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전화위복
연쇄적인 폭발이 커다란 병원을 무너트렸다. 폭발에 휩쓸려서 그대로 기절한 유저들도 있었고, 아직 살아서 움직이는 유저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은 예상치 못한 데미지를 입은 상태여서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3층에서 떨어지면 코즈믹 게이트의 유저라도 데미지를 입는다. 낙법을 한다면 데미지를 줄일 수 있겠지만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유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가랏! 골드 낳는 괴뢰군!”
아르케가 폐허가 된 병원 쪽으로 달려나가는 골낳괴를 보며 소리쳤다.
“괴뢰군 아니라고!”
“그러면 괴···괴새끼?”
“진짜! 입 다물고 저격이나 해!”
“이미 하고 있어. 자슥아!”
아르케는 강화 솔져의 시야로 병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불길이 사그라들기만을 기다렸다. 용재의 연쇄 방화 스킬 레벨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불길은 곧 사라질 터였다. 아르케는 간만에 잡아본 저격총에 기분이 업 되어 있었다.
마침 팀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용재의 자살 폭탄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던가. 이제 잘 주워 먹기만 하면 적어도 두 팀의 가방이 들어온다. 게임 시작 십 분도 되질 않아서 아이템 스무 개를 확보한다. 이건 진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반이 좋기 때문에 잘만 풀면 우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스타트였다.
전화위복.
팀 방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슭곰발이 초반에 아웃 되었지만 그걸 카시마르가 역으로 기회로 바꾸었다.
골낳괴의 말은 사실이었다. 카시마르는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을 지닌 괴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르케는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장난감 메타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카시마르라는 반칙 피지컬 유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탕!
아르케는 시야가 확보되자 마자 강화 솔져를 이용해 저격을 시작했다. 비틀 거리며 정신을 차리는 유저들의 머리를 겨냥해 총을 쏘는 것이었다.
보통의 유저였다면 강화 솔져의 저격 총 한 방에 쓰러지지 않는다. 헤드샷을 맞추더라도 즉사 판정이 나지 않는 이상 쓰러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다. D랭크 정도 되면 서포터 같이 물몸인 유저들도 상당한 생명력과 방어력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용재의 스킬에 휩싸인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미 상당히 많은 데미지를 입은 상황.
헤드샷 한 방이면 충분히 눕힐 수 있었다. 무엇보다 평소와는 다르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격을 하기에도 딱이었다.
탕! 탕!
아르케가 강화 솔져를 이용해 저격총을 쏘았고 골낳괴가 헤롱거리는 유저들에게 가서 방패로 차지를 먹이거나, 검을 휘둘렀다.
[형. 미안해요.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듣고.]
유령이 된 용재가 카시마르에게 바로 사과했다.
[아냐. 나름 재밌었어. 근데 방금 전술 되게 재밌다. 잘 쓰면 진짜 한 방에 역전도 가능하겠네.]
[원래 큰불로 스킬 강화해서 쓰면 진짜 강해요. 큰 불 두 개 이상 모아서 쓰면 그냥 한 방 터지면 주변에 있는 애들은 다 골로간다고 보시면 되죠. 전에 이놈이 이거 썼다가 유저 한 40명인가 한 방에 보낸 적도 있어요.]
[데미지가 장난 아니게 오르나 보네. 큰불로 스킬 강화를 하면.]
[아무래도 그렇죠.]
[근데 생각보다 인원이 많은데?]
[그러게요. 아무래도 3개의 팀이 싸우고 있었나 봐요. 초반에 저러기도 쉽지 않은데 좋네요.]
[게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상태인데 저런 게 가능해?]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초반에 두 팀이 병원에서 스타트하면 어떻게 해서든 만나게 되죠.]
[건물에서 바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구나.]
[그럼요. 대신에 스타트 지점으로 지정된 건물은 배낭이 평소보다 덜 나오거나 안 나와요. 저쪽 팀들은 그것도 모르고 배낭 찾다가 옥상에서 만나게 된 걸 거고요. 그리고 마지막 한 팀은 그거 보고 뒤치기 하려고 합류했을 수도 있고요. 아마 상황을 보면 그럴 거에요. 건물에 세 팀이 동시에 스타트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진짜 재수 없으면 시작하자마자 공격 당해서 아웃될 수도 있겠구나.]
[그런 경우도 없지 않아요.]
“히히! 고간에 꽂아주겠어!”
탕! 탕!
