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이 자꾸 늘어-134화 (134/164)

<재능이 자꾸 늘어 134화>

14. 막을 테면 막아 봐 - 4

* * *

쿵!

쿵!

보육원 뒷산의 아침은 천지가 앓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쿵! 한 번의 굉음마다 땅이 신음했다. 새들은 잘 날다가 날개를 삐끗했다. 여유롭게 털을 고르던 들짐승도 화들짝 놀라 모근째로 털을 뽑아 버렸다. 예정 없던 재난의 징후에 온 산이 경계태세에 들어섰다.

이 모든 봉변의 중심,

뒷산의 터줏대감이었던 아름드리나무는 절찬리에 배때지가 터져 나가며 얼마 안 남은 잎사귀를 떨궈내고 있었다.

“흡!”

왜 그렇게 잘 아느냐면, 내가 바로 산림파괴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쩡-! 정권 한 번에 나뭇조각이 비산하고, 낙엽이 후드득 휘날리고, 뿌리를 타고 진동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흐읍!”

콰즉-!

정권의 타격이 나무의 중심을 가로지르고 반대편까지 꿰뚫었다.

손맛이 제대로 손목을 타고 올랐다. 척추를 가로지르는 짜릿한 느낌과 함께 나는 직감했다. 이 순간, [어느 무예가의 돌주먹](Rank D)의 재능이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쿠득, 쿠드득-!

좀 과했던 걸까, 결국 갈라진 밑동의 위쪽 몸통이 뒤로 갸우뚱 넘어가기 시작한다. 아름드리나무는 잎사귀 나고 처음으로 그 뒤통수를 대지에 맞대었다.

쿵! 소리에 맞춰, 창이 눈앞에 튀어 올랐다.

===

!업적 임계치에 도달했습니다!

- 보상으로 황색 카르마를 300p 지급합니다!

===

===

[어느 무예가의 돌주먹] : 퀘스트 달성!

- 시, 시주! 혹여 소승이 형님으로 모셔도 되겠소이까?

- 자색 카르마 1,000p 획득!

===

안 됩니다.

가볍게 거절해 주었다.

맨주먹으로 통나무와 대결하는 변태의 형님 지위는 절대 사절이었다. 애당초 하기 싫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고 있던 퀘스트가 아니었던가.

괴승의 괴이한 취향 탓에 타계하신 고故 전나무 씨의 명복을 빌며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

청색 카르마 : 4,700p

적색 카르마 : 12,300p

자색 카르마 : 3,500p

황색 카르마 : 600p

===

동부파와 일전을 치르느라 신체 능력 쪽에 매진했더니 적색 카르마만 가득했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어차피 요새는 탤런트가 수집되는 것보다 카르마가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니까.

언젠가 Rank A의 재능이 발견될까 싶어 꾸준히 모아뒀지만 아직까지 모자람은 없었다.

오랜만에 전체 상태창도 훑어보도록 할까.

===

·이름 : 이한열

·특성 : [미다스의 손](Rank Ex) [!] / [부처핸섬](Rank C) / [서초패왕 항우의 역발산기개세](Rank B) / [궯벫닮읇삹](Rank ??)

·탤런트

-청 : [어느 수학 신동의 수리적 통찰력](Rank C) / [어느 시인의 필력](Rank E) / [어느 동사무소 소장의 암기력](Rank D) / [매국노 이완용의 눈치](Rank C) / [세종대왕의 언어능력](Rank A) / [어느 구급요원의 공간지각력](Rank D) / [라흐마니노프의 음감](Rank B) /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공학적 상상력](Rank C) / [트레이너 이종수의 안목](Rank C) / […… ]

-적 : [타짜 귀수의 손재주](Rank D) / [자전차왕 엄복동의 대퇴부](Rank D) / [어느 발레리나의 유연성](Rank E) / [어느 발레리나의 발목](Rank E) / [어느 사냥꾼의 동체시력](Rank D) / [어느 병아리 감별사의 민감성 손가락](Rank E) / [어느 보부상의 척추기립근](Rank E) / [어느 역도 선수의 전완근](Rank D) / [어느 국가대표 수영선수의 삼각근](Rank D) / [어느 유도 루키의 대흉근](Rank E) / [어느 야구 선수의 회전근](Rank D) / [금매달리스트 복서 이용찬의 반사신경](Rank C) / [어느 피아노 조율사의 예민한 청각](Rank D)

-자 : [어느 포토그래퍼의 사진술](Rank D) / [어느 투석꾼의 투석](Rank C) / [어느 중의사의 침술](Rank C) / [예술가 장민욱의 미학](Rank C) / [어느 무예가의 돌주먹](Rank D) / [메이크업 아티스트 옹달샘 원장의 뷰티 아트웍](Rank D) / [슈거 레이 로빈슨 : 더 복서](Rank B)

·특전 : [율리시즈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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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니 새삼 장관이구만.”

