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주캐로 멱살 캐리-31화 (31/205)

# 31

타이완 넘버원!

90년대에 파격적인 소설이 하나 등장했다. 제목은 ‘로열 배틀 서바이벌’ 수학여행을 갔던 같은 반 학생들을 섬에다 몰아넣고 한 명만 살아남는 살인게임을 시키는 게 소설의 내용이었다.

로열 배틀 서바이벌은 그 뒤로 많은 매체에 영향을 미쳤고, 비슷한 방식의 만화, 소설, 게임이 다양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게이트 로열도 그와 본질은 비슷했다. 고립된 맵에서 최후까지 살아남는 게 목적이었다. 맵 중앙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상징물이 있고, 최후에는 그 상징물 주변에서 한 명 혹은 한 팀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바이벌을 벌인다.

게이트 로열이 이전에 나왔던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과 다른 점은 총기 같은 무기로 싸우는 FPS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곳은 인간을 초월한 유저들이 싸우는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훨씬 더 다양한 플레이가 나오곤 했다.

코즈믹 게이트의 직업은 아직 다 공개가 되지 않았을 정도로 많이 있었고, 스킬은 그보다 더 많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총기를 이용한 싸움이 대부분이었던 배틀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게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다가 복잡한 아이템 시스템까지 합쳐져서 게이트 로얄은 정말 실력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는 게임이 되어 버렸다.

한 마디로 난장판과 같은 게임.

팀전에서는 그나마 초반이 차분하게 시작되지만 파밍을 어느 정도한 뒤 유저들이 강해진 이후부터는 개판과도 같은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다뚜카페팀이 오메가팀을 전멸시켰습니다.]

팀 전원이 기절 판정을 당하면 전멸 메시지가 뜬다. 그리고 전멸당한 팀의 유저들의 시신이 사라진다.

오메가 팀은 초반부터 도깨비불이 다섯 개가 나와 큰도깨비불로 만들었기 때문에 배낭에 아이템이 없었다.

그렇지만 팀을 전멸시켰기 때문에 보너스로 배낭 다섯 개를 더 얻을 수 있었다. 나오는 아이템은 게임 시작에서 주어지는 것과 같이 랜덤. 운이 좋으면 오메가팀처럼 빨간 도깨비불이 다섯 개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늘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골낳괴 일행은 얼른 카시마르와 슭곰발의 몸을 수습하고 배낭을 챙겼다.

“뭐 나왔어?”

골낳괴와 용재가 카시마르와 슭곰발을 업은 사이에 아르케가 배낭을 다 열어보았다.

“아. 짜증나네.”

“왜.”

“데몬 토이 다섯 개.”

“아. 미친 똥손 새끼.”

생존 게임에서 초반에 어떤 아이템이 나오느냐는 무척 중요했다. 데몬 토이는 개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강력한 무기가 나오지만 몇 개 없을 때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부활신의 달걀을 통해 나온 펫은 아이템 하나라도 도움이 되지만 데몬 토이는 그나마 전투에 도움이 되려면 다섯 개를 모아야했기 때문이었다. 그 다섯 개를 모아도 크게 강하다고 볼 수 없는 게 데몬 토이였다.

“이거 토이로 가야겠다.”

“너 다음부터 뽑지 마. 아우 똥손.”

“언덕 쪽으로 이동할까?”

정석대로라면 오메가 팀이 내려온 언덕 쪽으로 가는 게 알맞았다. 병원 쪽에서 소음이 들렸으니 거기는 전투 중이라는 의미일테니까. 하지만 이런 경우에 어부지리를 노리고 오히려 병원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게이트 로얄에서 팀끼리의 전투는 게임 초반에서는 그다지 빨리 승부가 나질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팀이 팀을 전멸 시키는 경우는 더더욱 많지 않았다. 기절한 아군을 버리고서라도 도망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전세가 불리해지면 도망을 친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서 다음 기회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언덕 말고 병원으로 가자.”

“뭐하려고?”

“아르케 너 데몬 토이 써.”

“쓰라고? 지금?”

“어. 네가 좋아하는 스나이퍼 하나 만들어라.”

“웬일이야? 스나이퍼 쓸모 없다고 잘 만들지 못하게 하더니.”

