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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29화 (29/205)

# 29

기습 그리고 반격

카시마르와 팀원들은 꽤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도 편하게 놓기로 했다. 카시마르가 제일 나이가 많았고 골낳괴와 친구들은 다 나이가 같았다.

“팀 이름은 뭐로 하지?”

골낳괴가 물었다.

“불량 쉐프들 어때?”

“야. 그건 너무 네 위주로 가는 거 같잖아.”

“그럼 뭐 좀 세고 멋있는 거 없을까? 카시마르 형. 형이 정하는 거 어때요?”

아르케가 물었다.

“내가?”

“응. 형이 제일 연장자니까요.”

“딱히 생각나는 거 없는데. 뚜까페?”

“뚜카페? 여기 커피숍 이름?”

“어.”

“괜찮네. 뚜까페. 그걸로 하자. 다들 괜찮지?”

“뚜카페는 좀 너무 그러지 않나? 좀 진지한 거.”

용재가 태클을 걸었다. 그러자 아르케가 인상을 썼다.

“그럼 뭐?”

“다뚜까페?”

“······.”

“형. 용재 이놈은 개그 포인트가 보통 사람이랑 많이 다르니까요. 이해하세요.”

“왜. 난 재밌는데. 다뚜까페. 좋네.”

“어차피 팀 이름은 변경 가능하니까. 일단은 이걸로 가봐요.”

팀 이름까지 정한 뒤 게이트 로얄을 하러 움직였다. 게이트 로얄은 투기장의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한 번 할 때마다 코인 하나를 지불해야 했다. 코인 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 유저들은 회사가 돈을 벌려는 수작이라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게이트 로얄에서 나오는 보상을 보고는 그런 말은 쏙 들어간 상태가 되었다. 데스매치나 자크르에서 큰 보상을 얻으려면 연승을 해야 했지만, 게이트 로얄에서는 한 번만 1위를 해도 막대한 보상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성적만 좋으면 넣었던 코인을 몇 배로 돌려받을 수도 있고 다른 보상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니 게이트 로얄이 코인 잡아먹는 게임이라는 원성은 사라지고 있었다. 한 게임을 할 때마다 코인이 소비되는 대신에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게임.

그게 바로 게이트 로얄이었다.

“목표는 50위 정도로 정하죠. 50위만 해도 코인 하나는 돌려받을 겁니다. 첫 게임은 일단 본전치기 가는 겁니다.”

게이트 로얄에 접속하자 골낳괴가 분위기를 만들었다. 게이트 로얄의 팀전은 100팀이 참여해서 자웅을 겨루는 거라서 한 게임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시간은 기본이었고 두 시간 넘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근데 카시마르 형이 레벨이 낮긴 낮나 보네. 우리 전에 논픽이랑 할 때는 레이팅이 300 넘게 나왔는데 지금은 250도 안 나오니. 이거 의외로 낮은 레벨이랑 잡히겠는데?”

“그 차이가 큰가?”

카시마르가 물었다.

“크죠. 레이팅 300이 넘으면 대부분 C랭크 유저들로 이루어진 팀이랑 싸워요. 근데 250이면 대부분 D랭크와 붙게 되죠.”

“그런 차이가 있었네."

"네. 그게 꽤 커요.”

“근데 논픽이라는 친구는 상당히 고레벨이었나봐?”

“랭커에요. 우리들 중에 제일 레벨이 높았어요. 근데 길드 일로 바쁘니까 같이 게임도 못하고 그래서요. 자연스럽게 멀어졌죠.”

“아무튼 이제 시작해보죠. 레이팅이 낮으니까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어요. 파이팅입니다!.”

“화이팅!”

“화이팅!

빛이 쏟아지는 게이트가 보였다. 그곳을 넘어가면 게이트 로얄의 시작이었다. 매칭이 시작되면 게이트의 빛이 더 강렬해졌고 매칭이 잡히면 유저들의 몸이 게이트 안쪽으로 빨려들어 갔다.

“재밌을 거 같습니다요. 선생님.”

강숭이가 대뜸 말했다.

“너 너무 조용해서 자는 줄 알았다.”

“아닙니다요. 대화에 방해될 까봐 조용하고 있었습니다요.”

“어. 그래 잘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눈치 잘 봐서 조용히 하고 있어라.”

“알겠습니다요. 대신에 오늘······.”

“알았어. 조금 있다가 보석 챙겨줄게.”

“감사! 감사합니다요.”

강숭이가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몸을 비비 꼬았다. 카시마르는 피식 웃고 게이트를 바라봤다. 마침 게이트의 빛이 더 맹렬해지고 있었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빛이 강렬해진다고 느끼는 순간 카시마르의 몸은 어딘가로 이동했다.

“다들 제대로 착지했지?”