그새 참 많이도 모았다 싶다. 이렇게 늘어놓고 나니 간만에 콜렉터의 감성이 동했다.

따지고 보면 이게 도움이 되나 싶은 재능들도 있지만 상관없다. 콜렉터가 그게 필요해서 모으나. 모으면 뿌듯해서 모으지. 그런 의미에서, 이 빵빵한 상태창은 그 자체로 아빠미소 제조기였다.

‘근데 이건 대체 뭐지?’

언제부터인가 특성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궯벫닮읇삹](Rank ??).

추정컨대, 원장선생님의 비밀방에 방문했던 그때 생긴 것이겠지. 그때도 금빛 카르마와 조우했지만, 버그 문자만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졌었다. 그 외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이건 뭐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서 AS를 요청할 수도 없고. 그냥 있는 대로 살아야지 뭐. 아직까진 별일도 없고…… 음?’

그때 내 시선이 [미다스의 손] 옆에 있는 [!] 표시에 닿았다.

===

!업적 임계치를 초월했습니다!

- [어느 무예가의 돌주먹]의 업을 초과하는 위업을 달성하셨습니다.

- 보상으로 특전 [레오나르도의 황금 필터]를 지급합니다!

===

헐.

말하자면 내가 [돌주먹]의 원주인도 도달하지 못한 걸 해냈으니 보상을 준다는 소리였다.

하기야 호랑이 뚝배기까지 깼던 괴승조차 맨손으로 나무를 눕히진 못했다.

[역발산기개세]를 중심으로 [대퇴부] [척추기립근] [전완근] 등등 펀치력를 극대화시킬 재능들이 시너지를 냈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지. 물론 원주인의 과업이 재능대비 보잘것없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아무튼.

===

[레오나르도의 황금 필터]

- 필터를 통과해 카르마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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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읽어 보니 흥미로운 보상이다.

예컨대 적색 카르마를 자색 카르마로, 혹은 그 반대로도 바꿔 주는 기능이었다. 변환 과정에 손실되는 10퍼센트의 포인트를 감수한다면 꽤 유용할 듯싶었다. 다만-

‘과연, 황색 카르마는 꽤 값이 나가는구나. 그래도 이 정도면…….’

황색 카르마는 청, 적, 자 카르마 셋을 동시동량으로 갈아 넣어야 하며, 1:3 비율로밖에 수득되지 않는다.

청100 적100 자100을 한꺼번에 소모해 황색 33p정도만 얻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그런 페널티를 감안해도 충분히 좋았다. 어쨌든 수급이 힘들던 황색 카르마를 충당할 안정적인 통로가 생긴 거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라면 질색했을 발언도 막 꺼내버릴 정도로.

“좋아요! 호형을 허락하도록 하죠!”

===

[어느 무예가의 돌주먹] : 퀘스트 발생!

- 끼요오오옷! 선재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바위도 쪼개 봅시다!! 형님!!

- 보상 : 자색 카르마, 바위의 크기와 경도에 따라 차등 지급.

===

아니 그건 안 할 거지만요.

* * *

일어날 법한 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이제 이거면 되지 않나요?”

여느 때와 같은 밴드부였다.

수림은 재준에게 기타가 너무 나댄다고 비난하고, 재준은 이게 내 스타일이라고 항변하고, 찬익은 이때다 싶어 조용히 빠져나가려다 발각되어 둘 모두에게 매도당했다.

“형은 또 어딜 도망가요!”“선배도 거기 딱 있어요! 선배한테도 할 말 있으니까!”“아 난 왜에…….”

키보디스트 이보람의 울분은 그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아니 그렇잖아요. 고작해야 동아리 활동이잖아요. 더 잘 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내신에 반영이 될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뭐야?”

박재준이 인상을 팍 찌푸렸으나, 이보람은 몸을 움츠리면서도 끝내 할 말을 마쳤다.

“왜요? 제가 못 할 말 했어요? 솔직히 선배들 좀 유난스러운 거 알아요? 이게 대체 뭐라고 그렇게 진지한 건데요?”