“지금은 필요해. 병원으로 가자.”

“너 벌써 그거 쓰려고?”

골낳괴가 용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용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잖아. 등신 같이 이야기하다가 타이밍 놓치고. 게이트 로얄 처음하는 형한테 신세만 질 수 없지. 적어도 여기서 점수는 더 따야지.”

“너무 일찍 쓰는 것 같다만 알았다. 그걸로 가자. 근데 너 카시마르 형이랑 슭곰발이 듣고 있다는 거 알고 그런 오글거리는 멘트 날리는 거지?”

“티났냐?”

용재가 웃었다. 그러자 아르케와 골낳괴가 동시에 중지를 들어 용재에게 날렸다. 아르케는 데몬 토이를 모아서 강화솔져를 만들었다. 그리고 소총 무기를 업그레이드해서 저격총을 장착시켰다.

저격총을 만드는 건 장난감 3개가 소비되고 강화 솔져를 만드는 건 장난감 다섯 개가 소비된다.

원래 데몬 토이 솔져는 장난감 3개로 만들 수 있었는데 거기다 두 개를 더 보태면 강화 솔져가 나오는 것이었다.

데몬 토이 솔져는 50cm 정도로 작은 크기인데, 강화 솔져는 1미터 정도로 컸다. 그리고 데몬 토이 솔져처럼 유리몸이 아니었다. 좋은 방패나 근접 무기를 쥐어 주면 적당히 싸움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은 괜찮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데몬 토이의 인공 지능이 그다지 높지가 않다는 거였다.

펫들은 그냥 풀어놓아도 1인분은 그냥 하는데 데몬 토이들은 그보다 인공 지능이 낮았다. 그래서 데몬 토이를 쓰는 유저들은 직접 컨트롤을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끼릭!

아르케가 데몬 토이를 모아놓고 허공에 뜬 화면으로 강화 솔져를 골랐다. 그리고 소총은 저격총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나는 강하고 힘세다. 강화된 데몬 토이.”

1미터 크기의 데몬 토이가 나오자마자 아르케를 바라봤다. 아르케는 저격총을 데몬 토이에게 건네주었다.

저격수가 팀에 합류했다. 아르케는 강화 솔져를 직접 컨트롤 하면서 움직였다. 용재 일행은 언덕으로 가지 않고 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언덕으로 가질 않고 병원으로 가네?]

상황을 지켜보던 카시마르가 슭곰발에게 물었다.

[정석대로 가는 거죠.]

[정석?]

[교전이 벌어지면 주워 먹으러 가라. 원래 싸움에서는 선빵 불패잖아요. 근데 여기서 선빵 잘못 날렸다가는 되려 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템이 소모품이라서요. 아까전처럼 큰불이 시작부터 나와버리면 모르겠지만.]

[그래서 지금 뒤치기하러 가는 거야?]

[그런 거죠.]

[교전 중인 팀들 뒤에서 노려서 잡아 먹는 거야 이해를 하겠는데, 지금 쟤네들 상태가 정상이 아니잖아.]

[아니죠.]

[데몬 토이가 그렇게 센가?]

[강화 솔져로 만들면 세기는 한데요. 솔직히 그렇게 좋지는 않죠. 대신에 모이면 쎄요. 데몬 토이들은 모이면 서로 강화를 하거든요. 펫이랑 다르게요.]

[근데 왜 병원으로 가는데? 저 셋으로 다 주워먹을 방법이 있는 건가?]

[용재가 필살기를 쓰려고 하는 거죠. 저놈 저거 방화범이잖아요. 클래스가.]

[그렇지.]

[스킬 중에 연쇄 방화라고 있는데요. 그게 포인트 딱, 딱 집어서 락온하고 그 포인트에 불 지르는 거에요. 적당한 거리가 이어지게 하면 불길이 막 이어져서 타오르죠.]

[되게 좋은 스킬이네.]

[근데 이거는 필드나 유저들한테 사용하면 효과가 별로에요. 대신에 건물에 쓰면은 데미지가 장난 아니죠.]

[그걸로 건물을 털어 먹겠다는 거네?]