아르케는 신들린 듯이 웃으면서 총을 쏘고 있었다. 강화 솔져가 총을 한 방, 한 방 쏠 때마다 그로기 상태에 있는 유저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저놈 저거 신났네. 다 주워 먹네. 다 주워 먹어.]
[형. 저 녀석은 총만 잡으면 변태 기질이 나와서 그래요. 야. 근데 용재 너 속 좀 쓰리겠다. 양념은 네가 다 하고 킬은 저놈이 다 주어 먹네.]
[아오! 큰 위습 하나만 있었어도 다 내 것인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팀이 가장 큰 보상을 받는 게이트 로얄이지만 좋은 보상을 받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도 큰 보상을 받지만 유저를 가장 많이 죽였거나, 종합 점수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는 따로 보상이 떨어진다. 최다킬과 MVP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최다킬과 MVP도 최후의 생존자 못지 않은 보상을 받았다. 자잘한 보상을 제외하고 제일 중요한 건바로 랜덤 상자였는데 자크르나 데스매치에서 받는 랜덤 상자와 달랐다.
자크르나 데스 매치에서 받는 랜덤 상자는 연승 숫자에 따라 등급이 정해져 있었지만 게이트 로얄에서 주는 랜덤 상자에는 등급이 없었다. 그러니 유니크 아이템이나 스킬이 나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모! 래! 반! 지! 빵야! 빵야! 히히히!”
[제대로 미쳤네. 제대로 미쳤어. 야! 내 시신은 수습하라고!]
[지금 완전 꿀 타임인데 그런 게 눈에 들어오겠냐. 네 시신에 총질 안 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라.]
[아르케가 흥이 나면 좀 성격이 변하는구나]
카시마르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총질을 하는 아르케를 보며 말했다. 제일 얌전해 보이던 아르케였는데, 총을 들으니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저놈이 밀덕이라서 그래요. 특히 쪼는 거 좋아하고 그럽니다.]
[그러면 직업을 그런 쪽으로 선택하지 왜 서포터를 했지?]
[ㅋㅋㅋㅋ]
[ㅋㅋㅋㅋ]
카시마르의 질문에 슭곰발과 용재가 동시에 웃었다.
[원래 골낳괴랑 논픽이랑 5인 파티거든요? 게임을 같이 시작했어요. 오픈 때부터. 근데 시작할 때 직업군을 정하는데 서포터가 비는 거에요. 다들 재미 없다고. 안 한다는 거죠. 그래서 내기해서 저놈이 졌어요. 그래서 서포터하게 된 거죠.]
[그럼 누가 1등한 거야? 용재 네가 1등 했어?]
[아뇨. 골낳괴요. 저놈 스킬 보세요. 저게 팀플레이를 하려는 놈의 스킬인가. 완전 솔플 용이잖아요.]
[그렇긴 하지.]
[1등해서 그럽니다. 1등 캐릭터는 논터치하기로 했거든요.]
[근데 같이 했는데 논픽이라는 친구는 랭커가 되었어? 되게 컨이 좋은가 본데?]
[순전히 운이에요. 운빨러 녀석. 같이 보상을 받아도 그놈만 경험치 보상, 레어템 이런 게 막 떨어져요. 그래서 치고 올라갔죠.]
[그래도 같이 게임하고 그러면 혼자 가기 그럴텐데······.]
[대형 길드에서 주는 혜택의 달콤한 맛을 떨쳐버리지 못한 거죠. 기득권의 노예라고나 할까요. 배신자에요. 배신자. 아오! 나쁜 시키!]
용재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러자 슭곰발이 용재를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형. 그거 아니에요. 논픽은 장기 퀘스트 때문에 같이 하고 싶어도 하지를 못해요. 강제 퀘스트라서요.]
[강제 퀘스트면 보상은 좀 괜찮겠네.]
[그런데 다른 플레이가 불가능하고 길게는 몇 주 걸리는 것들도 있어서요. 마냥 좋은 건 아니에요. 퀘스트 클리어 확률도 높은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여러모로 갈라서게 된 거죠. 그 친구는 이제 길드 쪽이랑 같이 가야죠. 퀘스트를 그리 같이 해버리면.]
카시마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골낳괴와 아르케가 폭발에 휩쓸린 유저들을 모두 처리했다. 그리고 슭곰발이 기절에서 부활했다.
