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자꾸 늘어 144화>
14. 막을 테면 막아 봐 - 14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게 됐습니다. 혹시 폐를 끼친 건 아닌가요?”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만 괜찮습니다.”
폐는 무슨. 롤 티어 승급전에서 이기기 직전의 상황이었더라도 마우스 집어던지고 뛰쳐나왔을 것이다.
내 최선을 다한 깜놀 연기가 잘 먹혔는지 장 회장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조촐하지만 부디 들어오시죠.”
장 회장은 직접 앞장서 나를 안내했다.
조촐하다라.
확실히 재벌회장 집이라 기대하고 온다면 김이 샐 수도 있겠다. 엄청 으리으리하지도, 고가의 소재로 치장한 티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껍데기에 현혹되지 않고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 남자가 공간을 대하는 철학과 금전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들을 견식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정원부터 심상치가 않다.
“저건…….”
“우리 막내아들이 처음으로 만든 소조입니다. 멋지죠?”
전혀 멋지지 않았다. 저걸 소조라고 명명하려 든다면 예술계와 격렬한 논쟁을 감수해야 할 마른 진흙더미가 그곳에 있었다.
그렇겠지.
아무리 장민욱이라도 5살부터 걸작들을 뽑아내진 못했을 테니까.
“저건 뭘 만든 겁니까?”
“산타 할아버지가 납치된 루돌프를 구하기 위해 외계 군단의 모선에 잠입한다는 테마입니다.”
“멋진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니크하긴 하네요…….”
“아하하. 그렇죠? 지구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입니다.”
하여간 그놈의 예술가 감성이란.
어쨌든 말을 듣고 나니 아스라한 기억들이 밀려왔다. 오래되어 빛바랜 브라운관처럼 노이즈 가득한 장면들. 장민욱의 본인의 기억들이다.
-아버지, 저거 좀 버리면 안 돼요?
-왜? 나는 좋다만. 순수하고 창의적이고.
-……언제 저거 사라지면 제가 담장 넘어와서 부숴 버렸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나 장민욱에겐 재벌가의 보안을 뚫을 만한 재주까진 없었기에 원작자의 절규는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다.
진학 문제로 부자가 갈등을 빚고 장민욱이 가출을 한 뒤에도 저것은 저 자리에 있었다.
아니, 저것이 아들의 빈자리를 대신한 건지, 아니면 고차원의 복수인지는 몰라도 더 애지중지 보관되었다.
받침대가 생기고 강화 유리가 덮이고 태양빛으로 변질될까 싶어 UV 보존처리까지 더해졌다.
그렇게 훗날 장민욱을 절망시킬 흑역사 완전 보존 시스템이 완성된 것이었다.
아무튼.
“오, 저게 뭔지 궁금하진 않아요? 저건 제 아내가 아들들 혼낼 회초리는 직접 깎겠다며 건드렸다가 그대로 예술 작품이 되어 버린…….”
쓸데없이 고퀄리티인 회초리.
제 구실을 못 하는 빗자루.
세월에 다 삭아서 보강되고 고쳐지다 이젠 형이상학적 형태가 되어 버린 테이블과 의자.
‘저기서 장 회장은 아내와 티타임을 즐기곤 했었지. 그녀와 사별한 이후에도 계속.’
예술로 시작하지 않았으나 예술이 되고만 오브제들이 이 저택을 가득 장식했다.
이곳엔 장건철 회장의 완고함, 꼼꼼함, 한 조각의 추억도 하찮게 두지 않는 편집적이되 감상적인 성미가 깊게 스며 있었다.
통일성도 없고 애매하고 난잡한 공간이지만, 한 인간의 생애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나름의 감상 포인트가 생기는 것이다.
난 그런 의미에서 꽤 흥미롭게 저택을 구경할 수 있었다.
“겉옷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실내에 들어서자 한 노신사가 다가와 내게서 옷을 받아 갔다.
집사다.
집사가 있어!
