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보상 퀘스트
투사의 포효(액티브 스킬)
투사의 돌진(액티브 스킬)
헤드 버팅(액티브 스킬)
데미지 리벤지(패시브 스킬)
꺾이지 않는 체력(패시브 스킬)
카시마르는 차분히 배정된 스킬들을 살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카시마르에게 제일 좋은 스킬은 투사의 포효와 헤드 버팅이었다. 투사의 포효는 소리를 질러서 상대가 일시적으로 상대가 스킬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이었는데, 근접 전투 위주인 카시마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킬이었다.
헤드 버팅도 마찬가지였다. 헤드 버팅은 말 그대로 박치기를 해서 상대에게 스턴을 거는 스킬이었다. 근접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박치기를 시도하면 제대로 먹힐 게 분명했다.
어떤 스킬을 선택해도 지금의 카시마르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상황.
그렇지만 위의 스킬들은 둘 다 액티브 스킬이라 카시마르가 얻어봤자 의미가 없었다. 카시마르는 남은 패시브 스킬 두 개를 살펴봤다.
꺾이지 않는 체력은 체력을 강화 시켜 주는 스킬이었는데 지금 카시마르에게는 그다지 필요하지가 않았다. 카시마르는 이제 막 D랭크에 승격한 유저라고 하기에는 지나칠만큼 생명력과 체력이 좋았다.
체력은 카시마르가 마음 껏 플레이해도 좋을만큼 많았으니 꺾이지 않는 체력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다만 마나와 체력이 같이 소모되는 액티브 스킬을 많이 사용하는 유저에게는 아주 유용한 패시브가 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극후반을 생각한다면 카시마르는 저 스킬을 하나쯤 가져다 놓은 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그 스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데미지 리벤지라는 더 좋은 스킬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데미지 리벤지 - 투사는 싸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고통을 극복하는 걸 넘어서 즐기는 성향까지 있습니다. 이 스킬의 소유자는 데미지를 입으면 일정 시간 동안 입은 데미지에 비례하여 추가 공격력 보너스를 받습니다. (3초간 유지. 입은 데미지의 10퍼센트)]
데미지 리벤지 스킬은 상당히 좋은 스킬이었다. 지속시간이 3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레벨업을 하면 지속 시간도 늘어날 게 분명했다. 카시마르는 주저하지 않고 데미지 리벤지를 골랐다.
이제 제대로된 루테스 대륙을 탐험할 시간이었다. 현재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코즈믹 게이트의 나라는 두 개였다.
하나는 크슐란 제국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북제국 연합이었다.
크슐란 제국은 루테스 대륙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곳이지만, 내분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북제국 연합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서 독자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제국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는 힘을 합치는 실정이었다. 어느 곳에서 시작을 하던지 장단점은 있었다.
크슐란 제국은 비교적 정보가 많이 공개된 상태여서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고, 북제국 연합은 정보는 덜 공개되었지만 특별한 퀘스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두 나라는 마법이나 전투술 체계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육성하고 싶은 스타일과 맞는 나라를 선택하는 게 중요했다. 물론, 유저들은 이 세계에서 여행자로 분류되어 제약 없이 두 나라를 오갈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둘 중 어느 곳을 선택해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는 어차피 투기장 위주로 플레이를 할 거기 때문이었다.
투기장은 빠른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었다. 그렇지만 그건 연승을 한다는 전제하에 그랬다. D랭크 부터는 만나는 상대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연승을 계속한다면 C 랭크의 고수를 만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니 투기장 위주의 플레이가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투사 직업 보상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투사 직업군은 전직을 할 때마다 보상 퀘스트를 하며, 보상 퀘스트에 따른 결과로 직업군 관련된 스킬이나 아이템을 지급합니다. 준비되시면 시작을 눌러주세요.]
“뭐지?”
