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
메타 (수정)
카시마르는 스킬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일단 액티브, 패시브 유무만 살폈다. 어차피 액티브 스킬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스킬 중에 두 개는 액티브 스킬이었고, 하나는 용도를 확인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웨펀 갓의 번호표 - 무기 상인 미란다 김을 호출하는 번호표를 24시간 마다 하나씩 생성합니다.]
“이건 무슨 스킬이죠? 액티브 스킬인가요?”
카시마르가 교환소 직원에게 물었다. 교환소 직원은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건 아이템 생성 스킬입니다. 일회용 아이템을 생성하죠.”
“웨펀 갓이라는 게······ 뭐죠?”
“우주적 존재들이 다툴 때 부르는 신이죠. 무기를 팝니다.”
“그러면 이 번호표를 뽑으면 웨펀 갓이 온다는 말인가요? 무기를 사는 겁니까?”
“이 스킬로 하시겠습니까? 이 스킬을 선택하면 좀 더 제대로된 설명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걸로 하죠.”
카시마르는 웨펀 갓의 번호표를 선택했다. 어차피 다른 스킬들은 액티브 스킬이라 선택할 수도 없었다.
“이 스킬은 번호표를 인벤토리 창에서 뽑아 웨펀 갓을 부르는 스킬입니다. 웨펀 갓은 번호표를 뽑은 사람에게 무기를 대여해줍니다.”
“어떤 무기를 준다는 거죠?”
“랜덤입니다. 다만 유저들이 보통 구할 수 없는 무기들이 대부분이고 횟수 제한이 있습니다. 사용 횟수를 다 사용한 무기는 다시 웨펀 갓에게 회수됩니다.”
교환소 직원이 번호표 스킬을 카시마르에게 주었다. 카시마르는 그 스킬을 클릭해서 습득했다.
[웨펀 갓의 번호표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이 스킬은 레벨업이 불가능합니다.]
“이거 그냥 뽑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카시마르가 물었다.
“처음 사용은 무료이니 한번 사용해보시죠.”
“그래요?”
“네.”
카시마르는 인벤토리에서 번호표를 뽑기 전에 강숭이를 불렀다. 카시마르의 부름에 강숭이가 얼른 반응했다.
“강숭아."
"네. 선생님. 강숭이 입니다요."
"웨펀 갓이 뭐냐.”
“그냥 무기 상인입니다요.”
“너 아는 사람이야?”
“잘 모릅니다요. 제가 활동할 때 있었던 무기 상인들은 지금쯤 다른 일 하고 있어서 말입니다요.”
“그래?"
"그렇습니다요."
"무슨 무기 주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릅니다요. 다만 평범한 무기를 주는 건 아닐겁니다요. 저 활동할 때도 꽤 독특한 무기 납품하고 그랬습니다요."
"그럼 그냥 일단 사용해봐야겠네. 뭐 나오는지 한 번 봐야지.”
"그게 좋겠습니다요."
카시마르는 번호표를 뽑았다. 그러자 번호표가 허공으로 떠올라 팔랑거렸다. 번호표는 팔랑거리면서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는데 그때 반응이 있었다.
쉬이잉!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고 허공에서 손이 등장했다. 허공에서 팔랑거리던 번호표를 손이 움켜쥐었고 한 사내가 등장했다. 사내는 궁예와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보니 궁예와 흡사한 생김새는 아니었다. 사내는 백인이었고 궁예의 복장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나를 불렀는가? 누가 나를 불렀어?”
눈에 안대까지 한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진지하게 말했고 카시마르가 얼른 그의 부름에 답했다.
“나다 이 쉽 새······ 아! 이게 아니고 접니다!”
“오! 센스가 있는 친구로구만. 센스가 있어. 아주 마음에 들어. 앞으로도 짐이 등장할 때는 그렇게 호응을 해줬으면 좋겠어.”
웨펀 갓은 카시마르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번호표 스킬은 간단했다. 번호표를 뽑으면 웨펀 갓이 나타나 무기를 빌려준다.
