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게이트 면접!
“이거 너무 헐렁하게 되어 있잖아요!”
간신히 톱니를 제자리로 돌린 카시마르가 소리쳤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는 그대로 감전사 했을 터였다.
“그러게 조심하라고 했잖아. 우리가 또 위험한 물건은 경고를 철저하게 한다고.”
“참 철저하시네요.”
“그럼 다음 물건 보여줄까?”
“전 이걸로 하겠습니다.”
“그걸?”
“네.”
“그건 그다지 좋은 물건 아닌데.”
“데미지가 장난 아니던데요.”
“대신에 자네 데미지도 달지 않나. 효율이 좋지 않아. 자네 생명력도 잡아먹고 데미지도 같이 들어가는 시스템이라. 실패작이라니까. 간단히 말해서 상대에게 100데미지를 주려면 자네는 200정도의 데미지를 받는 셈이니까. 자네 생명력 잡아먹는 것까지 해서 말이야. 그래서 비추천이야. 우리가 또 나중에 고객한테 말 나오는 거는 별로 안 좋아하니까.”
확실히 효율이 안 좋은 무기이긴 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는 아주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카시마르에게는 아주 좋은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상대보다 데미지를 더 받는 게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그걸 감안하고 상황을 반전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카시마르는 비슷한 레벨보다 생명력이 월등히 높은 상태여서 블랙 알라딘을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반쯤 같이 죽자는 식으로 달려들어도 카시마르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많은 것이었다.
“잘 사용해보죠. 그래도 전격 계열의 ‘감전’ 상태 이상이 상당히 좋은 옵션 아닙니까.”
“좋긴 하지. 내성 적은 마법사 같은 놈들은 그거에 살짝 닿기만 해도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없을테니까. 그치만 근접해야 되는 거라. 하지만 뭐 생각해보니 자네 이제 D랭크였지? 쓸만한 가호를 받으면 또 모르겠군.”
“얼마입니까?”
“투기장 코인 열다섯 개만 받도록 하지. 아주 싸게 쳐주는 거야. 우리가 또 오픈 전이라 물건을 다 내놓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열세 개로 하죠.”
“열다섯. 대신에 그거 스위치를 손봐주도록 하지. 음성으로 수치도 조절할 수 있게 손봐주겠네.”
“오래 걸립니까?”
“그건 장비 하나만 달면 되는 거라 금방이야.”
가토는 카시마르의 손에서 블랙 알라딘을 벗겨주었다. 그리고는 계약서를 하나 꺼내서 작성하게 했다. 카시마르의 명성 점수를 1000점당 1 코인으로 환산해서 물품의 대금을 지불한다는 거였다.
카시마르가 계약서를 다 작성했을 때쯤 가토가 블랙 알라딘을 내려놓았다. 톱니 부분이 사라지고 그 위에 작은 액정이 생겼다.
“주먹 쥐고 출력 숫자 이야기하면 방출되는 시스템이야. 쉽지?”
“확실히 전보다는 낫네요. 100이라고 하면 생명력 100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죠?”
“이해가 빠르네.”
카시마르는 블랙 알라딘을 끼고 나왔다. 가토가 다시 카시마르를 원래 왔던 입구 쪽으로 데려다 주었다.
카시마르는 바로 투기장 대기실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아직 E랭크 대기실에 있는 상태였다.
카시마르는 그동안 E랭크에서 연승하면서 얻은 명성 점수를 대부분 써버렸다. 어마어마한 연승을 쌓으면서 얻은 포인트여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카시마르는 들고 있던 투기장 건틀릿을 강철 원숭이에게 던졌다.
투쿵!
“먹어라.”
강철 원숭이는 건틀릿과 카시마르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 농담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진짜로 주시는 겁니까? 선생님?”
“다시 뺏을까?”
“아··· 아닙니다!”
강철 원숭이는 떨어진 건틀릿을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씹어먹기 시작했다. 먹는 모습이 한 일주일 굶은 것처럼 보였다.
“이제 면접 보러 가야 해.”
“게이트 가호 면접 말하시는 거죠?”
“그래. 너 그거에 대해서 좀 아냐?”
