떼를 쓸 때부터 막았어야 했는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니?”
“뭘 어떻게 해요. 경매장 옮기고 새로 경매 올려야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음. 이거 맛은 있네요.”
“넌 참 속도 좋다. 이 판국에 밥이 넘어……. 음. 음음? 음? 진짜 맛있네?”
“의외의 맛집 발견.”
오 여사님은 따듯한 저녁 한 끼에 금방 기분이 풀렸지만, 그대로 넘어가긴 억울하셨는지 식사보다 비싼 디저트 가게로 날 끌고 가 내 지갑을 박살 내셨다.
단 것들을 쓰게 삼키며, 난 오늘 있던 일을 상기했다.
사건 직후, 오후 경매는 취소 내지 연기됐다.
당연하겠지.
이 일로 L옥션 측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메인 하이라이트가 될 상품이 분실도 아니고 아예 바꿔치기 됐다.
사건 전후가 어떻든 저렇게 허술한 경매장을 신뢰할 고객은 없겠지.
‘L옥션은 전생에서도 꽤 오랫동안 이길재의 돈줄이었지. 이참에 망해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디저트까지 조지고 나오는 길.
내 위치는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내게 녹음기를 들이밀었다.
이쯤해서 몰려올 거라 짐작은 했었지.
-……도난 사건의 피해자로서 심경이 어떠십니까?
당연히 상쾌하다.
-가해 세력인 조직 폭력배에 관해 짐작 가는 바가 있으십니까? 도난 이전에 협박과 회유의 과정은 없었습니까?
전에 몸담던 직장이다.
LS그룹의 비호가 없었다면 협박이야 몇 번이고 당했겠지.
-……일본에선 ‘당연히 훔쳐서라도 빼앗아 왔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건 발생하고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여론이 생겼겠냐마는, 솔직히 답한다면 그런 여론이 더 들끓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반일 감정이 더 격렬해질 테니까.
물론 상기 속마음들은 싹 지우고, 나는 지친 피해자의 얼굴을 전면에 띄웠다.
“……전 수익금 절반을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에 기부하려고 했습니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죠. 만약 낙찰된다면 십중팔구 일본의 돈일 테니, 응당 피해자 분들을 위로하는 데 쓰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입이 트이자 기자들이 조용해졌다.
“한국인이라면 다 공감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 것 같군요. 사리사욕? 그런 말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에 아양 떨며 ‘헌상’하려는 의도였지요. 그런 부류를 저는 민족 반역자라 부른다고 배웠습니다.”
“……일본 정부? 야쿠자와의 거래 아니었습니까? 일본 정부가 어째서…….”
“경찰 내에 조력자가 있어 얻은 자료입니다. 몇 부 인쇄해 왔으니 다들 받아 가시죠.”
물론 조력자의 도움을 얻은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발로 뛰어 가며 얻은 것이지만, 어쨌든.
“사진 속 인물은 이토 마사루.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 국장 대리를 맡고 있는 자입니다. 그가 어째서 현장에 등장했겠습니까. 이 일은 단순히 조폭 간의 거래가 아닙니다. 오히려 야쿠자는 들러리고 일본 정부가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공동 정범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이것도 사실과는 다르다.
이길재는 유물을 빼돌릴 거라 일본 내 인맥을 통해 통보했을 것이다.
그리고 거래에 응하지 않는다면 중국 컬렉터에게 팔아넘길 거라 넌지시 일렀겠지.
은근한 협박이다. 일본 내 여론을 의식한 정부로선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가 주동자란 식으로 말하는 건 엄밀하지 않은 서술이다.
근데 뭐.
본디 좋은 선동이란 진실을 뭉뚱그려 만들어 내는 법이다.
“따라서 저는 이 사건을 단순한 절도가 아닌, 민족 반역자들의 배반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참담하지 않을 수 없군요.”
기자들이 올 것을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 둔 이유가 있었다.
아마 정부로선 이 사건이 커지지 않길 바랄 것이다.
괜한 외교 문제가 생겼다간 그들로선 골치 아파질 뿐이니까. 따라서 일본 외교관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은 최대한 은폐할 게 분명했다.
그래선 안 되지.
난 그들이 뭘 숨기기도 전에 불을 붙여 버릴 생각으로 사진을 공개했다.
“일본에서 경매 전후로 반한 감정이 일고 있음을 숙지하고 계십니까?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들의 것을 훔쳤다는 논리였죠. 그들 눈에 이 경매는 도난당한 것을 돈 주고 되찾아오는 호구 짓으로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야만의 시절, 대체 누가 누구의 것을 훔쳤습니까? 과연 누가 누구에게 수탈당했습니까? 그런 말은 쏙 빼놓고, 피해자 코스프레나 하는 건 치졸하고 역겨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작 경매거래에 민족적 부채까지 끌어오는 건 분명 논리적 비약일 것이다.
민족 반역자 어쩌고 하는 것도 명백한 과장이다.
그러나 이미 나는 누구보다 앞서 발언했으며, 뒤이은 논객들은 내 발언을 기준으로 논의를 진척시킬 것이다.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원래대로라면 조폭끼리의 항쟁으로 결론이 났을 사건에 한일 대결 구도가 덧씌워졌다.
