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6화 (6/205)

# 6

가면의 진화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마스터 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이제부터 레벨 업 때마다 보너스 포인트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마스터 레벨 이후의 레벨업 부터는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레벨업 때마다 오르는 건 생명력과 체력 그리고 자동으로 오르는 스킬 정도가 전부였다. 마나가 활성화가 되어 있다면 마나도 같이 오르는데, 카시마르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기였다. 랜덤으로 스킬이 오르기는 하지만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E랭크에 굳이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게 이러한 점 때문이었다.

[꿀 주먹 스킬이 돌주먹으로 랭크업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도 랭크업을 한다. 다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언제 오를지도 모르는 패시브 스킬에 많은 포인트를 투자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패시브는 말 그대로 유저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자동으로 발동되는 스킬을 말했고, 액티브 스킬은 유저가 직접 발동을 해야지만 나가는 스킬을 의미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 액티브 스킬은 대부분 마나로 사용 가능했고, 유저의 입맛대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액티브 스킬 위주로 포인트를 쓰는 게 유리했다. 마법을 예로 들자면 데미지를 향상시키는 것도 가능했고, 재 시간 사용을 줄이는 식의 업그레이드도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독술사와 싸운 뒤로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았다. 더 철저하게 유저들을 상대했고, 덕분에 웬만한 상대는 1분 안쪽으로 눕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마스터레벨인 10레벨을 달성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돌주먹 Lv1 - 이건 주먹이 아니라 돌이야. 당신의 주먹은 돌처럼 묵직합니다. 주먹으로 공격시 꽤 묵직한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카시마르의 가면이 진화를 시작했습니다. 이 전설의 아이템은 놀랍게도 당신과 함께 계속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진화라고?”

띠링!

[변검술 Lv1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변검술 스킬은 전투 중에 가면을 바꾸기에 적합한 스킬입니다. 레벨이 높아지면 더 빠르게 가면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이 스킬은 일반 스킬 포인트로 강화시킬 수 없습니다.]

띠링!

[가면 수집가 Lv1 - 당신은 여러 개의 가면을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 스킬은 일반 스킬 포인트로 강화시킬 수 없습니다. (현재 보유 가면 1. 최대 보유 가능한 가면의 개수 1)]

“뭔가 많이 뜨네. 가면의 레벌업 조건이 마스터 레벨 달성이었나?”

지금도 충분히 좋은 옵션을 가진 가면이었다. 거기서 더 좋아진다면 정말 랭크 업을 조금 늦게 하더라도 가면만 믿고 게임을 계속해도 될 상황이 올 수 있었다.

[카시마르의 가면을 다른 3개의 가면 중 하나로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앞으로도 새 가면을 보유하게 될 때마다 3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제시되는 선택지는 랜덤으로 생성되며 임의로 바꿀 수 없습니다.]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 주십시오.]

오우거 가면

바람의 가면

음유시인의 가면

아무런 설명도 없으니 카시마르 입장에서는 약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름만 놓고 고르자니 무언가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바람의 가면이었다. 오우거는 무언가 둔탁한 느낌이었고, 음유시인은 얼마 전에 만난 독술사 때문에 별로였다.

느낌상으로는 오우거는 힘과 관련된 가면일 것 같았고, 바람은 속도나 아니면 바람을 조종하는 기술을 주는 가면일 것 같았다. 음유시인은 말 그대로 지원 개념의 가면일 것 같아서 가장 먼저 제외했다.

“바람과 오우거라······.”

설명이 없으니 선택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가면을 얻을 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다고 했으니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앞으로 계속 플레이 하다보면 다시 가면을 선택할 기회가 올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선택하고 어떤 변화가 있나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바람의 가면. 선택!”

[바람의 가면을 선택하셨습니다. 카시마르의 가면이 바람의 가면으로 변화됩니다. 가면은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고 레벨 업도 합니다. 레벨 업을 하면 가면의 스킬이 새로 생성되거나 기존이 있던 스킬이 랜덤으로 강화됩니다. 가면 수집가의 레벨이 오르면 바람의 가면을 랭크업 하거나, 새로운 가면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 가면은 당신의 경험치를 일부 가져갑니다. 당신이 하나의 가면을 계속 성장시키고 싶다면 그 가면을 착용하고 전투를 하도록 하세요.]

“가면이 레벨업을 따로 한다는 거네?”

