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스킬 교환소(스탯에 관한 부분 수정)
“아아! 안 돼!”
젠부샤쓰는 땅바닥을 치고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당연하게도 경기 결과에 대해서 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투 중재자의 몇 마디 말에 그는 경기 결과를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젠부샤쓰의 팀원들은 카시마르가 버그를 썼다고 주장했지만, 카시마르가 쓴 건 버그가 아니었다. 그리고 페널티가 적은 기술도 아니었다.
전투 중에 딱 한 번 정도만 쓸 수 있는 기술.
그래서 자크르에 특화된 기술.
사냥 중에 저런 기술을 썼다가는 더 진행이 불가능할 테니까.
상대에게 데미지 800을 주고 나면 카시마르도 생명력이 거의 바닥인 상태가 되기 때문이었다.
“젠부샤쓰의 스킬 중 하나를 카시마르에게 넘겼다. 젠부샤쓰와 카시마르는 앞으로 30일간 내기 결투가 금지된다. 그리고 내기 결투 중재 수수료는 코인 다섯 개다. 코인은 패자인 젠부샤쓰에게서 받아가도록 하지.”
“왜 다섯 개나 가져가! 그리고 왜 이쪽에서만 받아가는 거지?”
쉐프가 중재자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재자는 단호한 표정으로 젠부샤쓰에게서 코인 다섯 개를 징수했다. 엎드린 젠부샤쓰의 몸에서 투기장 코인 다섯 개가 튀어나와 중재자의 손아귀로 쏟아졌다.
“중재 수수료는 원래 공평하게 내는 거 아냐?”
“맞아. 그런 걸로 알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해.”
젠부샤쓰의 팀원들은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른 채 쓸데 없이 코인에 집착하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상황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고 젠부샤쓰는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젠부샤쓰에게서 빠져나간 스킬이 예사로운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내기 결투에서 중재자가 받는 수수료는 보통 코인 두 개로 알려져 있었다. 양쪽 유저에게서 하나씩. 그러나 그건 대개 그렇다는 뜻이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다.
[중재자는 내기 결투를 중재하는 대신에 수수료로 코인을 가져갑니다.]
내기 결투에 대한 설명은 이게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중재자가 몇 개의 코인을 받아가던, 누구한테 코인을 받아가던 그건 중재자 마음이었다.
젠부샤쓰의 팀원들의 항의를 중재자는 말끔하게 무시했다. 말끔하게 무시한 그의 주변으로 이동 마법진이 생겨났다.
“ㅈㄲ”
중재자는 젠부샤쓰의 팀원들을 향해 중지를 치켜세우면서 입모양으로 지읒과 쌍기역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젠부샤쓰의 팀원들은 놀라서 더 항의를 하지 못했다. 중지를 치켜세우며 허공으로 올라가는 중재자를 어이 없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야. 이 게임은 NPC들도 다 한 성격 하는구나. 백마디 항의를 딱 한 동작으로 끝내버리네.”
“논할 가치도 없다 이거 아니겠습니까요. 상남자입니다요.”
중재자가 사라지는 모습을 본 카시마르는 얼른 사라지려고 마음 먹었다. 중재자가 건네준 스킬을 풀어보기도 전에 젠부샤쓰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님! 님!”
“왜요?”
“그 스킬 한 달 동안 가지고 계시면 안됩니까? 제가 다시 가지러오겠습니다.”
“싫은데요.”
“아! 님!”
결투를 위해 있는 투기장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투기장에서 무력 사용은 금지되어 있었다. 투기장을 제외한 모든 필드에서는 PK가 가능해도 투기장에서만큼은 허락된 결투만 허용되었다.
그 말은 젠부샤쓰가 카시마르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애원하는 것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카시마르는 바로 젠부샤쓰를 귓속말 차단했고, 젠부샤쓰는 끈덕지게 카시마르를 따라왔다.
“제가 먼저 하자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가 님을 어떻게 믿고 그냥 한 달 동안 기다립니까.”
“그거 보셨으면 아시잖아요.”
“아직 안 풀어봤습니다. 그리고 스킬 지정 안 되잖아요.”
“그거 방법 있어요.”
“어떤 방법이요?”
“스킬 지정하게 하는 계약서 쓸 수 있습니다. 중재자에게 이야기하면요. 좀 복잡하기는 한데 비용 제가 다 부담하겠습니다.”
“귀찮습니다. 그럼 이만.”
“님! 님! 야!”
카시마르는 젠부샤쓰를 날렵한 몸놀림으로 따돌렸다. 젠부샤쓰는 카시마르를 따라 움직이다가 욕설을 퍼부었는데, 카시마르는 무시했다. 자크르에서도 비매너였고 내기 결투를 할 때도 뒤통수를 쳤던 젠부샤쓰에게 그는 호의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스킬도 반쯤은 아이템과 같은 취급이었기 때문에 능력만 된다면 어떤 클래스의 스킬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특정 직업군만 쓸 수 있도록 지정된 스킬도 있었다.