비밀 하나를 말하자면, 방금 질문은 내가 청탁해 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서 동부파를 때려잡는 일에 사력을 다하게 되겠지. 그것이 애국하는 행위처럼 보일 테니까.’
그걸로 끝.
해피 엔드다.
한데 그때, 기자들 사이에서 한 목소리가 툭 도드라졌다.
“경찰은 L옥션이 조직 폭력배와 밀월 관계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한열 군은 위약금까지 물어 가며 굳이 L옥션에 물건을 위탁했죠. 전 이게 우연으로 보이지 않습니다만,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은 길지만 질문에 숨은 메시지는 간단했다.
-너 조폭이랑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거 아니냐?
누가 사주한 건지 너무 뻔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난 17세 급식이로 돌아와 순진무구함을 안면에 덮어 썼다.
“네? 당연히 우연 아닌가요?”
“하지만……!”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누군가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기자들의 접근을 물렸다.
제법 괜찮은 타이밍이었다.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상용 과장이었다.
* * *
술집은 허름했지만 나름대로 룸까지 갖추고 있었다.
룸 안은 환락의 색깔을 덜어 낸 대신 그만큼 어두침침했다.
언뜻 보면 술집보다 남영동의 취조실이 더 떠오르는 이곳에 나는 와 있었다.
“저 미자인데 이런 데 와도 돼요?”
“출입 자체를 금지하는 법은 없다. 술을 마셔야 위법인 거지.”
“아니, 교육상 문제가 있잖습니까. 저 아직 17살입니다. 어른으로서 막으셔야죠.”
“교육? 웃기시네. 네 존재 자체가 불건전의 화신인데. 너 엄마 뱃속에서 나오면서부터 소주 빨고 있던 거 아니었냐?”
“너무하시네…….”
이상용 과장은 픽 웃으며 싸구려 보드카를 자기 잔에 철철 따랐다. 내가 따라 드리려 하자 오히려 그가 제지했다.
“됐다. 난 누가 따라 주는 술 별로 안 좋아해.”
“전 따라 주는 술 좋아하는데요. 한 잔 주시죠.”
“교육이 어쩌고 하던 놈이?”
“제가 간암, 위암에서 해방됐거든요. 좀 일찍 먹는다고 안 죽습니다.”
[서초패왕 항우의 역발산기개세]의 효과에는 ‘모든 질병으로부터 완전 면역’도 있었다.
전 세계의 꼴초와 알콜 중독자들이 이제 날 부러워하게 되겠지.
기껏 주어진 혜택을 쓰지 않으면 손해이므로 난 당당히 술잔을 내밀었다.
“뭐라는 거냐 꼬맹이가.”
그는 틱틱 거리면서도 내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술을 받은 이상 내겐 답주를 대접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난 그에게 술을 따랐고 이번엔 그도 거절하지 않았다.
우린 말이 없었다.
다만 몇 번의 순배가 오가고 몇 개의 술잔이 비워졌다.
나이도, 신분도, 개인의 호오도 제쳐두고, 서로의 울타리에 상대를 들이겠다는 우리 나름의 의식이었다.
“대섭아, 들어와라.”
30분가량의 침묵의 대작 끝에 이상용 과장이 전화를 들었다.
곧이어 룸의 문이 열리며 김 대리가 뻣뻣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난 상황을 짐작해 냈다.
“행동이 빠르시군요.”
“내 새끼니까. 어떻게든 단기간에 결착을 짓고 싶었다.”
“……흠. 제 개인적으로는 섣부른 접근이 아닌가 싶지만요. 뭐, 거기까진 제가 어쩔 수 없겠죠. 두 분께서 보낸 세월의 깊이를 나는 모르니까.”
“그래, 맞다. 난 우리의 시간을 믿었다.”
“지금 보니 잘 풀리신 거 같네요.”
“거야 모르지. 저런 얼굴을 하고 태연하게 또 뒤통수를 칠지도.”
“……그럴 일은 없습니다. 과장님.”
마지막 말은 김대섭 대리의 것이었다.
그는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난 곁눈으로 그의 표정을 읽고, 귀로는 목소리의 진폭을 해석했다.
난 씩 웃었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요. 당장은.”
“그런 걸 척 보면 아냐?”
“대체로는요. 김 대리님 같은 스타일은 성격이 직선적이잖아요? 더 알기 쉽죠.”
“어쨌든.”
이상용 과장이 탁 끊어 말했다.
“대섭이와 제법 깊은 대화를 나눴다. 팀장에게 붙었던 사실을 내게 자백했고 난 문제 삼지 않기로 했지. 그 대신 황 팀장을 끌어내리는 데 힘을 합하기로 했다.”
“그럴 거 같았어요. 김 대리님?”
“예.”
“무슨 사연이었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어머님에게 병이 있습니다. 희귀 난치병이라 병원비도 상당하고요. 이 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센터가 미국에 딱 한 곳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돈이네요. 황 팀장이 승진이라도 시켜 준다고 했습니까?”
“……네.”