처음에는 공짜지만 다음에 부를 때 부터는 웨펀 갓이 미리 말한 대가를 준비해야 했다..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템이 아니라 횟수 제한이 있는 템을 빌리는 거라 신중히 사용해야하는 스킬이었다.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든 번호표를 뽑기만 하면 나타난다 이거죠?”
“바로 그거일세.”
“어떤 무기를 빌릴 수 있는데요?”
“그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지.”
웨펀 갓은 근엄한 표정으로 카시마르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카시마르는 그닥 끌리는 스킬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유니크 스킬인데 무언가 다른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무기를 빌려주시려는데요?”
“오늘? 아! 오늘은 이거야. 아주 좋은 무기니 아껴서 쓰도록 하게. 그리고 다음에 대여할 때는 투기장 코인 하나를 준비하도록 하게. 투기장 코인 하나야. 명심해.”
웨펀 갓이 건네준 건 원반이었다. 멍멍이들이 프리스비할 때 쓰는 원반. 카시마르는 원반을 받으면서 찝찝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뭔가 제대로된 무기를 줄 거라 생각했는데 원반을 받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부메랑도 아니고 원반이 뭐란 말인가.
원반을 건넨 웨펀 갓은 해맑게 웃으면서 사라졌다.
“이게 다 에요?”
“그렇습니다. 무기를 한 번 확인해보시죠.”
카시마르는 원반을 인벤토리에 넣고 확인했다.
[켈베로스의 원반 - 켈베로스가 무척 좋아하는 원반입니다. 원반을 던지면 원반을 던진 쪽으로 켈베로스가 나타납니다. 사용 가능 횟수 (3/3) 쿨타임 180분]
“설명도 참 간단하네요.”
“그래도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요.”
“일단 써보면 알겠지.”
스킬을 습득한 카시마르는 교환소를 빠져나와 골낳괴에게 연락을 넣었다.
[저 교환 끝냈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어디로요?]
[광장 중앙에서 서쪽으로 보면 카페 하나 있거든요? ‘뚜카페’ 라고. 거기 2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다 기다리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카시마르는 얼른 뚜까페로 이동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골낳괴가 테이블을 하나 잡아놓고 있었다. 그 옆에는 골낳괴의 친구들로 보이는 유저들이 있었다.
“여깁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죠. 아무래도 처음 호흡 맞추는 거니까 간단하게 작전이라도 짜야 하니까요.”
게이트 로얄은 마구잡이 생존 게임 같지만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특히 팀으로 참가할 때는 역할에 따른 팀 단위의 행동이 매우 중요했다. 골낳괴는 커피와 다과를 주문한 다음 방을 빌렸다.
방을 빌리는 데는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안의 이야기가 밖에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단 통성명부터하죠. 전 아시죠. 골낳괴고 기계 종족 전사입니다.”
“전 슭곰발입니다. 편하게 곰발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방패병이고요. 원거리 타격을 잘 막습니다.”
“방패병이면 거의 팀플용이네요.”
“그렇죠. 거기다 원거리 타격을 잘 막는 클래스라 게이트 로얄에 아주 적합해요.”
골낳괴가 덩치가 산만한 슭곰발을 보며 말했다. 슭곰발은 딱 봐도 탱커 같은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방패병은 히든 클래스는 아니었지만 전직 조건이 까다로웠다. 그런데다가 솔로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클래스여서 선택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선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파티를 모집할 때 서포터와 더불어서 거의 일 순위로 뽑혀가는 클래스이기도 했다.
“전 용재 오늘 오닐입니다. 그냥 용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불 마법 계열 다루는 법사입니다.”
“ㅋㅋㅋ 카시마르님. 이놈 법사 아니에요. 방화범이에요.”
“네?”
“야! 이씨! 랭크 올라가면 바꿀 거라고!”
“어떻게 하다가 방화범으로 전직이 되었어요. 나름 히든 클래스이긴 하죠. 그냥 불 속성 마법의 스폐셜리스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다른 속성 마법을 전혀 쓸 수가 없어요.”