카시마르 팀은 풀숲으로 소환되었다. 손에는 다들 배낭을 들고 있었다. 팀원들은 능숙하게 주변을 살폈다. 서쪽으로는 더 울창한 숲이 있었고, 북쪽으로는 저 멀리 언덕이 보였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자면 이곳은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 정도 되는 것이었다.

“형. 빨리 배낭 풀어요. 뭐 나왔나 보게.”

카시마르는 배낭을 풀었다. 게이트 로얄에서는 초반에 배낭이 주어지고 그 배낭 안에는 랜덤으로 아이템이 들어 있었다. 이 배낭은 게임 내내 마주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게이트 로얄 내의 아이템은 여기에다만 둘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간혹 착용한 장비 때문에 배낭을 제대로 맬 수 없는 유저들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매는 형식이 아니라 등에 딱 붙이는 형식으로도 사용이 가능했다.

[분신술 부적 x3]

카시마르가 획득한 아이템은 분신술 부적. 보통 초기 아이템은 하나만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작 아이템으로 개수가 여러 개 들어 있는 아이템은 부적이 유일했다. 그 이유는 부적은 도깨비불과 같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일회성으로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부적은 여러 개가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 거지 같은 거 떴네. 저 장난감 떴습니다.”

용재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어. 나돈데.”

“나도.”

“나도야.”

“미친. 그럼 네 명이 다 데몬 토이 뜬 거야? 카시마르형. 형은요?”

“난 분신술 부적. 3개.”

“그나마 다행이네. 다섯 명 다 뜨지 않아서.”

“차라리 다섯 명 다 뜨는 게 낫지. 그러면 강화 솔저라도 뽑아서 데리고 다니지.이건 어정쩡하다.”

“같은 거 다섯 개 나오는 게 어디 쉽냐?”

“근데 진짜 이거 어쩌냐. 장난감 메타로 가야 하는 거 아냐?”

골낳괴가 팀원들을 보며 물었다.

“상황 보니까. 그렇게 가야겠는데?”

데몬 토이라는 악마의 장난감을 모아서 후반을 바라보는 메타가 바로 장난감 메타였다. 데몬 토이는 무기나 탈 것 등을 의미했는데 이걸 모아서 조합을 하면 살아 있는 데몬 토이를 만들 수 있었다.

데몬 토이는 간단히 말해서 도트 픽셀 형식의 장난감 악마들이라고나 할까. 악마와 흡사하게 생겼지만 상당히 귀여운 외모여서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다. 장난감 병사를 만들면 그걸로 더 강력한 무기나 탈 것, 심지어는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업그레이드까지 할 수 있어서 후반으로 가면 무척 세지는 메타였다.

다만 이 메타가 좋지 않은 점은 장난감을 박스에 들어 있는 상태로 보관을 해야 나중에 조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기나 탈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그 데몬 토이는 더이상 조합을 할 수 없었다.

“일단 맵을 보니 근처에 병원 있네. 거기 가서 파밍해서 나오는 걸 보고 정하자. 거기서 장난감 또 안 나오면 방향 틀어도 되니까.”

“그보다 3개면 병사 하나 만들잖아. 이렇게 조합해서 병사 하나 만들고 이거는 차로 변환해서 쓰는 게 낫지 않나? 마침 이거 자동차인데.”

“그거 다섯 명 못 타는 차야.”

“그래도.”

“난 그보다 좀 움직여야 할 거 같은데.”

카시마르가 의견을 냈다. 그러자 골낳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극초반이라 공격 섣부르게 안 들어와요. 가까이 걸리는 것도 그다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요. 솔로 플레이라면 모를까. 일단 팀플에서는 방향을 정해야 돼요. 이쪽 숲으로 가면 병원 쪽이 나오고요. 언덕 위로 올라가면 폐건물이 나와요. 폐건물에는 보통 도깨비불이나 부적 종류가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슭곰발이 말했다. 슭곰발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게이트 로얄에서 솔로 플레이는 초반부터 치열하게 전투가 펼쳐졌다. 그 이유는 이 게임에서는 상대를 죽이면 상대 배낭에 있는 아이템도 가져갈 수 있고 보너스로 게임 내 배낭을 하나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초반부터 안전한 파밍 대신에 상대를 죽여서 아이템을 모으는 유저들도 많이 있는 편이었다.

반면에 팀전에서는 반드시 팀을 전멸시켜야지만 배낭이 나왔다. 대신에 주어지는 배낭은 다섯 개.

어차피 부활신의 달걀을 제외하고는 죄다 소모성 아이템인지라 초반부터 전투를 벌이게 되면 득보다 실이 컸다. 상대 팀을 다 잡아버리면 문제가 없겠지만 한두 명이라도 살아서 도망치면 가지고 있던 아이템만 소모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팀 플레이에서는 초반에 팀끼리 모여서 게임의 방향성을 논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지금 카시마르의 팀도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병원 쪽으로 가는 건 찬성이야. 병원에서 토이만 나오는 거 아니니까. 그리고 병원이 좀 더 많이 나오지 않나?”

