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이 자꾸 늘어-123화 (123/164)

<재능이 자꾸 늘어 123화>

13. 너희들의 앞에서 – 13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으니 아담한 기타 하나가 잡혔다.

바디 아래쪽만 움푹 파여 있는 싱글 컷 구조의 기타.

싱글코일 타입의 얇은 픽업 두 개가 나란히 박혀 있고, 특히 브릿지 쪽은 톤의 밸런스를 위해 비스듬히 기울게 디자인 됐다.

“펜더 텔레캐스터네. 으흥-. 취향 알겠구만.”

“뭐야 그 기분 나쁜 콧소리는.”

“아니이. 대뜸 텔레부터 잡는 기타리스트는 대개 변태였거든. 내 경험상.”

뭐냐 그 편향된 경험은.

“뭐래 땅꼬마가.”

“하, 이거 이거. 내 나이 들으면 누님 죄송하다면서 절을 하게 될 터인데. 민증을 못 까는 게 아쉽네.”

“까도 괜찮은데. 빨리 까 보시지. 얼른.”

“이거 참…… 집에 두고 왔는데 비가…… 흠흠.”

그러더니 괜히 휘파람을 휘휘 불면서 유리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좋아. 무시하자.

시청을 해 볼 생각으로 앰프 셋업을 하고 있으니, 주인 할아버지가 말 한마디 없이 이펙터까지 챙겨서 깔아 주셨다. 기묘하게 친절하신 분이다.

“……좋아.”

일단 이펙터 없이 펜더 핫로드 앰프에 직결.

간단히 튜닝을 하고 좡 긁어 보았다.

지잉-!

좋게 말해 까랑까랑하고, 어떻게 들으면 날붙이들이 부대끼는 듯한 신경질적인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 유니크한 소리야말로 펜더의 매력이다.

‘……그립네.’

전생에 내가 처음으로 산 펜더가 이 텔레였고, 가장 오래 소지하고 있던 기타도 텔레였다. 내 손때를 가장 많이 탔고, 그만큼 애착이 가는 모델이었다.

왜 그랬을까. 왜 하필 펜더였을까?

깁슨과 펜더.

모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깁슨은 입자감이 굵고 든든한 소리를 내준다. 두텁게 밀어 주는 중저음과 매끄럽게 떨어지는 고음.

공간을 꽉 채우면서 밀도도 높은 팻(Fat)한 사운드.

깁슨 고유의 풍성한 소리는 그 자체로 사람을 매혹시키곤 한다.

대중에게 사운드 자체만 들려주고 선택하라면 펜더보다는 깁슨이 압도적으로 선호될 것이다.

애초에 레오 펜더가 텔레에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 싱글 픽업을 박은 것도 양산화에 유리해서지 그게 사운드적으로 나아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스티비 레이 본, 로리 갤러거 같은 기라성의 기타리스트들의 메인픽이 항상 펜더였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럼 간단하게…….”

게인을 짱짱하게 올리고, 이펙터로 리버브를 아스라하게 먹인 뒤.

텔레캐스터의 대표주자, 로이 부캐넌(Roy Buchanan)의 The Messian Will Come Again을 쳐 보았다.

난 이 노래야말로 텔레캐스터의 매력을 가장 극적으로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그냥 쳤을 땐 그 무례했던 소리가, 거장의 섬세한 터치로 어루만지어진 순간, 가슴을 쥐어뜯으며 흐느끼는 소리로 변모한다.

찡-징징-지잉-♬

비브라토에선 아픔을 삭이는 한숨이 나오고.

풀벤딩은 그럼에도 뱉어 내고 마는 신음이 된다.

이 곡은 감정의 중요한 곡면마다 다운피킹보다 업피킹을 내세운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듣는 건 목까지 차오른 통곡이, 결국 터지지 못하고 고여 버린 듯한 허망함이다.

치다가 중간에 멈추고 자평해 보았다.

“……형편없네.”

[음감]의 재능을 빌어 톤은 비슷하게나마 잡았는데, 정작 중요한 피킹 뉘앙스가 원곡에 한참 못 미친다.

[손재주]로는 곡의 속도와 강약을 거의 유사하게 따라 할 수 있지만, 가장 밑바닥의 정수까지 퍼올리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펜더는 예민한 기타다.

주파수의 특정 대역이 툭 튀어나와 있어서, 핸드필링을 다소 극단적으로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펜더 특유의 텅 빈 사운드에 아마추어의 허술함이 고스란히 채워진다.

그러나, 그렇기에 펜더다.