카시마르는 젠부샤쓰를 따돌리고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인벤토리에는 젠부샤쓰의 스킬이 아이템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카시마르가 그걸 클릭해서 습득하게되면 이제 카시마르도 그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얼른 스킬을 확인했다.
[40계단 108컴보 Lv11(유니크) - 생명력 절반과 남은 마나를 전부 소모하여 일직선으로 날아가 부딪히는 첫 번째 적에게 108번의 공격을 가합니다. (1대당 데미지 1-15까지 랜덤)]
“유니크 스킬이네. 보이냐?”
“네. 엄청 좋은 스킬입니다요.”
“그놈이 그렇게 따라붙은 이유가 있었네. 이거 아까 마지막에 그놈이 썼던 그 스킬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요.”
“액티브 스킬이네. 아쉽게.”
“이거 진짜 말 그대로 필살기입니다요.”
“데미지가 그러네. 그냥 한 놈 붙잡아서 죽을 때까지 때리는 스킬이네. 근데 유니크면 지금 들고 있는 유저가 거의 없을텐데.”
스킬에 레벨이 있듯이 등급도 당연히 존재했다. 그리고 희귀도로 스킬이 구분도 되어 있었다. 스킬의 희귀도는 강함의 유무가 아니라 희귀의 차이일 뿐이라고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설명을 했지만, 실제로 스킬을 들여다보면 능력치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레어 등급 스킬을 가진 유저도 그리 많지 않았고, 유니크를 스킬을 가진 유저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니 젠부샤쓰가 그렇게 카시마르에게 들러붙은 이유도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하필 수많은 스킬 중에서 이게 걸렸을까. 그렇지만 본인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108컴보 스킬은 원거리 스킬이 없는 카시마르에게 딱 좋은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액티브 스킬이었다. 카시마르는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습득하지 않았다.
습득한 스킬을 교환 하려면 교환소에서 습득 해제 명령서를 사서 습득을 초기화시켜야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습득 해제 명령서는 대단히 비쌌고, 희귀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더 비쌌다.
카시마르는 스킬 교환소로 방향을 틀었다.
[카시마르님!]
스킬 교환소로 가는 길에 골낳괴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넵.]
[잘 빠져나가셨나요?]
[네.]
[스킬 좋은 거 뜨셨나봐요.]
[예. 좋은 거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님. 데스매치 더 안 하실 거죠?]
[아. 예. 원래 팀원이던 분 껴서 다시 하실 거 아니세요?]
[그렇긴 합니다만 님이 계속 하신다면 팀에서 괜찮다고 하네요.]
[아닙니다. 원래 하던 분이 하셔야죠. 그분 연락 되었어요?]
[아뇨. 그렇지만 들어올 겁니다.]
[예. 그럼 수고하세요.]
[님. 잠깐만요!]
[예. 말씀하세요.]
[저랑 같이 투기장 도실래요?]
[네?]
[투기장 쿨타임 24시간 남아서 그동안 팀원들 사냥 간다고 해서요.]
[님은 안 가고요?]
[전 사냥 체질이 아니어서요. 보시면 알겠지만 전 투기장 특화입니다.]
[기계 종족이면 기본적으로 단단해서 괜찮을 거 같은데요.]
[제 레벨보다 10렙 정도 아래 사냥터 가서 해야됩니다. 포지션이 어정쩡해요.]
[둘이서 투기장 할 게 있나요?]
[혹시 같이 하는 팀 있으신 거 아니죠?]
[이제 D랭크로 올라온 처지라서요.]
[투기장 코인 다 쓰실 거 아니면 저랑 같이 ‘게이트 로얄’ 하러 가시겠어요?]
골낳괴의 이야기에 카시마르가 솔깃했다. 교환소에서 스킬을 교환한 다음 그걸 하러 가려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트 로얄은 투기장에 등장한지 보름 밖에 되지 않은 신규 경기였다. 재밌기도 하거니와 보상도 커서 많은 유저들의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규칙은 익숙했다. 과거 유행했던 배틀 게임의 방식과 같았다. 일정한 맵에 유저들을 풀어놓고 최후의 1인 아니면 한 팀이 남을 때까지 게임을 지속한다. 여기까지는 한 때 유행했던 배틀 게임들과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건 FPS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는 유저들이 지닌 장비와 스킬을 고스란히 들고 게임을 시작한다. 당연히 불공평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불공평하다는 이야기는 게임에 들어가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쑥 들어가게 된다. 그 이유는 게임 내에서 얻게 되는 아이템, 스킬, 능력치가 유저들간의 격차를 충분히 좁힐 수 있을만큼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자크르처럼 레이팅 시스템이 있어서 솔로는 비슷한 레벨의 유저와 매칭이 되고 팀은 레벨의 합계를 내서 비슷한 팀들과 매칭이 잡힌다. 그러니 계속 최후의 1인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엄청나게 레벨 차이나는 유저와 붙을 일은 별로 없었다.
