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스킬 랭크 업!
콰직!
카시마르는 오른쪽 어깨를 내주고 톤파를 휘둘렀다. 그러자 투사의 머리가 으깨졌다. 카시마르가 휘청거리는 사이에 부러진 모닝스타를 든 투사가 옆구리를 가격했다. 카시마르는 휘청거렸지만, 모닝스타의 사슬 부분을 잡고 투사를 잡아당긴 다음 몸을 날렸다.
캉! 털썩!
카시마르의 몸을 날린 발차기가 투사의 머리에 정확히 들어갔고, 투사는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서 쓰러졌다. 카시마르도 모래 바닥에 쓰러졌다. 평소의 그였으면 그대로 균형을 잡았을 거였다.
그렇지만 지금 카시마르는 그럴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나서 동작은 느려진 상태였고, 생명력도 바닥을 치는 상태였다.
“우에에에엑”
모닝 스타에 가격 당해 내부가 진탕이 된 카시마르는 피를 한 사발 토해냈다. 그의 피가 모래 바닥 위에 쏟아지면서 모래를 붉게 물들였다.
카시마르는 투기장 외벽에 기대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투사들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정상은 아니었다. 카시마르에게 공격을 당해서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후웅! 쿵!
할버드를 든 투사가 카시마르의 머리를 노렸다. 카시마르는 할버드가 닿기 직전에 몸을 틀어서 피해버렸다. 그가 할버드가 닿기 직전에 몸을 움직인 것은 조금이라도 체력을 더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타악! 쿵!
카시마르가 피하는 방향으로 갑옷을 입은 권투사의 발차기가 날아왔다. 카시마르는 가드를 올려서 그 공격을 막아낸 다음, 옆으로 굴렀다. 지금은 체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였다. 카시마르는 바람 제어술의 게이지가 차자마자 회오리를 일으켜 권투사의 몸을 묶었다. 이들 중에서 스피드가 가장 강했기 때문에 그를 먼저 봉쇄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리고 정면에 나타난 두 개의 검을 든 검투사.
휘! 휘! 휘! 휘!
오른손에 든 검으로 먼저 찌르기를 한 다음 번갈아서 네 번의 찌르기를 시전 하는 검투사. 카시마르는 할버드를 든 투사를 의식한 상태로 상체 움직임만으로 검투사의 검을 모두 피해버렸다.
그 모습을 본 투기장의 관중들이 비명을 지르듯이 함성을 질렀다. 검투사의 찌르기를 피한 카시마르는 옆으로 달려나가면서 할버드 투사에게서 도망쳤다. 회오리에서 빠져나온 권투사가 금방 할버드 투사를 추월하고 카시마르를 추격했다.
휭! 휭! 퍽!
카시마르는 왼손에 들고 있던 톤파를 권법가에게 던졌다. 그리고는 필사적으로 검투사의 공격을 피하면서 들러붙었다. 그런 다음 왼쪽 팔꿈치로 검투사의 턱을 노렸다. 턱을 노리면서 니킥도 같이 올려붙였고,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검투사가 쓰러졌다. 이미 검투사는 데미지를 꽤 입은 상태라 작은 데미지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권투사의 차례였는데, 카시마르는 검투사의 검 하나를 빼어 들고 권투사를 노렸다. 권투사는 주먹만 사용하지 않고 동작이 큰 발차기도 사용했는데, 그 동작이 매우 빨랐다.
만약, 그가 카시마르처럼 작은 동작 위주로 공격을 하는 사내였다면 카시마르는 진즉에 목숨을 잃었을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들고 있던 검으로 권투사를 찔렀다. 그러자 권투사가 바닥을 쓸듯이 로우킥을 날렸고, 카시마르는 제자리에서 폴짝 점프를 뛰어서 드롭킥을 날렸다.
평소의 카시마르라면 하지 않을 스타일의 전투.
그가 이런 스타일로 전투를 하는 이유는 이들에게 이런 변칙 스타일의 공격이 먹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전투를 하면서 기괴한 변칙 공격이 먹힌다는 걸 안 카시마르는 전투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서 투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쿵!
모래바닥에 쓰러진 카시마르를 향해 할버드가 날아왔다. 카시마르는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서 할버드를 피한 다음 다시 앞으로 굴러 할버드 투사에게 접근했다. 할버드 투사가 할버드의 날 반대편에 있는 뾰족한 부분으로 카시마르의 얼굴을 찍으려고 했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들고 있던 검으로 그 공격을 막았다.
티잉!
주저하지 않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카시마르.