어쩌면 예술가들에게는 깁슨의 꽉 차고 미려한 소리는 다 완성된 그림처럼 보였을 것이다.

더 보태고 덧칠할 구석이 없는 재미없는 소리.

어떤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건 하얀 캔버스였고, 그들은 어딘가 부족한 펜더의 소리에 자신의 터칭을 덧붙여 저마다의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펜더는 사랑받는다.

완전하지 못한 기타니까.

아마 나도-.

“오오오오오.”

“……뭐, 뭐야.”

“너 엄청나잖아아-!!”

민꼬-이 민폐 꼬맹이를 앞으로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뭐라는 거야. 완전 형편없는데.”

“아냐! 엄청나다고!”

“……뭐가 엄청난데?”

“그러니까, 어, 그, 엄청나다는 게 엄청나! 그러니까 내말은, 음, 으그으음……! 그래! 대단해서 대단해! 오오오-! 학생 쫌 하는데?!”

“…….”

어휘력 수준이 외견에 정확히 부합하는군. 표리일체일세.

그 와중에 민꼬 녀석은 더 공격적인 기세로 낯짝을 들이밀며 눈을 반짝 빛냈다. 아오 부담스러.

“빨리 가자! 합주! 합주합주! 나도 막 달아오르기 시작했어!”

“좀 기다려 봐. 이왕 온 거 이것저것 사가야지.”

일단 텔레를 들긴 했지만, 이것저것 시도해 보려면 사운드가 다양한 게 좋겠지.

난 허위허위 걸으며 쇼핑을 했다.

민꼬 녀석은 처음엔 싱글대며 따라오더니, 카트에 존 써 스탠다드, 타일러 버닝워터, 고가의 진공관 콘덴서 마이크, 세 대의 앰프 헤드가 실릴 즈음에는 기겁하는 표정으로 날 훑어보게 되었다.

“오, 오빠 재, 재벌 3세셨어요?”

“아니.”

“거, 거짓말.”

“그냥 재벌3세보다 돈이 많은 고아일 뿐인데.”

말하고 보니 나도 못 믿겠다 싶은데, 다행히 민꼬 녀석은 진상 보다는 내 돈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이제부터 오라버니로 모시겠사와요.”

“그런 거 안 받아.”

“에잇. 돈 많으면 좀 베풀고 살아라! 민심에서 곳간 나오는 거 모르나?!”

“쯧쯧. 한국말부터 똑바로 배우고 오렴, 화상아.”

내키면 이 건물을 통째로 살 수도 있다는 걸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필요한 장비들을 매대에 올리고, 기묘한 표정을 짓는 주인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혹시 밑에 합주실도 선생님이 관리하십니까?”

끄덕.

“하루 종일 대관에다 음향 엔지니어도 한 명 고용했으면 하는데요. 가능합니까?”

끄덕.

엄지와 검지로 만든 동그라미.

난 말없이 지갑에서 수표 뭉텅이를 꺼내 건넸다.

거래는 깔끔하게 성사됐다. 장비를 옮겨 줄 인력까지 수표로 해결한 뒤, 나는 텔레캐스터 하나만 들고 유유히 지하로 내려갔다.

민꼬가 질렸다는 듯 웅얼댔다.

“……이런 합주를 하자는 건 아니었는데.”

“속 편한 소리 하네. 다 뜯어 고칠 거니까 각오해 둬. 미리 말해 두건대, 난 지금 버전으로는 한 소절도 연주하지 않을 거니까.”

“너, 너무해. 그렇게까지 엉망은 아니지 않아?”

“아니, 그렇게까지 엉망이야.”

“끄잉…….”

장비가 다 옮겨질 때까지, 나와 민꼬는 탁자에 둘러앉아 편곡 방향에 관해 논했다.

“원래는 어떤 스타일이었다고?”

“샘 스미스(Sam Smith)의 I`m Not The Only One 느낌을 생각하면서 작곡한 건데, 하다 보니까…… 에헤헤.”

“그 노래가 어떻게 하면 나비보벳따우 풍이 되는 건데…….”

“내가 바로 판테라를 불러도 텔레토비가 되는 마성의 목소리를 소유했기 때문이지! 후후.”

“잘난 척 할 대목이 아니다만.”

하지만 과연 그럴듯하다.

거리에서 들을 때는 그놈의 과잉된 흥 때문에 뽕짝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원곡의 템포를 살짝 늦추고 분위기를 차분하게 끌고 가면 멋스러운 R&B가 될 듯했다.

