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2화 (2/205)

# 2

정당한 지급

“팀장님. 약간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요?”

모니터링을 하던 운영자 유동섭은 얼른 구소형 팀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미러존 퀘스트를 깬 사람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무슨 문제? 지금 회의 중인 거 몰라?”

“미러 존 퀘스트를 깬 사람이 나왔습니다.”

“······.”

“팀장님?”

“농담하는 거지?”

“진짠데요.”

구소형 팀장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는 얼른 표정을 추스르고 웃는 표정으로 차장을 바라본 다음 다시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았다.

“버그야? 아님 해킹이야?”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순수하게 실력으로 퀘스트 깬 거 같은데요?”

“이. 스바.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아예. 이참에 파워볼 당첨됐다고 하지?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이게 장난하나. 너 약 먹었냐? 그걸 어떻게 깨. 기존 유저가 거기 들어가는 히든 퀘스트 같은 게 있었던 거야?”

“아니요.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요. 있었으면 시스템에서 벌써 이야기가 떴겠죠.”

“그러면? 정말 튜토리얼 존의 유저가 그걸 깼단 말이지?”

“사실입니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미러존 퀘스트를 클리어했어요.”

“허. 참. 너 뭐 이벤트이거나, 장난이거나 뭐 이런 거면 진짜 가서 네가 아끼는 키보드  뿌셔버린다. 저번 주에 사건 터진 일로 나 지금 일주일 동안 고생하고 있는 거 알지? ”

“네. 알고 있습니다. 팀장님. 그래서 조심스럽게 연락드렸습죠.”

“알았어. 바로 갈 테니까 거기서 딱 기다려.”

“넵”

***

[카시마르의 가면 = 카시마르는 끈질긴 전투로 미러존의 괴물을 물리쳤습니다. 이 가면은 그 끈질김의 증표입니다.

* 괴물의 징표 - 가면의 착용자는 레벨 업을 할 때마다 랜덤으로 체력과 생명력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 괴물도 혀를 내두른 강인함 - 가면의 착용자는 데미지를 10 적게 받는다.

* 괴물도 질리게 만든 끈질김 - 가면의 착용자는 생명력이 2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생명 회복,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90초 지속)

* 괴물 사냥꾼의 기술 / 당신은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존재를 순수한 실력으로 물리쳤습니다. 앞으로 강한 존재와 싸울 때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방어력 이용 - 상대의 방어력을 역 이용하여 추가 데미지를 입힙니다. 랜덤 퍼센트 적용. 최하 1퍼센트 / 최대 100퍼센트)]

카시마르는 아이템 정보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템을 놔두고 캐릭터를 접어야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 액티브 스킬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이유는 다른 게임과 달리 코즈믹 게이트의 스킬은 무한으로 레벨업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마법을 예로 들자면 초반에 배운 파이어 볼을 메테오급으로 성장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액티브 스킬에 많은 투자를 한다. 많은 스킬을 쓰는 것보다 주력 스킬 몇 가지에 투자하는 게 훨씬 위력적인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스킬 하나에 몰아서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하. 돌겠네. 한 달 동안 투자한 걸 이대로 버려야 하나? 히든 종족까지 뜬 상태인데?”

카시마르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카시마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E 랭크의 마을, 소위 초보존이라고 말하는 곳의 풍경은 놀랄만큼 아름다웠다. 근데 카시마르의 눈에는 그런 풍경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아오.”

일단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돌면서 자료를 모아보기로 했다. 혹시나 다른 돌파구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몇 시간을 둘러봐도 그런 돌파구 따위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카시마르는 운영자에게 문의 사항을 전달했다. 지금으로서는 그에게 남은 희망은 그것뿐이었다.

***

“뭐야? 이 시키 이거 사람 맞아?”

구소형은 카시마르의 클리어 영상을 보고 있었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된 영상을 들여다보던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람이겠죠.”

“이쪽이 유저 맞지?”

“네.”

“이쪽이 더 잘 싸우는 느낌인데.”

“그러니까 퀘스트를 클리어 했겠죠.”

“······.”

유동섭의 시니컬한 말투에 구소형이 인상을 찌푸렸다. 구소형이 째려보자 유동섭이 얼른 자세를 가다듬었다.

“프로그램 그런 건 아니고?”

“아닙니다. 확인했어요.”

“어떻게?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을 해봐. 내가 알기로는 미러존 퀘스트의 난이도는 C랭크인 걸로 아는데 이제 랭크도 없는 유저가 어떻게 깰 수가 있지?”

“미러 존 괴물은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설정되어 있으니까. 유저가 공격을 죄다 회피하거나 막으면서 공격을 퍼부으면 가능하죠.”

유동섭의 설명에 구소형이 피식 웃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내노라하는 게이머들이 죄다 GG 쳤겠어? 패턴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거 원래 이전 최고 기록이 몇 분이었어?”

“30분 17초요.”

“그래. 그것도 엄청난 기록인데. 뭐? 클리어를 해?”

