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3화 (3/205)

# 3

투기장 입장

카시마르는 운영자에게 문의를 넣은 다음 핏불킹에게 귓속말을 넣었다. 핏불킹과 카시마르는 현실에서도 잘 아는 사이였다.

[형.]

[오! 이게 누구셔. 드디어 포기하고 접속한 거냐? 징그러운 놈. 그걸 한 달이나 하고 있다니. 야! 그거는 인간이 깨라고 만들어놓은 게 아니라니까? 막말로 그거 깨면 전설템 준다는 데. 그게 말이 되냐고. 그거야 말로 밸붕 아냐? 유니크도 아니고 전설이라니.]

[깼어.]

[뭐?]

[클리어 했다고.]

[구라 칠래? 아무리 너라고 해도 그걸 어케 깨냐.]

[클리어 했다니까 내가 그런 걸로 구라치는 거 봤어?]

[레알? 지랄 마. 네가 깼으면 지금 이러고 있겠냐? 아주 자랑이란 자랑은 다 했겠지.]

[깼다니까. 이거 봐봐.]

카시마르는 핏불킹에게 클리어 인증샷을 보냈다.

[미친 1시간 넘게 싸워서 깼다고? 와. 레알 또라이 새끼. 야. 근데 대박이다. 축하한다. 와. 이건 인정. 레알 인정.]

[근데 뒤통수를 맞았어. 템을 착용하니까 저주가 걸려 있네.]

[저주?]

[어.]

[무슨 저주?]

[착용 해제 불가. 액티브 스킬 영구 봉인.]

[······.]

카시마르의 말에 핏불킹이 잠시 반응이 없었다.

[뭔 말이 없어. 역대급 저주캐가 되었다니까. 시작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증나 미치겠는데 이러기야?]

카시마르의 말을 들은 핏불킹은 뒤집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귀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였다.

[ㅋㅋㅋㅋㅋㅋ! 와! ㅋㅋㅋㅋ 완존 미친 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나 웃겨 죽일라고 그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하셔. 지금 진짜 심각하니까.]

[그러게 그냥 적당히 하고 넘어오지. 그 정도면 역대급 기록 나왔겠구만. 야 30분  조금 넘게 버틴 놈이 레어급 풀셋 받고 시작했다던데. 그거 그냥 받고 하지. 1시간만 했어도 어마어마한템 떨어졌겠네. 한 달이냐? 한 달 동안 뭐 했냐. 너.]

[아! 짜증나! 이거 사기 당한 느낌이라고.]

[내가 볼 때는 그거 운영자가 일부러 설정해놓은 느낌이다.]

[뭐?]

[어쨌든 등급에 맞는 아이템 주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치.]

[그러니까 그 템이 오픈 초기에 밸런스를 붕괴할 정도잖냐. 그러니까 그런 설정을 걸어놓은 거겠지.]

[그건 완전 사기잖아.]

[사기여도 문제 있어? 줬잖아. 역대급 아이템. 역대급 저주도 함께. ㅋㅋㅋ]

[하아. 아! 진짜 거지 같아. 상황.]

[근데 액티브 스킬 봉인이면 랭크 업을 못하는데 어카냐?]

[랭크업 하는 다른 방법 없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특수한 직업 퀘라든가 있기야 하겠지. 근데 그걸 언제 찾고 있냐고. 그리고 막말로 E 랭크는 말 그대로 게임 적응하는 기간인데, 그거 빨리 치고 나와서 빨리 육성을 해야지. 액티브 스킬 없으면 사냥도 거의 안 되고. 무엇보다 나중에 커서도 문제다. 그거 봉인 푸는 방법이 쉽겠냐?]

[짜증나 미칠 지경이야. 나 종족도 히든 나왔단 말이야.]

[종족 랜덤으로 돌렸냐?]

[어. 마룡족 떴다고.]

