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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캐로 멱살 캐리-30화 (30/205)

# 30

그냥 운동 조금 했어

카시마르는 상대 팀이 빠르게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봤다. 상대 팀은 시작하자마자 슭곰발을 기절시켰다. 저쪽에서는 카시마르의 팀을 제대로 마무리를 지을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서로 화력이 부족한 상태여서 한 명의 부재가 크기 때문이었다.

5대 4의 싸움.

싸움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원거리 딜러의 큰 도깨비불의 쿨타임이 돌아올 테고, 그러면 또 강력한 도깨비불을 던지거나 아니면 강화된 스킬을 쓸 수 있었다. 그러니 카시마르 팀이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큰불의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에 공격을 성공 시켜야 했다. 큰불의 쿨타임은 통상 5분 정도 걸리고 빠르게 이동하면 쿨타임 시간이 늘어났다.

큰 도깨비불은 사람 머리 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작은 구슬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구슬은 사용 가능할 때는 밝게 빛나다가 사용하고 나면 빛이 사라진다. 지금 마법사의 머리 위에 있는 구슬은 빛이 사라진 상태였다.

화르륵!

카시마르는 분신술 부적 하나를 사용했다. 카시마르와 똑같이 생긴 이 분신들은 공격 능력은 없지만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카시마르는 나무 위에 올라선 상태로 분신 하나를 마법사에게 보냈다. 분신은 직접 일일이 컨트롤 할 수도 있지만 자동 전투를 통해 유저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분신은 빠른 속도로 마법사에게 달려나갔다.

뒤쪽에서 갑자기 분신이 튀어나오자 상대 팀이 반응했다.

상대 팀이 분신을 보는 사이에 카시마르는 들고 있던 카이로의 꼬리를 던졌다. 맞지 않아도, 맞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던진 거였다.

그런데 카이로의 꼬리는 의외로 암기처럼 잘 날아가 마법사의 머리에 적중했다.

팡!

"어! 뭐야!"

카이로의 꼬리에 맞은 마법사가 머리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마법사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기습이다! 딜러 보호해!”

검사 둘은 분신에게 달려들었다. 카이로의 꼬리가 다른 방향에서 날아들었는데도 그걸 확인하지 못하고 분신이 던진 것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카시마르는 그 사이에 바람 제어술을 이용해 서포터에게 뛰어들었다. 휘잉하는 바람소리가 들리면서 카시마르의 이동속도가 순간 엄청나게 빨라졌다.

적들은 검사 둘을 앞으로 보내고 그 뒤쪽에 궁수 그리고 서포터와 마법사를 적당히 떨어트려서 제일 뒤편에 두었다.

그들이 딱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너무 붙어서 이동했다가는 광역 스킬 한 번에 팀이 전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쪽이 아냐!”

휭!

궁수가 카시마르를 발견하고 활을 쏘았고 카시마르를 바닥을 구르다 시피 해서 아슬아슬하게 화살을 피했다.

서포터는 다가오는 카시마르를 보고 도망치려다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자 허리춤에 있던 단검 두 개를 꺼냈다.

슁! 휭!

왼손으로는 단검을 거꾸로 잡아서 내려찍었고, 오른손으로는 단검을 밀어넣었다. 서포터라고 하기에는 전투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카시마르는 반쯤 무릎 꿇은 상태에서도 서포터의 왼쪽 손목을 붙잡아 단검을 저지했고, 오른손으로는 날아오는 단검을 쳐내버렸다. 그리고 일어서면서 서포터의 얼굴에 박치기를 날렸다.

퍽!

박치기에 얼굴을 맞은 잠시 서포터가 주춤거렸고 궁수가 다시 한번 활을 쏘았다.

슈슈슈슈슝!

1초에 다섯 번의 화살을 쏘는 연사 스킬!

카시마르는 서포터에게 딱 달라붙어서 화살이 날아오는 쪽으로 서포터의 몸을 돌렸다. 서포터를 방패로 쓰려는 속셈이었다. 서포터는 균형을 잡으려고 했지만 클린치 상황에서 몸을 돌리는 기술은 카시마르의 특기 중 하나였다.

서포터의 몸이 가볍게 돌아갔고 궁수의 화살이 그쪽으로 날아왔다. 그 모습을 본 궁수는 재빨리 스킬을 하나 더 발동했다. 그러자 날아오던 다섯 개의 화살들이 빛을 살짝 뿜어내면서 변화구처럼 휘기 시작했다.