“이것만 다 먹고 말씀해드리겠습니다요.”
강철 원숭이가 투기장 건틀릿을 하나 먹어치우는 데는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 먹은 원숭이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강숭이는 건틀릿 한쪽만 허겁지겁 먹어치우고는 나머지 한쪽은 그대로 두었다.
게이트의 가호
유저들이 랭크업을 하려고 기를 쓰는 이유 중에 하나.
유저들은 랭크업을 할 때마다 가호라는 것을 받는다. 이 가호는 존재하는 어떤 형식이든지 상관 없었다. 랭크업을 하게 되면 유저는 게이트의 면접관에게 면접을 보게되고, 게이트의 면접관은 유저에게 가호를 내려준다.
이 가호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으며 스킬이나 특성이 될 수도 있었다. 부여되는 가호의 종류에는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면접관을 만나서 어떤 면접을 보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이 확연히 변할 수 있었다.
면접관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꽤 커뮤니티에 꽤 공개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커뮤니티에 소개가 되지 않은 면접관도 많아서 어떤 면접관을 만나느냐도 상당히 중요했다. 아무래도 정보가 공개된 면접관을 만나면 면접관의 질문에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가호를 부여받는 편이라고 했다.
게이트의 가호로 골드를 받은 유저도 있었고 집이나 소환수를 받은 유저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 카시마르에게도 면접은 상당히 중요했다.
면접은 랭크 업을 할 때마다 보고 그때마다 가호가 내려지기 때문에 이전의 얻었던 가호들과 잘 어울리는 가호를 얻는 것.
그것도 캐릭터 육성의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다 안 먹냐?”
“이건 천천히 먹으려고요.”
“그럼 이제 이야기 해봐.”
“그 면접 시스템 말입니다요. 만들 때 제가 있었다고 하시면 믿으시겠습니까?”
“네가?”
“넵. 꽤 오래전에 만들어진 시스템이지요.”
“그럼 면접관들 잘 알겠네?”
“그렇죠. 우주에서 조금 나댄다 하는 애들이 거기 면접관으로 많이 붙어 있습죠. 저 정도 급은 아니고요. 제가 거기 면접관으로 갈 정도로 하급은 아니고요. 하하하. 아무튼 면접관들 정보는 제가 꽤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계십시오. 물론, 제가 모르는 면접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최대한 힘 써보겠습니다요.”
“이야. 진짠가본데? 너 예전에는 좀 대단했나봐?”
“그래봤자 지금은 선생님의 숭이숭이 강숭이입니다요.”
강숭이가 헤헤 거리면서 카시마르에게 아부를 떨었다. 지금 강숭이는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오랫동안 짱돌로 연명해오던 그가 모처럼 포식을 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D랭크로 승격을 축하드립니다. D랭크 존에 들어가기 전에 속하고 싶은 나라를 선택해 주세요.]
“크슐란 제국.”
카시마르는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크슐란 제국을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핏불킹이 크슐란 제국 출신이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게이트 면접이 있겠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세요. 답변 내용에 따라 부여 받는 가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카시마르가 이동한 곳은 복도였다. 복도에는 작은 의자가 있었는데 카시마르는 잠시 그곳에 앉아 대기했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시지요. 곧 차례가 올 겁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내가 말했다. 카시마르는 조용히 기다렸다.
게이트의 면접관들은 다양한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신도 있었고 영웅이라 불린 자들도 있었으며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서 악명이 높아진 자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자주 출현하는 면접관이 있긴 있었다. 그렇지만 전혀 나타나지 않던 면접관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면접실에 들어가면 면접관은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리고 눈을 가리고 있다. 그 이유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눈을 가리지 않고 있는 면접관도 종종 있다고 하니 그 부분은 강제된 사항은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면접관은 면접실에서만큼은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면접자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도 안되는 가호를 내려주기도 했다. 어떤 유저는 면접관에게 짜증을 부렸다가 1만 골드를 가호로 받았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커뮤니티에 떠돌았다. 그만큼 유저에게 면접은 중요했다.
