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자꾸 늘어 141화>
14. 막을 테면 막아 봐 - 11
* * *
협주 연습은 이후로 3시간 동안 이어졌다.
꽤 길다고?
원래는 하루 온종일 붙어 있어도 모자랐다.
커버곡이면 레퍼런스를 따르면 되므로 분쟁이 적지만, 우리의 경우처럼 곡을 새로 쌓아 올려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음악관이 충돌하게 되어 있다.
고작 5인 유닛의 밴드 사운드를 서로 맞추는데도 전쟁이 벌어지는데 하물며 오케스트라 협주라니.
요컨대, 3시간‘밖에’ 안 걸린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우리가 들고 온 편곡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트집과 어깃장의 화신인 말자 씨조차 음악적인 지적은 차마 할 수 없었다. 평소 같으면 아무 땡깡이라도 부려 보겠지만 오늘은 오랜 은사의 눈이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반면 우리는 할 지적이 많았다.
관현악부의 숙련도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원래도 어렵던 B타입인데 쉽게 고친 편곡에 손이 익어 있었다. 실수가 빗발치고 박자가 절뚝댔다.
그게 그나마 괜찮게 들렸던 건 밴드부에서 멱살 잡고 곡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 [Improvisation]은 관현악 쪽의 실수마저 커버하며 곡의 빈틈을 실시간으로 메웠다. 내가 없었다면 아마 더 엉망진창이었을 걸.
‘즉흥 연주가 아니라 굳이 영어로 표기해 둔 이유를 알겠네.’
이건 비단 연주에 국한된 재능은 아닌 것이다.
흔히 잼(Jam)이라 표현되는 즉흥 합주는, 사실 진짜 즉흥이라기보다 수십, 수백 번 반복 숙달된 프레이즈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에 가깝다.
말하자면 즉흥 연주는 빠른 판단력보다는 악기의 숙련도에 좀 더 의존한다.
그런데 이 재능은 순식간에 곡의 흐름을 캐치함은 물론, 어긋남을 감지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순간의 적응력을 내 손에 각인했다.
내가 알기로, 이런 뜻의 improvisation에 대응하는 한국어는 마땅히 없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오늘의 연습은 우리와 말자 씨의 갈등 구도보다, 관현악단 내부의 불만과 긴장이 주된 화두가 되었다.
그렇겠지.
갑자기 버전을 바꾼 것부터가 독단이고 무책임한 일인데 대책도 없다. 그 이유는 더더욱 어이가 없다.
실수가 거듭되고 짜증지수가 차곡차곡 적립되다가, 결국 안쪽에서 터지고 말았다.
“아, 이게 뭔데요. 공연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대체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야 돼요?”
“성연아. 아까도 말했잖니, 난 이게 더 완성도가 높을 거라고…….”
“진짜로?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
장성연이라는 이름의 저 당돌한 소녀는, 사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을 역임했던 유명 마에스트로를 부모로 두고 있었다.
그뿐인가.
무명무실하기로 악명 높은 대원고교 동아리들 가운데서, 드물게도 관현악부는 명문에 걸맞은 기품과 역사를 지닌 돌연변이 같은 존재였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흔한 일이다.
세상에는 클래식을 무슨 영혼 세탁기쯤으로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들이 있다.
씻어 내고 싶은 것이 출신의 미천함일지 본성의 천박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거치면 자동으로 격조가 높아질 거라 믿는다.
이른바 노블레스의 품격이란 녀석.
그런 사람들은 자식이 ‘피아니스트가 될래!’라고 하면 허허 웃으며 교양 차원에서 허락해 주겠지만, ‘나 로커가 될 거야.’라고 하면 엑소시스트에게 악마 퇴치를 의뢰할 것이다.
그리고 대원고교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학부모로 버티고 선 곳으로, 관현악부는 막대한 후원을 받아 명맥을 이어 온 만큼 외부의 입김에도 취약했다.
따라서.
“하, 진짜. 뻔뻔한 거야, 눈치가 없는 거야? 낯짝이 무슨 티타늄인가 비브라늄인가. 진짜 부끄럽지도 않나 봐.”
라고, 메가폰에 주둥이를 대고 혼잣말을 해도 말자 씨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굴욕을 무릅쓰고 밴드부에게 와서 조정을 요청해야만 했다.
“……하자.”
“예에? 뭐라고요?”
“C타입으로 다시 바꾸자고…….”
“에에에? 뭐라고요오? 잘 안 들리는데에에?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이라 그런가아……?”