저, 저건 메이드다! 메이드 복을 입고 있다고! 하지만 미소녀는 아니네! 비현실적일 거면 끝까지 비현실적이면 좋았을 텐데!
물론 장민욱의 기억을 읽기는 했지만, 그건 모니터 너머로 보는 드라마처럼 열화된 현실에 불과했다.
그러나 진짜 눈앞에서 움직이는 집사와 메이드는 내 정신머리를 단번에 각성시켰다.
너무 옆집 할아버지 같아서 잠깐 잊고 있었지만, 난 한국 굴지의 대기업을 직접 일군 사람의 자택에 방문한 것이었다. 요컨대, 갑자기 쫄렸다.
“허허, 아까는 담대하더니, 별난 지점에서 긴장을 하는군요.”
“……아직 소시민 물이 덜 빠진 지라.”
“그렇다면 아직 놀랄 일이 많이 남았을 겁니다. 자, 이쪽으로.”
장 회장이 장난스레 웃으며 날 안쪽으로 인도했다.
고풍스러운 가구로 꾸며진 거실이었는데, 나중에 알기론 사실 거실이 아니었단다. 여긴 그냥 응접실일 뿐이고 안으로 한참 들어가야 진짜 거실이 등장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소파에 마주 앉으니 메이드가 차를 가져다주었다.
“외람되지만 제가 월권을 좀 저질렀습니다. 예선 단계에서 학생의 작품을 보고 왔어요. 그런 행위가 심사 위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알지만, 궁금해서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가 후후 웃으며 리모컨으로 비디오 장치를 작동시켰다. 벽에 맺힌 프로젝터의 상은 낮이었음에도 쨍하게 선명했다.
영상이다.
내가 출품한 그림이 변화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편집되어 상영되고 있었다. 썩 어울리는 배경 음악까지 깔린 걸 보니 전문가에게 작업을 맡긴 모양이었다.
“얼결에 저질렀지만, 한편으론 성급했음을 자책하기도 했죠. 저답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아시겠습니까? 한열 학생.”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작품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내 여분의 삶 속에서, 저 걸작을 음미할 날이 단 며칠이라도 늘어났다는 사실에 저는 감사함마저 느꼈습니다.”
“…….”
“충격이었습니다.”
장 회장이 아련한 눈으로 영상을 바라본다.
“고흐가 객관적인 풍경화에 주관의 흐린 시선을 담은 방식에 사람들은 감탄했죠. 피카소가 면에 입체를 담았을 때 혹자는 혁명이라고 했습니다. 백남준이 비디오아트로 새로운 시대의 지평을 펴 냈을 때 저도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내 얼굴에 굳게 고정시켰다.
잘은 주름이 그의 눈동자를 포위하고 있었지만 초점은 한 점 흐림 없이 정명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불멸의 열기가 그 안에 있었다. 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날 이만큼 감동시킨 작품은 제 평생 단 두 점밖에 없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당신은 나를 근본에서 뒤바꾼 작품을 창조해 낸 겁니다. 학생…… 아니, 이한열 작가님.”
“과분한 말씀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말하건대, 조금도 과분하지 않습니다.”
그 두 점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아내와 둘째 아들이 전성기에 완성한 최고 걸작 두 점만이 그의 심장에 파고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늘어놓은 말들이 대체 무얼 뜻하겠는가. 난 꿈틀대는 입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제가 당신을 정식으로 후원하고 싶습니다. 아니, 후원하게 해 주십시오.”
“……후원이라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모든 것이 바라는 형태로 당신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당신은 단지 당신의 예술을 하십시오. 그걸 가로막는 모든 것은 제가 치워 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기다렸다.
당장이라도 녹음기를 꺼내 증거 음성을 남기고 계약서로 남기자고 설레발을 떨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혔다.
좋아. 이쯤하여 사교술이 등장할 타이밍이다. 마음에도 없는 말은 내가 또 기가 막히게 잘 하지.
“……감사하고도 부담스러운 말씀이시군요. 제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후후. 이래 봬도 이 땅에서 제 이름값이 모자라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보증해 드릴 테니 좀 더 마음껏 우쭐하셔도 좋습니다.”
