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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7화 (7/205)

# 7

사기꾼이 너무 많다

게임만 하면 성격이 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에 접속하면 좀 더 원초적으로 행동하는 부류들이 있었는데, 바로 카시마르가 그러했다. 현실에서의 카시마르는 욕도 잘 쓰지 않고 웬만한 일은 그냥 웃어 넘기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는 아니었다.

게임 속 그는 누구보다 집요하고 받은 건 이자까지 처서 되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내였다.

사기꾼들의 공격은 궁수로부터 시작했다. 음유시인이 기타를 연주하면서 버프를 주었고, 궁수가 활을 쏘았다. 강력한 화살이 카시마르를 향해 날아왔는데, 카시마르는 상체를 움직여서 활을 피해버렸다.

“뭐야? 방금 화살을 피한 거야? 빗나간 거야?”

이미 죽임을 당한 코운델이 말했다. 결투 내기는 말 그대로 내기였기 때문에 죽었어도 말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내기 결투가 끝나면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부활의 장소에서 부활할 터였다.

카시마르가 화살을 피하자 궁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궁수는 금발을 길게 늘어트린 여인이었는데, 복장이 과도하게 선정적이었다. 속옷과 방어구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양손검 사내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카시미르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궁수가 다시 활을 쏘았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액티브 스킬을 사용한 상태였다. 궁수가 활을 놓을 때 아주 잠깐 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카시마르는 화살이 날아오는 걸 지켜보았다.

사람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할 것이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도 그 동작이 가능한 인물일지 몰랐다. 적어도 그는 코앞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죄다 피하는 인물이었으니까.

궁수가 활을 겨눈 방향을 파악하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머리를 흔든다.

복싱에서 말하는 위빙이었는데 카시마르는 살짝 고개를 틀어서 화살을 피했다. 카시마르의 움직임은 완벽했다.

치잉!

그의 동작은 완벽했지만 이곳은 코즈믹 게이트였다. 화살이 갑자기 말도 안되는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서 카시마르를 다시 공격한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인 카시마르가 머리를 다시 흔들어 화살이 눈에 꽂히는 건 막았다는 게 중요했다.

화살은 카시마르의 귀 윗부분을 스치고 지나갔다. 카시마르의 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 사이에 양손 검 사내가 카시마르를 향해 다가왔다.

부웅!

그는 육중한 양손검을 휘두른 다음, 카시마르가 접근해서 공격을 하려고 하자 바로 몸을 밀고 들어왔다.

거리를 아예 주지 않아서 주먹을 휘두르는 걸 막겠다는 의미였다. 카시마르가 상대를 스캔해서 대충 어떤 전술인지 파악한 것처럼 사내도 카시마르를 스캔한 게 분명했다. 건틀릿을 들고 있으니 주먹을 이용한 스킬을 사용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양손검 사내는 전투에 능숙했다. 몬스터가 아닌 유저와 싸움을 자주했다는 게 바로 티가났다.

바짝 거리를 좁힌 양손검 사내가 카시마르를 몸으로 밀었다. 양손검을 쓰는 전사 계열이라면 당연히 힘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가 카시마르보다 레벨이 엄청 높았다면 살짝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카시마르는 뒤로 밀려났을지 몰랐다. 그렇지만 여기는 초보존이었다. 그래봤자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카시마르는 이런 몸싸움에 무척 능숙했다.

팅!

전사의 갑옷과 건틀릿이 부딪히면서 금속음이 들렸다. 카시마르는 일부러 힘으로 대항하지 않고 살짝 뒤로 밀려나면서 자세를 슬금슬금 옆으로 바꾸었다. 전사는 자신이 카시마르를 미는 줄 착각했지만, 실은 카시마르가 전사의 팔 쪽을 붙잡고 컨트롤 하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특기인 근접거리에서 복부 공격을 쓰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칫하다가는 궁수에게 등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놀랍게도 전사와 싸우면서 공격까지도 예측하고 있었다. 궁수는 활 시위를 당겼다가  각도가 나오지 않자 전사와 카시마르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이 돌아서 카시마르의 등을 포착하려고 움직였다.

카시마르는 그 모습을 완벽하게는 보지 못했지만 느끼고 있었다. 궁수가 선택할 움직임이야 뻔했기 때문이었다.

팅!

몸싸움에 매달리던 전사가 카시마르를 향해 공격했다. 양손검의 손잡이를 이용해서 얼굴을 찍으려는 목적이었다.

양손검 원래의 공격보다는 데미지가 낮을지 몰라도, 접근전에서 이 같은 공격은 매우 유용했다.