일단 전설급 아이템으로 분류된 가면은 카시마르의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게 분명했다. 좋은 게 분명하긴 했지만, 액티브 스킬 영구 봉인이라는 저주를 감수할 만큼 좋은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카시마르는 바로 바람의 가면 옵션을 확인했다.

[바람의 가면 Lv1 - 카시마르의 가면이 진화한 가면. * 카시마르의 가면이 지니고 있던 능력은 그대로이지만 더 이상 강화는 불가능해졌다.

바람 제어술 Lv1 - 당신은 전투 도중 바람의 힘을 획득할 수 있고 바람의 힘이 완전해지면 소용돌이를 불러내거나, 허공을 한 번 박차고 움직일 수 있으며 잠깐동안 고속으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이거 옵션만 봐서는 사기인데?”

기존에 있던 가면의 능력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새로운 스킬까지 얻었다. 무엇보다 바람 제어술은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카시마르에게는 진짜 천금과도 같은 스킬이었다.

“키슈. 훈련장을 쓰고 싶습니다.”

카시마르가 말하자 키슈가 얼른 손바닥을 쳤고 카시마르는 개인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바람의 가면의 활용법을 익힐 생각이었다.

***

팡!

바람 제압술은 생각보다 훨씬 효용가치가 있었다. 일단 카시마르의 플레이 스타일은 교묘한 스텝과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카운터를 넣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점프를 하지 않았다. 공중에서 하는 공격은 체중을 그대로 싣기 때문에 위력적이며, 상태 이상도 잘 유발했기 때문에 유용했다. 그렇지만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큰 반격을 당할 수 있는 요인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바람 제압술을 이용하면 그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기술은 카시마르에게 딱 맞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민첩 스탯이 없는 코즈믹 게이트의 특성상 속도와 관련된 스킬은 당연히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의 힘을 획득하는 방법은 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빠르게 움직이거나 공격을 강하게 퍼부으면 바람의 힘이 게이지가 찼고, 그 게이지가 다 차오르면 세 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골라서 쓸 수 있었다.

고속 이동은 말 그대로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이었고, 소용돌이는 데미지는 주지 못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잠깐 봉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간혹가다가 상대를 허공으로 높게 쳐올리는 기능까지 있으니 잘만 활용하면 다른 기술들보다 훨씬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 기술들이 액티브 스킬로 지정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소용돌이를 불러오는 건 오른손을 한 번 휘젓는 것으로 활성화가 되었고, 고속 이동은 왼발로 빠르게 세 번 바닥을 치는 것으로 활성화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중을 박차는 기술은 바람의 게이지가 가득찬 상태에서 허공을 세게 걷어차면 벽처럼 활용이 가능했다. 그러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혹시 옵션이 너무 좋아서 액티브 스킬이 봉인이 된 건가?”

대기실로 돌아온 카시마르는 흡족한 표정으로 키슈에게 외출을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전에 카시마르는 그동안 사용했던 건틀릿을 처분했다. 꽤 비싼 물건이었기에 중고로 처분했는데도 150골드나 되는 거금을 받았다. 그리고 기존에 봐두었던 건틀릿을 구입했다.

피의 투기장 건틀릿

주먹 끝에 뾰족하고 두터운 가시가 박힌 견고한 건틀릿. 꽤 단단하며 공격력도 상당히 높다.

이전에 쓰던 건틀릿과 공격력은 같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출혈 효과가 있다는 점이었다.

출혈 효과는 날붙이 계열의 무기에 있는 옵션이었는데 출혈 효과에 걸리면 독 데미지처럼 지속 데미지가 추가로 붙고, 상태 이상도 유발할 수 있었다.

지금 카시마르가 구입한 건틀릿은 D랭크에서도 10레벨 정도 유저들이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템이었다.

그는 명성점수로 건틀릿을 구입했다.

“투기장 코인을 구입 하고 싶은데요.”

“현재 카시마르님의 명성 점수로 구입 할 수 있는 투기장 코인은 2개 입니다. 투기장 코인은 구입할 때마다 필요한 명성 점수가 많아지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몇 개 구입하시겠습니까?”

“2개 주세요.”

“예. 투기장 코인을 카시마르님의 인벤토리에 넣어드렸습니다. 카시마르님의 남은 명성 점수는 20점입니다.”