고개를 숙이다 못해 땅바닥에 처박을 기세인 김 대리를 보며 이 과장이 씁쓸하게 혀를 찼다.
“뭐, 내 밑에서는 출세의 기회가 막혔으니까. 이해하지 못할 것도…….”
“과장님은 좀 조용히 하시고요. 하지만 김 대리님. 그런 이유라면 당신이 두 번 배신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보이는데요. 어머님 문제는 어쩌실 겁니까?”
“일단 황 팀장을 몰아내면…….”
“그건 조건부잖습니까. 황 팀장을 몰아낸다고 이 과장님이 바로 실권을 쥔다는 보장도 없고요. 미래의 보상을 가불해서 현재의 충성을 살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란 게 그래요. 당신은 상황이 안 좋아지면 또 배신할 겁니다. 어머니를 위해서. 아니라고 말해 보세요.”
“아니 그렇게 말할 것까지야…….”
“이 과장님. 전 김 대리님한테 묻고 있습니다만.”
“……커흠.”
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역시나 답이 없구만.
김 대리가 아니라 이 과장이 말이다.
업무 능력은 우수하겠지만 조직 관리 면에서 그는 낙제생이나 다름없었다. 끙. 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뭐, 알겠습니다.”
“응?”
“쪼는 건 이만 하겠다고요. 어차피 김 대리님은 우리한테 필요한 분이니까요. 리스크는 다소 안고 가야겠죠. 음, 그래서 제 폰은 가져오셨습니까?”
내 질문에 답한 건 이 과장이었다. 그가 박스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내 앞에 쓱 밀었다.
“여기.”
“해킹 툴은 다 설치된 겁니까?”
“그래. 황 팀장이 명령만 내리면 그 핸드폰에는 너도 모르는 통화 기록과 문자들이 잔뜩 쌓이게 될 거다. 당장 오늘부터 시작됐어.”
“흠.”
“네가 놔두라고 해서 일단 놔두긴 했다만…….”
“당연히 그래야죠. 그래야 황 팀장을 확실히 엮어 버릴 수 있으니까. 여기서 김 대리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난 핸드폰을 받아 챙기고, 바꿔치기 당해 가지고 있던 핸드폰을 반납했다. 김 대리가 핸드폰을 돌려받으며 눈을 껌벅였다.
“……제가 뭘 해야 되겠습니까.”
“별거 아니에요. 황 팀장의 지시를 기억했다가 다른 루트로 제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일종의 이중 스파이 역할을 하시는 거죠.”
“그거면 됩니까?”
“그게 중요한 겁니다. 전 당신의 말을 듣고 핸드폰의 기록과 완전히 다르게 행동할 겁니다.”
“설마.”
“예. 알리바이를 만드는 거죠.”
오늘 마지막에 질문을 던진 기자.
나와 조직 폭력배 사이의 의혹이 제기된 건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 그런 종류의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거다.
기자의 질문은 그 장구한 플롯의 소재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럴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은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는군.
“정교한 시나리오는 바로 그 정교함 때문에 붕괴하죠. 만약 제게 경찰 조사가 들어왔는데 미묘하게 허점이 발견된다면? 끝내 그게 조작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경찰의 분노와 의혹이 어디로 향하겠습니까?”
“……그 시나리오를 짠 작자에게?”
“그렇죠. 우린 그걸 유도해야 합니다.”
김 대리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맡겨 주십시오! 잘할 수 있습니다!”
“너무 의욕이 넘치진 말고요. 평소랑 다르면 황 팀장이 눈치를 챌 겁니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또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아요.”
“……아.”
“그러니까 김 대리님의 표정은 지금부터 한 달 뒤까지 일관되게 엄근진입니다. 아셨어요? 다른 표정은 짓지도 마세요.”
“예, 옙.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과장님이 해 주실 일이 있습니다.”
“음.”
난 가방에서 서류 몇 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 과장이 서류를 떠들러 보다 날 쳐다봤다.
“이게 다 뭐지?”
“동부파에 빨대를 꽂은 비리 경찰들의 명단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비리 증거들이 같이 첨부되어 있죠. 그들을 움직여서 이길재의 신원을 추적할 방도를 모색해 주세요. 대부분 개새끼들이므로 다소 과격한 수단을 쓰셔도 무방합니다.”
“양이 꽤 많군. 혼자 하긴 버거우니까 내게 넘기는 건가?”
“네. 조직적인 행동이 필요한 규모니까요.”
“그러지. 안 그래도 그치들은 조사했어야 했어.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움직이기는 수월하겠군. 그런데…….”
“……?”
이 과장이 테이블 위에 서류를 툭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린 네게 오픈할 만큼 오픈했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너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게 없는 거 같군. 제대로 된 협력 관계를 위해서라도, 서로를 좀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나?”
“음, 일리가 있네요.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물론 회귀에 대한 걸 밝힐 수는 없으므로, 적당히 각색해 둔 나의 인생사를 구구절절 읊기 시작했다.
“여러 겹으로 위장되어 있지만, 제가 사는 보육원은 사실 동부파라는 조직 폭력배의 소유입니다. 전 거기서 17년 동안 살아왔죠…….”
밤이 그렇게 깊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