“그럼 넌 여기 왜 있는 건데?”

“그냥 재밌으려고 왔죠. 솔직히 우리가 다 음대 진학생들도 아니고, 그냥 우리끼리 재밌으면 된 거 아닌가? 근데 맨날 소리치고 싸우고. 요새는 재밌기는커녕 숨만 막힌다고요!”

결국은 눈물 한 방울을 떨구고 만다.

그러나 박재준은 성별과 세대 구분을 초월하여 한결같이 싸가지가 없을 수 있는 종자였다. 여자의 눈물 따윈 그의 전투본능을 증폭시킬 따름.

“한가한 소리 하고 자빠졌네. 야, 미쳤냐?”

“……예?”

“여기 뭐 소꿉장난하러 모였어? 그딴 게 필요했으면 아가씨들 모아서 찻집이나 가. 시발 음악이 장난이야?”

“야, 박재준.”

“아 좀 치워봐.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수림이 막아섰지만 재준은 거침없이 혀를 놀렸다.

“야, 넌 관객들 생각은 안 하냐? 그 사람들 일정 빼고 시간 쪼개서 오는 거야. 우리 음악 들으러. 근데 넌 쓰레기 들려주면서 ‘당신 고막은 파탄 났겠지만, 그래도 난 재밌었으니까 괜찮아요!’ 이 지랄 할래? 그럴 수 있다고?”

“…….”

“요샌 초딩도 그딴 무책임한 소리는 안 한다. 이게 무슨…….”

하지만 박재준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아무리 그라도 아무도 없는 곳에 대고 쏘아붙이는 취미까진 없었으니까.

이보람이 더 참지 못하고 부실을 나가 버린 것이었다. 쿵! 쿵! 성난 발소리가 복도에 오랫동안 울려 퍼진다. 결국 김수림도 뒷목을 잡고 퍼져 버렸다.

“으아…… 결국 저질렀네.”

“뭘 대단한 말을 들었다고 그냥 가냐? 하여간 의지박약인 것들은.”

“닥쳐. 닥쳐! 닥치라고! 너 때문에 키보디스트가 사라졌잖아! 어쩔 거야?! 엉?!”

“앗! 아앗! 아파 이년아!”

분노의 추격전이 잠깐 벌어졌다.

물론 부실하기로는 용호상박이었으므로, 1분 만에 밴드부 바닥에 두 개의 반사체가 생성됐다. 그제야 현타와 좌절감이 동시에 밀려들어왔다.

“……헉헉. 근데 시발 어쩌지.”

“이제야 그 생각이 드냐 화상아? 흐억흐억.”

그리고 이한열이 돌아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 뭐야. 이건 무슨 분위기죠? 보람이는 어디 갔어요?”

“어, 시망이야.”

“어, 시발이야.”

두 시체의 말을 찬익이 통역했다.

“재준이가 막말해서 보람이가 도망갔어. 우린 이제 망했음.”

“아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언젠간 있을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충격 받지도 않았다.

“그래서요? 뭐 성과는 있었어요? 수림 선배는 아는 뮤지션들한테 도움 구해 본다고 하셨잖아요.”

“어, 텄어. 복잡하다고 다들 던지시더라고. 이런 일은 돈 받고도 안 하신다더라. 어떻게 신스 사운드로 가닥을 잡아봤는데 그마저도 키보디스트가 도망감.”

“저런.”

그러나 한열에게 좌절의 기색은 없었다.

그는 두 선배를 일으켜서 소파에 앉히고는 차분하게 밴드부 비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혼자 태연한 모습이 얄미워서인지 절로 뚱한 반응이 나왔다. 수림이 말했다.

“넌 뭐 하는데?”

“근데 우리 장비 업그레이드 할 때 좀 되지 않았어요? 아, 마침 왔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그 순간 인부들이 부실로 우르르 들어왔다.

* * *

“이, 이게 다 뭐야?”

“우린 처음부터 가닥을 잘못 잡고 있던 거예요.”

인부들이 모니터링 스피커 바로 옆에 설치하고 떠난 것은 고급 오디오 장비였다.

포칼 스피커에 네임 앰프로 구성을 맞춘 초호화 하이파이 시스템. 수천만 원이 간단히 깨졌지만 시원하게 질렀다. 이 정도가 있어야 말이라도 시작할 수 있었다.