“하하. 그다지 대접받는 삶을 살지 못했어서 말이죠.”
“이제부턴 익숙해지셔야 할 겁니다. 그 대접받는 삶이란 것에 대해.”
그럼에도 난 난처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죄송합니다만, 사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미술이 아닙니다. 음악이죠. 미술을 필생의 업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허어. 이건 또 흥미로운 사실이로군요.”
있는지 나도 잘 모르는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꺼내어 그를 속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목적이 있어 접근한 건 사실이지만, 이토록 진심으로 부딪혀 오는 사람을 거짓으로 기만하는 무뢰한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건 전생에서 충분히 해 봤다.
물론, 장 회장의 성향을 읽고 나름의 확신이 있었기에 감행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상관없습니다.”
“의외의 말씀을 하시는군요. 제 뜻은 회장님의 뜻과 배치되는 것 아닙니까?”
“절 시험하지 마시죠. 모든 예술은 정신 행위의 특정 표현일 뿐, 그 형태가 본질은 아닙니다. 당신이 음표로 그림을 그리든, 붓으로 음악을 연주하든, 그것이 예술이라면 근본에서 다를 것은 없지요.”
“…….”
“앤디 워홀이 어째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후원하고 프로듀스를 맡았겠습니까?”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온갖 전위적인 시도로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의 록밴드.
그러나 앤디 워홀이 발탁하고 후원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채 그저 비주류로 잊혔을지도 모른다.
“그는 팝아티스트로서의 무궁한 상상력을 평면에만 국한시키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어쩌면 소리의 장인들에게 자신의 예술을 위탁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 모든 행위를 긍정하고 응원합니다.”
음악을 너의 세계를 그려 낼 주된 붓으로 삼겠다면, 그조차 인정해 주겠다고 그는 말한 것이었다.
이쯤 되니 그냥 날 옆에 두고 싶어 안달나신 거 같네. 난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요. 호의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어이쿠, 제가 더 감사한 일이지요. 그렇다고 아예 그림을 안 그리실 것은 아니지요?”
“물론입니다.”
“대신, 무얼 하시든 저에게 제1시청자가 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는 요청 드려도 괜찮겠지요?”
그가 밝게 웃으며 내 말을 받았다.
그 뒤로 우린 찻잔의 향기와 예술적 담론들을 길게 나누었다.
이번 출품작의 기술적 측면을 논하기도 했고, 그가 장민욱의 작품과의 유사성을 넌지시 드러내며 날 떠보기도 했다.
“혹시 어떤 영향을 받은 바는…….”
영향을 받은 걸 넘어 아예 그 자체인데 말이지. 아주 지대하게 영향 받았다 하니 그의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씰룩댔다.
참으로 알기 쉬운 할배로다.
“……회장님. 드릴 말씀이.”
그때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장 회장에게 속삭였다.
장 회장은 내게 양해를 구한 뒤 그와 이런저런 말들을 나누었다. 내게 안 들리게 목소리를 죽였지만 내 귀가 보통 귀인가. 다 들렸지만 모른 척 찻잔만 기울였다.
“중국 바이어들이 하나둘 연락을 끊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담합을 한 거 같은데 뭘 바라는 건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뭘 근거로 그러는 건가?”
“다들 다릅니다. 단가를 걸고넘어지기도 하고 품질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마도 다 핑계일 뿐이겠지요. 진짜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흠.”
그저 조사해 보라는 지시만으로 둘의 대화는 끝났다. 뚜렷한 방책이 나오진 않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일이 이쯤해서 일어났던가.’
전생의 기억을 불러 와서 현재 상황에 맞춰 보았다. ……맞는 거 같군. 이거 타이밍이 꽤 공교로운데.
“이거 죄송합니다. 사업하다 보면 별별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허허.”
“중국 쪽에서 문제가 터졌나보죠?”
“……그게 들렸습니까?”
“아, 들으면 안 되는 문제였나요? 자세한 건 못 들었습니다만…… 그저 중국 얘기가 들려오기에.”