[그걸로 병원을 털 수 있으면 사기죠. 형. 연쇄 방화가 그 정도 스킬은 아니에요. 그냥 불 잠깐 지르는 정도죠. 그리고 저놈 저거 연쇄 방화에 포인트 투자도 별로 안 했어요. 게이트 로얄에서 원거리 딜러 역할 소화하려면 방화범으로 전직해서 얻은 스킬보다 마법사일 때 쓰던 스킬 강화하는 게 낫거든요.]

[그러면 뭘 하려고?]

[연쇄 방화로 포인트 집어서 건물 주변에다 해놓고 큰 거 한 방 터트리는 거죠.]

[그 큰 게 뭔데?]

[자살 폭탄이요. 레어 스킬인데 그거 가지고 있어요.]

[자살 폭탄?]

[네. 그 방법으로 저희 후반에 꽤 재미 봤었어요. 큰불로 스킬 강화해서 건물에 넣으면 진짜 장난 아니니까요.]

[그 스킬 진짜 좋은데?]

[대신 페널티가 커요. 자살 폭탄이니까. 그야말로 죽는 거거든요. 필드에서 쓰면 렙다운도 렙다운이지만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 내구도가 날아거든요.]

[그건 좀 그러네.]

[근데 여기는 게이트 로얄이잖아요. 어떻게 죽어도 기절 모드로 일단 바뀌거든요. 필드에서 자살 폭탄 스킬 쓰면 시체도 안 남는데 여기서는 기절한 채로 남아요.]

[오.]

슭곰발의 설명에 카시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이해가 가는 전술이었다.

[근데 그거 연속으로 계속 쓰면 게이트 로얄에서는 장난 아니게 활용도가 높겠는데?]

[그거 쿨타임이 하루인가 그래요. 스킬 쿨타임 엄청 길어요.]

[아.]

[네. 그래서 후반에 쓰는 게 좋죠. 근데 지금 초반에 쓰려는 거 같아요. 승부수를 던지는 거죠.]

슭곰발의 설명이 끝났을 때 용재 일행은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저거 컨트롤 힘들지?]

[강화 솔져요?]

[어.]

[많이 힘들죠. 저도 몇 번 해봤는데 이게 멀티가 되야 하는 거라서요. 보통 움직이는 거랑 다르게 게임 컨트롤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거기다 저격까지 하려고하면 보통 컨이 아니고서는 힘들죠. 시야 공유하면서 빨리 왔다갔다 하고 쪼고 해야하니까요. 근데 아르케 저놈이 예전에 FPS를 좀 해서요. 컨트롤 되게 잘해요.]

병원에 도착한 용재 일행은 전투가 아직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야. 딱 좋다. 어떻게 알고 건물 옥상에서 싸워주고들 계시네. 나 들어간다. 여기서 더 들어오지 말고 있어. 그리고 다 터진 다음에 와라. 저번처럼 다 터지기 전에 들어와서 같이 휩쓸리지 말고.”

“빨리 가서 폭사나 해! 이 방화범 시키야.”

골낳괴가 소리쳤다. 용재는 병원 건물 쪽으로 걸어가면서 연쇄 방화 스킬을 사용해 건물 곳곳에 마킹을 했다. 그가 마킹할 수 있는 방화 개수는 여섯 개. 작은 병원 건물이기 때문에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용재는 건물을 돌면서 건물 기둥 쪽에다가 마킹을 했다. 연쇄 방화 스킬의 마크들이 너무 떨어져 있지 않게 잘 배치했다. 건물 위쪽에서는 여전히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용재는 마크를 다 설치하고 3층 옥상에서 싸우고 있는 유저들을 향해 소리쳤다.

“야아!”

유저들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아! 이 십새들아!”

용재가 여러 번 소리치자 유저 한 명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뭐야?”

용재는 그 유저를 보고 말했다.

“아이디 보니 중국 놈이구나? 어이! 타이완 넘버원!”

용재는 웃으면서 자살 폭탄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손에 발사 버튼이 생성되었고, 용재는 웃으면서 발사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용재의 몸에서 어마머마한 폭발이 생성 되었다.

퍼어어어엉!

어마어마한 폭발이 시작된 다음 마킹한 곳으로부터 연쇄 폭발이 시작되었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와르르!

연쇄 폭발이 시작되었고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건물에서 유저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불길이 병원 전체를 가득 매웠다.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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