기절한 시신이 팀원 근처에 있어야지만 부활 게이지가 차오르기 때문에 팀원을 버려놓고 도망가는 플레이는 불가능했다. 원래대로라면 슭곰발은 벌써 부활했어야 했지만 골낳괴가 오메가팀과 교전이 펼쳐질 때 버려두고 달렸기 때문에 조금 늦게 부활할 수밖에 없었다.
“불량 식품! 존득이!”
아르케가 불량 식품으로 슭곰발의 에너지를 회복시켜 주었다. 그 뒤로는 파밍의 연속이었다.
아이템 배낭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파손이 되질 않기 때문에 잘 찾아다니면서 줍는 게 중요했다.
기존에 있던 팀들이 미처 쓰지 못한 아이템도 나왔고, 팀 전멸 보상도 나왔다. 총 23개나 되는 아이템 배낭을 얻게 된 카시마르팀.
파밍이 어느 정도 끝나자 카시마르가 부활했다.
“부활 부적 나왔다. 용재 바로 부활 시킬까?”
“그래야 하지 않겠어? 곧 여기 금지 구역으로 바뀔 텐데. 느려. 저놈 업고 다니려면.”
“근데 용재 시신 어딨냐.”
“안 챙겼어?”
“챙기고 주변에다 놨어야지. 그래야 부활 게이지 차는데.”
“저깄다! 저기!”
아르케가 폐허가된 병원 구석에 널부러져 있는 용재의 시신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골낳괴가 얼른 용재에게 달려갔다.
“용재야! 미안! 어이쿠! 발을 헛디뎠네!”
골낳괴가 하필이면 용재의 중심을 발로 밟으면서 말했다.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용재는 분명히 욕을 내뱉고 있을 거였다.
슭곰발은 부활 부적으로 용재를 바로 회복시켰다. 부활 부적은 팀원을 바로 부활 시킬 수 있게 해주는 부적으로 부적 중에서는 제일 좋은 걸로 여겨지는 아이템이었다. 이 부적은 팀전에서만 드랍되는 아이템이었다.
“일단 파밍한 거 다 꺼내봐.”
배낭을 열어서 아이템을 확인했다. 빨간 도깨비불, 파란 도깨비불도 나왔다. 그러나 가장 많이 나온 건 역시 데몬 토이였다.
“오늘 어린이날도 아니고 뭔 장난감 선물을 이리 받냐.”
“잘 됐어. 어차피 스나이퍼도 하나 만들었고 지금 데몬 토이 총 몇 개냐?”
“스무 개.”
“가자 장난감 메타. 전술 차량 뽑고 솔져 더 뽑아서 가자.”
“이거 파란 불은 슭곰발 주면 되고, 빨간 불은 용재 주면 되는 건가?”
카시마르가 말했다. 도깨비불은 손을 들어서 도깨비불을 건드린 다음 사용 가능했다.
“도깨비 불은 다 형이 가지세요.”
“슭곰발이 필요한 거 아냐?”
“부적이랑 파란 불, 빨간불 그리고 펫 달걀까지 나오면 다 형한테 줄 테니까. 형은 그냥 따로 움직이세요. 그게 훨씬 효율적일 거 같아요.”
“어? 그래도 되는 거야?”
“어차피 저희 장난감 메타라 괜찮아요. 이 정도 뽑았으면 장난감들 튼튼해져서 잘 죽지도 않아요. 장난감 나오면 그것만 넘겨주시고 나머지는 형 가지세요.”
“안 그래도 될 거 같은데.”
“형 피지컬이면 충분합니다. 그게 제일 좋아요.”
펫은 처음 소환했을 때부터 전투력을 가지고 레벨 업을 하면 할수록 더 흉폭하게 모습이 변한다.
데몬 토이로 소환한 솔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전투를 통해서 레벨업을 한다. 다만 모습이 변하거나 하지 않는다. 대신에 이등병, 일병, 이런식으로 계급이 바뀔 뿐이었다. 계급이 바뀌면 인공 지능도 좋아지고 기본 능력치도 세진다. 그런데다가 데몬 토이는 모이면 모일 수록 서로가 서로의 능력치를 증가시켜주기 때문에 후반에 가면 무시무시한 군단으로 바뀐다.
다만 초반을 넘기기가 어렵다는 게 장난감 메타의 가장 큰 한계.
근데 초반부터 장난감이 대거 떨어졌다.