[와. 진짜 너 운빨 장난 아니다. 아니지 운빨 장난 아닌 게 아니구나. ㅋㅋ 아이씨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웃지 마. 진짜 개 심각해]

[마룡족이면 법사 쪽으로 가면 진짜 장난 아닌데. 그래도 할 수 없지. 그냥 다시 키워야지. 그건 안 되는 거야. 빨리 다시 만들고 초보존 벗어나서 귓말 해라.]

[잠깐.]

[왜?]

[왜 이러셔. 약속은 지키셔야지. 어디서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려고.]

[무슨 약속?]

[한 달전에 한 약속 잊었어? 내가 클리어하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야. 그거 농담으로 한 거지. 미친 놈아! 그걸 어케 해!]

[약속은 약속이야. 바꿔.]

[야. 닉네임 바꾸는 거 골드 엄청 깨진다고.]

[내 알 바 아냐. 약속은 지키셔.]

[야! 이 미친놈아!]

[바꾸기 싫으면 얼른 랭크 업 하는 방법 알아와. 분명히 히든 캐릭터로 전직한 놈들 있을 거란 말이야.]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었겠냐? 내가 히든 캐로 전직하지?]

[아니면 좀 다른 방법이라도 좀 알아봐봐. 이게 하. 아이템이랑 종족이랑 대박이라니까.]

[한 번 알아보기는 할 게. 근데 기대는 하지 마라. 이 게임 정보가 얼마나 안 도는지 잘  알잖아. 공략 이런 거 진짜 공유 안 하는 게임이 이 게임이야. 공유하면 바보 취급 받는 곳이라고]

[아니까 부탁하는 거 아냐.]

[야. 그거는 알려줄 수 있다. 나도 우연히 알게 된 건데. 거기 초보존이 있는 곳이 바로 그림자 군도래.]

[그림자 군도?]

[어. 그림자 군도에 넘어간 유저 한 명이 알려줬는데, 그림자 군도 외곽에 초보존이 있다고 하더라.]

[그게 뭐. 어차피 초보 존 못 벗어나는 거 아니었어?]

[거기 출입구가 있다는 거지.]

[그럼 기존 유저가 넘어오는 게 가능하다고? 나도 나갈 수 있고?]

[기존 유저가 넘어갈 수 있으면 사기지. 미러 존 괴물 벌써 잡혔겠다. 게다가 거기 초보 존은 체력 회복도 빠르게 되고 죽어도 페널티도 없잖아.]

[없지. 아. 그럼 여기 E랭크 유저는 넘어갈 수 있다는 건가?]

[그걸 모르겠어. 근데 출입구를 만들어 놓은 거는 누군가는 출입할 수 있으니까 만들어 놓은 거 아냐? 여튼 한 번 확인해봐서 나쁠 건 없으니 한 번 해봐.]

[거기가 어딘데?]

[강철 원숭이 구역 뒤에 다리가 있다고 하더라고. 하늘에서 확인한 거래. 근데 결계가 있어서 기존 유저는 넘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더라.]

[아이씨. 강철 원숭이는 초보 존에 있는 유저들이 떼로 덤벼도 못 잡는 보스 몹이잖아.]

[넌 미러 존의 괴물도 때려 잡았잖냐. 혹시 모르지. 그놈 잡을 수 있을지도.]

[그거랑 같아? E 랭크 마스터 유저들 스무 명이 동시에 달려 들었는데도 강철 원숭이 한 마리한테 다 누웠다는 거 소문이 자자한데 그걸 나보고 깨라고?]

[아무튼 난 알고 있는 정보 알려준 거야. 이것 저것 해보다가 안 되면 그거라도 해보라는 거야.]

[알겠어. 아무튼 정보는 땡큐. 그리고 그거 좀 진짜 알아봐. 급해.]

[오케이.]

[형. 나 진지해. 못 알아오면 나 혼자 안 죽는다. 형 아이디 진짜 ‘왈도는 왈왈.’ ‘뇌 쪽쪽 빠는 사람’ 이런 걸로 바꿔 버린다. 진심이야. 아이디 들고 다니는 게 창피할 정도로 만들어 버릴 거야.]

[······ 뇌 쪽쪽이라니···  잔인한 새끼. 하! 뇌 쪽쪽. 야! 진짜 그럴 거는 아니지? 야!]