“화력은 제대로겠네요.”
“네. 근데 극단적이죠. 이제 이 친구들이 게이트 로얄을 왜 하려고 하는지 아시겠죠?”
한쪽은 화력에 올인한 법사였고 다른 쪽은 버티는데 올인한 탱커였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조합은 맞았다.
용재 오늘 오닐은 까칠한 외모의 사내였다.
“그리고 이 친구가 서포터인데. 힐러 겸 서포터에요.”
그리고 깐깐해 보이는 외모의 사내. 까무잡잡한 피부에 안경을 낀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아르케라고 합니다. 직업은 쉐프입니다.”
“야! 노 양심은 왜 안 붙이냐?”
“노 양심 아니라고. 불량이라고. 불량 쉐프입니다.”
“불량 쉐프요? 그런 직업도 있어요?”
“나름 히든 클래스입니다. 불량 식품을 제조하지요.”
“허. 신기하네요.”
“이 게임 하다보면 신기한 직업 많아요.”
“카시마르님은요?”
“전 투사입니다. 포지션이 좀 어정쩡한데 어쨌든 근접 전투 역할을 하게 될 거 같네요.”
“어차피 저도 그래요. 탱, 딜, 힐 이 세 가지만 갖춰지면 나머지 둘은 어떻게 조합해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근데 불량 쉐프는 어떤?”
“불량 식품 제조하죠. 요리사랑 다른 거 없어요. 요리사들 스킬이랑 비슷한데 만드는 음식이 조금 다릅니다.”
“쉽게 말하면 일반 요리사들이 회복 음식이나 버프 요리 해서 팀원들 나눠 주잖아요.”
“그렇죠.”
“근데 저 친구가 나눠주는 음식은 불량 식품이라 그 위력이 셉니다. 대신에 페널티가 있어요.”
“페널티요?”
“불량 식품 많이 먹으면 배 아프죠?”
“네.”
“그런 것처럼 저 친구가 준 음식 먹으면 랜덤으로 상태 이상에 걸립니다. 재수 없으면 스턴에 걸릴 수도 있어요.”
“헐.”
“그렇지만 위력은 장난 아닙니다.”
“뭔가······ 좀 극단적이네요.”
“그러니 컨트롤이 좋은 카시마르님이 오셔야죠. 근데 직업이 투사라고 하셨죠?”
“네.”
“그것도 히든인가요?”
“예. 히든이긴 한데 그냥 전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떤 스킬 위주로 쓰십니까?”
“스킬 거의 없고 그냥 생명력 높은 근접 타격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 패시브 스킬이라 큰 의미 없어요.”
“그 번개는······.”
“그건 페널티가 있어서 자주는 못 씁니다.”
“아무튼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간단한 통성명이 끝나고 플레이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설명을 하는 쪽은 용재 오늘 오닐이었다.
“일단 처음이시라고 했죠?”
“룰은 간단히 압니다만 자세히는 몰라요. 직접 해보면 다른 게 꽤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네. 크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새 유행하는 메타들이 있어요. 그걸 알고 가는 게
중요해요. 무엇보다 게이트 로얄에 관련된 컨텐츠는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는 상황이라 서요. 그리고 팀전이면 팀끼리 미리 어떤 식으로 플레이를 할지 정해놓고 가는 것도 중요하고요.”
"네."
"기본적으로 위습 메타, 부적 메타, 동물 메타, 장난감 메타등이 있는데 이게 꽤 재밌어요. 어떤 걸 위주로 수집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용재의 설명을 카시마르는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게이트 로얄의 룰은 상당히 복잡했에 그가 어느 정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집중해서 들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트 로얄은 기본적으로 배틀 로열의 방식이었다. 여러 팀을 커다란 맵에 풀어놓고 한 팀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게 만드는 게임. 그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템이 생성되어서 게임의 재미를 불어넣는다.
과거에는 이런 형식의 FPS 게임이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