“진짜! 미안하니까 다시 원래대로 바꾸자고! 내가 잘못했어!”
“수림이는 머리가 나빠서 성질내는 건지 사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오……! 둘 중 하나만 해 줬으면 좋겠네에에?”
우와 내가 봐도 얄미워.
어쨌든 수림 선배는 뜯고 씹고 소화해서 화장실까지 다녀온 뒤에야 말자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C타입으로 재정비하여 다시 모이기로 했고, 그렇게 그날 연습은 흐지부지 쫑 났다.
“오오올. 너 기타보다 피아노에 재능 있는 거 아니냐? 완전 잘 치던데?”
다 끝나 악기를 정리하고 있는데 배윤하가 졸랑졸랑 다가오더니 까불었다.
훗, 가소로운 녀석. 본전도 못 건지게 해 주지. 난 가볍게 받아쳤다.
“그러는 너는 여기까지 와서 연애질이냐?”
“……엇?!”
“아주 의자 밑으로 깍지 끼고 꼬물락 대고 난리더만. 내가 너 때문에 집중이 몇 번이나 깨질 뻔했는지 아냐? 응?”
“그, 그게 어떻게 보여! 그 거리에서! 말도 안 돼!”
“원래 뵈기 싫은 게 잘 보이는 법이지. 아주 꼴사나워서 백리 바깥에서도 다 보이겠더라.”
“으으. 지, 진짜 그랬어? 으아아. 다, 다들 봤을까?”
역시 명불허전 고무줄 텐션. 배윤하는 순식간에 쪼그라들어서는 바짝 붙어 속삭여 왔다.
진짜겠냐. 그냥 내가 눈이 좋은 거지.
물론 난 대답해 주는 대신 피식 웃으며 그녀의 이마를 콕 찍었다.
“아얏.”
“정리 방해하지 말고 남친한테나 가세요. 그리고 너무 붙지 마. 상진이 오해할라.”
“응? 뭘 오해해?”
이렇게 남자 마음을 몰라서야. 쯧쯧.
전상진은 윤정희 곁을 떠날 수 없어 멀리서 전전긍긍하고만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날 라이벌로 보는 모양인데, 내 쪽에서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도 웃겨서 가만있는 중이다.
그 눈치 좋던 배윤하도 당사자가 되니 바보가 되는군. 여러분, 이렇게 연애가 두뇌 건강에 안 좋습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여자를 멀리 하고…….
“이한열 학생?
배윤하를 내쫓을 필요가 없어졌다.
저쪽 인사가 다 끝난 모양인지, 이병호 교수를 위시한 학생회 일동이 밴드부를 방문해 온 것이었다.
다른 부원들한테는 간단히 악수라도 하더니, 나는 불러 세우고는 말도 없이 빤히 쳐다보고만 있다.
“……예에, 안녕하세요. 이한열입니다.”
“흠.”
그러더니 고개를 지그시 끄덕인다. 대충 무슨 용건인지 알겠네. 난 그 짧은 순간 방침을 정했다.
“학생 나랑 같이 일할 생각 없어요?”
“동업이라면 얼마든지요.”
“……허?”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외였을 것이다. 대중음악 업계에서 그 정도면 거물이니까. 생짜 무명이 ‘나랑 같이 일할 기회를 드리겠다’는 투로 대꾸하는 걸 어디서 경험해 봤을까.
다행히 그는 기분 나쁜 기색은 없어 보였다.
“……역시 범상한 친구는 아니구먼.”
“별로 성공에 구애받고 살 생각은 없거든요. 그러니까 누구한테든 밑지고 들어갈 이유가 없죠. 전 그냥 즐겁게 살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 겁니다.”
“성공해야만 즐거울 수 있죠. 특히 음악은 더 그럴 걸?”
“보통은 그렇겠죠.”
“본인은 보통이 아니다?”
난 미지근하게 웃으며,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셔서 오신 거 아닌가요?”
이병호 교수가 눈을 깜박이다 이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짓고, 그러나 음대 교수답게 이 변박의 리듬이 기껍다는 기색으로.
“암. 그렇고말고. 그러니까 기껏 와서 말이라도 붙여 보는 거지.”
그가 명함을 꺼내어 건넸다.
“그럼 ‘동업’할 생각이 있으면 연락해요. 이래 봬도 대중 음악계에서 방구 좀 뀌는 사람이니 도움은 될 겁니다.”
“예, 꼭 그러겠습니다.”
