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자꾸 늘어 98화>
12. 새로운 시작 - 5
난 풀었던 글러브를 다시 끼우며 링 위에 올라갔다. 이준 선수가 씩 웃으며 내 반대편 코너에 섰다.
“박살 내주마. 꼬마.”
“너야말로 아마추어한테 개 털리면 쪽 팔릴 텐데.”
그때였다.
내 예민한 청각이 문밖의 소음을 감지했다. 튀지 않고 잔잔하게 깔리는 소음이었다.
그러니까 고함이나 비명처럼 삐죽 돌출된 소리가 아니라,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높낮이의 소리들이 비슷한 수준에서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밖에서 인기척이 넘실댔다. 소음은 곧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되었다.
“아, 하나 네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만.”
이준 선수가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회원들을 치웠다고? 아니야. 이런 이벤트인데 관중이 없어서야 되겠냐. 이 시간대에 딱 맞춰 끝나도록 취미반 트레이너들한테 약을 좀 쳤지. 기룡아, 손님 맞이해라.”
“왜, 망신 제대로 당해 보라고?”
“물론. 네가 지고서도 안면몰수 할 수 있으니까. 쪽팔려서라도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지.”
한참 멍하게 있었다.
저 득의양양한 표정을 보건대, 이준 선수는 묘수로 내 허를 찔렀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겠지. 어떤 면에선 실로 대단하다.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발상이 지나치게 저급한 나머지 성숙한 시민인 나로선 그 밑바닥을 가늠하기조차 버거웠다.
내 눈칫밥 인생에 이만한 강적도 드물었다.
눈높이를 한참 낮춰야만 짐작되는 심리라니.
“지극정성이네, 지극정성이야. 그럴 시간에 샌드백이라도 한 번 더 치시지. 프로 양반.”
“닥쳐! 네가 온 뒤로 여자들 들락거리고 꺅꺅대고 얼마나 민폐였는지 아냐?! 집중이 안 된다고! 그러니까 이건 내 원활한 선수인생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그냥 부럽다고 하면 되잖아. 솔직하지 못하네.”
“……죽여 버리겠어. 반드시 죽인다.”
그동안 이준의 세컨드를 위시한 체육관 스탭들이 내방객(?)들을 안내하며 이곳을 어엿한 시합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일사불란한 것이 하루, 이틀 준비한 모양새가 아니었다.
‘하. 다들 한패구만.’
이정철 체육관의 선수층 일부가 날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유는 이준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하라는 연습은 뒷전이고 저들끼리 뒷담으로 대동단결하는 것도 알았다. 지금까진 엮이는 게 귀찮아 내버려 뒀다만…….
좋아.
너그러이 이해해 주마.
아직 구강기쯤에 머무른 유아들이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데 그중 간혹 몸만 커버린 조숙아들이 있어 우연찮게 한 체육관에 모였다.
어른으로서 응당 인도하라는 계시라 할 수 있겠지.
줘 패서 구강기에서 항문기로 단숨에 진화시켜 주마.
치아를 뭉개서 입을 싸매고 밑으로 줄줄 싸게 만드는 주입식 교육으로 성장시켜 주지.
세간에선 이런 걸 참교육이라 한다.
“꺅! 열사님 여기 손 좀 흔들어 주세요!”
“대한열사만세!”
“대한열사만세!”
“으허엉. 한열님이 나를 봐주셨어. 나를 봐주셨다고오……!”
……아주 난리도 아니네.
이럴 것 같아 관장도 취미반과 전문반을 엄격히 나눈 것이었다.
그런데 운동 분위기 어쩌고 떠들어 대던 놈들이 먼저 빗장을 열어 버렸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관장님이 취미반 원생들은 출입금지시켰을 텐데.”
“선수들 용인하에 견학은 가능하게 되어 있거든. 내가 오늘만큼은 선수들한테 양해를 구해 뒀지. 걔들도 궁금해하더라고. 관장님이 싸고도는 네놈 실력이 어떨지.”
“근데 어쩌냐. 지금 널 응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거 같다만.”
“……흥. 그 정도는 감안했다. 하지만 저들도 네가 피떡이 돼서 똥오줌 질질 흘리면 질려서 떠나가겠지. 여자란 단순한 법이니까.”
단순한 건 네 대가리고.
그런 일이 정말 벌어지면 빠심이 살심으로 변하리란 것도 모르나.