코즈믹 게이트는 마법과 기괴한 스킬이 난무하는 곳이지만 의외로 고증이 탄탄한 게임이기도 했다.

아무리 스킬이 강력해도 맞추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크고 무거운 무기라도 제대로 사정거리가 확보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전사의 양손 검도 마찬가지였다. 레벨이 올라가면 그 육중한 무게감으로 상대의 무기마저 부수고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양손 무기 계열의 전사는 인기였다.

그 중에서도 양손 검을 쓰는 클래스는 흔하지만 탄탄한 육성이 보장된 계열이어서 많은 유저들이 선호하곤 했다. 카시마르는 사내의 공격을 왼손 건틀릿을 들어 피했다.

“너. 뭐 격투기 같은 거 했냐?”

“······.”

양손검 사내의 질문에 카시마르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로우킥으로 그의 다리를 흔들었다.

사정거리가 긴 무기를 든 캐릭터들의 약점은 바로 근거리, 중거리 타격에서 낼 수 있는 옵션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상대가 갑옷을 입고 있어서 큰 데미지를 줄 수는 없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는 꽤 효과적이었다.

팡!

로우킥에 맞은 양손검 사내가 한 손으로 양손 검을 바꿔 잡은 다음 카시마르를 세차게 밀쳐버렸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상황이 생겼다.

부우웅!

양손검 사내가 스킬을 시전했고 그의 검에서 묘한 빛이 튀어 올랐다. 카시마르는 직감적으로 액티브 스킬이라고 생각했다. 카시마르는 점프를 뛰어서 검을 피했고, 양손검은 바닥에 떨어졌다.

쿠웅!

양손 검이 바닥에 떨어지자 바닥이 우우웅하며 울렸다. 양손 검의 무게를 일순간 증가시켜서 상대의 방어를 파괴하는 기술. 카시마르가 막지 않고 뒤로 피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스킬이 빗나가자 양손 검 사내는 인상을 쓰면서 카시마르에게 달려들었다. 카시마르는 아직 허공에 떠오른 상태였다. 카시마르는 그 상태로 몸을 체조 선수처럼 뒤로 젖혀서 한 바퀴 돌고는 허공을 박찼다.

바람의 힘은 양손 검 사내와의 공방 덕분에 이미 게이지가 찬 상태였다.

팡!

“뭐야! 저거! 스킬인가?”

결투를 지켜보던 코운델과 코둔더가 소리쳤다. 궁수는 카시마르의 뒤를 잡고 활을 겨눴다가 얼른 거둬들였다. 그렇지만 카시마르의 움직임이 좀 더 빨랐다.

허공을 박차고 궁수에게로 날아간 카시마르.

궁수가 들고 있던 화살로 급하게 공격을 했다. 그러자 카시마르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 챈 다음에 그대로 꺾어버렸다. 손목을 급격하게 꺾자 궁수의 몸이 비틀렸고, 다시 카시마르는 손가락을 잡아챈 다음 꺾어버렸다.

우드득! 우득!

손가락을 꺾은 다음에는 팔꿈치를 꺾어버렸다.

궁수는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카시마르는 집요했다. 꺾은 팔을 그대로 잡아당겨서 엘보우로 궁수의 얼굴을 가격해버렸다.

빠각! 두둑!

코뼈가 내려 앉으면서 궁수의 얼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양손 검 사내가 당도했을 때는 카시마르가 궁수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다. 궁수의 한쪽 팔은 이미 부러져서 덜렁거리는 상태였다.

원거리 캐릭터의 약점은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근접 상태에서 너무 약하다는 점.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현실과 흡사한 상황에서 상태 이상 판정을 준다. 쉽게 말해서 뼈를 부러트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뼈가 부러지면 당연히 그 부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궁수는 반드시 양손이 제대로 기능해야만 싸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뼈가 부러지면 그 부위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게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실과 다른 점은 있었다. 현실과 다른 점은 뼈가 그렇게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는 점이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회복된다는 점이 달랐다. 상황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3분에서 5분 정도면 부러졌던 부위가 다시 기능하곤 했다. 게임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였다.

방금 상황도 카시마르가 팔을 비틀었을 때 궁수가 조금만 잘 대처했다면 뼈가 부러지지 않았을 수 있었다.

궁수와 카시마르의 힘 차이가 그다지 많이 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지금 궁수의 팔을 부러트린 건 카시마르가 그런 기술에 능통해 있다는 걸 의미했다.

“너 뭐야? 세컨이냐?”

양손 검 사내가 자세를 취하고는 말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궁수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목을 꺾어버렸다.