“난 편곡은 잘 모르니까 원곡자인 네 지시가 중요해. 난 그냥 연주 머신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면서 괜찮은 타협점을 찾아보자고. 알았어?”

“좋아! 해 보자!”

민꼬가 저 세상 감성의 인간이라 다행이다.

보통의 뮤지션이었다면 ‘네가 뭔데 내 노래를 뜯어 고치려 드느냐.’고 발광을 했을 것이다.

자아가 강한 예술가들은 대체로 훈수를 싫어하니까.

그럼 애착이 없는 걸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그저 그녀에게 음악은 그 자체로 즐길 것이지, 예술가의 자존감을 채워 주는 정신 안정제 같은 게 아닌 것이다.

난 전자 키보드 앞에 앉아, 건반을 손가락으로 쓱 쓸어 만졌다.

“템포 78정도로 코드 진행 한 번 해 볼래? 그냥 발라드 치듯이.”

“좋아.”

[라흐마니노프]와의 동조율은 62퍼센트. 제법 높은 수치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는 먼치킨 작곡가임과 동시에 훌륭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지.

높은 동조율과 [손재주]만 있으면, 해당 재능이 없어도 그럴싸한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지.

“……음, 이렇게?”

“응. 좋네. 처음에는 단순한 하모닉 마이너 진행으로 가다…… 음, 여기서는 add9으로 포인트 주고.”

“그럼 노래하고 부딪치지 않나?”

“그렇긴 한데, 노래를 미끄러뜨리듯 부르면 색다른 분위기가 나올 거야. 재밌는 시도가 아닐까?”

“글쎄. 재밌기만 하면 안 된다만…… 일단 알았어.”

잘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수준의 작곡을 했다면 그녀만의 상이 분명히 잡혀 있을 것이다.

일단은 쥬크박스가 되기로 했으니 순순히 말을 따라 보자.

그때 합주실로 악기사 노인이 추천한 음향 엔지니어가 들어섰는데, 그건 바로 노인 본인이었다.

노인은 (역시나 아무 말 없이) 파워드 믹서에 마이크와 맥북을 연결하며 이곳에 간이 스튜디오를 차려 놓았다.

전문 녹음 부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어차피 발매할 것도 아니니 상관없겠지.

녹음 준비도 다 됐겠다, 우린 본격적으로 의견을 나누어가며 편곡에 돌입했다.

그런 와중에 느낀 것이 있다.

“아니, 여기서 끊고. 블루노트 여기에 삽입하고. 3박자 뒤부터는 믹솔리디언 모드를 섞어서 진행해 보자. 너무 과하게는 말고.”

이 녀석.

“다 됐나? 비트는 찍지 말고, 베이스로 포인트만 주자고. 아주 깊고 풍성한 베이스 샘플링이 있어? 트랜지언트 보다는 양감이 돋보이는…… 어, 그거 좋네. 그거로 하자.”

정말.

“기타로는 앰비언트 사운드를 만들어 보자. 브라이언 이노 스타일로. 심해에서 꿈틀 거리는 듯한 분위기를 주고 싶어. 깁슨 보다는 타일러 기타로. 앰프는 오, 이 명기가 여기 있었네? 부기 버리고 솔다노로 가자! 고고! 빨리 톤 메이킹 해 봐! 이 소리 들어 보고 싶어!”

말도 안 되는 천재다.

“…….”

“뭐 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포인트만 딱딱 짚어 두고, 한 번 녹음한 뒤에는 내가 잘못된 부분만 교정하고 바로 다음 세션으로 넘어간다.

한 번 지나치면 이전 세션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세션끼리 소리가 충돌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뿐인가.

분명 칠 때는 고개를 갸웃했는데, 다른 악기와 맞물리는 순간 환상적으로 소리의 맛이 살아나기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처음부터 편곡의 모든 상을 머릿속에 완벽하게 잡아 두고, 구상한 걸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지시해서 소리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것들이 당연히 어울릴 거라는 확신을 담아서.

‘……사운드에 대한 이해력이 대체 어떤 수준인 거지?’

내가 알기로 이런 괴상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은 없다.

보통의 음악 작업은 수많은 시도를 해 보며 어울리는 피스들을 찾아내는 과정에 가까운 거다.

경이로움을 담아 그녀를 쳐다 보니,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지쳤어? 어쿠스틱 기타는 내가 칠까? 안 그래도 나 몸이 근질근질…….”

“아니. 그건 제발 봐줘.”

“쳇. 췌에에엣.”

이 녀석, 아마도 입만 움직일 때 가장 유능한 부류인 거 같다.