차악! 푸슉!
바닥을 구르면서 들고 있던 검을 휘둘러 할버드 투사의 하체를 노렸다. 검이 할버드 투사의 오금쪽에 적중하면서 피가 튀었다. 할버드 투사가 균형을 잃자, 카시마르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휘잉!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은 할버드 투사의 공격. 카시마르는 그 공격을 피한다음 할버드 투사의 머리를 내려쳤다.
콰앙!
투구와 검이 세게 부딪혔다.
콰앙! 콰앙!
카시마르는 두 번이나 더 투구를 내려쳤고 할버드 투사의 투구에서 피가 줄줄 세어나왔다.
카시마르는 할버드 투사를 처리하고 입구 쪽을 바라봤다. 투사는 더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투사가 더 등장하지 않는 것은 조만간 훨씬 강한 상대가 나올 거라서 그런 걸로 생각했다. 카시마르는 일단 숨을 돌리면서 몸 상태를 체크했다. 긴장이 살짝 풀리자 컨트롤이 제대로 되질 않았고, 카시마르는 벽쪽에 몸을 기대는 상태가 되었다. 투기장 입구 쪽을 응시하면서.
“후우우.”
저절로 터져나오는 한숨.
카시마르는 주변을 돌아봤다.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상태였다. 그는 투기장 외벽에 힘겹게 기대고 있었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외벽에 피가 묻어나왔다.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카시마르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현역 시절에도 느껴보지 못한 쾌감.
카시마르는 죽음을 직감했다. 등장하는 투사들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카시마르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이제 생명력 30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제대로된 공격 한 방에 쓰러질 수 있는 상황. 카시마르는 어지러운 시야를 바로 잡으며 힘겹게 자세를 잡았다. 오른쪽 어깨는 아직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았다.
카시마르는 주변에 너부러진 투사들을 바라봤다. 적어도 서른 명 이상은 쓰러져 있었다. 주변은 사투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부러진 창과 방패, 끊어진 사슬. 피 묻는 화살. 투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당해서 모래 위에 엎어진 상태였다.
카시마르는 힘겨운 눈빛으로 입구 쪽을 바라봤다. 이제 다음 상대가 나타날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대 대신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투사 보상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성지의 주민들이 당신의 경기에 열광합니다.]
[마스터 하이페츠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마스터 하이페츠가 등장합니다.]
하이페츠는 이전에 등장한 투사들보다도 훨씬 위협적이지 않은 사내였다. 금발이 어깨까지 내려오고 있었고, 눈빛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엄청난 미남은 아니었지만 말끔하게 생겼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내였다.
하이페츠는 살짝 휘어진 칼을 들고 있었다. 칼집은 없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칼이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D랭크에 막 올라온 유저가 이 시험을 통과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나왔어. 이 시험을 통과한 D랭크 유저에게 줄 보상을 미리 정해두질 않았거든. 그렇다고 C랭크 유저들이 치러야할 시험을 치르게할 순 없는 거잖아. 우리가 실수했어. 그걸 인정해.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네게 파도 베기의 기술 하나를 전수하도록 하지. 대신에······.”
“잠깐! 그건 반칙이지.”
쿠웅!
투기장에 또 다른 사내가 난입했다.
[마스터 라이놀이 등장하였습니다.]
“뭐가 문제지? 이 이상의 보상은 정해지지 않았고 그러니 문제가 없을 텐데?”
“보상을 주는 건 문제가 없지만 대가를 거는 건 문제가 돼. 파도 베기를 전수하는 대신에 그를 네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거 아닌가 하이페츠?”
“그건 또 문제가 되는 건가?”
“그를 끌어들이는 건 다른 문제야. 그러는 순간 다른 마스터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다들 같은 생각인가?”
하이페츠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하이페츠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분이 나쁜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고지식한 놈들 같으니라고. 이런 경우에는 조금 후한 보상을 줘도 괜찮은 거 아냐?”
“이건 투사 직업의 퀘스트일 뿐이야. 우리는 그걸 돕는 거고.”
마스터 라이놀은 사라지고 없었다.
“파도베기 전승자를 의미하는 키 모양의 문신을 새겨주려고 했는데 어렵게 되었군. 대신에 나중에 만나게 되면 내가 호의를 베풀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때는 정말로 파도 베기를 전수해주도록 하지.”
하이페츠는 씩 웃으면서 돌아섰다. 하이페츠가 돌아서자 카시마르의 몸이 투기장의 대기실로 이동되었다. 잠시 암전이 되고 새하얀 빛이 흘러나온다는 생각이 들 때쯤 카시마르는 대기실에 돌아와 있었다.