투두투투둑!

그러자 화살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서포터를 지나쳐서 카시마르의 옆구리 쪽에 박혀들어갔다. 두 개는 카시마르의 등 쪽에 박혔다.

카시마르는 화살 공격을 무시한 채로 서포터의 왼손 손목을 이용해 서포터의 몸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푹! 푹! 푹!

딱 붙어서 하는 공격이어서 큰 동작은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서포터의 옆구리 쪽에 단검은 계속 박히고 있었다.

힘의 차이.

서포터는 힘 스탯을 올릴 일이 전혀 없었다. 카시마르도 딱히 힘 스탯에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버프 스티커를 통해 힘이 +5가 된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포터는 카시마르의 힘에 휘둘리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서포터의 양손에 있던 단검을 빼앗아 들었다. 서포터는 반쯤 그로기 상태였고, 카시마르는 딱 붙은 상태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서포터의 목을 그어버렸다. 그러자 서포터의 목에서 피가 쏟아졌고 서포터는 그대로 기절 상태가 되었다.

게이트 로얄의 팀전에서는 기절 판정이라는 게 있었다. 쉽게 말해서 캐릭터가 어떤 형태로 죽어도 일단은 기절 판정을 받고, 부활할 기회를 준다는 거였다. 다만 다른 서바이벌 게임처럼 기절 시에 부활이 그리 쉽지가 않았다.

일단 기절 상태에서 부활을 하려면 3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캐릭터 레벨이 높으면 높을 수록 그 시간은 더 늘어났다. 기본이 3분이고 C랭크 유저 정도 되면 6분 정도를 기다려야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쓰러진 팀원이 더 공격을 받아서 아예 게이트 로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중요했다.

슭곰발의 말처럼 이 게임이 초반에 교전이 잘 벌어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에는 바로 이러한 페널티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단 죽으면 팀원이 살아 있더라도 부활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페널티가 섣부르게 교전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카시마르는 축 늘어진 서포터를 궁수를 향해 던졌다. 서포터가 잠시 궁수의 시야를 가렸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궁수를 향해 던져버렸다.

휭!

궁수는 몸을 수그려서 단검을 피하고 카시마르를 향해 다시 화살을 쏘았다.

카시마르는 몸에 화살이 박힌 채로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궁수가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때 카시마르는 부적을 사용해 분신을 다시 하나 만들었다.

마법사에게 보냈던 분신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검사 한 명이 궁수를 커버하러 움직이는 중이었다.

카시마르는 궁수에게 분신을 보낸 다음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양손 검을 든 검사가 카시마르의 복부를 노리고 검을 찔러넣었다.

“출력 500.”

양손 검사의 찌르기를 아슬아슬하게  위빙으로 회피한 카시마르 그러자 양손 검사가 후속타로 스킬을 사용하려고 했다. 카시마르는 양손 검사가 스킬을 사용할 틈을 주지 않고 붙어서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다. 검은 번개를 휘감은 주먹이었다.

지직!

강렬한 빛이 주변을 감쌌고 양손 검사가 주먹 한 방에 누워버렸다. 양손 검사가 쓰러지는 순간 궁수를 커버하러 갔던 검사가 카시마르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마법사도 정신을 차리고 카시마르를 향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검사에게 바람 제어술을 사용했다. 회오리가 재빠르게 달려오던 검사에게 날아갔다.  달려오던 검사의 몸에 회오리가 휘감겼다. 검사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췄다.

궁수는 검사가 시야를 가리자 옆으로 움직였고 그때는 카시마르가 마법사의 팔을 꺾어버리고 있던 참이었다.

마법은 근접 캐릭터들의 스킬처럼 즉시 시전되는 것들이 드물었다. 위력이 강한 대신에 그만큼의 페널티가 있는 것이었다. 카시마르보다 마법사의 캐스팅이 안타깝게도 느렸고, 카시마르는 마법사가 뻗은 팔의 팔꿈치를 바깥에서 안쪽으로 쳐서 부러트러버렸다. 마법사의 팔이 기괴하게 꺾였고, 왼손에 든 단검이 마법사의 심장에 연달아 박혀 들어갔다.

푹! 푹! 푸욱!

그와 동시에 날아온 검사의 공격. 카시마르는 옆으로 몸을 던져 굴렀다.