카시마르는 귓속말을 해제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웠다. 정말 좋은 아이템이 떨어졌고, 히든 종족까지 얻은 상태이니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마룡족은 마법과 관련된 쪽으로 특화된 종족으로 초기 외모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마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머리에 뿔이 생겨나고, 등에 날개가 돋아나게 되어 있었다. 용족 특유의 특성이었다.

다 성장하면 확연히 인간과 구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용족이기 때문에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많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종족이었다.

띠링.

운영진에게 메시지가 날아왔다. 카시마르는 얼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코즈믹 게이트를 사랑해주시는 카시마르님 문의해주신 사항은 잘 검토해보았습니다. 문의 한 사항은 게임 내에서 설정된 보상이 정당하게 지급되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운영진이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정당하게.

정당하다는 말이 왜 이렇게 열이 받지?

시바. 그럴 거면 왜 전설템 떡밥을 던져놓은 건가. 애초에 줄 생각이 없으면 없다고 해놓지.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캐릭터 삭제.

카시마르는 캐릭터를 삭제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인벤토리를 열어보았다. 그리고 캐릭터의 외관을 확인했다.

딱 붙는 팬티 한 장에 무늬 없는 흰 가면을 쓴 모습.

누가 봐도 정상의 모습은 아니었다.

보통 미러존의 괴물에게 초살을 당해도 의복은 나오기 마련이었다. 근데 지금은 의복도 없다.

진짜 달랑 ‘가면’ 하나만 주어진 모습이었다.

그 외에는 투기장을 출입할 수 있는 코인이 하나 있었다. 투기장은 유저들이 명성 점수를 얻기 위해서 전투를 하는 곳이었다. 랭크 별로 존이 나눠져 있었고 연승을 하면 할수록 많은 명성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잠깐? 액티브 스킬이 사용이 불가능하면 랭크 업 퀘스트도 활성화가 안 되는 거 아냐?’

문득, 그의 머릿속에 재미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일단은 시험은 해보자.

코즈믹 게이트의 랭크 업 방법은 독특했다.

초반 전투에서 활성화되는 스킬 레벨을 10Lv로 만들면 자동으로 D랭크 존으로  소환된다. 처음 전투를 하게 되면 무작위로 액티브 스킬 하나가 활성화가 되는데 그걸 10레벨까지 올리면 D랭크로 전직할 수 있었다.

미러 존의 괴물과 싸우기 전에 육성 방향을 지정해두면 그 클래스에 어울리는 스킬이 나오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정해놓는 게 좋았다. 가령 캐릭터를 탱커 계열로 키우고 싶다면

근접 - 탱커 - 전사

혹은

근접 - 탱커 - 기사

이런 식으로 세부적으로 지정해두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설정은 미러 존의 괴물과의 싸움이 끝난 뒤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대신에 미러존 퀘스트를 나와서 첫 전투를 치르기 전에 설정을 해두어야 주어지는 액티브 스킬이 막무가내로 떨어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만약 유저가 저렇게 세부적으로 설정을 해놓지 않고 ‘근접’ 하나만 설정해두었다면 얻을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의 경우의 수는 많아지지만 자신의 육성 방향과 전혀 다른 클래스의 스킬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다.

재수 없으면 암살자 캐릭터에 방패 휘두르기 같은 말도 안 되는 스킬이 주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확실히 지정해 두는 게 좋았다. 잡캐가 되기 싫다면 말이다.

카시마르는 일단 전투를 하기 전에 설정을 근접으로 해두려다가 그냥 두었다. 그의 캐릭터가 마룡족이기 때문에 저주를 푼 다음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주를 풀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지만 일단 가능성은 열어두기로 했다.

“랭크 업 퀘스트가 활성화가 안 되면 일이 되게 재밌어지는데.”

카시마르는 일단 훈련장으로 향했다.

액티브 스킬 퀘스트는 2레벨이 되기 전에 무조건 활성화가 되게 되어 있었다. 쉽게 말해서 처음 전투를 시작하면 퀘스트가 주어진다는 이야기.