***
“선생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요!”
강숭이는 상처 입은 카시마르를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투사들의 성지로 이동할 때 강숭이는 따라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으로 볼 때 투사들의 성지는 투사 전직을 한 유저들만 갈 수 있는 곳이 분명했다.
“조용히 좀 해라. 귀 울린다.”
“어디를 다녀오셨길래 이렇게 되신 겁니까.”
“조용히 해.”
“네.”
카시마르는 강숭이의 호들갑을 받아줄 겨를이 없었다.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상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투사 직업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스킬 랭크 업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일반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하여 랭크업 시킬 수 있습니다.]
스킬 랭크 업은 새로운 스킬을 얻는 것보다 훨씬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었다. 스킬 랭크 업은 그 스킬을 상위의 것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꿀 주먹을 돌주먹으로 돌주먹을 강철 주먹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상태였다. 그 뒤로 강철 주먹의 레벨은 꾸준히 오른 상태였지만 랭크 업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강철 주먹은 그 자체가 랭크 업의 마지막 단계일 수 있었다. 패시브 스킬이 어디까지 진화하는지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랭크 업은 잘만 사용하면 스킬 포인트 수십 개를 얻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했다.
카시마르는 자신이 받은 보상이 상당한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파도베기 대신에 받은 보상이 이 정도라면 파도베기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길래 그러지?’
메시지 창에는 카시마르가 지니고 있는 스킬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스킬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지만 카시마르가 선택할 스킬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강철 주먹 아니면 데미지 리벤지 둘 중 하나였다. 나머지 스킬들은 랭크 업을 해도 크게 효용가치가 없어 보였다.
랭크업은 할 때마다 필요한 스킬 레벨이 높아지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데미지 리벤지 보다는 강철 주먹을 랭크업 하는 게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킬 마다 랭크 업 가능한 스킬 레벨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무조건 좋다라고 단정 지을 순 없는 상황이었다.
카시마르는 일단 강숭이를 불렀다.
“야. 강숭이.”
“넵.”
“너 여기서 500년동안 살았다고 했지?”
“그렇습죠.”
“그럼 너 파도베기라고 아냐?”
“파도베기요?”
“그래.”
“파도베기 알죠.”
“그게 뭐지?”
“제국 남부의 고대 해적들이 사용하는 전투 기술입니다. 베기라고 해놓긴 했는데 일종의 초능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요. 기술도 엄청 많고 유파마다 주력 기술도 다릅니다.”
“유파엔 어떤 게 있는데?”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죠. 어쨌든 파도베기는 구전으로만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에 익히기 무척 힘든 기술입니다요.”
“위력은?”
“별로요. 해적들이 쓰는 게 다 그렇죠. 하하하. 귀여운 수준입니다요.”
“······.”
카시마르가 강숭이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강숭이 얼른 몸을 웅크리면서 자세를 제대로 잡았다.
“쓰···쓰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요. 이 세계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전투 기술로 구분되어 있습죠.”
카시마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메시지 창을 다시 확인했다.
데미지 리벤지와 강철 주먹.
카시마르는 둘 중에 강철 주먹을 선택했다.
[강철 주먹을 랭크업 하셨습니다.]
강철 주먹을 선택하자 갑자기 새하얀 빛이 쏟아졌고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의 주먹은 진화를 거듭하여 특수한 능력을 발산하기 이르렀습니다. 강철 주먹을 어떤 형태로 발전시킬지 선택해주세요.]
[다이너마이트]
[일렉트로닉]
[정밀 타격]
카시마르는 강철 주먹을 업그레이드 하면 단순히 펀치가 더 강력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핵주먹 혹은 폭탄 주먹 이런 명칭을 붙은 스킬이 생성될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외의 선택지가 나와버렸다.
“단순한 주먹질이 이런 형태로 진화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인데······.”
당연히 그랬다. 기본 패시브 스킬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한 유저는 카시마르가 유일했으니까.
꿀주먹에서 돌주먹 강철 주먹까지 랭크업 하려면 못해도 스킬 포인트 30개는 필요했다. 강철 주먹에서 다시 한번 더 랭크 업을 하려면 스킬 포인트 20개 이상이 필요했다.
그러니 패시브 스킬이 이런 형태로 진화 한다는 사실을 아는 유저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단순한 주먹질 스킬에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스킬 설명을 읽어나갔다. 대충 이름만 봐도 어떤 능력이 부여되어 있을지 감이 왔지만 확실하게 봐두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