“기록을 보니까 버그는 아니던데요? 오픈부터 지금까지 하루에 적게는 10번 많게는 서른 번 이상 미러존의 퀘스트에 도전했더라고요. 그 횟수는 최근으로 갈수록 점점 줄어들었고요.”

“왜 줄어들었는데? 점점 오래 버텨서?”

“넵.”

“그렇다고 해도 클리어가 가능해?”

“1시간 넘게 싸웠습니다. 막판에 크리티컬이 여러 번 터지는 운이 따라주어서 깨긴 했고요. 보니까 많이 연구를 했어요. 시작 전에 스타트 설정도 랜덤으로 해놓고 했을 정도니까요.”

“스타트 설정을 랜덤으로 했다는 건. 전투 타입도 정해놓지 않고 시작했다는 거 아냐?”

“그렇죠.”

“그러면 난이도가 더 올라가지 않아?”

스타트 설정은 미러 존의 괴물을 깨기 전에 설정하는 것을 의미했다. 코즈믹 게이트는 크게 두 가지 전투 타입이 있었다. 근거리, 원거리. 전직을 하면서 복잡한 성향의 캐릭터가 나올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두 가지가 전부였다.

근접 타입을 선택하면 전사, 기사 같은 세부적인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 선택을 하면 할수록 자유도는 낮아지지만, 튜토리얼 이후에 얻는 스킬들을 조절할 수 있어서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을 랜덤으로 해놓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스킬에는 한계가 없지만 큰 부작용이 있었다.

본인이 키우고 싶은 캐릭터가 전사 계열인데 재수 없으면 마법사나 궁수의 스킬을 얻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유저들은 시작 전에 세부적으로 대략적인 선택을 하고 미러 존의 괴물 퀘스트에 들어섰다. 그래야 시작 보상 아이템도 자신이 육성하고자 하는 스타일에 맞게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오히려 난이도가 떨어지는 거 같더라고요.”

“어째서? 랜덤으로 설정해두면 미러 존 괴물이 들고 있던 무기를 막 던지고 그런다고 유저들이 난리 치던데. 재수 없으면 시작하자마자 던진 무기에 맞아서 끔살 당한다고 엄청 그러더만.”

“그걸 오히려 이용하는 거 같더라고요. 무기를 던지면 그걸 피한 다음에 미러 존의 괴물이 그걸 주울 때를 이용해서 공격을 해요. 그리고 근접으로 설정을 하게 되면 미러 존의 괴물이 근접 캐릭터 특성을 지니고 싸워요. 쉽게 말해서 재수 없으면 공격을 막아도 스턴이 걸린다는 거죠. 그걸 피하기 위해서 그냥 랜덤으로 설정하고 싸운 것 같아요.”

“무기는? 무기는 왜 이거 하나만 들고 있는 거야. 옷은 팬티 한 장 달랑 입고.”

“검 하나만 쥐어 주면 그 검 위주로 공격을 하더라고요. 중갑옷을 입으면 미러 존의 보스가 몸통박치기 같은 동작을 취합니다. 스탯 차이가 심하니 재수 없으면 그걸로 끝이죠. 그래서 이게 최상입니다”

“그럼 단검이나 이런 게 더 나은 거 아냐?”

“단검은 격투술도 섞어서 싸우게 설정되어 있어요. 단검을 들면 미러 존의 괴물이 발차기를 합니다. 변수가 훨씬 많아지죠. 그러니 이게 제일 낫습니다. 창이나 이런 걸 들면 접근하기가 어려워지고요.”

유동섭의 설명을 들은 구소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이걸 진짜로 클리어하는 유저가 있을 줄이야. 클리어하는 건 클리어 하는 건데, 이걸 한 달이나 붙잡고 있는 미친 놈이 있다는 게 더 충격이었다.

“허. 이거 제대로 돌아이네. 제대로 연구 했어.”

“엄청난 집념이죠.”

“뭐, 유명 게이머 그런 건가?”

“그건 알 수 없죠. 근데 게이머보다는 무술의 고수나 뭐 그런 거 아닐까요?”

“왜?”

“미러 존의 괴물은 게이머보다는 무술 고수 같은 신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유리하니까요. 어차피 액티브 스킬 같은 거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냥 현실에서 잘 싸우는 게 장땡이죠. 현실의 신체 능력이 반영되게 되어 있으니까요.”

“이 새끼 정보 볼 수 있냐?”

“없죠. 특정한 상황 아니면 들여다 볼 수 없게 되어 있죠.”

“지금 이게 특별한 케이스 아냐? 들여다봐도 되는 거 아니냐고. 법적으로 문제 있어?”

구소형이 유동섭의 얼굴을 빤히 보고 물었다. 그러자 유동섭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게임 회사들이 아이템 드랍률 조작 같은 것으로 법적인 문제를 많이 야기 했기 때문에, 현재 운영진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심지어 유저의 정보도 허가 없이는 함부로 들여다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넵. 문제 있습니다.”

유동섭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쓰발. 문제 있다는 이야기는 바로바로 하네. 무섭게.”

구소형의 말에 유동섭이 씩 웃었다.