이건 카시마르가 모르고 있던 퀘스트였다. C 랭크 직업군 중에는 특별한 퀘스트를 수행해야지만 진급이 가능한 직업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지금 눈앞에 나타난 퀘스트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카시마르가 알기로 D랭크 직업 중에 이런 퀘스트를 부여 받는 직업은 없었다. 이건 투사 고유의 직업 퀘스트였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카시마르는 마음을 가다듬고 시작을 눌렀다. 그러자 그의 몸이 어디론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콜로세움.
카시마르가 소환된 곳은 콜로세움이었다. 고대 로마 시대 때의 콜로세움의 모습과 거의 같았고, 꽉 찬 관중들의 함성이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그 함성을 듣는 순간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현역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었다.
[투사들의 성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투사들과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멋진 전투를 보여주세요. 그래야 보상도 커집니다.]
끼익. 철컹!
경기장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관중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눈부신 햇살이 경기장을 비추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그곳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반대편 입구에서 한 사내가 걸어나왔다. 2미터 가까이는 되어 보이는 근육질의 사내. 사내는 가시가 박힌 건틀릿을 끼고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탕! 탕!
사내는 주먹을 매섭게 부딪히며 카시마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카시마르는 가볍게 스텝을 밟으려다가 잠시 동작을 멈췄다.
모래 바닥.
보통의 모래 바닥보다도 모래가 더 무거웠다. 카시마르는 투기장에서 자크르를 하는 동안 수많은 맵을 경험했다. 그 중에는 비가 내려서 진창 위에서 싸운 적도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싸웠음에도 지금처럼 발이 무겁지는 않았다.
지금 카시마르가 밟고 있는 모래는 무언가 이상했다. 기이할 정도로 발이 무겁게 되어 있었다.
‘도망치지 못하기 위해서인가?’
권투사는 상당히 위협적인 체격이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도 체격은 그다지 밀리지가 않았다.
190cm 가까이 되는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었다.
휭!
권투사는 다가와서 묵직하게 훅을 날렸고 카시마르는 그걸 피했다. 권투사는 스텝이라는 게 없었다. 그냥 카시마르에게 성큼 들어왔고, 카시마르는 뒤로 물러나서 권투사의 공격을 한 번 더 지켜보았다.
다시 들어오는 훅.
카시마르는 그 훅을 목만 살짝 뒤로 빼는 정도로 피한 다음 스트레이트를 집어넣었다.
퍼억!
날카로운 스트레이트가 권투사의 턱에 꽂혔다. 그대로 허물어지는 권투사. 권투사는 한 방에 행동 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러자 반대편 입구가 다시 한 번 열렸다. 권투사는 쓰러진 채 일어나지 않았고, 반대편 입구에서 검과 방패를 든 검투사가 등장했다.
쾅! 쾅!
검과 방패를 부딪히면서 달려오는 검투사. 철컹거리면서 달려오는 모습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검투사는 카시마르에게 달려오다가 방패를 들어 들이받으려고 했다. 카시마르는 가볍게 몸을 틀어서 검투사의 돌진을 피한 다음 검투사의 얼굴에 주먹을 집어넣었다.
철컹!
건틀릿과 투구가 부딪히면서 맑은 소리가 났다. 검투사의 머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검투사는 휘청거렸지만 이내 균형을 잡았고 몸을 잔뜩 웅크리면서 방패를 내밀었다. 방어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그런 검투사의 거리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기습이 날아왔다.
휘잉!
이질적인 느낌을 받은 카시마르는 본능적으로 뒤로 고개를 젖혔다. 그러나 그를 노린 공격은 직선 공격이 아니었다. 곡선으로 휘어지는 사슬 공격이었다. 사슬은 카시마르의 몸을 감으려고 했지만 감지 못했다. 카시마르의 반응이 워낙 빨랐기 때문이었다.
‘자크르가 아니었네’
권투사가 쓰러지고 검투사가 등장했기에 카시마르는 자크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크르가 아니었다.