“허허, 다음에 볼 땐 좀 더 느긋하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
그러고는 쿨하게 떠났다.
역시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답게 성급하게 달라붙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로서는 자존심 문제일 수도 있겠다. 명함만 주고 내 번호는 받아 가지 않은 게 무슨 뜻이겠나. 어쨌든 자기 쪽에서 먼저 연락하지는 않겠다는 거지.
‘그렇게 보면 좀 쪼잔한 거 같기도 하고.’
난 명함을 곱게 속주머니에 넣었다. 어쨌든 인맥은 소중한 거니까.
* * *
오늘 밴드부의 뒷풀이는 성대했다.
메뉴가 과자 쪼가리에서 무려 피자와 치킨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음료도 최고급으로, 펩X가 아닌 코X콜라가 페트째로 카트에 올랐다.
명백한 예산 초과 앞에서 김수림이 식은땀을 흘렸다.
“……크윽. 피 같은 돈이.”
족발과 보쌈을 시킬 때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잘들 논다 싶어 카드를 꺼내 긁어 주니 사람들이 날 숭배하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밴드부의 신이 되었다.
“한열아, 너처럼 돈 많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네, 회귀하면 됩니다.”
“……오오, 열맨.”
아무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전투는 승리했고 고구마는 혁파되었으며 치킨은 오늘도 진리였다. 얼마간 데면데면하던 1학년들과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친해진 느낌이었다.
“사실 난 너 좀 불편했거든.”
“그랬냐.”
“당연하지. 그 이전까진 내가 밴드부의 얼굴이었다고! 근데 네가 온 다음부터 내 자리가 흔들리고 있잖아!”
“걱정 마. 나 프론트맨이 될 생각은 없어. 노래 엄청 못하니까.”
“……진짜지?”
“응. 그리고 내 얼굴은 뒤에 있어도 반짝반짝 잘 보이거든.”
“재수 없는데 반박할 수가 없네.”
보컬리스트 이환의 투덜거림이었다.
앞서 내가 느끼하고 겉멋 든 보컬이라 평했던 바로 그놈이었다.
근데 알고 보면 솔직하고 모난 데가 없이 괜찮은 친구였다. 허세끼가 좀 있지만, 오히려 그게 밸런스를 맞춰서 인간미가 있다고 해야 하나.
“좋아. 널 오일맨에서 버터맨으로 승격시켜 주마.”
“응? 뭔 솔?”
그렇게 콜라가 몇 순배 돌고 다들 탄산에 거나하게 취했을 무렵이었다.
뭔가 빠진 느낌이 들어 슬쩍 살피니 어느 순간부터 재준 선배가 사라져 있었다. 어디 갔나? 속으로만 물음표를 띄웠는데 답변이 옆에서 들려왔다.
“또 혼자 궁상떨고 있나 보네.”
“예?”
수림 선배가 현란한 혀놀림으로 닭뼈를 깔끔히 발골하며 말했다.
“음? 아, 넌 모르겠구나? 그럼 같이 가자. 지지리 궁상 엉덩이나 걷어차러.”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얼떨결에 따라나섰다.
재준 선배는 밴드부실 뒤편, 어두침침한 그늘 밑에서 구름을 뻑뻑 피워 올리고 있었다. 김수림이 점퍼에 손을 꽂고 어슬렁 다가섰다.
“와아-. 불량 학생이다.”
“지랄. 안 꺼져?”
“꺼지라면 달라붙는 게 인지상정. 야, 나도 좀 줘 봐.”
“아 미친자야. 꺼지라고. 너 펴 본 적도 없잖아.”
“넌 뭐 날 때부터 물고 나왔냐? 누나한테 한 대 꽂아 봐라. 아 얼른.”
거침없는 호기가 무색케도, 김수림은 폐를 토해 낼 기세로 기침을 하고는 절반 넘게 남은 필터를 던져 버렸다.
담벼락에 부딪힌 불꽃이 허공에 잔영을 남겼다. 연기는 그보단 좀 더 오래 머물렀다.
“헉, 헉, 만만찮은 상대였어.”
“쯧쯧. 내 그럴 줄 알았다. 에효, 이 멀쩡하게 생긴 븅딱을 어쩔꼬.”
말은 그러면서 등을 두드려 주는 손길이 부드럽다. 그가 날 흘깃 보더니 남은 꽁초를 짓밟아 껐다.
“괜찮은데요. 저도 흡연자라.”
“뭐, 안 그래도 다 폈어. 그리고 이 유리 허파 녀석 때문에 더 못 피겠다.”