난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그의 모자란 지능 지수가 진심으로 안타까웠는지 혓소리마저 아련하게 울렸다. 쯔읏쯔읏.
“하나 제안.”
“뭐냐. 이제 와서 무르기는…….”
“일대일 매치는 재미없잖아. 내가 쉽게 이길 텐데. 이렇게 하자고. 너네 선수 다섯 명 출전시켜서 오전 삼선승제로. 이쪽은 나 혼자. 어때?”
“……이 미친놈이.”
“왜. 자존심 상해? 난 너네가 날 우습게 보는 거 같아 자존심 상하는데. 싫으면 이 경기 무르고. 무서우면 도망가도 난 상관없어.”
이준이 주먹을 꾹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결국 목청을 버럭 높인다.
“좋다! 너한테 감정 안 좋은 놈들은 차고 넘치니까. 하지만 기억해라. 네가 먼저 제안했다는 걸. 그러니까 체력이 달려서 졌다는 변명을 할 거면…….”
“아아,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 체력 다 쓰기 전에 끝낼 테니까.”
“……끝까지 건방지구나. 어디 그게 언제까지 가나 보자.”
이준이 내려가고 올라온 사람은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고 있는 선수였다. 아마추어 경력이 5전 4승 1무였던가.
“내 이름은…….”
“관심 없으니까 빨리 덤벼. 난 머리가 좋아서 들으면 잊지도 못한단 말이야. 내 두뇌 공간에 너 따윌 할애하고 싶지 않다.”
“이 개자식이!!”
쉽게도 도발에 응해 주었다.
첫 공격부터 동작이 큰 오버핸드라이트.
내려찍듯이 꽂히는 펀치를 가볍게 피하고 무방비의 왼쪽 뺨에 잽을 먹여 주었다.
퍽. 움직임은 준수하다만 이렇게 쉽게 흥분해서야. 대성할 그릇은 아니다.
“……이 자식이!”
그래도 선수 가닥은 있는지 아까처럼 바로 달려들진 않는다.
다만 조급하다는 건 여전했다.
두 번의 잽으로 거리를 재더니, 바로 근육이 오그라들며 큰 동작을 준비한다.
무게를 잔뜩 실은 스트레이트.
그러나 내게는 텔레폰 펀치일 뿐이지.
더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고개를 꺾는다. 귓가를 스치는 파열음. 오른팔 상완을 팽팽히 당겨 장전시켜둔 어퍼컷이 엇박자로 격발된다.
턱에 정확히 작렬. 펀치는 놈의 고개를 훽 젖히고 마우스피스까지 뽑아낸 뒤에야 회수됐다.
서서히.
놈이 뒤로 넘어갔다.
쿵.
“음, 너무 세게 쳤나. 죽은 건 아니겠지?”
눈이 돌아갔을 뿐 다행히 숨은 쉬었다.
안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환호가 터졌다.
“와아아!”
“열사님이 악도를 무찌르셨다!”
“꺄악-!”
아오, 시끄러워.
두 번째로 올라온 선수는 첫 경기를 제대로 봤는지 한층 긴장된 기색이었다.
그는 프로 선수였으며, 프로 무대에서만 8전 6승 6KO라는 준수한 전적을 자랑했다.
KO 기록만 봐도 그가 꽤 하드 펀처라는 사실이 짐작됐다. 거기다 라이트헤비급의 묵직한 덩치까지.
아까와는 달리 강자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과연. 건방진 말을 할 실력은 있는 거 같구나. 하지만 거기까지다. 프로의 무대는 다르다는 걸 보여 주지.”
“그래그래. 넌 날 평가할 실력은 없는 거 같고.”
“네놈은 전투력이 혓바닥에서 나오나. 잔말 말고 덤벼라.”
“아니, 불쌍하잖아. 먼저 변명의 기회를 줘야지. 라이트헤비급이 페더급이랑 붙는데 깨져 봐. 변명거리라도 없으면 앞으로 선수 생활 하겠어?”
“…….”
말은 없었지만 숨소리만 들어도 흥분한 걸 알겠다. 이 아저씨도 멘탈은 별로군. 하긴 단단한 정신의 소유자였다면 애초에 나한테 열폭 따윈 안 했겠지.
자세를 취한 순간
“복스-!”
그가 저돌적으로 뛰어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백스텝을 밟았지만 아랑곳 않고 계속 뚫고 들어온다.