게이트 로얄은 변수가 무척 많았기 때문에 아무리 기본 능력치가 강한 유저라고해도 광속으로 사망하는 일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
팀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5인만 해당 되었기 때문에 골낳괴와 카시마르가 같이 게임을 하려면 세 명을 더 모아야 했다.
[저 그거 솔로 하려고 했었는데요.]
[그럼 같이 하러 가시죠. 제 친구들 중에 그거 하는 놈들 있거든요. 조금 있으면 접속하기로 했으니까 님 합류하면 인원 딱 맞아요.]
[저 그거 하는 거 동영상으로만 조금 봤지 실제로 하지 않아서 도움이 안 될텐데요.]
[괜찮습니다. 님 컨트롤이면 충분히 잘 하실 수 있어요.]
[민폐일 거 같은데요. 솔로 좀 하다가 합류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팀으로 하는 거면 조합도 맞춰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저도 님처럼 그리 파티 플레이에 적합한 캐릭터가 아니어서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마침 올 친구들이 서포터, 원거리 딜러, 탱커입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서 어떻게 파밍하느냐에 따라서 포지션은 바꿀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인원 모자라기도 하고 저 솔직히 님 전투하는 거에 반했어요.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저 같은 초보를 껴주신다면 빨리 익히고 좋죠. 근데 괜찮을까요?]
[님 레벨 낮으시잖아요. 레벨 낮으면 팀 레이팅 적어져서 그것도 꽤 이득이에요. 그래서 보통 서포터를 낮은 레벨 유저로 넣기도 하잖아요.]
[그런가요.]
[너무 걱정마세요. 금방 적응하실 겁니다.
[그럼 알겠습니다. 스킬 교환하고 귓말 드릴게요.]
[넵.]
카시마르는 골낳괴와 귓말을 종료하고 교환소로 향했다. 코즈믹 게이트에서 교환소는 투기장에도 있었고 필드에서 있었다. 둘 다 같은 곳이었지만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 달랐다. 투기장에서는 코인을 받고, 필드에서는 골드를 받는다.
“어?”
교환소에 들어가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 익숙한 얼굴은 바로 아까 전에 젠부샤쓰와 카시마르의 결투 내기를 중재했던 중재자의 얼굴이었다. 중재자는 카시마르를 보고 피식 웃고 있었다.
“또 뵙네요.”
“아. 예. 아까 그분 맞죠?”
“예.”
“그럼 둘 다?”
“직원이 휴가 가서요.”
NPC도 휴가를 가는구나. 그런데 어느 직원?
“어느 직원이?”
“전 원래 교환소 직원입니다. 아까는 휴가간 중재자 대신에 나간 거고요.”
“아. 그래서 말투도 변한 겁니까?”
“중재자는 좀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휴가간 직원이 귀띔해줘서요.”
“아.예.”
그게 위엄 있는 모습이었나? 카시마르의 머릿속에 중재자가 중지 손가락을 내민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사라졌다.
“스킬 교환하러 오셨죠?”
“네.”
카시마르는 전 중개자, 현 교환소 직원에게 습득하지 않은 스킬을 건넸다.
“유니크 스킬이네요. 스킬 레벨은 높아도 교환에 해당 사항 없는 거 아시죠? 그리고 스킬 교환도 내기 결투와 마찬가지로 30일에 한 번씩만 사용가능합니다.”
“예.”
스킬 레벨이 높으면 스킬을 교환할 때 혜택이 있을 거 같지만 그런 건 없었다. 스킬 교환소에서 스킬을 교환하는 기준은 딱 하나 희귀도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카시마르의 강철 주먹 같이 랭크가 높은 스킬도 여기서 교환할 때는 얄짤 없이 일반 등급이었다.
“스킬 교환 비용은 코인 하나입니다. 지불한 스킬과 동일 희귀도의 스킬이 랜덤으로 나열되며 그중에 하나를 고르실 수 있습니다.”
“몇 가지나 나옵니까?”
“그것도 랜덤입니다. 하나만 나올 때도 있습니다. 교환하시겠습니까?”
“네.”
교환소 직원이 카시마르의 인벤토리에서 스킬을 가져갔다.
딱!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스킬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떠오른 스킬은 모두 세 개. 카시마르는 매의 눈으로 스킬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제발 액티브 스킬이 없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