우드득!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목이 꺾인다고 죽는 건 아니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무조건 생명력이 제로가 되어야지만 전투가 끝난다. 그렇지만 이렇게 목이 꺾이면 캐릭터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훨씬 쉽게 죽일 수 있었다.

“뭐해! 오빠! 빨리 죽여버려!”

궁수는 쓰러진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발로 지긋이 밟아버렸다.

이렇게 완전히 행동 불능 상태가 되면 모든 공격이 치명타로 들어가게 되고 데미지도 1000% 이상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정말 간단한 공격에도 쉽게 죽을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궁수를 쓰러트리면서 낚아 챈 활을 들고 자세를 취했다. 음유시인이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는데 활을 막대기처럼 휘두르면서 양손검 사내가 살짝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궁수의 얼굴을 세차게 밟아서 죽였다.

휘잉! 팡!

카시마르는 궁수의 활을 양손 검 사내에게 던져버렸다. 양손 검 사내는 무의식적으로 활을 쳐냈고, 그러자 궁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해! 내구도 깎이잖아!”

“미안!”

그러는 사이 음유시인은 양손 검 사내에게 버프를 주고 있었다. 음유시인이 기타를 치자 양손 검 사내의 움직임이 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큰 의미는 없었지만.

퍽! 퍽!

이전과 다르게 카시마르는 간단하게 상대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검을 피하면서 파고 들어서 가볍게 잽을 날렸고, 잽을 정통으로 맞은 상대가 휘청거리며 피를 흘렸다.

돌주먹 스킬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피의 투기장 건틀릿까지 착용된 상태이니 보통 잽이라고 할 수 없었다.

카시마르가 양손 검 사내를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건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적당히 스탠스를 바꿔주면서 가볍게 툭, 툭 건드렸는데도 양손 검 사내는 비틀거렸다. 현실에서 그런 공격을 날렸다면 거의 데미지를 주지 못했을 테지만, 여기는 게임이었다. 가볍게 들어가는 공격도 스킬 효과가 부여되면 강력했다.

누군가 보았다면 카시마르의 능력이 사기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볍게 뻗은 주먹이 일반 무기로 때리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데미지가 들어간다면 충분히 사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카시마르는 양손 검 사내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어 놓고 끝내지 않았다. 음유시인이 양손 검 사내의 생명력을 회복시켜줄 수도 있었지만 상관 없었다. 이미 상대의 스킬과 공격 패턴은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몇 명이나 이런 식으로 했어?”

“······.”

쓰러진 코운델과 코운더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카시미르.

카시미르의 목적은 하나였다. 바로 무기의 내구도를 깎아버리는 것.

카시마르는 바닥에 떨어진 두 명의 검을 주어들었다. 코운델과 코운더는 카시마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채고는 소리를 질렀다.

파앙!

카시마르는 두 검을 들고 서로 부딪히면서 음유시인에게 다가갔다. 음유시인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기타 좋아 보이네?”

카시마르가 웃었다. 음유시인에게는 그의 미소가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

잠시 뒤, 카시마르는 음유시인의 통기타로 음유시인의 머리를 깨부수고 있었다. 코운델과 코운더의 검은 두 동강이 난 상태였고, 양손 검 사내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비틀거리는 중이었다.

콰지직!

기타가 완전히 깨지면서 음유시인이 죽었다. 카시마르는 궁수의 활까지 찾아내서 완전히 부셔버리고는 양손검 사내를 뒤에서 밀었다. 비틀거리던 양손 검 사내가 바닥에 털썩 누웠다. 카시마르의 귓가에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스킵 기능을 켜서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양손 검을 잡아든 카시마르는 그걸 부러질 때까지 바닥에 내려쳤다.

결투 내기의 안 좋은 점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상대가 죽을 때까지 게임이 끝나지 않기 때문에 재수 없으면 무기가 완전히 박살 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어야했다. 박살난 무기야 돈을 주고 다시 수리하면 그만이었지만, 자신의 무기가 부서지는 걸 아무 것도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건 없었다.

카시마르는 부서진 검을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양손 검 사내의 뒷목에 박아넣었다.

결투 내기로 200골드가 들어왔다. 100골드는 원래 카시마르의 것이었다.

“정보 사러 갔어야 하는데 괜히 시간 낭비 했네.”

카시마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접속을 종료했다. 접속 해제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게임을 하면서 보내지만 일과는 철저하게 지키는 사내였다.

카시마르가 게임을 종료하고 부스 밖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개들이 다가와 꼬리쳤다. 대형견 종류의 개들이었는데 인상이 무척 순했다.

“그래. 마중 나가자 요 녀석들아.”

카시마르가 웃으며 기지개를 펴고 움직이자 개들이 얼른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시간은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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