어쨌든 덕분에 작업은 초고속이었다.

편곡에 든 시간은 없다시피 했고, 미디 찍는 기계로서 내 기능이 변변찮지 못했던 탓에 시간이 다소 소요됐을 뿐이었다.

그렇게 보컬을 제외한 모든 데모 녹음이 끝났을 즈음.

나는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느꼈다.

분명 난 이 녀석에게 실력 차를 과시하여 곡을 넘겨받을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쪽이 이 녀석의 재능에 매료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놈은 다른 가수한테 곡 주자고 하면, 별 설득 없이도 그냥 알았다고 해 버릴 거 같아…….’

같이 있다 보니 성격이 대충 파악됐다.

이 녀석은 음악으로 이 순간을 흥겹게 보내기만 하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은 인간이었다.

그럼 어째서 전생에선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런 재능이라면 어떻게든 두각을 보였을 텐데. 지금으로선 그저 미스터리였다.

그리고 마지막 보컬만 남은 시점.

“보컬은 그냥 신디의 스트링으로 대체하자고. 어차피 지금의 가사는 갈아엎을 테니까…….”

“잉. 그건 좀 아쉽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뭐, 지금 어디서 보컬을 구해 올 수도 없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부를까아아아?”

진심으로 정색해 주었다.

“화룡점정을 찍다가 먹물을 통째로 쏟아부을 생각이냐. 참아.”

“아앗. 그렇게까지 말하기야? 그럼 네가 부르든가! 어차피 키 자체가 낮아서 남자가 불러도 위화감은 없을 텐데.”

“나도 노래는 영…….”

“불러라! 불러라! 날 그렇게 갈궜으니 본인은 어느 정도 자신은 있는 거겠지? 나보다 낫다면 어디 실력을 보여 보라고! 소년!”

이 자식이 감히 도발을 해?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 정도는 아니지. 게다가 전생과 달리 지금의 내겐 [음감]도, [역발산기개세]로 절정에 오른 신체도 있었다.

“……오냐. 그렇게 말한다면 불러 주지.”

그래서 불렀다.

나름 잘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녹음 된 걸 들어 보니 웬 염소가 단말마를 내지르고 있었다. [역발산기개세]는 거기서 성량만 키워 줬을 뿐이었다.

버프 효과를 받아 꼴사나움이 3배가 되었다.

“…….”

“끼햐아아악! 끄학! 끄학! 나, 나보다 못 불러! 땅바닥 밑에는 지하가 있었구나아아! 끼히히학!”

“……닥쳐라. 너나 나나 매한가지거든?”

“에이이. 이걸 듣고도 인정하지 못하다니. 인지부조화 지리구여.”

홧김에 몇 번 더 불렀지만 염소가 젖소 정도로 진화했을 뿐이었다.

완벽한 패배.

결국 포기하고, 얄밉게 깨불랑대는 민꼬 녀석만 노려보고 있을 즈음이었다.

합주실 한 구석에서 녹음을 하고 있던 엔지니어 노인장이 쓱 일어서더니, 마이크 앞에 서는 게 아닌가.

눈빛으로 ‘뮤직 큐’라고 하시기에 나도 모르게 배경음을 재생해 드렸다.

“아아아-.”

그랬더니 대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 할배 말 할 줄 알았잖아!

게다가 잘 불러! 엄청 잘 부른다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나도 민꼬도 턱을 바닥까지 떨어뜨리고는 멍 하니 관람을 했다.

왕년에 목청 좀 긁어 보셨는지 금속성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거침없이 반주 위를 질주했다.

우리 의도보다 살짝 거친 감은 있지만, 목소리에서 풍겨 오는 압도적인 짬밥은 사소한 결점 따윈 가볍게 무마해 버렸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마약 같은 여운에 10초 동안 꼼짝도 못하다가, 몸의 통제권을 되찾자마자 나와 민꼬는 동시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오오…… 오오오! 거, 겁나 멋져!”

“끼야아아악! 내, 내 노래 완전 좋잖아! 오빠 앵콜!! 앵코오올!”

노인은 뭘 그리 호들갑이냐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쿨하게 자리로 복귀하셨다.

보컬 녹음은 한 큐에 끝.

그렇게 완성된 곡을 몇 번이고 돌려 들으며, 나와 민꼬는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오늘 하루 민꼬의 민폐짓 따윈 다 용서해 버릴 정도로 고양된 순간이었다.

그것이 훗날 내 정규 1집의 더블 타이틀 중 하나가 될, 의 데모곡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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