“아뇨, 그렇게까지 기밀인 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아예 자리를 떴겠지요.”
“음.”
잠시 고민했다. 얘기를 하는 게 맞을지. 얘기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이른바 거대 담론이다. LS그룹이라는 거함이 움직이는 일이므로, 지금의 내 발언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회귀 지식으로 반쯤 먹고 사는 나로서는 조심해야만 했지만-
‘어차피 LS가 내 뒤를 튼튼히 받쳐 주면 미래가 어떻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 지금은 도움을 줘 볼까.’
방침을 정하자마자 바로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요새 동북아 정세가 어수선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또 댜오위다오 쪽에서 충돌이 있었다죠?”
“우리 작가님이 국제 정세에도 조예가 있으셨군요. 하지만 저희 일은 그 일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습니다. 어차피 중국과 일본 사이의 영토 분쟁이고, 늘 있어 왔던 일이니까요.”
“그거야 모르는 일 아닐까요?”
“……예?”
난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안다.
이전의 센카쿠 열도 분쟁은 그저 중일 양국의 일로 끝났지만 올해는 좀 양상이 다르게 흘러간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중국이 미국의 수출품까지 제한하며 강경하게 대응하자, 미국은 대놓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형태로 군사 배치까지 감행한다.
물론 진짜 군사 충돌까진 벌어지지 않지만.
문제는 여기서 중국의 갈 곳 잃은 분노가 괜히 한국에 튄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에 댜오위다오 문제에 입장을 낼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전통의 한미 동맹인가, 대중 무역인가를 두고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다.
정부는 당연히도 한미 동맹을 선택하고 그해 대중 무역은 근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다.
이번 일은 앞으로 일어날 폭풍의 전조일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요.”
사실 그 자체는 다 같이 극복해 내면 될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다 같이’에 LS그룹만 쏙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 제가 걱정되는 건 정부의 반응입니다. 어쨌든 이 일련의 사태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마 그러긴 싫겠죠. 당연히 희생양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LS그룹은 현 정부와 별로 사이가 좋지 못했죠?”
결국 LS그룹은 ‘중국의 심기를 거슬러 한중 무역의 악화를 이끌어 낸 장본인’으로서 거론되며 대대적으로 두드려 맞게 된다.
출처도 불명확한 품질 문제, 노사 문제, 갑질 문제가 어디선가 끊임없이 제보되며, LS는 한동안 어두운 시절을 강제로 보내야만 했다.
‘천기누설은 딱 여기까지만.’
방책을 세우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 가면 나의 정치적이고 음험한 면모를 지나치게 드러내 보일 여지가 있다.
장 회장에겐 의외의 총명함이 있는 정도로만 비치는 게 딱 좋다.
뭐, 여기까지 알았다면 그룹 전략팀에서 알아서 머리를 짜내겠지. 난 할 만큼 했다…….
근데 어쩐지 반응이 없어서 시선을 쓱 올리니, 장건철 회장이 입을 떡 벌린 채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허허, 이거 피카소인 줄만 알았더니, 나의 장자방이 여기에 있었군요.”
“……상상력을 발휘해 봤을 뿐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수준이니, 참고만 하시는 것이.”
“아니, 아닙니다. 꽤 설득력 있는 얘기였습니다. 그래, 그랬던 거야. 그러면 설명이 되지…….”
장 회장이 혼잣말을 하며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난 그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게 두고 차만 홀짝였다. 이거 맛있네. 가면서 좀 얻어 갈 수 없을까.
한참 뒤, 생각을 마친 장 회장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근데 꺼내는 화제가 어쩐지 의미심장했다.
“……내 아들들은 극과 극이었지요. 한 놈은 지나치게 자유분방했고, 다른 한 놈은 지나치게 꼿꼿해서 사고가 유연하지 못했죠. 둘이 좀 섞였으면 좋으련만 사이도 별로였어요.”
그의 눈빛이 복잡하게 일렁였다.
“만약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