난 순식간에 로프까지 몰렸다.
그리고 서로의 거리가 완전히 겹친 순간 훅과 블로우의 난타가 시작됐다.
‘……음, 전형적인 인파이터.’
쩍-! 쩍-!
저릿하다.
훅을 가드로 막았지만 충격이 살갗을 뚫고 몸뚱이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묵직하면서, 정교한 펀치. 당장이라도 가드를 뚫고 안면을 쑤실 듯한 기세.
놈은 초반에 내 턱과 관자놀이를 노리며 얼을 빼다, 가드가 높아진 순간 바로 타점을 낮춰 바디를 노렸다.
미안하지만 그 정도 전법은 숙지했거든.
피닝으로 블로우를 차단하고.
빙글 돌아 놈의 옆구리를 짧게 끊어 친다.
“……헛.”
그 순간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커다란 라이트 훅.
난 사뿐하게 숙여 피한 뒤 반대편 옆구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팍-!
그리고 이 짧은 서클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사선으로, 수평으로, 아래에서 위로, 위력적인 펀치가 수없이 쏟아졌지만, 난 고개를 숙이거나 젖히며 타점을 모조리 흘려버렸다.
마치 잡히지 않는 부정형의 액체처럼.
휘두르면 피하고, 노출된 허점을 가볍게 두드려 차근히 타격을 누적시킨다.
심플하되, 어처구니없는 교환비의 난타전.
‘넌 전장을 잘못 골랐다. 애당초 내 홈그라운드는 인파이팅이란 말이지.’
복잡한 전략을 구사하면 경험에서 밀리는 내가 불리하다.
반면 순수하게 반응력과 순발력으로 승부하는 근접전이라면 신체조건이 우월한 내가 밀릴 리 없다.
1분 만에 놈은 땀범벅이 되어 숨을 헐떡였다.
복부에 누적된 타격 탓에 낯빛도 퍼렇게 떴다. 펀치가 어정뜨고 스텝도 현저히 느려졌다. 이미 승부는 났다.
“지금 스스로 내려가면 최소한의 명예는 지킬 수 있을 텐데.”
“……닥 ……쳐!!”
“그래.”
굳이 달려들기에 힘을 다소 실어서 턱을 날려 주었다.
두 번째 KO.
선수 둘을 1라운드 안에 눕혀 버린 경악스런 결과에 링 안팎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환호는 한 박자 늦게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까와 결이 조금 달랐다.
체육관 스태프 중에, 나와 별 감정이 없는 트레이너나 중립적인 선수들도 날 응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와앗! 미쳤네 진짜! 너 왜 선수 안 하냐!! 재능 낭비잖아!”
“와. 와아아. 와아. 존멋.”
“끼엑! 끼에에에에엑!”
“야 이거 정말 장난 아닌데. 방금 위빙 봤어? 저 정도면 타이슨 전성기 수준 아니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스토리텔링의 힘이랄까.
만약 내가 이준이랑만 대결했다면 이기든 지든 큰 반향은 없었겠지. 그냥 둘이 힘겨루기 하다 어느 한 쪽이 이겼다는 사실만 남는다.
하지만 1대 다수 싸움이 성립된 순간, 나는 언더독의 포지션과 피해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구축할 수 있었다.
다수가 개인을 억누르는 부조리함.
위기를 호쾌하게 극복하는 만화 같은 전개.
누가 봐도 이 판에서 응원 받아야 할 사람은 자명했다.
그러니까 이준은 내 제안을 반드시 거절했어야 했다. 이기든 지든 악역이 되니까.
하지만 놈은 악수를 선택했지. 내가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네놈.”
그리고 최종 보스 등장인가?
“왜,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어?”
“그래 봐야 네가 오늘 피똥 싸며 실려 갈 거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이준.
데뷔 반년 차의 비교적 신입이지만 그가 체육관 최강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공식 전적 무패, 이정철의 마지막 수제자, 그러나 그런 말들은 단지 말일 뿐이다.
아마추어 시절, 합동 전지훈련에 참가해 당시 WBC 벤텀급 세계챔피언을 스파링에서 거꾸러뜨린 걸 목격한 사람들은, 말이 아닌 명확한 실감으로 그 사실을 인정했다.
공식경력으론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이 사내는 분명히 세계무대에 도달할 거라고.
“그래 보시든지.”
그렇게 우린 링 위에 마주섰다.