“웃지 마. 정들어. 그래서 이거 이 상태는 문제 없다는 거지?”

“예.”

“보상 템은? 클리어 보상이 뭐였더라? 뭐로 설정해놨냐?”

“전설급 아이템으로 되어 있었죠.”

“전설급. 하아. 초비상이구만. 밸런스 파괴다 말이 나오겠네. 전설급. 전설급 아직 상위권 랭커들이 근처에도 못가 본 전설급 아이템을 1레벨 유저가 얻었다 이거지?”

“예. 그냥 전설 템도 아니라 오리지널 템이죠. 유저 이름이 붙은.”

유동섭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구소형이 유동섭을 빤히 내려다 보았다. 유동섭은 구소형의 시선을 느끼고는 말을 멈췄다.

“······너 약 먹었냐? 지금 이 상황이 즐거워?”

“딱히 문제는 없어 보여서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 그치만 운영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잣 같다는 거 모르냐? 저거 알려지면 게시판 폭파는 시간 문제라고! 쓰발. 가만. 네임드 템이라고 했나?”

“오리지널입니다.”

“오리지널? 오리지널이면 템 얻은 놈 이름 부여되지 않나? 그리고 능력도 랜덤으로 부여되지? 재수 좋으면 밸런스 파괴급 옵션 안 붙는 거 아냐?”

“그럴 리는 없죠. 전설급인데요.”

“하······ 그래서 능력이 뭔데?”

“성장형 아이템이고 옵션은 뭐 안 들으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팀장님 혈압을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거기다 성장형이야. 성장형 하아. 아니다 차라리 성장형이 나을 수도 있겠다. 초반에 다 썰고 다니고 그러진 못할 거 아니야.”

“그렇지만 갈수록 강해지겠죠.”

“하아. 오픈 한 달 만에 빅엿을 먹는구나.”

“근데 크게 걱정하실 일은 없을 거 같아요.”

“뭐? 뭔데?”

“그 보상 아이템에 제한을 걸어두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유동섭의 말에 구소형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좋은 쪽으로도 대박 옵션이 붙을 수도 있는데, 나쁜 쪽으로도 대박 옵션이 붙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뭔 소리야. 간단히 말해. 핵심만.”

“그 아이템에 저주가 걸려버렸습니다. 그것도 전설급 수준의 저주가요.”

“뭐? 무슨 저주인데?”

“액티브 스킬 영구 봉인이요. 거기다 착용 해제 불가까지 있어요. 그리고 이 친구는 착용을 해버렸죠.”

유동섭의 말에 구소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야. 그러면 전직을 못한다는 소리네? 액티브 스킬을 못 쓰면 랭크업이 안 되는 거 아냐.”

“그렇죠.”

“푸하하하하하. 미친. 초대박이네. 그러게 왜 쓸데 없는 퀘스트에 목을 매냐고. 적당히 기록 세웠으면 나가면 좀 좋아? 잠깐만 그쪽에서 우리 고소하면 어케 되는 거냐?”

“법무팀에 물어보니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던데요? 전설급 아이템을 준다고 했지 거기 옵션을 명시해놓은 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다른 옵션이 말도 안 되게 좋아요. 그니까 조금도 문제될 건 없죠.”

“와아아! 굿. 굿 아주 굿이에요. 그럼 이놈 이거 이 캐릭터 접어야겠네? E랭크에서 전직이 안 되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

“그렇겠죠.”

“그럼 그쪽에서 항의를 해도 우리가 뭐 어떻게 해줄 이유도 없고 말이야.”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보고드리는 겁니다. 그쪽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간단히 말하자면 저주 해제 뭐 이런 거 해달라는 이야기인데 그럴 이유 없으니 이렇게 답변하려고 준비해 두었습니다..”

유동섭이 구소형에게 답변 글을 보여주었다.

[안녕하세요. 코즈믹 게이트를 사랑해주시는 XXXX님 문의해주신 사항은 잘 검토해보았습니다. 문의 주신 사항은 게임 내에서 설정된 보상이 정당하게 지급되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운영진이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_____^]

“야! 딱 좋다. 그래. 특히 뒤에 저 표정이 마음에 드네. 맞아. 법적으로 문제 없으면 문제 없는 거야. 맞아. 우리가 뭐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아이템 지급 했잖아.”

“그럼 미러 존의 괴물은 어떻게 할까요?”

“그놈이 또 깰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

“희박하지만 없지는 않죠. 또 운이 대박으로 터져준다면 가능하겠죠?”

“그럼 못 깨게 만들어 버려. 그거 설정하는 데 어렵나?”

“어렵지는 않죠.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빠르게 회복되도록 만들어 놓으면 되니까요.”

“그래. 그렇게 해. 아이고 우리 유 대리. 아주 큰 일 했네. 큰일 했어. 아주 잘 했어. 이리 와 내가 어깨 주물러 줄게. 아이고! 유대리님. 많이 뭉치셨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구소형은 유동섭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금 그의 이 결정이 어떠한 후폭풍을 몰고 올지 깨닫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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