강숭이는 카시마르 옆에 딱 붙어서 남은 건틀릿을 조금씩 씹어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바나나를 먹는 원숭이와 매우 흡사했다.
“카시마르님?”
“네.”
“이제 들어가시지요.”
사내가 문을 열어주었고 카시마르가 안에 들어갔다. 안은 일반 회사의 사무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커다란 의자에 한 존재가 앉아 있었다. 3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크기였고 흑색털을 지닌 소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소의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풍기는 위압감은 절대 소가 아니었다.
소는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었다가 곧 풀어버렸다. 그는 카시마르를 보고 눈짓을 했다.
“자리에 앉지.”
카시마르는 자리에 앉은 다음 강철 원숭이를 바라봤다. 강철 원숭이는 카시마르 옆에서 배를 부여잡고 웃고 있었다. 소리 없이 끽끽 대던 강철 원숭이는 이내 소리를 내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강철 원숭이의 웃음 소리는 카시마르에게만 들렸다.
“미쳤냐?”
“아닙니다요. 선생님.”
“왜 그래? 제대로 미친 거 같은데?”
“미치지 않았습니다요. 선생님?”
“왜? 아는 면접관이야?”
“저 모습을 드러내서 좀 나대도 괜찮겠습니까요?”
“나대?”
“예. 제가 면접 끝장나게 보게 해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저놈 오른우라고 하는 새끼인데요. 달리 달로스에 속한 오른 행성에서 좀 놀던 놈인데 제 밥입니다. 선생님. 제가 진짜 받고 싶은 가호 골라서 받게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저놈한테 받을 게 좀 있거든요.”
강철 원숭이의 호언장담에 카시마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네가 지금 네 상태를 아직도 모르는구나? 또 땅굴 고블린 꼴 나고 싶은 거냐?”
“아닙니다요. 이번에는 진짜입니다요. 저놈이랑 저는 달로스님의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입니다. 한 마디로 저놈한테는 제 말이 절대적이죠.”
“계약?”
“저희 같은 존재들은 달로스님 앞으로 계약을 맺으면 그걸 절대 어기지 못합니다.”
“그게 뭔데?”
“달로스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서 지장 딱 찍는 거지요. 그럼 그걸 어기는 순간 존재가 딱 소멸되니까 절대 어길 수 없습니다요.”
“저 소랑 네가 그 계약을 맺었다?”
“네. 그러니 한 번 믿어주시지요? 진짜! 이번에는 진짜입니다요!”
카시마르는 잠시 고민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크게 손해 볼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철 원숭이가 크하하하하고 웃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자! 이제 몇 가지 질문을······ 끕! 끅!”
오른우는 카시마르에게 질문을 하려다가 갑자기 나타난 강철 원숭이를 보고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오른우는 마치 괴물이라도 본 사람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처 숨었나 했더니? 여기서 공무원 하고 있었어요? 하. 그래. 그래놓고 튀면 우리가 안 볼 줄 알았지? 달로스님이 날 왜 이렇게 만드셨는지 이제야 알겠네. 이 코뚜레 시키야. 아주 운명의 데스티니여. 이 쉽 쉐커야!”
강철 원숭이는 오른우에게 달려들었다. 조그만한 원숭이가 오른우에게 달려들어봤자 뭐 하겠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강숭이 말대로 오른우에게 강숭이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크헉!
“성님! 제 말 좀! 말할 기회 좀 주십쇼! 그때는! 그때는!”
“그때는 이고 뭐고! 이리 안 와? 도가니를 뽑아다가 라면 스프로 만들어버릴까부다. 우골설렁탕스프여 잡놈아! 네가 나 배신 때리고 튀면 영영 안 볼 줄 알았지? 달로스님께서 아주 다 보고 계셨어. 이 십장생아! 녹조라떼에다가 넣어가지고 로봇 물고기랑 같이 뻐끔 거리게 만들어버릴까부다.”
“성님! 아악! 거긴 꼬리에요! 꼬리!”
3미터가 넘는 덩치의 소가 50cm 정도밖에 안 되는 원숭이에게 도망치고 있었다.
사상 초유의 면접관 폭행 사태.
어느 면접실의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