카시마르는 훈련장에 있는 나무를 두들겼다.

나무를 두들기는 것만으로도 경험치가 오르고 레벨업이 된다. 물론, 여기 있는 나무를 계속 두들기는 건 좋지 않다. 퀘스트 때문에 액티브 스킬이 활성화가 되기는 하지만, 패시브 스킬들은 활성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코즈믹 게이트의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스킬들은 ‘살아 있는 대상’과 전투 도중 특수한 행동을 했을 때에만 활성화가 된다. 스킬마다 어떤 행동을 해야 활성화가 되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레벨업.

예상대로 퀘스트는 주어지지 않았다. 순간 카시마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오호. 일이 이런 식이었구만?'

액티브 스킬 퀘스트를 얻지 못한다면 이론상으로 카시마르는 E 랭크에 계속 머물러야 했다.

E랭크로 계속 머물러야하는데 왜 웃냐고?

그 이유는 바로 보통 유저들처럼 사냥을 하지 않을 거기 때문이었다. 그는 투기장에 갈 생각이었다.

‘인터페이스.’

카시마르 / E 랭크 / 직업 없음 / LV2

생명력 / 30

체력 / 20

보유 스킬 없음.

힘, 생명력 같은 스탯이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은 말 그대로 평균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평균의 상태보다 뛰어나거나 약하면  +, - 수치가 붙는다.

카시마르는 훈련장에서 Lv5를 만들었다. 훈련장에서 연습을 하며 만들 수 있는 Lv은 5가 최대였다.

Lv5를 만든 그는 투기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인벤토리를 열어서 투기장 코인을 꺼낸 다음 던질 준비를 했다.

투기장.

유저들끼리 패널티 없이 죽고 죽이는 곳.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기장에서 승리를 하면 그만큼 보상을 준다.

연승을 하면?

당연히 더 많은 보상을 준다. 경험치는 물론이고 명성 점수도 부여된다.

무엇보다 투기장의 가장 큰 장점은 비슷한 수준의 유저와 매칭이 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연승을 하게 되면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유저와 붙는다. 그렇지만 투기장은 랭크 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 마디로 E 랭크들이 가는 투기장에는 E 랭크 밖에는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기 때문에 E 랭크들의 투기장에는 연승 유저가 별로 없었다.

연승 몇 번 하고 나면 D랭크로 승격되기 때문이었다.

D랭크로 승격하지 않고 E랭크에서 계속 머무르면 되지 않냐고?

그럴 수가 없다.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레벨업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스킬 레벨이 오르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서 유저가 보유한 스킬이 하나뿐이라면 그 스킬이 레벨업 때마다 자동으로 레벨업이 된다. 2개라면 2개 중에 하나가 랜덤으로 레벨업이 된다.

거기다가 보너스 포인트도 1 줘서, 스탯이나 스킬 중에 아무거나 하나 올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기존 유저들이 E 랭크에서 계속 머무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언젠가는 ‘퀘스트 스킬’이 10레벨을 찍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D랭크로 가서 직업을 제대로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스킬을 얻는 게 더 효율적인 육성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E 랭크에 오래 머무는 경우는 없었다.

E 랭크는 제대로된 플레이라기 보다는 2차 튜토리얼이라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죽어도 패널티가 전혀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E 랭크 존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곳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스킬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레벨업을 할 때마다 보너스 포인트를 2개씩 받았다.

Lv5

카시마르는 보너스 포인트를 그대로 내버려 둔 다음에 코인을 던졌다.

“투기장 입장.”

투기장 코인이 공중에서 돌다가 빛을 뿌리면서 사라졌다. 몇초 뒤 카시마르도 빛처럼 모습을 감췄다.

'정당하게 지급했다 이거지? 그럼 내가 정당하게 꼬장 한 번 부려주마.'

투기장으로 향하는 카시마르의 얼굴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Lv5의 분노.

그렇지만 반드시 긴장해야 했다.

적어도 그는 사람을 때려 잡는 것 하나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전문가'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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