검사와 카시마르는 분명 거리가 떨어진 상태였다. 검사는 5미터 정도 멀리에 있었다. 그런데 카시마르의 허벅지에 검이 박혔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 차리고 구르지 않았다면 목줄기나 심장에 검이 박혔을지 몰랐다. 카시마르는 그게 검사의 스킬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슈슈슈슈슝!

다시 한번 궁수의 연사가 날아왔다. 카시마르는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고 검사는 다시 생성된 검을 들고 카시마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사는 카시마르의 왼쪽을 노렸고, 궁수는 정면에 위치했다.

티티티티팅!

카시마르가 정면으로 날아온 다섯 개의 화살을 피 묻은 단검과 건틀릿을 이용해 모조리 쳐내버렸다.

“미친!”

궁수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궁수는 재빨리 활시위를 매겨서 다시 한 번 화살을 쏘았다.

카시마르는 이번에 날아온 화살도 쳐내려고 했는데, 화살이 뱀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기괴하게 몸을 흔들면서 날아왔다.

심장을 노렸던 뱀이 휘리릭하면서 카시마르의 얼굴을 물었다. 뱀이 얼굴을 물자 화살로 다시 변했다.

오른쪽 눈에 박힌 화살.

카시마르는 일순간 오른쪽 시야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가면의 강인함 효과가 발동 됩니다. -가면의 착용자는 생명력이 2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생명 회복,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뭐야! 왜 안 쓰러져!”

궁수가 놀라서 소리쳤다. 보통 얼굴에 저렇게 화살이 들어가면 쓰러져야 정상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미 공격을 몇 차례나 허용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카시마르는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그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출혈 데미지로 인해 생명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고 화살과 검 공격을 적중당해 생명력은 거의 바닥이었다.

바람의 가면이 데미지를 줄여준다고 해도 출혈 데미지가 그 이상으로 들어오면 당연히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면의 옵션이 발동되어서 좀 더 버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카시마르는 다시 활시위를 매기는 궁수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퍼퍽!

카시마르의 원투 스트레이트가 궁수의 얼굴에 꽂혔다. 턱을 노린 공격이었는데 궁수가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이었다. 그래도 데미지는 상당했다. 궁수의 코가 뭉개지면서 바로 얼굴이 피로 물들었다.

궁수는 스트레이트를 맞은 것을 이용해 뒤로 점프를 하면서 활을 쏘려고 했다. 카시마르는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왼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던져버렸다.

푸욱! 쿠억!

단검을 던진 것과 동시에 달려들어서 다이빙을 하듯이 니킥을 날렸다. 카시마르의 단검이 궁수의 가슴에 꽂혔고, 카시마르의 플라잉 니킥이 후속타로 가슴팍에 들어갔다.

카시마르는 바로 궁수의 가슴팍에 있던 단검을 뽑고 지척까지 다가온 검사의 공격을 피했다.

데굴, 데굴 구르면서 필사적으로 검사의 공격을 피했다. 그 이유는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카시마르는 생명력이 높지 체력이 높은 상태는 아니었다. 물론, 가면의 옵션 덕분에 레벨업을 할 때마다 생명력과 체력이 추가로 붙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긴 했다. 그렇지만 무한으로 달리기를 해도 될 정도는 아니었다.

카시마르는 검사의 공격을 피하면서 마법사가 있는 지척까지 왔다. 바닥에 떨어진 카이로의 꼬리를 발견한 카시마르는 그걸 들어 검사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자 카이로의 꼬리와 단검을 이용해 검사를 잡아냈다.

검사를 잡아내자 팀원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늦었다. 늦었긴 했지만 충분히 재미 있었다.

출혈 데미지.

가장 큰 문제는 허벅지에 난 상처였다. 허벅지의 대퇴동맥이 찢어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카시마르는 출혈 데미지로 기절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똑같이 기절한 슭곰발을 만날 수 있었다.

기절한 유저는 팀원들과 소통이 불가능했지만, 기절하거나 죽은 팀원들끼리는 서로 대화가 가능했다.

유령이 된 슭곰발은 카시마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형······ 원래 뭐하던 분이세요?”

슭곰발이 유령이된 카시마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카시마르가 대답했다.

“그냥 운동 조금 했어.”

카시마르가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게임 내에서 생성되는 아이템이 중요한 경기라고 할 지라도 결국엔 유저가 컨트롤 하는 게임이었다.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도 벌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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