“대신에 다른 팀도 노릴 수도 있잖······.”

퍼엉!

골낳괴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어디선가 강력한 공격이 날아왔다. 팀 중앙을 노리고 날아온 공격이었는데, 카시마르는 반사적으로 뒤로 점프를 날려 피했고 슭곰발은 앞으로 나서서 공격을 대신 몸으로 막아버렸다.

쿠웅.

슭곰발이 바닥에 누웠다. 슭곰발이 앞으로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더 큰 참사가 벌어졌을 수 있었다.

[슭곰발님이 기절하였습니다. 기절 상태 동안은 슭곰발님과 통신이 단절 됩니다.]

“뭐야? 어디서 공격이 날아온 거야.”

“어! 곰발!”

“언덕.”

카시마르가 북쪽 언덕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덕 꼭대기에 유저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그들은 언덕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거리가 얼마인데 공격이 날아오지. 적어도 1km는 되어 보이는데.”

“시바. 봐봐. 저거 큰불이다. 벌써 빨간불 큰불로 만들었어. 그러니까 저 멀리서 공격이 가능하지.”

도깨비 불 중에 빨간불은 스킬을 강화하는데도 쓸 수 있지만 파이어볼처럼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작은 불 상태일 때는 사정거리가 이 정도로 길진 않았는데, 다섯 개가 모여 큰 불이 되어버리면 사정거리도 어마어마하게 길어지고 위력도 강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소모성 템이 반영구 아이템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었다.

“시작 아이템으로 빨간 위습만 다섯 개 나왔네.”

“미쳤네. 저거 확률이 대체 얼마야?”

“아. 짜증나. 이게 뭐야.”

“어떻게 해? 시작부터 조진 거 아냐?”

게이트 로얄 팀전에서 팀원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른 팀과 조우했을 때 한 명이 모자란다는 건 큰 약점이 되기 때문이었다. 시작부터 한 명을 잃으면 그 팀은 결코 오래간다고 할 수 없었다.

“곰발이 버려?”

“일단 업고 데려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럼 이동 속도 느려져서 잡혀요. 형.”

골낳괴가 카시마르를 보면서 말했다. 기절 상태인 팀원은 아군의 보살핌으로 깨울 수가 있었는데 3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쉽게 깨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다가 기절 상태에서는 공격을 더 받으면 그 팀원은 사망해서 아예 플레이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 했다.

슭곰발을 버리고 여기서 빠져나갈 것이냐, 아니면 데리고 도망갈 것이냐.

“버리고 튀는 게 제일 합리적이에요.”

용재가 말했다.

“근데 난 그거 좀 반대야. 첫 게임이니까··· 그냥 같이 가보자. 코인 하나 경험 버렸다고 치고.”

“하······. 하필 빨간 위습이 다섯 개가 나오네요. 그리고 가까운 위치고. 저 팀은 지금 땡 잡았다고 생각하겠어요.”

아르케가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

“우리도 데몬 토이 4개 나왔잖아.”

"그거랑은 다르죠. 위습 메타에서 저렇게 빨간불만 떠버리면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강해지는 거에요. 저게 제일 안정적이거든요."

“형. 계획 하나 떠오른 거 있어요.”

용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뭔데?”

“이건 전적으로 형 피지컬에 거는 도박이에요. 낳괴한테 아까 이야기 들어서 한 번 걸어 보는 거에요.”

“이야기 해.”

“형 분신술 부적 있잖아요.”

“있지.”

“그거 저 숲에 들어가기 전에 써서 저쪽 보여주고 형은 좀 떨어진 곳에 숨어 있는 거에요. 그러면 저희는 곰발이 들고 안으로 더 들어가고요. 그러면 저쪽 이동 속도가 빨라서 어차피 곧 잡히겠죠.”

“그 전에 내가 이탈해서 있다가 뒤에서 쳐달라 이거지?”

카시마르가 눈치 빠르게 뒷말을 잇자 용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지금 슭곰발이랑 같이 가려면 그게 최선인 거 같아요. 이거 실패하면 그냥 쿨하게 다음 게임하고요.”

“야! 팀에서 떨어지면 대화도 안 돼. 전투 어떻게 벌어지는 지 신호를 어떻게 잡으라고.”

“소리로 파악해야지.”

“그럼 늦어. 혼자서 다섯 명한테 달려드는 꼴인데.”

"그래도 이게 제일 가능성 있어."