사슬은 든 검투사도 있었고 그 뒤로 철퇴를 든 검투사도 성큼, 성큼 걸어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카시마르는 단번에 퀘스트의 의도를 깨달았다. 이건 미러 존의 괴물처럼 깨라고 만들어놓은 퀘스트가 아니었다. 얼마나 많이 버티느냐, 혹은 얼마나 많은 적을 쓰러트리느냐로 보상이 정해지는 시스템이었다.
“멋진 전투라······.”
카시마르는 시스템 창에 뜬 메시지를 힐끔 바라봤다. 검투사는 몸을 웅크린 채 여전히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카시마르의 주먹을 버텨내긴 했지만 데미지를 입은 상태여서 방어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카시마르는 검투사에게 다가서 공격을 하려고 했고, 그러자 사슬을 쥔 검투사가 카시마르를 잡아당겼다. 카시마르는 힘을 주어서 버텼지만 검투사의 힘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팅!
카이로의 꼬리를 꺼내든 카시마르는 방패를 든 검투사의 기습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자 사슬 검투사가 기가 막히게 사슬을 당겼다.
휘이잉!
이번에는 사슬의 힘에 저항하지 않은 카시마르.
사슬의 힘에 저항하지 않은 카시마르가 허공을 날았다. 철퇴를 휘두르려고 다가오던 검투사를 지나쳐서 사슬을 쥔 검투사에게 다가가는 카시마르.
사슬을 쥔 검투사가 검을 빼어 들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카시마르는 바람 제어술을 쓸 게이지가 가득 찬 상태였다.
탕!
허공을 박차고 방향을 틀어 검을 피한 카시마르.
차르륵!
카시마르는 사슬 검투사의 등 뒤로 넘어가서 사슬로 목을 감았다. 그러자 사슬 검투사가 발버둥 쳤다. 그러나 이미 사슬은 투사의 목에 깊게 들어간 뒤였다.
그 모습을 본 철퇴 투사와 방패 검투사가 재빨리 접근했다. 카시마르는 팔에 힘을 잔뜩 준 상태로 둘을 바라봤다.
푸슉!
카시마르의 등에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고통을 느낀 카시마르는 뒤를 돌아보았다. 카시마르가 몸을 틀어 뒤를 돌아보자 사슬 검투사도 따라 움직였다. 사슬 검투사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은 채 모래 바닥을 쓸면서 바둥거리고 있었다.
“끄륵······.”
바둥거리던 사슬 투사가 축 늘어졌다. 카시마르는 늘어진 사슬 투사를 바닥에 내팽개쳐 버리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었다. 화살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갑옷을 입은 궁수가 카시마르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궁수는 카시마르의 머리를 향해 화살을 날렸고, 카시마르는 화살이 날아오는 쪽으로 몸을 틀고 몸을 수그렸다. 그러자 사슬 검투사의 눈 쪽에 화살이 박혔다.
푸슉! 서걱!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접근한 방패 검투사가 카시마르의 허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카시마르는 무릎을 꿇은 채로 사슬 검투사에게서 손을 떼고 검에 찔린 방향의 반대쪽으로 굴러서 더 깊이 검이 들어오는 걸 막았다.
쿵!
카시마르가 있던 자리에서 철퇴가 날아왔다. 철퇴가 바닥을 찍으면서 모래를 사방으로 튀게 만들었다.
카시마르는 상당한 생명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쏟아지는 적들은 별다른 스킬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지만 연계가 확실하고 생명력도 높았다. 처음 주먹 한 방에 쓰러진 권투사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차릉!
카시마르는 오른팔에 감긴 사슬을 풀었다.
휘잉!
그때 카시마르의 옆머리를 노린 화살이 날아왔고, 카시마르는 방패 검투사와 철퇴 투사를 응시한 채로 피해버렸다.
철컹!
카이로의 꼬리가 톤파로 변형되었다.
팅!
카시마르는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며 방패 검투사와 철퇴 투사를 향해 걸어나갔다.
경기장 입구에서 창을 든 투사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