그동안 꽤 연승을 해서 명성점수를 모았는데도 투기장 코인을 2개 밖에 구입하지 못했다. 그만큼 투기장 코인은 비쌌다. 물론, 카시마르는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명성 점수로 좋은 기본 아이템 세팅을 마쳤으니 크게 불만은 없었다. 지금 카시마르가 투기장 코인을 구입한 건 남쪽의 정보상이 투기장 코인으로 정보료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였다.

마스터 레벨을 찍었으니 투기장 말고 E랭크 존의 보스몹들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물론, 최종 목표는 핏불킹에게 들은 강철 원숭이었다.

그동안 강철 원숭이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모아왔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다가, E 랭크 존 남쪽에 위치한 정보상이 강철 원숭이에 대한 정보를 판다기에 겸사겸사 들릴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하얀색 가면이던 카시마르의 가면은 푸른 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가면으로 변해 있었다.

투기장 밖으로 나오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맵을 확인하고 남쪽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말을 구입하려고 했다. E 랭크 존이라고 해도 이곳은 상당히 넓었다. 걸어서 이동하려면 24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큰 맵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몬스터와 퀘스트들이 준비되어 있는 곳이었다.

액티브 스킬을 10레벨 찍으면 그대로 D랭크 존으로 소환되기 때문에 E랭크의 유저들 중에는 퀘스트를 마저 마무리 하지 못하고 D랭크로 넘어가는 자들도 있었다. 여기의 퀘스트 중에는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퀘스트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님!”

말을 사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한 사내가 카시마르를 불렀다.

“왜 그러시죠?”

“님 마스터 레벨이신가요?”

“넵.”

“그럼 혹시 전투 계열이세요?”

“그런데요.”

“그럼 3대3 결투 내기 안 하실래요? 지금 저희 팀 한 명이 갑자기 강제 종료를 당해서요. 이미 돈을 걸어놨는데 사람이 없어서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결투 내기는 유저들끼리 PK를 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일반적인 PK는 그냥 죽이기 때문에 페널티가 붙지만 결투 내기를 통해서 하는 거라면 페널티가 없었다. 물론, 내기이기 때문에 돈이나 아이템을 걸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같은 경우는 미리 돈을 걸고 약속 시간에 모여서 팀전을 하자고 한 것이었고, 그중에 팀원 한 명이 오지 않아서 미리 건 돈을 날리게 생긴 상황인 것이었다.

“얼마짜리 내기인데요?”

“1인당 100골드요.”

“상당히 크네요?”

“예. 그러니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일단 저랑 제 팀원이 이쪽 승률이 꽤 높아서요. 일인 분만 해주신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랭크 존의 유저에게 100골드는 상당히 큰돈이었다. 그렇지만 꾸준히 퀘스트를 하고 사냥을 했다면 모으지 못할 돈도 아니었다.

“그러죠. 뭐. 오래 걸리는 거 아니죠?”

“3대3 전투 단판 승부가 끝입니다. 파티 맺어주시겠어요?”

카시마르는 코운더라는 사내와 파티를 맺었다. 다른 파티원의 이름은 코운델이었는데 이름을 맞춘 것 같았다.

[라피지에르의 팀과 내기 결투를 하게 됩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예.]

[100골드가 판돈으로 빠져나갑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네.]

[잠시 뒤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카시마르는 상대 팀의 면모를 확인했다. 한명은 기타와 비슷한 악기를 들고 있었고, 한 명은 활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한 명은 커다란 양손검을 어깨에 들처메고 있었다.

꽤나 균형잡힌 파티.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코운델과 코운더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무모하다고 싶을 정도의 돌진.

그리고 거의 몸을 내주다시피 양손검 사내에게 다가갔다.

“하······.”

카시마르는 이들이 무모하게 돌진한 이유를 알아냈다.

서걱! 서걱!

양손검 사내가 코운델과 코운더의 목을 쳤고, 두 사내의 목은 그대로 떨어져내렸다. 음유시인의 버프를 받아서 공격력이 강화되었고, 코운델과 코운더가 움직이지 않아서 치명타가 터진 것이었다.

“빨리 끝내자.”

이들은 한 패거리였다. E 랭크 존에서는 죽음에 대한 페널티가 없다는 것을 이용해서 이런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었다.

독술사에 이어서 두 번째로 당하는 사기였다. 카시마르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래. 빨리 끝내자.”

1대 3인 상황이었지만 그는 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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