아르케와 용재가 논쟁을 벌였다. 그 사이에 큰 빨간 도깨비불을 장착한 팀은 언덕 중간쯤 내려오고 있었다. 이제 더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

“그걸로 하자. 대신에 나머지 부적도 내가 쓸 게.”

“예. 그러셔야죠.”

“최대한 버텨볼 테니까 소리 나면 바로 와.”

“그럴게요.”

“그리고 전투 벌어지면 날 먼저 구하는 게 먼저가 아니라 공격이 먼저야. 알겠지? 나 죽어도 배낭 다섯 개 더 먹고 시작하면 이득이니까. 공격해서 끝내.”

카시마르는 말을 하고 숲으로 뛰었다. 골낳괴가 슭곰발을 업고 뛰자 나머지 팀원들도 재빨리 따라나섰다.

숲으로 들어선 카시마르는 분신술 부적을 하나 던졌다. 그러자 카시마르와 똑같은 모습의 분신이 만들어졌다.

분신은 플레이어의 생명력의 절반을 지녔고, 동작도 거의 흡사하게 따라하지만 데미지는 없었다. 상대를 교란하는 용도 외에는 크게 쓸모가 없다는 거였다. 카시마르는 팀원들이 간 곳에서 반대쪽으로 들어가서 숨었다.

팀원들이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재빨리 큰불 팀이 쫓았다. 확실히 이동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저대로 가다가는 1분을 못 넘기고 잡힐 거 같았다. 카시마르는 뒤쫓아 가는 적팀의 면모를 잘 살폈다.

“궁수. 검사 둘에 마법사. 서포터 이런 조합인가.”

카시마르는 10초 정도를 세고 적팀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처컥!

카이로의 꼬리가 톤파 형태로 변했다.

***

쿠웅!

“뭐야. 벌써 스킬 쿨타임이 끝났어? 큰불 쿨타임이 이리 빠르다고? 극 초반인데?”

“그 소리 아닌 거 같아. 뭐 터진 소리야.”

“그런가?”

“그래. 좀 보고 말해라. 봐. 공격 들어온 거 아냐. 병원 쪽에서 난 소리네.”

“아니 무슨 초반부터 왜 이렇게들 싸워. 무슨 대회도 아니고.”

“근데 얼마나 왔냐. 저쪽 팀 따라올 때 되지 않았어?”

용재와 골낳괴가 대화를 하면서 계속 움직였다. 그때 아르케가 잠시 손을 내밀고 조용히하라고 이야기했다.

“시바! 좀 닥쳐봐!”

골낳괴와 용재가 말을 멈추지 않자 아르케가 인상을 쓰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둘은 대화를 멈췄다.

“야! 이거 싸우는 소리잖아. 등신들아! 빨리 뛰어!”

아르케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그러자 용재와 골낳괴가 인상을 쓰면서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하필 폭발음과 맞물렸을 때 전투가 시작된 것이었다.

“야! 똘추야! 곰발이 내려놓고 뛰어야지!”

“아!”

용재가 뒤돌아서 골낳괴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골낳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던지듯이 슭곰발을 내려놓고 달렸다.

아르케의 말대로 이미 전투는 벌어지고 있었다.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젠장!

아르케 일행은 미안한 마음으로 교전이 벌어진 곳에 도착했고 도착한 곳에서 본 것은 전투가 거의 다 끝나가는 현장이었다.

카앙!

카시마르가 카이로의 꼬리로 상대 검사의 검을 막아냈다. 카시마르의 목을 노린 회심의  내려베기는 카이로의 꼬리에 간단하게 막혀 버렸다.

푹! 푹! 푹!

카시마르는 내려베기를 막음과 동시에 왼손에 든 단검으로 검사의 간, 폐, 심장순으로 찔러넣었다. 단검이 박힐 때마다 검사의 몸이 움찔거렸다.

검사는 튀어나올 듯한 눈으로 카시마르를 노려보았다. 그는 양손에 검을 꼭 쥔 채로 스르륵 무너져내렸다. 여전히 내려베기 자세를 취한 상태였다.

그는 쓰러지면서도 카시마르를 올려다보았다.

“시발······. 너 대체 뭐야?”

카시마르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뒤늦게 도착한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는 온몸이 상처 투성이었다.

왼쪽 허벅지에는 장검이 깊게 박혀 있었고, 오른쪽 눈에는 화살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화살은 총 다섯 군데나 더 박혀 있었다.

카시마르는 그런 모습으로 서 있다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가 뒤늦게 도착한 팀원들 쪽으로 시선을 돌려 바라봤다.

팀원들은 같은 팀인 걸 알면서도 굉장한 섬뜩함을 느꼈다.

피부를 찌를 듯한 살기.

치열한 전투를 마친 카시마르는 마치 방금 사냥을 끝낸 맹수와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게이트 로얄에서의 첫 번째 전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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