“……내 허파는 약한 게 아니라 섬세한 거야. 무시하지 마.”
“알겠다. 븅신아.”
박재준이 픽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 밑에 낀 근심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출발할 때는 누구보다도 전투적이었는데, 막상 승전한 뒤엔 들뜬 기색이 없었다. 연기처럼 차분했다.
김수림은 치킨과 족발을 싼 호일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이곳에 작은 연회장을 차렸다.
억지로라도 닭다리를 입에 물리니 박재준이 못 이긴 척 오물오물 받아먹는다.
“네 탓이 아니야.”
“……알아.”
“알면서 왜 궁상이냐? 평소처럼 시발시발하고 넘기면 될 일을.”
“그래도. 뭔가 염치없잖아.”
“에효.”
대강의 맥락만으로도 무슨 일일지 감이 왔다. 난 아까 강당에서 들었던 개소리 일부를 발췌하여 떠올렸다.
-박 사장님도 학교 차원에서 조치하라고 어찌나 재촉하던지. 근데 판을 깔아 준다니 감사할 일이죠.
박 사장.
아마도 박재준의 가족과 연관된 사람이겠지. 그리고 그는 밴드부 활동을 전면에서 가로막고 있었다. 스토리가 절로 그려지지 않는가?
“너한테도 미안하다. 오늘 일, 아마 우리 아버지가 손을 썼을 거야. 아님 말자 씨가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오진 못했겠지.”
“아뇨, 뭐. 결과적으로는 잘…….”
“결과적으로는 그랬지. 근데 오늘 한열이 네가 없었다면?”
“…….”
“젠장. 짜증 나네.”
딴따라 짓거리가 용납되지 않는, 가부장적이고 고리타분한 아버지가 연상됐다. 그럼에도 그는 열망을 굽힐 수 없었을 것이다. 흔하지만 답도 없는 주제.
그리고 그 집안 사정이 오늘 일에까지 여파를 남긴 것이다.
“……나 그만둬야 할까 봐.”
“뭐야?”
김수림이 눈썹을 날카롭게 세웠다.
“너도 알잖아. 우리 아버지 한다면 한다고. 나 하나 답답한 건 그러려니 할 수 있어. 근데 우리 후배들은? 안 그래도 힘든 너는? 더 이상 민폐를 끼칠 수는…….”
“이게 개소리가 나온다는 그 구멍인가?”
“우와왁.”
“막아버려야겠네.”
이번엔 족발을 뼈째로 재준의 주둥이에 박아 버리는 수림이었다.
“물러 터져서는. 같이 펜타포트 가자며! 전미 투어 뛸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약한 소리야?!”
“…….”
재준은 말없이 족발 뼈만 씹었다.
수림은 속이 탔는지 콜라를 원샷하려다가 이번엔 위장을 게워 낼 뻔했다.
등을 쓰다듬던 재준의 손을, 수림이 별안간 잡아챘다. 그러곤 벌건 눈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선고하는 것이다.
“……너 취소해.”
“뭘 인마.”
“그만둔다는 거 취소하라고! 너 그만두면 나도 따라서 관둬 버릴 거니까. 알았어?”
“야, 나랑 부장인 네 입장이 같냐? 이건…….”
“아 시끄럽고. 취소하라고.”
“…….”
재준이 얼굴을 팍 찌푸렸다가, 한숨을 쉬며 그녀의 면상을 꾸욱 밀어냈다.
“……알았으니까 얼굴 좀 치워 줄래. 내가 네 오장육부 냄새를 맡고 있어야겠냐? 에이 더러븐 년.”
“사이 돈독해지고 좋네. 위장 냄새를 나눈 사이. 킁.”
“미친년아. 내 위장 냄새는 너한테 공개 안 할 거거든?”
분위기가 다시 도란도란하게 바뀌었지만 그건 예전의 질감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난 알 수 있었다.
그건 갈라진 균열을 어설프게 봉합했을 뿐이었다. 유예해 둔 위기는 언제고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녀와 그는 멀리 돌아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겠지.
선택을 내려야만 할 순간으로.
하지만 난 그들이 한 조각의 추억이라도 더 만끽할 수 있으면 했다. 언젠간 삭더라도 지금의 반짝임에 충실했으면 했다. 길을 잃은 청춘도 여전히 청춘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피자 한 판 더 시킬까요?”
“……허 참. 야, 넌 이런 분위기에 그런 얘기를 하면 땡큐지. 두 판 시키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