용재는 장난감 15개를 사용해 전술 차량을 뽑고 일반 솔져를 하나 뽑았다. 운전은 유저가 할 수도 있고 솔져를 시킬 수도 있었다. 기관총이 장착된 전술 차량이었는데 용재는 거기에다가 일반 솔져를 배치했다.
솔져들의 크기와 다르게 전술 차량은 일반적인 차량과 크기가 같았다. 그래서 유저들이 타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차량과 생김새가 다르게 장난감처럼 블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거 위엄이 장난 아닌데?”
“그렇죠? 근데 생각보다 차량들 방어력이 별로여서 차량 운영은 교전 전까지만 하는 게 보통이에요. 전술 차량은 그나마 좀 낫죠.”
“이거 움직이다가 그대로 폭사하는 거 아냐?”
“솔져가 두 마리가 있는데 그리 쉽게 폭사 안 당해. 방어력 증가 모르냐?”
"근데 어디로 가게?"
"마트로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다리 건너서? 그쪽은 사람 많이 몰리잖아."
"그니까 가야지. 지금 우리가 최강인데 가서 더 죽여야지."
"아. 그렇지."
전술 차량은 확실히 이동속도가 빨랐다. 카시마르 일행은 금세 금지구역으로 선정된 외곽지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외곽지역을 빠져나와 다리 부근으로 향하자 폐허가 된 중형 마트 근처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충 열 팀은 되어 보이는데? 개판이구만.”
“1턴 파밍이 끝났다 이거지.”
여기서 말하는 1턴은 첫 번째 금지 구역이 선정된 시간을 의미했다. 10분에서 15분마다 한 번씩 맵의 외곽지역부터 금지구역이 지정된다. 지정된 시간 안에 그 구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실격 처리가 되는 룰.
유저들은 첫 번째 금지 구역의 지정이 끝나면 1턴이 끝났다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용재는 전술 차량으로 적당한 거리를 잡았다. 그리고 솔져를 이용해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기관총이 불을 뿜으면서 적 유저들을 향해 쏟아졌다.
“뭐야? 이제 1턴 끝났는데. 벌써 전술 차량이 나왔어?”
“미친! 뭘 주워 먹은 거······ 컥!”
타앙!
“시바! 스나도 있어! 저 새끼들부터 조져!”
아르케의 저격도 합세했다. 기관총과 스나이퍼는 임팩트보다는 데미지가 많지는 않았다. 코즈믹 게이트의 유저들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계속 공격을 할 수 있는 점은 엄청난 메리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다가 골낳괴가 적당한 거리를 잡고 앞으로 나가 전술 차량으로 달려드는 유저들을 상대했고, 슭곰발은 스킬을 이용해 전술 차량으로 날아오는 원거리 타격을 쳐냈다.
그 사이 아르케는 저격과 힐을 번갈아 넣으면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용재는 운전석에서 내려서 기관총 솔져를 자동 사격 모드로 바꿔놓고, 주문을 외웠다. 원거리 딜러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형! 조심해요!”
“그래!”
카시마르는 빨간불과, 파란불을 달고 옆으로 빠져서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방향에서 난전 중인 유저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야! 용재! 빨리 안 던지고 뭐하냐! 저기 딱 뭉쳐 있잖아.”
슭곰발이 전술 차량으로 날아오는 얼음 마법을 가드하면서 말했다. 얼음 마법에 맞은 슭곰발의 방패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알아. 인마! 각 딱 봤어!”
용재의 손에는 화염병이 들려 있었다. 용재는 연쇄 방화로 이미 마트 입구 부분을 마킹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있는 투창을 던지듯이 앞으로 달려나가서 있는 힘껏 화염병을 던졌다.
휘이이우웅! 투콰!
화염병이 호쾌한 궤적을 그리면서 연쇄 방화로 마킹한 곳에 떨어졌다. 그러자 바닥에 휘발류라도 있는 것처럼 불이 화르륵 번지기 시작했다.
불길이 치솟자 카시마르가 움직였다.
콰직!
낮은 포복 자세로 숨어 있던 카시마르가 달려나오는 유저의 무릎을 카이로의 꼬리로 내려쳤다.
무릎이 꺾이면서 유저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카시마르는 뒷머리에다가 톤파를 날려서 머리를 깨버렸다.
빠각!
수박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마트 뒤편의 팀들은 카시마르 일행이 온지도 모른 채 싸움에 열중하고 있었다.
기회였다.
마트가 불타오르고 있었다.