“곡의 전개에 맞춰서 사운드를 짜서는 안 됐어요.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낱낱이 분해해서 다시 건축하듯이 편곡을 해야죠. 그러려면 제대로 들어야 되고. 그러니 일단 들어 보세요.”

난 관현악부에서 녹음해 온 음원을 플레이어로 재생했다.

양쪽 스피커를 통해 광활한 소리의 지평이 펼쳐졌다. 대편성의 악기들이 모조리 분리되어 사방에 흩뿌려졌다. 소리의 질감은 거의 만져질 듯했다.

고작 수십만 원짜리 모니터 스피커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해상력에 셋 모두 입을 떡 벌렸다.

“이제부터 우린 이 소리들과 싸워야 됩니다.”

그 뒤로 시작된 편곡 작업은 이전의 그것과 완전히 달랐다.

사실, 오케스트라는 한 덩이의 배경음악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접근했으므로 그 덩어리의 위압감에 밀리고 튕겨 나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첨단 장비에 힘입어, 우린 오케스트라 악기들 한 복판에 포위되어 그 소리 하나하나와 대면할 수 있게 됐다. 각개전투가 가능해진 것이다.

“수림 선배는 초반에 퍼즈 이펙터로 사운드 메이킹을 해 보죠.”

“왜? 그럼 소리가 너무 세지 않아? 마스킹이 심할 텐데.”

“괜찮아요. 초반은 피콜로의 고음이 툭 튀어나오잖아요. 나머지는 잘 들리지도 않아요. 걔들 다 때려잡고 피콜로를 받쳐주는 것만을 생각하자고요.”

“오오. 뭔가 될 거 같아.”

돈으로 기세를 제압해둬서인지, 선배들이 왠지 모르게 내 말을 따랐다. 다행이었다.

“재준 선배는 슬라이드 바로 연주할 수 있어요? 공간계로 몽환적으로 톤 잡고…… 여기에 드라이브 먹이면 바이올린 소리 비슷하게 세팅할 수 있잖아요.”

“무슨 소린지 알겠다. 잠깐만.”

“그리고 찬익 선배는…… 일단 알아서 해 봐요.”

“뭔가 나만 찬밥인데?!”

우린 오케스트라라는 한 조의 음악이 아니라 그 안의 낱낱의 소리들을 해석했다.

일종의 선별 과정이었다.

필요한 소리는 취하고, 불필요한 소리는 제압한다. 때로는 저들의 소리를 받쳐서 주제를 강조해 주고, 때로는 저들의 소리를 도움닫기로 써 우리 소리를 띄웠다.

나는 그 과정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면서, 새삼스럽던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했다.

‘……역시 민꼬는 천재다. 그것도 압도적인 수준으로.’

민꼬는 음표 하나하나를 그려 주는 식으로 편곡을 해 주지 않았다.

이 부분의 흐름을 뒤틀면 어떤 식으로 변용이 가능한가. 이 사운드를 제압하면 어떤 식의 연출이 가능한가. 원곡의 어떤 부분이 취약한가. 어딜 어떻게 보강해야 완성도가 높아질 것인가.

요컨대-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 그저 방향을 제시했지. 방향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우리 스스로 길을 찾아 성장하도록-.’

마치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리듯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서 내려다봐야 그런 묘기가 가능해지는 걸까? 난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우린 이 가이드라인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며 원곡을 뿌리부터 고쳐 쓰고 있었다.

“이 주제부는 살려줄 필요가 없지 않아? 우리가 새로 고쳐 쓰자고.”

“드럼은 일단 킥과 스네어를 봉인하고 탐탐만 사용해 볼래요? 누르고 누르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모조리 터뜨리죠.”

“여기서 이 톤은 여기선 너무 자극적인 거 같은데? 여기는 좀 엎드려서 숨고르기를 하자고.”

그렇게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 근데 이거…….”

“완전…….”

“기존의 오케스트라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데……?”

모든 게 완전히 달라졌다.

우린 더 이상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아니었고, 과격한 사운드로 오케스트라를 무력화시키지도 않았다.

관현악이란 배는 그대로였지만 그 조타를 잡고 물길을 타는 건 바로 우리였다.

요컨대, 이건 더 이상 관현악부의 아리랑이 아니다.

우리 입맛대로 완전히 재해석된 밴드부의 아리랑이었다.

“돼, 됐어!”

“끼야아아아악!!”

그리고 내 마지막 미션은, 광분하여 악기를 집어던지는 선배들을 진정시키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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