“복스-!”
경기 시작.
앞선 두 경기와 달리 우린 바로 맞붙지 않았다.
시선을 날카롭게 벼리고, 상대의 버릇과 스텝 스타일을 차분히 관찰, 마지막으로 가벼운 잽을 교환하며 리치를 잰다.
링 중앙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우린 상대의 간격에 진입했다 후퇴하길 반복했다.
‘……과연, 틈이 없군.’
사우스포 스타일에, 몸을 비스듬히 틀고 오른팔을 앞세운 가드 형태.
뚝 떨어지다 직각으로 세워진 오른팔은 당장이라도 잽을 뿌릴 듯이 민활하게 흔들렸다.
‘내 리듬에 끌어들여야 해.’
스텝을 가볍게 밟으며 전진.
좁혀진 간격 안에서 서로의 눈빛이 교차한다.
두 번의 잽으로 가드를 두드리고, 바로 이어진 스트레이트를 놈이 간결한 슬리핑으로 회피, 빈 복부를 노리고 놈의 바디스트레이트가 엄습한다.
몸을 웅크려 팔로 가드.
놈은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펀치를 내려찍는다.
훙-!
칼날 같은 바람이 콧잔등을 스쳤다. 가까스로 백스텝을 밟았지만, 아슬아슬했다.
그렇게 첫 공방은 유효타 하나 없는 탐색전으로 마무리.
“후.”
“음.”
짧은 숨고르기.
다시 격돌.
짧고 경쾌한 공방이 빠르게 오간다. 휙, 퍽. 휙, 파밧-. 펀치를 격중 시키는 비율은 내가 더 높았다.
그러나 유효타는 여전히 피차 제로였다.
똑같이 방어형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나는 맞지 않고 피하는 반면, 그는 흘리고 쳐 내는 전법을 구사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놈의 공격 전략이기도 했다.
중반 이후, 놈이 뒷걸음을 치며 허점을 드러냈다.
난 기세를 잡았음을 확신했다. 끊임없이 두드려댄 결과 가드가 헐거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추적하며 재차 가드를 때린다.
그 직후, 콤마 초의 짧은 순간, 시야가 어긋나고 몸이 휘청 흔들렸다.
화끈한 콧잔등.
흔들리는 의식 속에서도 안면에 카운터를 얻어맞았음을 간파했다.
황급히 물러났지만, 이번엔 놈이 기세를 타고 거리를 좁혀 온다. 쏟아지는 원투 컴비네이션.
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쾌속의 펀치를 패링으로 모조리 비껴냈다.
[역발산기개세]는 신체의 내구성과 회복력에도 적용되니까.
그 짧은 순간 충격을 극복하고 반격에 나선다.
백스텝을 중단하고, 경이적인 발목 힘으로 관성을 무마시키며 축을 밟는다.
몸을 숙여 쇄도해 오는 스트레이트를 피하며 바로 오버핸드라이트로 응수. 내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지 놈도 몰랐던 걸까.
통렬한 카운터가 그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팍-!
놈은 비틀거리며 물러섰지만 끝내 다운에 이르진 않았다. 그 짧은 순간 고개를 꺾어 직격을 피해 낸 것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준은 발상은 찐따스럽지만, 복서로선 진짜배기 천재였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한 완성형 천재.
그 감각. 동물 같은 본능. 센스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게 없다.
난 아까의 교훈을 살려 바로 달려들진 않았다. 대신 방금 전의 공방을 복기했다.
‘방금 그게 숄더롤인가.’
오른팔 가드를 때렸다고 착각한 순간, 놈은 절묘한 타이밍에 어깨를 틀어 펀치의 충격을 바깥으로 받아 흘리고 내 자세까지 흐트러뜨렸다.
그리고 그 찰나를 노리고 왼손 카운터.
어깨(Shoulder)를 굴려(Roll) 펀치의 하중을 비껴내는 기술.
그는 교본에 실려도 될 만한 완벽한 숄더롤을 구사해 내게서 유효타를 따낸 것이다.
사우스포라서 가뜩이나 거리 잡기 힘든데 방어기술까지 최상급이다.
과연 세계 챔피언에게 다운을 따낼 만한 인재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지. 나는 항우의 재림이 될 남자라고.’
코를 훔치니 피가 약간 묻어 나왔다. 남은 피까지 깔끔히 털어 낸 뒤에 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2차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